TIME IS ILLMATIC


[Nas: Time Is Illmatic] 상영회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으로 평가받는 Nas의 데뷔작 [Illmatic]에 관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필름"

'Nas: Time Is Illmatic'은 Nas의 데뷔작 [Illmatic](1994), 그리고 이 앨범의 창작에 영향을 끼친 것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발매 후 20년 동안 이 앨범은 줄곧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거론되며 모두의 칭송을 받았다.

이 필름은 Nas의 유년기로부터 시작해 [Illmatic]의 사운드와 가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다루고 있으며, 앨범의 음악적 성과는 물론 사회적 의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Nas 본인과 앨범에 직접 참여한 이들(DJ Premier, Pete Rock, Az 등), 그리고 Nas의 아버지인 재즈 뮤지션 Olu Dara와 Nas의 동생 Jungle이 출연해 Nas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번 상영회는 이미 힙합 팬들의 신앙이 되어버린 작품 [Illmatic]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다. 이 필름은 힙합이 음악인 동시에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말해줄 것이다. 더불어 랩은 곧 시라는 믿음, 그리고 사회적 산물로서의 힙합이 그 어떤 음악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 증명해줄 것이다. (김봉현/ 음악비평가)

  • 주최 KU시네마테크, 김봉현 장소 KU시네마테크
  • 번역 김봉현 감수 타블로
  • 후원 힙합엘이 요금 10,000원
  • 상영이 종료되었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Interview with One9

나스(Nas)의 데뷔작 [Illmatic]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 'Nas: Time Is Illmatic' 한국 상영을 기념해, 이 필름의 제작자/감독인 원나인(One9)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 상영과 관련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또 한국 상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인터뷰를 마치고, 문득 한국 상영의 감수를 맡은 뮤지션 타블로의 말이 생각났다. 타블로는 이 필름에 대해 ‘자신의 업적을 대하는 태도가 사랑과 감사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역시 그 단어들을 떠올리게 했다. 덕분에 나는 요즘 들어 ‘힙합’과 ‘사랑, 감사, 존중’ 간의 연결고리를 다시금 곱씹어보고 있다.

이 필름이 감독의 ‘맨 땅에 헤딩’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나스와 만나본 적도 없었고 보장된 것이 전혀 없었지만 감독은 ‘일매틱으로부터 받은 것을 갚기’ 위해 무작정 이 필름을 시작했고, 결국 그 진심이 나스에게 통했던 것이다.

여러 모로 깨달은 게 많은 인터뷰였다. 읽는 이들에게도 내가 받은 좋은 기운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인터뷰 | 김봉현
번역 | Twangsta, 김봉현




Q. 먼저 힙합 팬으로서, 필름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One9: 반갑다. 원나인이라고 한다. 'Time is Illmatic'의 제작자이자 감독이다.


Q. 원래 그래피티 아티스트였던 걸로 아는데.

One9: 유년기 시절 아버지를 통해 처음 재즈를 접하게 되었다. 듀크 엘링턴, 빌리 홀리데이, 에롤 가너 같은 뮤지션을 듣게 되었고 그래피티에 빠지게 되면서 내가 듣는 소리를 글자로 그리곤 했다. 그것은 복잡한 문자들과 레이어를 벽에 칠하며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나의 청각적/시각적 도전이었다. 곧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접하게 되고 편집을 배웠으며, 필름을 통해 같은 것에 도전하고 있다.


Q. 10년 전에 이미 이 필름을 기획했다고 들었다.

One9: 이 영화의 첫 아이디어는 2004년에 작가이자 제작자인 에릭 파커가 내게 일매틱 DVD를 감독해달라고 했을 때 시작되었다. 에릭은 당시 Vibe 잡지의 음악 에디터였으며 일매틱 10주년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우리는 일매틱에 관한 영화를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나스의 아버지인 올루 다라를 인터뷰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루 다라 덕분에 우리는 존스 가족을 보다 역사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의 음악적 계보와 미시시피 낫체즈로부터 이어져온 뿌리를 알게 되었다. 그 인터뷰 후, 일매틱의 프로듀서들(피트 락, DJ 프리미어, Az, Faith Newman)을 만나 촬영을 했고, 곧 예고편을 만들어 나스의 매니저에게 보냈다. 즉 게릴라 형식으로 모두 우리가 직접 해낸 일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편집하며 개인 시간과 자비를 들여 했던 것이다.


