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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 – 비앙(Viann) EP. 01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23.01.05 15:45추천수 12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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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

수많은 음악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많은 이가 음악을 ‘듣는다’의 개념보다는 ‘본다’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Seeing Sound’에서는 음악을 구성하는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글’로 보다 자세하게 해부하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개성이 출중한 총 여섯 명의 장르 프로듀서가 참여하며, 사운드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담은 인터뷰와 각자의 프로듀싱 노하우가 자세히 기록된 에세이가 매주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Seeing Sound’를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교감하고,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첫 번째 프로듀서는 비앙(Viann)이다.

 

 

LE: 오늘은 프로듀서의 ‘소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려 해요. 비앙이라는 프로듀서의 근원이 된 소리는 어디서 출발하나요?

 

근원은 당연히 힙합이었어요.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이 대부분 동부 음악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초기 3년 정도는 랍티미스트(Loptimist) 같은 분들의 사운드를 좋아했죠. 그러다 우연히 우주선이라는 팀의 노래를 들은 이후부터 소위 말하는 디트로이트 힙합, 전자음이 많이 가미된 힙합에 꽂힌 거 같아요. 이후에는 제이딜라(J Dilla)의 영향을 받은 사운드를 많이 들었죠. 그게 아직까지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 같아요.

 

 

 

LE: 그런 점에서 비앙 님의 사운드는 다른 힙합 프로듀서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저는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제가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은 각자 특별한 소스, 기술, 리듬을 쓰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포켓 몬스터>로 예를 들자면, 수많은 포켓몬이 있지만, 캐릭터마다 가진 기술이나 특별함이 달라서 본인이 좋아하는 포켓몬이 따로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평이한 것보다는 조금 더 재밌게 해줄 수 있는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LE: 그럼 비앙 님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본인이 좋아하던 취향의 총체적인 합인가요? 아니면 특이한 아이디어를 쓰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건가요?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전 모든 뮤지션이 전자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가 듣고 자란 여러 취향이 음악적 DNA가 되어서 결과물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마이애미에서는 날씨가 더우니까 벗고 파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신나는 음악들이 계속 나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테크노를 이야기할 때 언급하는 디트로이트와 베를린은 두 곳 다 자동차 공장이 많은 도시거든요. 그 지역 음악가들은 태어날 때부터 반복되는 기계 소리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크노 같은 음악을 만들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저도 태어나서 당연히 한국 특유의 음악을 접했고, TV를 보면서 케이팝도 많이 들었죠. 이런 여러 가지 맥락들이 더해져서 나온 게 지금의 제 소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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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별도로 시그니처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 따로 샘플 라이브러리도 정리하시나요?

 

스플라이스(Splice)를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따로 라이브러리를 정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샘플 라이브러리에서 샘플을 사용하는 방법이 이전에 비해 좀 바뀌었어요. 이제는 드럼 소리, FX 소리를 모아두는 게 아니라 친구들의 보컬 데이터나 연주 데이터들을 모아둬요. 이런 것들이 저에게 더 소중한 보물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드럼이 소중했지만, 이제 드럼 샘플은 인터넷에서 너무 찾기 쉬워졌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주변의 보컬과 연주 데이터를 쓰는 게 저만의 무기라고 생각해요.

 

 

 

LE: 최근에도 그런 보물 같은 연주와 보컬 샘플을 쓴 작업이 있을까요?

 

여러 곡에 쓰고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DANG”이라는 싱글이 있죠. 그 노래는 으네(UNE)의 목소리로 메인 멜로디를 짰어요. 또, 호프갱(HOFGANG)과 함께 한 [꼼짝마!] 같은 앨범에서는 누기(Noogie)의 베이스를 잘라서 많이 사용했어요. 이런 식으로 주변 친구들의 목소리와 연주를 저의 음악에 담아냈죠.

 

 

 

LE: 실제 교류를 나누는 분들의 사운드와 인간적 유대감을 음악에 담아내고 계신 셈이네요.

