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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s – 엘라이크(L-like) EP. 01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23.02.16 11:29추천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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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s:

수많은 음악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많은 이가 음악을 ‘듣는다’의 개념보다는 ‘본다’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Seeing Sounds’에서는 음악을 구성하는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글’로 보다 자세하게 해부하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개성이 출중한 총 여섯 명의 장르 프로듀서가 참여하며, 사운드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담은 인터뷰와 각자의 프로듀싱 노하우가 자세히 기록된 에세이가 매주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Seeing Sounds’를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교감하고,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네 번째 프로듀서는 엘라이크(L-like)다.

 

 

 

LE: 오늘은 프로듀서의 ‘소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려 해요. 엘라이크라는 프로듀서는 요즘 어떤 소리에 꽂혀 있나요?

 

요즘 꽂혀 있는 소리는 퍼커션인 것 같아요. 장르적으로는 아마피아노(Amapiano)와 보사노바(Bossa Nova) 등의 소리와 리듬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제가 듣고, 플레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근에 만드는 음악에도 퍼커션 소리와 리듬을 많이 추가하게 되는 거 같아요. 조금 더 이야기해보면, 아마피아노는 벌스와 코러스가 모호하더라고요. 경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구성이 재미있는 거 같아요. 또, 텅 빈 대나무 소리 같은 걸 이용해서 베이스로 쓰거나, 호루라기 같은 소리로 흥겨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재밌어요. 그리고 프로듀서들이 이런 다양한 사운드에 이펙터를 먹이면 각자만의 소리가 생기는데요. 이것도 되게 매력적이에요. 

 

 


LE: 이전 인터뷰에서 본인의 음악에 영향을 준 프로듀서로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와 톨 블랙 가이(Tall Black Guy), 데오다토(Deodato)를 꼽으셨는데요. 요즘은 어떠신가요?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보면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저도 사람한테 받은 영감이나 느낌, 분위기를 보고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퍼렐(Pharrell)에게 꽂혀 있어요. 볼수록 사람의 행보와 노래에 놀라게 되더라고요. 퍼렐은 “Cash In Cash Out”을 만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미니언즈(Minions) OST]같은 음악을 만들지만, 그냥 퍼렐은 퍼렐이잖아요. 그런 만큼 퍼렐을 보면서 제가 어떤 장르를 하더라도 제 색이 잘 표현될 수 있고 풀어낼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LE: 좋은 소리에는 여러 기준이 있잖아요? 엘라이크 님이 생각했을 때 좋은 소리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사실 스플라이스(Splice)처럼 얻을 수 있는 샘플도 많다 보니 이미 좋은 소리가 많거든요. 대신에 제 기준에서 좋은 소리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들었을 때 하나의 장면이나 생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소리인 거죠. 당연히 밸런스와 믹스는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거고요.

 

 


LE: 프로듀서들은 소리로 자신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잖아요. 엘라이크 님은 자기 자신 혹은 감정이나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특히 집중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평소에 제가 제 마음으로 표현하고 손이 가는 대로 음악을 만들 때가 많아요. 그런데 가끔 제가 만드는 음악이 주변 프로듀서나 음악을 듣는 친구들한테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제 생각만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이 이해를 못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의 주관을 객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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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러면 연계해서 특정 감정이나 메시지를 표현할 때 쓰는 소리가 있을까요?

 

“살금”을 예시로 든다면요. 비니!(b!ni)라는 친구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이 생긴 걸 소리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니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친구인데요. 그 친구가 가진 느낌이 엄청 강렬하고, 세기보다도요. 귀엽고 담백한 느낌을 잘 표현하는 친구인 거 같았어요. 그러면 비니라는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다가갈 때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어야 할 거 같은 거예요. 또, 아직 어리고, 뭔가 잘 모르고, 투박하게 다가가는 느낌을 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프로펫(Prophet) 사운드로 몽글한 느낌을 주고, 리듬 부분에서는 간지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셰이커를 살짝 느리게 주는 식으로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LE: 그럼 엘라이크 님이 생각하는 본인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무엇인가요?

 

이런 대답을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은데요. (웃음) 저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제 음악에서 나오는 전체적인 사운드라고 생각합니다. 

 

 


LE: 동의합니다. (전원 웃음) 엘라이크 님은 연주자이자 DJ이자 프로듀서이시기도 하잖아요? 여러 씬에서 활동하면서 쌓여 온 경험이 본인의 음악, 혹은 소리에 대한 철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세요?