Q. 나스가 필름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나?

One9: 러프한 예고편이 완성되었을 때, 우리는 나스의 매니저와 미팅을 잡고 곧 나스를 만날 수 있었다. 첫 미팅에서 우리는 나스에게 영화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을 설명했다. 우리는 이 문화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선 나의 그래피티 작품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문화 바깥의 사람이 아닌 문화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나스는 우리의 행보를 관찰했고, 계속 진행해보라고 해주었다. 그렇게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Q. 필름 연출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One9: 처음엔 올루 다라와 그의 아들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다. 블루스, 재즈를 비롯해 존스 가족의 음악 창작자로서의 피가 이어져온 역사를 연결해야한다고 느꼈다. 그러나 첫 인터뷰를 앞두고 나스는 투잡을 뛰며 두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가 자신이 퀸스브릿지에서 성장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이야기 해주었다. 우리는 곧 가족과 지역공동체에 더욱 집중하기로 노선을 틀었다. 영화를 만들어가며 이런 식의 변화가 계속 있었다.


Q. 필름 전체를 통틀어 큐팁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필름의 주제의식과도 닿아있다고 생각하는데.

One9: 영화에 등장한 모든 프로듀서를 몇 차례에 걸쳐 인터뷰한 뒤, 우리는 일매틱의 곡 제목을 더 큰 사회적 이슈의 은유로 사용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기로 했다. 먼저 "NY State of Mind"는 퀸스브릿지 주거지와 그에 대한 역사를, 그리고 그것이 존스 가족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와 연결했다. "Life's a Bitch"는 가족이 깨지는 과정을 다루었고, "Memory Lane"을 통해서는 퀸스브릿지의 지역공동체와 희생된 사람들을 회상하고 싶었다. 또 "One Love"는 감옥 산업에 얽힌 복합적인 것과 그것이 나스와 정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 모든 이슈를 일매틱과 연계해 나스의 삶과 그의 가사를 관객이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Q. 필름을 직접 만들 정도라면, 일매틱은 도대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One9: 일매틱은 힙합문화의 청각적/시각적 교과서다. 일매틱은 투쟁, 고통, 역경을 그리면서도 그 어둠을 뚫고 나오는 한 줄기 빛 역시 담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가장 진실하게 대변하는 작품을 필름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것이 받은 것을 갚는 우리의 방식이다.


Q. 일매틱이 힙합, 더 나아가 미국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One9: 일매틱은 ‘진실함이 지닌 힘’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일매틱 가사의 진실성은 모든 세대의 전 세계 음악가에게 영향을 끼쳤다. 진정한 걸작이다.


Q. 일매틱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 좋아하는 구절을 꼽아 달라.

One9: 나는 "One Love"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좋아한다. 이 구절을 보면 알 것이다.

"Shorty's laugh was cold blooded as he spoke so foul
그 꼬맹이의 웃음은 냉혈적이었지, 그가 상스럽게 이야기할 때
Only twelve trying to tell me that he liked my style
열 두 살 밖에 안 된 놈이 내 스타일이 멋지다 말해줄 때
Then I rose, wiping the blunts ash from my clothes
난 일어났어, 옷에 묻은 담뱃재를 털며
then froze only to blow the herb smoke through my nose
코로 떨 연기를 내뿜기 위해 잠시 멈추며
and told my little man that i'm ghost, I broze
이게 가겠다고 어린 친구에게 말했지, 그리고 나왔어
Left some jewels in the skull that he can sell if he chose
머릿속에 보석을 남겨주고 왔지, 팔고 싶으면 팔아도 된다 했어
words of wisdom from Nas: try to rise up above
나스의 지혜로운 말, 높이 우뚝 서도록 노력해
keep an eye out for jake Shorty Wop
짭새를 조심해, 꼬맹아
One Love
원럽


Q. 나스는 랩이 곧 시임을 보여주었다. '아름답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방식과 수준이 '아름답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One9: 나스가 자라며 겪어온 문화의 정수를 생각해 본다면 그의 가사가 표현하는 수준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유년기 시절부터 재즈와 월드뮤직을 아버지를 통해 듣고, 퀸스브릿지 힙합의 탄생을 경험했으며, 에릭 비와 쿨 지 랩 등 거장과 협업하고, 문 앞까지 찾아온 '크랙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다. 여기에 자신의 고향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더해져 나스의 가사로 완성되었다. 격동적으로 어두웠던 시간 속에서 빛줄기를 엮어낸 것이다.