 

그렇죠. 그리고 샘플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성숙해졌잖아요. 법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생각하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존경하는 뮤지션의 음악에서 어떤 걸 샘플링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나름의 대안을 찾다 보니 지금처럼 주변에서 샘플링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LE: 이어서 프로듀서들이 곡을 만들 때 사운드나 특정 무드를 사전에 설정하잖아요? 비앙 님은 음악을 만들 때 어떻게 목적지를 설정하는 편인가요?

 

일단 저는 표현하고 싶은 걸 담은 좋은 음악을 일종의 목적지로 선정하고요. 그 이후에 사운드가 어때야 하고, 무드가 어때야 한다는 세부 사항을 설정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딱 하나만 찍자면 밸런스가 아닐까 싶어요.

 

 

 

LE: 그럼 좋은 음악의 기준도 밸런스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좋은 음악이 무엇이냐는 기준을 두면서 음악을 듣는 편은 아니에요. 저는 들었을 때 좋으면 좋은 거고, 별로면 별로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노래를 뜯어보며 들었을 때는 얼마나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되는 거 같아요.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면 좋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죠. 예를 들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처음 등장했을 때 “Novacane”을 냈는데, 이 노래의 가사가 특별해요. 일반적인 알앤비에서 다루는 사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마약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가사보다도 왼쪽인가 오른쪽에서 나오는 ‘공공’거리는 사운드에 꽂혔어요. “Novacane”은 편곡 면에서 되게 예쁜 노래인데, 다른 한쪽에서 이상하게 느낄 법한 무서운 소리가 나오니까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처럼 남들이 쉽게 하지 않을 것들을 해내는 게 아이디어인 거죠. 저는 이런 곡들을 계속 듣게 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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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아이디어 외에도 좋아하는 소리나 악기 사운드 같은 게 있나요?

 

남들보다 선호하는 게 있다면 전자 신스 소리인 거 같아요. 전자 음악 소리임에도 부드러운 맛이 있거든요. 저는 세럼(Serum)의 소리를 좋아해요. 기본 소리도 좋아하고, 프리셋에 있는 소리도 많이 쓰는 편이예요. 그 외에는 리얼 악기 소리를 좋아해요.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맛이 또 있거든요.

 

 

 

LE: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색을 보일 때 리듬에 집중하기도 하잖아요. 비앙 님이 리듬 파트를 만들 때 주로 집중하는 부분은 뭔가요?

 

저는 흔히 그루브라고 하는 것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해요. 음악을 좋아하고 만드는 사람들은 알 거 같은데요. 그루브라는 단어만 들어도 퀀타이즈를 딱딱해서 만든 음악이 아닌, 머릿속에 느껴지는 음악들이 있거든요. 드럼을 비롯한 리듬 파트가 되는 악기를 쓸 때는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LE: 그럼 주로 즐겨 사용하는 이펙터는 뭐예요?

 

누구나 이펙터를 많이 쓰잖아요? 저도 많은 작업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어요. 대단히 특별한 이펙터를 쓰지 않아도, 특이한 걸 쓴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 미디 이펙트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것들을 위주로 많이 써요. 왜냐하면 그게 컴퓨터 CPU에 무리도 별로 안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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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말씀하신 것처럼 DAW로 에이블톤 라이브를 쓰시잖아요. 언제부터 사용하신 건가요? 

 

맨 처음부터 에이블톤 라이브를 쓴 건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쿨 에딧(Cool Edit) 같이 오디오 편집하는 프로그램을 썼었거든요. 그러다 성인이 되고 음악을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에이블톤 라이브를 쓰더라고요. 당시 그 친구에게 레슨을 해주신 분이 DJ 수리(SOO LEE) 님인데요. 아마 제가 알기로는 그분이 에이블톤 라이브로 한국에서 최초로 정식 강사를 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친구를 통해서 저는 우연히 에이블톤 라이브를 쓰게 된 거죠.

