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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 – 이안캐시(Ian Ka$h) EP. 01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23.03.02 10:21추천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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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

수많은 음악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많은 이가 음악을 ‘듣는다’의 개념보다는 ‘본다’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Seeing Sound’에서는 음악을 구성하는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글’로 보다 자세하게 해부하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개성이 출중한 총 여섯 명의 장르 프로듀서가 참여하며, 사운드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담은 인터뷰와 각자의 프로듀싱 노하우가 자세히 기록된 에세이가 매주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Seeing Sound’를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교감하고,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섯 번째 프로듀서는 이안캐시(Ian Ka$h)다.

 

 

 

LE: 오늘은 프로듀서의 ‘소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려 해요. 이안 캐시라는 프로듀서는 요즘 어떤 소리에 꽂혀 있나요?


요즘은 제가 어렸을 때 듣고 자랐던 매들립(Madlib), 피트 락(Pete Rock), 제이딜라(J.Dilla)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영상을 다시 듣고, 보고 있어요. 제가 옛날 저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들의 소리 샘플을 쓰는 것에 꽂혀 있거든요. 요즘 제가 하는 음악에 그런 샘플을 접목하려 하고 있어요.

 

 

 

LE: 최근에는 어떤 음악에 꽂히셨나요?


최근에는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앨범이랑 브록햄튼(BROCKHAMPTON), 드레이크(Drake)와 21 새비지(21 Savage) 앨범을 재밌게 들었어요. 저는 래퍼가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비트 초이스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래퍼가 다양한 비트를 잘 고른 거 같고요. 드레이크도 라인을 되게 잘 써서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

 

 

 

LE: 이전 인터뷰에서 본인의 음악에 영향을 준 프로듀서로 르자(RZA)를 꼽으셨는데요. 르자의 음악에 어떤 매력을 느끼셨나요?


제가 중학교 1학년쯤에 우탱 클랜(Wu-Tang Clan)을 듣고 힙합에 빠졌는데요. 우탱 클랜의 사운드가 러프하고, 어둡고, 멜로디도 별로 없고, 지저분한데도 되게 신나거든요. 저한테는 그런 르자의 정돈되지 않으면서도 어둡고 신나는 사운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LE: 앞서서 말씀해주신 프로듀서분들은 샘플링의 대가들이잖아요? 이분들의 비트에서 사운드적으로 어떤 매력을 느끼셨나요?


당시에는 저에게 샘플링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도 샘플링을 해보기 시작했는데요. 원곡을 차핑(Chopping)하고 새롭게 배치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는 거잖아요? 이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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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사실 이안 캐시 님하면 떠오르는 사운드는 트랩인데요. 이런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트랩 곡을 많이 만들었다 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트랩을 되게 좋아하다 보니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는 거 같아요.

 

 


LE: 트랩이라는 음악에 매력을 느끼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저는 솔자 보이(Soulja Boy), 릴 웨인(Lil Wayne), 치프 키프(Chief Keef)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즐겨 듣곤 했어요. 완전 ‘클럽 싯(Club Shit)’이라 생각했거든요. 아무래도 박자가 쪼개져 있다 보니 다른 사운드에 비해 리듬적으로 더 신나고 턴업되는 것 같아요. 808 베이스도 클럽에서 들으면 가슴이 울리고 그러잖아요? 단순하게 그냥 신나기도 하고요. 이처럼 트랩은 어렵지도 않고, 누구나 리듬만 들어도 신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LE: 인터뷰를 보니까 원다걸(Wondagurl), 808 마피아(808 Mafia)에 매력을 느끼셨다고 하셨는데요. 조금 전에 말하셨던 매들립, 제이 딜라와는 사운드적으로 어떤 다른 매력을 느끼셨나요?


제가 성격이 소심하고 조용한 편인데요. 두 프로듀서의 음악에서 저와 반대 같은 모습을 느낀 게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원다걸의 외모를 보면 엄청 너드 같은 10대 소녀거든요. 그런데 음악은 완전 깡패 같은 거예요. 마찬가지로 808 마피아의 음악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느꼈고요. 그런 음악들에서 영향을 받다 보니 저도 그런 느낌을 좀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LE: 그렇다면 최근 들어 사운드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프로듀서가 있을까요?


워낙 요즘은 잘하는 트랩 프로듀서분들이 많잖아요. 저는 그 안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프로듀서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이나 테이 키스(Tay Keith), 피에르본(Pi'erre Bourne) 같은 프로듀서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또, 케니 비츠(Kenny Beats)도 즐겨 듣고, 유튜브 채널도 즐겨 보고 있어요.

 

 

 

LE: 또, 케니 비츠와 놀리지는 에이블톤 라이브를 쓰는 걸로도 알고 있어요.