Q. 필름을 제작하며 나스와 많이 만났을 것 같다. 나스는 어떤 사람인가?

One9: 필름을 제작하며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모두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사람이다.


Q.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났을 것 같다.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는지? DVD에 미공개 영상이 수록되는 걸로 아는데.

One9: 꼭 DVD를 구입하여 보너스 섹션을 감상하길 바란다. 이 영화는 74분인데, 보너스 섹션만 75분이다. 많은 역사가 담겨있다.


Q. 상영회에 참석할 한국 팬에게 미리 줄 팁이 있다면?

One9: 봉현킴, KU시네마, 그리고 문화를 서포트하는 한국의 공동체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당신들을 사랑한다. 당신들도 세계에 전할 당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게릴라 영화감독들이여...자신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비전을 갖길 기원한다...그렇게 작업에 임한다면 결국 그 열정이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Here’s to making history in 2015
With Love,
One9
#timeisillmatic




Interview with 김봉현, 타블로


Q. 'Time Is Illmatic' 상영회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봉현: 힙합음악이나 흑인 역사에 관한 필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어요. 힙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피아 & 느와르 필름도 물론이구요. 제 생각에 힙합은 음악인 동시에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고, 또 특수한 지역/인종/문화로부터 발생한 것입니다. 때문에 힙합음악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맥락의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앞서 말한 필름들이 그동안 제게 많은 도움을 주었죠.

그래서 일단 작년에 알파치노가 주연한 필름 'Scarface'에 관한 행사를 주최한 적이 있어요. 'Scarface'는 실제로 미국 힙합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필름이기 때문이죠. 당시에 엠씨메타, 더콰이엇, 씨네21의 주성철 기자를 초청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후에는 사실 "힙합 필름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었어요. 필름 리스트도 다 나왔고, 아무튼 기획을 하고 있었는데, 일단 'Time Is Illmatic'을 먼저 상영해보기로 계획을 바꿨어요. 'Time Is Illmatic' 역시 [Illmatic] 앨범 자체는 물론 뮤지션 나스(Nas)의 세계관, 더 나아가 힙합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필름이에요. 여담이지만 이번 상영회의 성과에 "힙합 필름 페스티벌"의 실현 여부가 달려 있기도 합니다(웃음).

여기까지 공적인 포장이었고, 사적으로 말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최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뜻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와서 마치 축제처럼 즐기고 기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KU시네마테크, 그리고 타블로 님과 힙합엘이가 기꺼이 동참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영회를 준비하면서 타블로 님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아니 대체 힙합이 뭐라고, 우리들을 이렇게 자발적으로 고생하게 하는 거지?" 좋아서 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남들이 안 시켜도 사서 하게 되는 그런 거죠(웃음).

타블로: 힙합엘이와 에픽하이 8집 인터뷰를 할 즈음에 'Time Is Illmatic'을 봤어요. 인터뷰에서, 힙합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이런 상영회가 가능하도록 돕고 싶다고 괜히 얘기했다가 이렇게 무보수를 감수하고 감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웃음)


Q.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나스는 어떤 뮤지션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봉현: 형식적으로는 라킴(Rakim)의 복합다중적인 라임 체계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래퍼. 내용적으로는 치밀한 묘사와 시적인 은유로 랩이 시시껄렁한 지껄임이 아니라 '포이트리(Poetry)'이자 문학임을 입증한 래퍼. 하지만 모든 앨범이 클래식은 아닌 래퍼...옷을 잘 입진 않는 래퍼...'우치왈리'를 싱글로 발표한 래퍼...등등.

타블로: 죽이는 가사를 쓰는, 매력적인 똥배를 가진 딸바보. (웃음)


Q. 'Time Is Illmatic'를 본 이후에 나스 혹은 [Illmatic] 앨범에 대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김봉현: 더 좋아졌네요! 요즘도 다시 듣고 있어요. 계속.

타블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이 다큐는 '한 앨범을 탄생시키려면 온 네이버후드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줘요.