 

 

 

LE: 써보니 에이블톤 라이브의 편의성이나 장점이 있었나요?

 

그때도 어레인지 뷰(Arrange View)와 세션 뷰(Session View)라는 게 있어서 편리했어요. 예를 들어, 루프를 만들 때 세션 뷰를 써서 만들면 되게 편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어레인지 뷰에서 어레인지를 하면 너무 편리하고요. 그리고 오디오 편집이 엄청 잘 돼 있어요. 에이블톤 라이브의 기본 악기 중에 심플러(Simpler)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오디오를 넣으면 MPC를 쓸 때처럼 오디오를 잘라줘요. 그런데 MPC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죠. 마치 전기 신호가 들어오는 것처럼 딱 되거든요. 샘플링과 오디오 편집에서의 편의성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비앙이 사용하는 Ableton Live 11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세요.)

 

 

 

LE: 플러그인은 많이 사용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무조건 플러그인을 써요. 당연히 아웃보드와 콘솔만이 줄 수 있는 사운드가 있지만, 그거는 제 영역이 아닌 거 같아요. 아방가르드 박(Avantgarde Vak) 님처럼 좀 더 연구하고, 보다 완벽하게 음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신 분들이 계시거든요. 아웃보드의 기술이 훨씬 좋은 건 알지만, 제가 이런 태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웃보드에 대한 큰 욕심은 없어요.

 

 

 

LE: 긱 혹은 너드의 영역까지는 아니군요.

 

그렇죠. 가치관의 차이죠. 아웃보드라고 하긴 뭐 하지만, 그래도 롤랜드의 SP-404를 쓰기는 해요. 이건 샘플러지만, SP-404만이 가진 믹스 기능이 있어요. 그래서 90년대 후반쯤에 나온 힙합 사운드를 만들 때, 혹은 제이 딜라 친구 중의 한 명이 만든 사운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믹스 단계에서 SP-404로 작업을 해요. 주로 서리(30) 크루 음악을 만들 때 이 샘플러를 사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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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서리 크루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트랙의 가창자를 선택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가창자의 색이나 스타일을 제일 먼저 보는 거 같아요.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제 음악과 안 맞으면 같이 할 수 없잖아요. 이것도 밸런스라고 할 수 있죠. 또, 이런 트랙에는 이런 보컬이 있어야 한다고 좀 예측하면서 만들기도 해요. 나름의 상황을 보면서 퍼포머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LE: 그렇다면 가창자의 보컬을 트랙과 의도적으로 부딪치게 하는 편이신가요?

 

어릴 때는 부딪히는 걸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특히, 쿤디판다랑 함께한 미발매 곡에서 그런 게 많이 있었고, 트랙도 일부러 더 거칠게 만들었었죠. 그런데 성숙해지면서 관점이 바뀐 거 같아요. 가창자가 가진 메시지도 있고, 목소리에서 내는 에너지도 있다 보니까 보컬을 악기로 쓰는 게 언제나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이것도 조화의 관점에서 보게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곡에서 가치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곡에서는 이 사람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혹은 이 곡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악기로 표현하고, 가사로 나머지 분량을 채우자’ 이런 식인 거죠.

 

 

 

LE: 그럼 아까 말씀하신 친한 뮤지션의 보컬 샘플을 쓰는 건 일종의 악기처럼 목소리를 쓰는 거 같은데요?

 

맞아요. 진짜 말 그대로 목소리를 건반에 심어 놓고 악기처럼 쓰거든요. 어떤 메시지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죠. 다만 인간의 목소리가 가진 무언가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저는 이게 정말 재밌어요. 예를 들면,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나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샘플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람의 목소리를 고음으로 바꾼 소리를 내잖아요. 보통 이런 사운드에 랩을 하는 게 이상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되게 잘 어울려요.