 

케니 비츠가 래퍼들에서 즉석에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고, 녹음하는 콘텐츠가 있거든요. 저는 예전에 그걸 즐겨 봤었어요. 케니 비츠가 에이블톤 라이브로 음악을 만드는 화면이 나와서 이 친구는 어떻게 작업하는지 어깨 너머로 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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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안 캐시 님도 에이블톤 라이브를 작업하시잖아요.


에이블톤 라이브를 쓴 지는 7~8년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는 FL 스튜디오(FL Studio)를 썼고, 그다음에는 스튜디오 1(Studio 1), 지금은 에이블톤 라이브를 써요. 당시에는 FL 스튜디오가 구하기 쉬워서 썼는데요. 에이블톤 라이브를 써보니까 내장 이펙터가 되게 좋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에이블톤 라이브에 있는 기본 내장 에디터를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요. 특히 리버브(Reverb), 딜레이(Delay)와 같은 공간 계열이나 아니면 디스토션(Distortion)을 걸 때 필요한 오버드라이브(Overdrive)나 세츄레이터(Saturator)를 많이 써요.

 

또, 에이블톤 라이브는 이펙터를 믹서 창에 넣었을 때 직관적으로 보여서 너무 편리해요. 굳이 창을 열 필요 없이 믹서창에서 다 보이고, 바로 이펙터 값을 설정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자주 쓰는 플러그인에 페이버릿(Favorite)을 설정할 수 있거든요. 이 기능을 써서 카테고리별로 나눠 놓으면 편리해요. 그리고 오디오 편집 기능도 되게 좋아요. 오디오 파일을 클릭하면 왼쪽에 클립 뷰(Clip View)창이 있는데요. 거기에서 음의 키를 조절할 수 있는 트랜스포즈(Transpose) 기능, 템포를 음정 변화 없이 바꾸는 타임-스트레칭(Time-Stretching), 기본적인 엔벨로프(Envelope) 기능,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메이션(Automation) 등등을 바로 설정할 수 있어서 편리해요. (*이안 캐시가 사용하는 Ableton Live 11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세요.)

 

 

 

LE: 그렇다면 이안 캐시 님이 생각하는 좋은 소리는 어떤 건가요? 


저는 비트 무드에 어울리는 소스가 좋은 소리인 것 같아요.

 

 

 

LE: 비트를 만드실 때 메인 테마를 먼저 설정한 후에 작업에 임하시는 편인가요?


때마다 다르기는 한데요. 먼저 메인 테마를 작업하고 드럼이나 기타 악기를 쌓는 경우도 있고요. 특색 있는 808 소스를 사용할 경우에는 드럼 룹을 먼저 완성하고 테마를 얹을 때도 있어요.

 

 

 

LE: 프로듀서들은 소리로 자신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잖아요. 이안 캐시 님은 자기 자신 혹은 감정이나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특히 집중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원 소스를 되게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저는 믹스를 한다고 해서 소리가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믹스는 소리를 다듬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만큼 저는 비트의 무드에 어울리는 원 소스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예요.

 

 

 

LE: 그렇다면 따로 샘플 라이브러리도 만들어 두시나요?


원래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사운드를 폴더에 모아 놨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니 쓰는 소스만 너무 쓰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정리를 따로 안 하고 멜로디나 룹이나 어떤 테마가 있으면 거기에 어울리는 소스를 계속 찾는 거 같아요.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는데요. 만들어 놓은 뒤 곡을 들어보면서 소스를 바꿔야겠다 싶으면 또 소스를 바꾸기도 해요. 

 

 

 

LE: 이안 캐시 님은 소리를 쓸 때 어떤 의도를 담아두시는 편인가요?


보통은 멋있다고 생각해서 넣는데요. 저는 오마주(Hommage)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예술에서 오마주는 리스펙의 의미가 있잖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샘플링해서 소스만 조금씩 넣고 있어요. 노래를 통샘플링하는 건 아니고, 조금씩 샘플링해서 넣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샘플링했던 원곡을 저도 제 스타일로 샘플링해서 살짝 바꾸는 식으로 오마주하고 있어요. 

 

 

 

LE: 샘플링을 할 때는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사실, 에이블톤 라이브로 샘플링을 하면 편하거든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샘플 오디오파일을 클릭하면 클립 뷰 창이 뜨는데요. 타임 스트레칭이나 트랜스포즈 기능을 사용하면 사운드를 쉽게 변경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사운드로 재창조할 수 있어서 편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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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안 캐시 님은 본인만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사실 저는 어떤 스타일이 확고히 있지는 않아요. 그동안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좋게 나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작업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태까지는 저만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은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오마주를 넣는 식으로 저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려 하고 있어요.