Q. 'Time Is Illmatic'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봉현: 큐-팁(Q-Tip)의 인터뷰 부분. [Illmatic] 앨범, 혹은 더 나아가 힙합 자체에 대한 오해나 편견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어서.

타블로: 자신의 업적을 대하는 태도가 사랑과 감사라는 것.


Q. 끝으로, 'Time Is Illmatic'를 보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김봉현: 전석 매진으로 힙합 팬 여러분의 힘을 보여주시길! 그래야 '다음'도 가능하니까...

타블로: 좋은 영화라서 함께 보고 싶었어요! One love, one love~

KUCINEMA

KUCINEMA는 영화가 상업적 이해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성과 관객의 선택권이 유지되며 온전히 보여질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출발한 극장입니다. 좋은 영화를 좋은 환경에서 보이고 싶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극장을 만들고. 영화를 통해 휴식과 위안, 감동을 바라는 관객의 마음으로 운영합니다. KUCINEMA는 예술영화관뿐만 아니라, 어떤 대형 상업 영화관에 견주어도 시스템이나 영사 품질면에서 최고의 상영시설과 기술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넓고 편안한 좌석 간격과 안정된 경사도로 편안한 시야를 확보하고 있으며, 촘촘히 설계된 음향 시스템과 넓은 스크린, 직선형 좌석배치로 위치와 관계없이 편안한 관람이 가능합니다.

- 관객과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도록 광고와 예고편을 상영하지 않습니다.

- 상영 시작 10분이 지나면 발권과 입장이 되지 않습니다.

- 영화 관람시 소리와 냄새로 인한 불편함이 없도록 생수 외 음식물의 반입을 부득이 제한합니다.

-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기 전에는 불을 켜지 않고 관객께 영화의 여운까지 지켜드립니다.


INFORMATION

- 상영이 종료되었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Illmatic]에 관하여

[Illmatic]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큰 영광과 그보다 더 큰 부담을 동반하는 일이다. 역사를 통틀어볼 때 [Illmatic]보다 더 많은 분석과 평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힙합 앨범이 과연 있을까? 나의 대답은 회의적이다. 그리고 벌써 20주년이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Illmatic]의 가치는 20년이 지나도록 퇴색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명징한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작품을 가리켜 '고전', 혹은 '클래식'이라고 부른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짚어보자. [Illmatic]은 래퍼 나스(Nas)가 1994년에 발표한 데뷔앨범이다. 'Illmatic'이라는 앨범 타이틀은 'Ill을 뛰어넘는(Beyond Ill)'이란 뜻을 지닌 조어로서, 한마디로 '정말 뛰어난, 궁극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여기서 'Ill'은 '아픈, 병든'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멋진, 죽이는'이라는 슬랭의 의미다.

이제 앨범커버를 보자. [Illmatic]의 앨범커버는 그 자체로서 이미 앨범 내용을 암시한다. 커버에는 어린 시절 나스의 얼굴이 뉴욕의 뒷골목으로 보이는 거리 위에 덧씌워져 있다. 그리고 [Illmatic]은 나스가 뉴욕의 퀸스브릿지(Queensbridge)에서 자라면서 직접 보고 겪은 '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채운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힙합 역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칭송받는 작품인 만큼 그동안 많은 매체가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MTV는 이 앨범을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2위'(2005)로 꼽았고 About.com은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100장'을 선정한 후 이 앨범을 1위에 올려놓았다(2008). 그런가하면 힙합 매거진 The Source는 이 앨범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블랙뮤직 앨범 5위'(2006)에 선정했다(힙합 뿐 아니라 모든 흑인음악을 통튼 순위다).