 

개인적으로는 목소리가 음악에 들어가면 마치 알앤비 혹은 소울 음악처럼 특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목소리가 가진 어떤 힘이 있어요. 좀 사이비같이 들릴 수 있지만,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표현하기에는 힘든 부분 같아요.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친구들 목소리를 듣고 자란 것처럼 인간의 목소리가 내면 혹은 DNA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목소리를 악기로 썼을 때 줄 수 있는 감흥도 분명히 있고요.

 

 

 

LE: 소리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보면, 비앙 님은 트랙에 자극적인 소리를 넣는 걸 좋아하는 타입 같아요.

 

과감한 것들을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잘 안 쓸 소리를 일부러 쓰기도 하고요. 드럼도 과감한 소리들을 주로 많이 쓰고, 이펙터와 FX 같은 것들도 남들과 다르게 써요. FX를 빌드업에서 절정으로 갈 때도 쓸 수 있지만, FX 소리를 건반에 심어 놓고 쓰면 또 다른 맛으로 쓸 수 있거든요. 이런 스킬을 [꼼짝마!] 앨범에서 많이 썼어요.

 

 

 

LE: 또, 마디마다 드럼이나 여러 악기를 넣고 빼는 식으로 빌드업을 자주 하시잖아요? 이런 건 본인의 음악적 취향인가요?

 

제 취향이고, 노하우인 것 같아요. 저는 A에서 B로 넘어갈 때 완벽하게 분위기가 바뀌는 연출을 좋아해요. 그럴 때 타악기가 빠지며 넘어가면 되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거든요. 또, 가창자가 랩을 할 때 어떤 특정 부분에 드럼이 빠지면 단어가 귀에 쏙 들어오잖아요. ‘변화를 이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이 단어를 들어보세요’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때, 전체적인 악기가 빠지는 식으로 표현하는 거 같아요.

 

 

 

LE: 항상 소리를 넣거나 뺄 때마다 나름의 의도를 담아두는 건가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좀 의도가 들어가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갑자기 솔로가 나오는 것. 이런 건 의도가 없으면 나올 수가 없잖아요. 보통 곡을 70% 정도 완성했을 때부터 뭐가 필요하고, 뭐가 필요 없는지 파악해요. 그때부터 진짜 의도가 들어간 소리를 넣고 빼고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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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비앙 님이 사운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업은 뭔가요?

 

가장 충격적인 작업은 “0과 1 사이”라는 곡이에요. 피처링으로 참여한 후디(Hoody) 누나가 너무 터무니없이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내준 거예요. 제가 피처링을 부탁할 때 카톡 메시지를 몇 개 보낸 게 끝이었거든요? 그런데 후디 누나가 저라는 사람을 완벽히 이해한 것처럼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어서 준 거예요. 그 누나가 음악을 잘하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 잘했고, 이렇게 나를 잘 알고 있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충격을 받았죠. 약간 좋은 의미로 뒤통수 맞은듯한 경험이었어요.

 

 

 

LE: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만족스럽게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 작업을 하다 보면 레퍼런스가 명확히 주어질 때가 있잖아요. 레퍼런스가 명확한 트랙들을 듣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오히려 레퍼런스가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을 한 계기가 있는데요. 어떤 아티스트가 16년 즈음에 앨범을 만든다면서 저에게 찾아와 책자를 주고 갔어요. 그 책이 앨범 계획서였는데, 읽어 보니까 제가 맡은 곡이 있었어요. 저한테 허락도 안 받고 일단 책을 만든 거죠. 그런데 내용을 읽어 보니까 이 노래의 프로듀서는 누구이고, 노래의 베이스 레퍼런스부터 드럼 레퍼런스, 피아노 레퍼런스까지 적혀 있더라고요. 물론, 표절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어요. 해당 연주를 들을 때 느끼는 감흥을 담아 달라는 의도인 거죠.

 

사실 지금은 레퍼런스라는 말이 표절한 사람들의 변명으로 변질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게 저는 프로듀서들의 탓이 큰 거 같아요. ‘똑같이 만들어 주세요’면 표절이 되는 거고, ‘이런 감흥을 느끼게 해주세요’면 레퍼런스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레퍼런스 트랙을 줘도 전혀 다른 노래를 만들어요. 대신에 비슷한 감흥을 느끼게끔 만들죠.

