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던 연말 결산을 재개해 보려던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TOP 10 같은 건 다른 미디어에서도 많이 할 텐데 다른 건 없을까?’ 그래서 힙합엘이 스태프들이 각자의 한 해를 회고하며 개인적 경험과 인상 깊었던 해외 힙합/알앤비 인물을 결부시켜봤다. 우리는 이러한 한 해를 보냈다. 여러분의 2022년은 어떠했나?
올해의 '친절' – 아미네
그동안 꽤 많은 해외 아티스트를 내한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디자이너(Desiigner), BJ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스미노(Smino), 사브리나 클라우디오(Sabrina Claudio) 등 여러 뮤지션들은 예상했던 이미지와 달리(?) 꽤나 젠틀했다. 유튜브를 통해서만 보던 슈퍼스타의 친절한 모습을 눈앞에서 본다는 건 이 일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리고 올해 한국을 찾았던 또 하나의 힙합 스타 아미네(Aminé)는 앞선 아티스트들 못지않은 젠틀함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당시 촬영 장소에 있던 여러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따뜻했다. 혹시 굿바이 인사를 못한 직원이 있는지 하나하나 살피던 아미네의 눈길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역시 음악보다 인성(?)이 먼저다. - Beasel (Director)
올해의 ‘변화’ – 로잘리아
올 한 해, 내겐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한 가지는 학업을 마친 것이고, 또 하나는 취직을 한 것이다. 그렇게 첫 직장이 된 힙합엘이. 만족도도 높지만 덕업 일치가 된다는 점만으로도 행운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웬걸? 막상 일이 되니 업무에서 주로 다루는 한국과 미국 힙합을 (상대적으로) 덜 듣게 되더라. 내 플레이리스트를 상당 부분 대체한 이들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아티스트들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뮤지션은 로잘리아(ROSALÍA). 그녀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MOTOMAMI]는 개인적인 올해의 앨범 중 하나였다. 2022년에는 실제로 로잘리아를 비롯, 나이지리아 아프로비트 아티스트들과 영국 드릴 래퍼들처럼 미국 밖의 뮤지션들이 인상적인 족적을 남기지 않았나? 향후에도 더욱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시대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 Destin (Editor)
올해의 ‘일꾼’ – 인플로
이 시대 최고의 프로듀서는 누구인가? 이제는 확실하게 한 명을 이야기할 수 있다. 바로 영국의 퀸시 존스(Quincy Jones)라 불리는 프로듀서 인플로(Inflo)다. 마이클 키와누카(Michael Kiwanuka), 정글(Jungle), 클레오 솔(Cleo Sol), 리틀 심즈(Little Simz), 아델(Adele) 등 그와 함께한 아티스트의 이름만 보더라도 입이 떡 벌어지지만, 진짜 놀라게 하는 건 그가 만들어 낸 소리다. 인플로는 흑인 음악의 세부 장르를 한데 아우르는 건 물론, 적절한 사운드와 악기를 덧붙여 곡에 그루비함과 감정선을 부여한다. 그가 구현하는 완성도는 이미 많은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인플로가 참여한 [Kiwanuka]와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는 머큐리 프라이즈(Mercury Prize)에 선정되었다. 게다가 인플로는 소문난 워커홀릭이다. 그는 올해에만 신비주의 컨셉을 내세우는 음악 컬렉티브 솔트(Sault)로 작품을 여섯 장이나 냈으며, 공식 석상에서 음악 회사의 부당한 계약을 성토하며 후배 프로듀서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이쯤 되면 올해의 일꾼으로 꼽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 INS (Editor)
올해의 ‘공감’ – 켄드릭 라마
나의 고향은 대구다. 당연히(?) 아버지 역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이시다. 가부장적이고, 불같은 성격에, 무뚝뚝한 그런 느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내게 올해 가장 큰 공감을 선사한 뮤지션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였다. 작품성으로 큰 인정을 받은 [Mr. Morale & the Big Steppers] 앨범 중에서도 “Father Time”이 남다른 위로가 되었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란 친구들에게 보내는 응원은 이 트랙의 백미. 유사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느꼈을 심정을 감히 안다고 할 순 없지만, 오랜 시간을 아버지 대신 할머니 슬하에서 보냈던 나에게 “Father Time”은 A부터 Z까지 올해의 노래로 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을 느낀 건 댄스디 님, 그리고 잠시나마 함께 일했던 스노비 님의 가사 해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글을 통해 감사를 표하며, 군 생활 무사히 마치기를 기원한다. - Keem (Videographer)
올해의 '일침' - 마이크 딘
올해의 큰 이슈 중 하나로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여러 기행(?)을 빼놓을 수 없다. 한 해 동안 그의 이름은 음악보다는 각종 매체를 통해 꺼낸 발언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 여파로 칸예 웨스트와 협력하던 여러 브랜드나 셀러브리티들의 '손절'이 이어졌다. 정점은 그의 데뷔 시절부터 최근 [Donda 2]까지 오랜 파트너십을 이어온 마이크 딘(Mike Dean)의 인스타그램 포스트였다. 정확히는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의 스티브 안젤로(Steve Angello)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공개한 메시지를 캡처해 공유한 것인데, 정황상 칸예 웨스트의 행보에 대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게시물에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것을 우리 삶보다 우선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우리의 관심을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 현재에 충실하며 매일을 'legacy'로 남기기 위해 살아야 한다” 등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인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직접적으로 칸예 웨스트의 이름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그와 보낸 시간이 하루 이틀이 아닌 만큼 마이크 딘도 어느 정도 돌려 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닐까? 덕분에 앞으로 누군가 어그로를 끌 때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만능 일침 짤'이 탄생한 것 같다. - ATO (Designer)
올해의 '나락' - 칸예 웨스트
올해의 친절 부분 신뢰도 미쳤네요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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