조금만 더 이어가보자. Rolling Stone 매거진은 [Illmatic]을 가리켜 '랩 역사상 최고의 성취 중 하나'라고 했고, NPR Music은 '스토리텔링, 가사의 예술성, 프로덕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작품'이라고 했으며, The Village Voice는 이 앨범을 발표한 나스를 두고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순위와 수사가 있지만 이만 생략해도 [Illmatic]의 가치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Illmatic]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은 이것을 힙합의 ‘동의어’로 소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섞이고 변하지 않은 가장 날 것의 힙합, 다시 말해 힙합 장르 고유의 작법과 멋으로 줄 수 있는 극대화된 성취와 쾌감을 담고 있는 작품이 바로 [Illmatic]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은 계속해서 변한다. 힙합도 수십년간 변화해왔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초창기 힙합만이 진짜이고 요즘 힙합은 모두 가짜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음악장르와 구별되는 힙합의 고유하고 온전한 형식, 스타일, 태도 등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골든-에라' 시절, 그러니까 1980~1990년대의 힙합 앨범에 많이 담겨있는 것도 맞다. 이러한 의미에서 [Illmatic]은 힙합의 정수, 아니 힙합 그 자체다.

먼저 [Illmatic]의 모든 트랙은 '샘플링' 기법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른 음악장르와 구별되는 힙합장르의 고유한 작법인 '기존의 것을 빌려와 그것을 재창조하는' 행위 말이다. 힙합 그룹 메인 소스(Main Source)의 1991년작 [Breaking Atoms] 수록곡 'Live at the Barbeque'에서 나스가 처음으로 세상에 비범한 재능을 드러낸 후, 메인 소스의 멤버이자 나스의 멘토 역할을 했던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는 물론이요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피트 락(Pete Rock), 큐-팁(Q-Tip) 등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들이 그와의 작업을 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Illmatic]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힙합 샘플링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조 챔버스(Joe Chambers)의 건반과 도널드 버드(Donald Byrd)의 소음을 재료삼아 건조하고 둔탁한 뉴욕 힙합 사운드로 완성된 'N.Y. State of Mind',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Human Nature'와 쿨앤더갱(Kool & the Gang)의 'N.T.'를 각각 절묘하게 발췌하고 서로 섞어놓은 'It Ain't Hard to Tell'이 그 대표적인 예다. 즉 [Illmatic]은 나스의 랩과 가사를 논외로 하고 프로덕션만 조명하더라도 충분히 힙합역사에 남을 선구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Illmatic]을 향한 성찬의 핵심은 아무래도 나스의 경이로운 래핑과 가사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 앨범의 프로덕션이 실제 연주나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덧칠이 거의 없이 힙합 고유의 작법인 샘플링 비트로 내내 일관하고 있는 것처럼 나스 역시 노래나 다른 보컬 방식과 기교가 아닌 오로지 힙합 고유의 발성법인 랩으로만 승부하고 있다. 요즘의 힙합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보컬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랩의, 랩이 줄 수 있는, 랩이기에 가능한 쾌감 뿐이다(그리고 이 같은 [Illmatic]의 특징은 최근의 힙합음악을 가장 먼저 접하고 그것들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는 어린 리스너들이 [Illmatic]을 '못 느끼는' 자연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Illmatic]을 통해 나스는 형식적으로는 선배 래퍼 라킴(Rakim) 등이 구축해놓은 복합다중적인 라임 체계를 심화 및 발전시켰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치밀한 묘사와 시적인 은유를 통해 랩이 단순히 시시껄렁한 지껄임이 아니라 작가정신이 깃든 '포이트리(Poetry)'이자 문학임을 입증했다.

앨범커버에 대해 언급할 때 말했듯 [Illmatic]은 나스가 직접 보고 겪은 퀸스브리지의 거리의 삶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1973년 생인 나스는 198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냈는데,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1980년대 미국은 '크랙 에피데믹(Crack Epidemic)'이라는 사태를 빼놓고는 논할 수가 없다. '마약 파동' 정도로 거칠게 번역할 수 있는 이 사태는 크랙이라는 접근성 높은 신종 마약이 미국 전역에 보급된 역사적 사실을 가리킨다. 이 신종 마약이 미국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더 나아가 가난하고 위험한 '게토'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삶을 얼마나 더 황폐하게 만들었는지는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나스가 [Illmatic]에서 이야기하는 거리의 삶이란 바로 크랙 에피데믹을 거친 뉴욕 퀸스브리지 뒷골목 흑인들의 삶이었다. 당연히 부드럽기보다는 거칠고 우아하기보다는 비참하며 여유롭기보다는 숨막힐 수밖에 없다. [Illmatic]은 수록곡이 각각 개별적인 특정한 주제를 품고 있다기보다는 앨범 전체가 이 거리의 삶에 관한 하나의 거대한 서사다. 거리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마다 다른 비트, 다른 후렴으로 콘셉트를 조금씩 바꾸어 주는 모양새다.