 

 

 

LE: 타입 비트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한창 타입 비트를 통해 프로듀서들이 브랜딩을 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저는 타입 비트를 프로듀서의 브랜딩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타입 비트 자체가 누구누구의 스타일을 비트로 만든 거잖아요. 그 자체가 자기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브랜딩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타입 비트를 만드시는 분들을 존중하지만요. 대신에 타입 비트는 프로듀서가 자기를 알리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프로듀서가 곡도 팔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가창자들은 어려운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나는 빈지노처럼 하고 싶어’, ‘이번에는 식케이처럼 하고 싶어’ 이런 게 클 거란 말이죠. 이런 수요에 맞춰 나타난 게 타입 비트니까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는 그러지 않은 뮤지션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LE: ‘브랜딩된 프로듀서’ 비앙 님은 프로듀서로서의 보람을 언제 가장 느끼시나요?

 

누군가 제 의도를 알아줄 때인 것 같아요. 대체로 저는 타인의 시선을 배제하고 음악을 일단 만들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쿤디판다가 저지클럽 노래를 듣다가 “형, 이거 예전에 “yoyohere”에 나왔던 거잖아?”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숨겨놓은 의도를 직접 이야기하긴 좀 그런데, 누군가가 알아준 기분이 들 때 오는 보람이 제일 큰 것 같아요.

 

 

 

LE: 그럼 앞으로 어떤 소리를 구현하고 싶고, 어떤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고 싶다는 목표도 있나요?

 

하나 목표가 있어요. 알앤비/소울 음악을 몇 가지 악기를 제외하고 전자 악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작년에 만들어서 올해 내려고 한 앨범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안 냈어요. 의도한 느낌은 나름 나는데, 연구가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은 사람들이 안 좋아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그 앨범은 접고, 다시 연구해서 새롭게 만들려고 해요. 그래도 전자 악기로 소울 음악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 꼭 완성을 해보고 싶어요. 내년에 기반을 다져서 내후년쯤을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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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되어가는데요.  궁극적으로 비앙 하면 어떤 사운드가 먼저 떠오르는 프로듀서였으면 하나요?

 

놀라운, 멋있는 이런 키워드면 좋지 않을까요?

 

 

 

LE: 앞으로 어떤 활동 계획이 있는지도 살짝 말씀해 주세요.

 

2023년에는 앨범을 여럿 계획하고 있어요. 하나는 협업 앨범이 될 거예요. 여러 사운드를 다 아우른 힙합 앨범이 될 것 같아요. 1년 동안 앨범을 많이 안 냈으니 좀 연구를 한 무언가를 내려 하고요. 그리고 1월쯤에 제가 기획한 카페 테이프(CAFE TAPE)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와요. 이 앨범은 들려주는 사람마다 가게에서 낼 앨범이 아니라고 좋은 평을 받고 있어요. 그러니까 많이 기대해 주시고요. 또, 서리 앨범도 곧 나올 예정입니다. 계속해서 많이 지켜봐 주세요.

 

 

 

LE: 마지막으로 다음 주 공개될 비앙 님의 노하우가 담긴 에세이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제가 작업한 한 곡의 프로듀싱 파일을 직접 글로 소개해 드리고, 프로젝트 파일도 이미지로 캡처해서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비앙이라는 프로듀서가 샘플링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악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흥미로우실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에서 말씀드린 내용들이 실제로 구체화되면 어떻게 나오는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바로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해당 프로젝트는 Ableton과의 협업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총 여섯 명의 프로듀서가 Seeing Sound 프로젝트에 함께 합니다."

 

*비앙(Viann) EP. 01: 링크
*비앙(Viann) EP. 02: 링크

*홀리데이(HOLYDAY) EP. 01: 링크
*홀리데이(HOLYDAY) EP. 02: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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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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