 

순간을 중요시하게 되었어요. 일단 DJ를 할 때와 프로듀싱을 하는 공간이 다르잖아요. DJ를 할 때는 베뉴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의 에너지가 있어요. 그걸 빠르게 파악하고, 빠르게 믹스를 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저는 디제잉을 즉흥 프로듀싱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DJ는 공간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거라면, 반대로 프로듀싱을 하는 스튜디오 안에서는 저와 소통하는 셈이죠. 그런데 노래를 작업할 때도 분위기가 한 번 깨지면 작업이 안되거든요. DJ도 한 번 말리면 되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요. 그래서 프로듀싱도 순간을 어떻게 다뤄서 작업하는지가 중요해요.
 

 


LE: 프로듀서가 소리를 만들 때 음악 내 밸런스, 질감, 무드 등 특정 목적지를 설정하기도 하는데, 처음에 어떤 설계로 시작하는 편이세요?

 

사실 그때마다 작업에서 구상하는 게 달라요. 어떤 장면을 생각할 때도 있고요. 어떨 때는 메모장에 적어 놓은 단어나 일기를 보고 음악을 만들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또, 어떨 때는 스네어 자체를 질감이나 음역대 면에서 진짜 완전 멋있게 찍어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최근에는 피제이(PEEJAY) 님이 프로듀싱한 pH-1 님의 “ISSUES”를 듣다가 스네어에 꽂혀서 하루 종일 스네어만 만져볼 때도 있었어요. 또, 때로는 몸이 반응하는 루프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멜로디만 만들어 보기도 해요.

 

그래서 작업할 때는 어떤 틀을 만들기보다도 질감, 리듬, 코드들을 모아 빌드업을 하면서 만들어줘야 하는 거 같아요. 저는 리듬 혹은 질감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작업하거든요. 그중에서도 질감이 제일 커요. 그리고 밸런스적인 부분은 제가 할 수 있는 선까지 노력하고, 안 되는 부분은 프로한테 맡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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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엘라이크 님이 선호하는 질감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질감은 그루브와 음역대적으로 멋지게 채워져 있고, 노이즈가 섞여 있고, 샘플링된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옛날 노래를 샘플링해서 트랙에 얹으면 노래가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음역대 같은 경우는 이 스네어는 딱딱하고, 묵묵하고, 뭉한 거를 레이어 했을 때 예쁜 질감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개별적인 소스도 중요하지만, 노래의 흐름에 따른 질감도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듣다 보면 자극받는 노래들이 있잖아요. 그런 노래를 파보면 질감적인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옛날 노래를 조금 더 파야 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LE: 옛날 노래는 소리나 음역대적으로 지금과 다르다고 느끼시는 게 있을까요?

 

확실히 다르고, 따뜻한 맛이 있어서 좋아요. 제가 DJ를 할 때 요즘 노래를 플레이하다가 옛날 노래를 플레이하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음악이 낮을 때가 많은데요. 옛날 노래의 따스한 분위기와 믹스 스타일이 좋아서 음역대적으로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공간을 채워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LE: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선호하는 소리 혹은 악기 사운드가 있을까요?

 

제가 사실 디자인을 많이 봅니다. (전원 웃음) 세럼(Serum)은 직관적으로 좋지만, 사운드나 디자인 때문에 사일런스1(Sylenth 1)를 더 선호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아날로그 랩(Analog Lab)과 콘탁(Kontakt)을 많이 써요. 어릴 때는 프리셋 말고 뭔가 다 만들어야 멋있다고 생각해서 프리셋을 잘 안 썼거든요. 그런데 에이블톤 라이브 세미나에서 어떤 분이 "너네보다 잘하는 엔지니어들이 프리셋을 만든 거야. 사용해봐."라는 이야기를 제가 듣고 "아차!" 싶었어요. (전원 웃음) 덕분에 다 써보지도 않고 불평하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래서 저는 에이블톤 라이브 내장 악기들로 기본을 만들고요. 조금 더 좋은 프리셋이나 샘플을 찾아서 레이어를 쌓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요. 연주할 때는 하드웨어 악기로 녹음하고요.