나스는 험난한 거리에 대해 쉴 새 없이 내뱉는다. 하지만 무작정 불만을 포악하게 토해낸다거나 사실만을 나열하는데에 그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성찰적으로 조명하며 문학적으로 승화한다. 다시 말해 '아름답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방식과 수준이 '아름답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거리의 시인(Street Poet)'이라는 칭호는 그렇기 때문에 붙여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N.Y. State of Mind'를 들으면 가난하고 위험한 거리에서 자란 젊은 흑인 남성의 심리 상태를 대리체험할 수 있고, 'The World Is Yours'의 경우 (앨범 전체가 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 '스카페이스(Scarface)'를 보다 직접적으로 차용하면서 힙합 특유의 범죄 레퍼런스와 느와르 화법을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트랙이 되었다.

즉 [Illmatic]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될 것이다. '게토 흑인의 삶에 대한 치밀한 다큐이자 동시에 시적인 문학을, 힙합 장르의 고유한 작법만을 활용한 청각적 기술로 표현을 시도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쾌감에 도달하는데에 성공한 종합예술작품'. 1개의 인트로와 9개의 정규 트랙, 그리고 40분 남짓한 러닝타임. 화려한 물량 공세와 거추장스러운 스킷 없이 10개의 비트와 10개의 랩만으로 [Illmatic]은 그렇게,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남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각종 일화와 신화는 [Illmatic]의 위엄을 더욱 굳건하게 한다. 2000년대 초반 벌어졌던 제이지(Jay-Z)와 나스의 랩 배틀을 기억할 것이다. 힙합 역사상 최고의 랩 배틀로 평가받는 만큼 서로 간의 무시무시하고 지저분한 공격들이 오고 갔었는데, 나스를 향해 '내가 너의 아기 엄마와 잤다'는 공격도 서슴치 않던 당시의 제이지도 차마 '깔 수 없었던' 존재가 딱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Illmatic]이다. 아래의 가사를 참조하자. 나스에게 맹공을 퍼붓다가 본의 아니게 [Illmatic]의 위대함을 되새겨주는 모양새라니.

4 albums in 10 years, nigga? I could divide
10년 동안 앨범을 4장 냈군? 어디 한번 나눠보지
That's one every...let's say 2
대략 2년에 1장씩 낸 셈이군
2 of them shits was due
그런데 그중에 2장은 쓰레기고
1 was "nah," the other was Illmatic
1장은 뭐 그럭저럭, 나머지 1장이 일매틱이군
That's a one-hot-album-every-10-year average
그러니까 평균으로 치면 10년에 1장 정도 좋은 앨범을 낸다는 거지


그런가하면 슬럼 빌리지(Slum Village)의 엘지(Elzhi)는 그 자신이 이미 역사에 남을 힙합 팀의 멤버이자 뛰어난 래퍼임에도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동시대 래퍼 나스의 [Illmatic]에 바치는 앨범 [Elmatic]을 지난 2011년 발표했다. [Illmatic]의 모든 곡을 실제 연주로 재창조한 다음, 가사와 콘셉트를 자기 식으로 패러디하고 재해석한 앨범이었다.

또 'N.Y. State of Mind'의 서두에 나오는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어(I don’t know how to start this shit)"라는 나스의 중얼거림이 실제 상황이었으며, 그 후 끝내주게 이어지는 나스의 랩들이 모두 그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뱉어 완성한 결과물이라는 사실 역시 그저 놀라울 뿐이다. 실제로 [Illmatic]의 수많은 구절이 후대 래퍼들에 의해 수없이 인용되었는데, 그 수가 너무 많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직접 찾아보는 희열을 느끼는 것도 좋겠다.

20주년이다. 아마 나는 30주년이 되어도 여전히 [Illmatic]을 아끼고 즐기며 감탄하고 있지 않을까? [Illmatic]은 나스 개인의 최고작이기도 하지만 힙합의 최고작이자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아니, [Illmatic]은 힙합 그 자체다. 이 말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봉현/ 음악비평가)



[Illmatic]
  • Artist
    Nas
  • Released
    1994/4/19
  • Length
    39:51
  • Label
    Columbia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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