 

 


LE: 작업할 때 아웃보드와 콘솔을 사용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주로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편인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인터페이스에 컴프레서(Compressor) 기능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워낙 에이블톤 라이브에 내장된 게 좋은 것이 많아서 안 쓰고 있어요. 저는 에이블톤 라이브 안에 컴프레서와 글루컴프레서(Glue Compressor)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악기는 로즈(Rhodes), 야마하(Yamaha) DX-7이랑 마이크로코르그(microKORG) XL+을 사용하고 있어요. XL+는 리드 소리가 예뻐서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코르그 SV-1는 마스터키보드 용으로도 사용하고 있는데요. 저는 안에 있는 스트링 사운드와 EP 사운드를 많이 썼어요. 스트링 사운드 이야기를 하자면요. 에이블톤 라이브에 내장된 오케스트라 사운드도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스트링 사운드를 쓸 때는 두 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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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DAW를 고르는 데도 조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에이블톤 라이브의 디자인이 한몫했을까요?

 

네. 일단 저는 처음 학교에 다닐 때 큐베이스(Cubase)를 배웠는데요. 큐베이스는 너무 안 예뻤어요. 그래서 FL 스튜디오(FL Studio)를 쓰다가, 22살 때 누가 우연히 에이블톤 라이브를 알려줘서 써 봤거든요. 그때 써보니 디자인이 너무 이뻐서 에이블톤 라이브에 꽂혔어요. (*엘라이크가 사용하는 Ableton Live 11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크게 한 몫했다고 생각해요. 에이블톤 라이브가 독일에서 만든 DAW라고 들었는데요. 베를린이 워낙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니까 저도 괜히 에이블톤 라이브에 많이 관심 가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정말 제가 몇 년 동안 사용했는데 질리지 않을 정도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에이블톤 라이브 세미나를 들으러 갔는데요. 베뉴를 마치 우주처럼 꾸며 놓은 거예요. 저는 그걸 보고 에이블톤 라이브는 감성을 안다고 확신이 들었죠.

 


LE: 그 외에도 엘라이크 님이 선호하는 이펙터가 있을까요?

 

저는 사운드토이(Soundtoys)에 있는 Sie-Q라는 이펙터를 자주 써요. 이 이펙터가 높은 음역대들을 이쁘게 도드라지게 만드는 건데요. 저는 모든 신스에 이 이펙터를 물리고 있어요. 그리고 에이블톤 라이브 내장 이펙터를 많이 쓰는 편이에요. 최근에 진짜 많이 쓴 건 에이블톤 라이브의 내장 이펙터인 드럼 버스(Drum Buss)예요. 드럼 버스는 음악을 단순하고 투박하게 부스트 해 주는 게 아니라 재밌게 부스터를 해 주거든요. 그렇게 그룹으로 드라이브를 먹이니 마음에 드는 소리가 확 나오더라고요. 신세계였죠. 또, 오버드라이브(Overdrive)도 자주 쓰고요. EQ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나오는 팹필터(FabFilter)를 써요.

 

 


LE: 엘라이크 님이 화성학에도 일가견이 있으시잖아요? 인터뷰에서는 이제 화성을 버렸다고 하셨긴 했지만, 그래도 어떤 무드나 장면을 만들 때 쓰시는 코드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화성을 버린 건 아니고요. 과하게 안 쓰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너무 코드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표현하려는 메시지가 전달이 잘되지 않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코드에만 집중하지 말고 흐름과 분위기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메이저는 밝은 느낌이고, 마이너는 어두운 느낌이라는 걸 모두 알잖아요. 메이저 느낌이 A라 치면 마이너 느낌이 B예요. 어떤 노래는 A-A-B-A, 어떤 노래는 B-B-A-B로 흐름이 구성된 게 있거든요. 만약에 케이크라는 노래 프로젝트를 만든다 치면요. 이런 흐름으로 생크림을 얹어 낸 다음에요. 초콜릿 같은 분위기를 내는 코드를 쓰는 식이죠. 그래서 저는 흐름, 코드가 가진 무드와 바이브, 그리고 보이싱(Voicing, 코드의 구성음을 배치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걸 노래에 과하지 않게 잘 버무리는 게 좋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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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트랙의 가창자를 선택하는 데 어떤 것을 가장 많이 보는 편인가요?

 

저는 성향에 맞춰서 작업하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사전에 만나서 이야기해요. 성향이라는 게 성격도 있고, 작업 방식도 있는데요. 저는 그걸 빠르게 파악해서 맞춰가면 돼요. 제일 중요한 건 노래하시는 분들의 음역대고요. 또, 편곡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방법, 어떤 멜로디를 많이 사용하고, 어떤 키를 좋아하시는지를 파악해요. 예를 들면 여자 보컬 분의 음역이 어디에 있으면, 저는 보컬의 음역을 감싸는 느낌으로 악기와 노트를 구성하고 편곡해요. 제 것만 내세워도 안 되고, 노래하시는 분들이 앞으로 나와야 하거든요.

 

 


LE: 미노이(meenoi) 님과는 “그만큼만”, 쿤디판다(Khundi Panda) 님과는 “진짜를 보여달라니”, “Empty Spot”를 작업하셨는데요. 각각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일단, 신기하게도 저랑 작업했던 친구들이 자기 이야기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서로 소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어요. 미노이 같은 경우에는 먼저 연락이 와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들을 노래로 풀었어요. 사실 미노이와는 그날 처음으로 저희 집에 와서 같이 이야기했는데요. 서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음악적 유대감이 있으니까 편한 느낌으로 작업을 진행한 거 같아요.

 

쿤디판다 같은 경우에는 디렉팅을 잘하는 거 같아요. 첫 작업물 같은 경우에는 리얼 드럼과 베이스가 안 들어갔거든요. 그러다 쿤디판다가 “누나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라며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 저는 너무 좋다고 했죠. 그렇게 작업을 잘 진행했죠.
 

 


LE: 블라세(Blase) 님의 “RUN”과 제미나이(Gemini) 님의 “Broken Love”도 각각 어떻게 만드셨는지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RUN”은 처음에 마이너 블루스 구성으로 틀을 만들었어요. 이걸 블라세에게 보내줬는데 좋아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빌드업을 했는데요. 일부러 블라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이 친구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강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일단, 블라세가 랩을 할 때 코드가 많이 들어가면 안 예쁠 것 같더라고요. 블라세의 랩이 한 음으로 계속 때리는 느낌이거든요. 저도 그 맛을 살려주기 위해 베이스도 조금 더 팻하게 만들고, 뚱뚱하고 더러운 느낌의 사운드를 구현하려 했어요.

 

“Broken Love” 같은 경우도 비슷하게 접근했어요. 제미나이는 옷도 잘 입고 세련된 느낌이잖아요. 그러니 곡도 너무 재지하게 풀어내면 안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트릿한 느낌으로 간단히 가면서도 서글픈 느낌을 줘야 하니 차분히 연주했어요. 이런 식으로 저는 작업할 때 아티스트나 스타일을 녹여내려고 해요. 
 

 


LE: 또, 절친한 분들과 함께 세션 작업을 하셨잖아요? 세션 분에게 어떤 느낌으로 연주해달라 정리해서 보내주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Olive]에 수록된 “신호등” 같은 경우에는 어떤가요?

 

일단은 악보를 정리해서 보내줘요. 그런 다음에 추상적으로 설명해요. 예를 들어서 “신호등”을 작업할 때는 ‘신호등은 우리 생활의 일상적인 것이고, 일상 속의 사람들을 지켜보는 건데 그게 나였다. 그러니 네가 베이스를 연주할 때도 과하지 않고, 일상적이면 좋겠다. 또, 사람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그린 구간에서는 노트 수를 많이 해주거나 16비트로 연주해 달라’고 이야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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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Olive] 이전에도 엘라이크 님이 감각적인 사운드를 잘 쓰신다고 생각했지만, [Olive]를 기점으로 소리로 공감각적인 심상을 그려낸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영화 OST 음악이 시작인 거 같아요. 저는 영화를 보고 하나의 앨범이라 대입해 보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보고 OST를 듣다 보면 또 그 영화가 생각나잖아요. 그렇게 저도 뭔가 장면이 생각나는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예시를 들자면요. <벼랑 위의 포뇨>의 1번 트랙이 “심해 목장”이라는 노래인데요. 바다 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거든요. 진짜 멋있고 음악이 끝내줘요. 좋아하는 영화 음악가로는 히사이시 조(Hisaishi Joe)와 <핑크 팬더>의 주제곡을 만든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가 있어요.

 

 


LE: 232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CURVE”도 단어를 음악으로 그려낸 것처럼 느껴졌어요.

 

일단 232라는 공간을 생각해 보니 살짝 섹시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232가 술도 있고, 음식도 너무 맛있지만, 232에 와서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섹시한 느낌을 곡에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다른 참여진분들과 어떤 차별화를 둘지 고민하다가 메모장을 보니 ‘커브’라는 단어가 눈에 딱 들어왔어요.

 

노래를 들어 보면 똑똑하면서 걷다가 문을 여는 소리가 나오거든요. 저는 그 부분에서 두 개의 곡선이 만나서 점이 찍히는 커브처럼 팍 터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두 곡선은 남녀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뭔가가 될 수 있는데요. 그런 점이 만나는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고, 섹시한 느낌을 주고자 했죠.
 

 


LE: 이외에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업이 있다면 어떤 작품이에요?

 

개리 오빠 노래를 작업할 때였어요. 개리 오빠랑 스프레이(Spray) 오빠랑 대화를 많이 나눴거든요. 그러면서 개리 오빠의 미국 생활도 듣고, 지금의 감정과 기분을 잘 파악해 정리했던 작업이라 재밌었어요. 오빠에게는 실험 같은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개리 오빠가 냈던 기존 곡은 스네어도 세고 강렬한 느낌이었거든요. 저는 오빠한테 결혼도 하셨으니까 ‘예쁜 음악을 만들어보자. 밴드셋처럼 리얼 드럼, 리얼 기타를 받아서 작업해 보자. 스네어도 줄이고 좀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보자. 신스 브라스 소리도 살짝 하이를 깎아보자. 믹스 부분에서도 하이를 깎자.’ 이런 식으로 작업을 했는데요. 나중에 차에서 하는 걸 정말 예쁘게 표현했다는 댓글을 보고 오빠가 야한 가사를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전원 웃음)

 

 


LE: 프로듀서로서의 보람은 보통 어디에서 오는 편인가요?

 

인간적인 교류를 나눌 때도 있지만요. 제가 의도했던 걸 어느 정도 알아봐 주시면 정말 기뻐요. 제가 사운드를 만지고 노력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디테일하게 알아주시면 너무 반갑고요.

 

 


LE: 본인이 아니라 외부 작업을 할 때 레퍼런스가 명확히 주어질 때가 있잖아요. 이런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레퍼런스 작업은 힘들긴 하지만요. 저에게 또 다른 자극을 줘서 재밌어요. 또, 저는 레퍼런스가 별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그분들은 프로듀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뉘앙스나 분위기를 내달라고 설명할 방법이 이거밖에 없거든요. 이런 걸 정리하려면 이분들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겠어요. 또, 옛날보다는 그런 분들이 저희를 많이 존중해 주시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는 소통의 방법이라 생각해서 레퍼런스 작업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LE: 또, 한창 타입 비트를 통해 프로듀서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만큼 프로듀서 역시 본인을 마케팅해야 하는 시대가 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리스펙해요. 요즘 많은 분이 타입 비트를 만들고, 타입 비트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자기 앨범을 낼 기회를 얻잖아요. 이처럼 타입 비트는 프로듀서가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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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 외에도 최근의 음악 경향, 혹은 프로듀서에게서 느껴지는 일련의 경향이나 유행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장르가 너무 많아졌잖아요? 이제는 각자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어떻게 잘 풀어내는지가 문제인 거 같아요.

 

 


LE: 그렇다면 엘라이크 님이 앞으로 어떤 사운드, 장르를 구현하고 싶고, 어떤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고 싶나요?

 

앞으로도 ‘엘라이크’ 다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어요.

 

 


LE: 마지막으로 엘라이크 님이 앞으로 들려주고 싶은 소리에 대해서 예고해 준다면요?

 

저는 다양하게 풀어서 저의 재미있는 면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 주에는 실제로 제가 작업한 파일을 직접 글로 소개해 드리고, 프로젝트 파일도 보여드릴 거예요. 저만의 사운드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여드릴게요!

 

 

"해당 프로젝트는 Ableton과의 협업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총 여섯 명의 프로듀서가 Seeing Sound 프로젝트에 함께 합니다."

 

*비앙(Viann) EP. 01: 링크
*비앙(Viann) EP. 02: 링크

*홀리데이(HOLYDAY) EP. 01: 링크
*홀리데이(HOLYDAY) EP. 02: 링크

*판다곰(Panda Gomm) EP. 01: 링크
*판다곰(Panda Gomm) EP. 02: 링크

 

 

CREDIT

Editor

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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