 

 

 

LE: 예전 인터뷰에서 본인의 노래에 ‘아이시(ICY)’한 매력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아이시한 매력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예전에 제가 작업을 할 때는 사운드를 많이 레이어링했어요. 뭔가 꽉 차 있어야 풍부하게 들릴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레이어를 하나씩 빼고 심플하게 가려고 해요. 저는 심플하지만 턴업 되는 노래가 진짜 멋있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트랙이 너무 꽉 차 있지 않고 덜어낸 게 아이시한 느낌이 드는 거 같아요.

 

 

 

LE: 본인의 노래가 외국 노래처럼 들리길 원하신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저희가 외국 힙합을 들으면 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해도 신나고, 좋다고 느끼잖아요. 저도 어떤 외국 사람이 제 노래를 들으면 ‘이거 쩐다!’란 느낌을 받길 원했던 거 같아요. 물론, 가사가 안 중요하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사운드적으로 누구나 다 좋다고 할 수 있는 느낌인 거죠. 1차원적으로 소스가 좋아도 쩐다는 느낌을 받지만, 저는 쌈마이 소스를 쓰더라도 음악에 어울리기만 하면 좋은 사운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사운드 소스의 퀄리티보다 중요한 건 딱 들었을 때 느낌이 오면 좋은 사운드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LE: 이런 소리들을 모아 리듬 파트를 만들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저는 트랩은 808이 메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을 작업할 때 무조건 808 위주로 밸런스를 맞추고 작업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샘플 룹이나 메인 테마를 만들어 둔 다음에 어울리는 808 소스를 고른 골라요. 그리고 고른 808 소스가 어느 노트에서 매력적인 사운드가 나는지를 보죠. 예를 들어, 고른 808 사운드 소스가 이플랫(Eb)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면 메인 테마의 키를 다 이플랫으로 바꾼 다음에 작업을 해요. 또 리듬적인 부분은 808의 패턴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808 노트를 많이 가져가냐, 적게 가져가냐 등으로 리듬 자체가 바뀌니까요. 그래서 808이고 드럼이고 다 때려 박고, 많이 나온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고 봐요. 808이 조금 나온다고 해서 노래가 쳐지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심플할 때 터지는 경우가 있어서, 808 소스를 넣고 빼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LE: 원 소스에 이펙터나 EQ는 따로 걸지는 않으시나요?


때에 따라 걸지만, 많이 걸지는 않으려 해요. 만약에 808에 드라이브를 걸 때는 오버드라이브나 앱에 있는 세츄레이터를 주기도 해요. EQ는 저음역대를 약간 깎는 식으로만 해요.

 

 

 

LE: 808 외에도 좋아하시는 소리나 악기 사운드가 있을까요?


저는 808이나 드럼 킷 같은 경우에는 샘플 킷을 사용하고요. 악기는 퓨리티(Purity), 넥서스(NEXUS), 아날로그 랩(Analog Lab), 옴니스피어(Omnisphere) 같이 남들도 쓰는 걸 많이 사용해요. 저는 트랩에서 텍스처 사운드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텍스처를 다룰 때는 포탈(Portal)이라는 이펙터를 자주 써요. 옛날 느낌을 낼 때는 RC 이펙터를 사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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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안 캐시 님의 평소 워크플로우도 궁금해요.


일단 비트를 많이 만들어 놓고 쌓는 식이예요. 저는 우울한 기분을 느끼거나 어떤 무드를 주기 위해 음악을 만들지 않고요. 음악을 듣다가 제가 만들고 싶어 하는 걸 만들어요. 

 

 

 

LE: 트랙의 가창자를 고르시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저는 무작정 이 사람이랑 하고 싶다는 식으로 가창자를 찾지 않고, 제 음악이랑 어울릴 거 같은 래퍼를 찾아요. 만약에 어떤 트랙이 있으면, 트랙과 어울릴 사람을 디깅해서 작업을 해요. 

 

 

 

LE: 작업을 할 때 따로 디렉팅 하시는 부분도 있나요?


작업을 할 때는 따로 디렉팅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음악가 각자만의 색이 있고, 생각이 있는 거니까요. 저는 래퍼가 자유롭게 작업을 하게 둬요. 만약 제 이름으로 노래가 나올 때는 수정사항을 부탁하기는 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크게 터치하지는 않아요. 이 부분은 랩을 덜 복잡하게 했으면 좋겠다 정도죠.

 

 

 

LE: 신인 래퍼 분들을 잘 발굴하시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분들은 어떻게 디깅하시나요?


사운드클라우드나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인지도가 없어도 겹치는 지인들이 있잖아요. 그걸 타고 가다가 피드에 있는 노래를 들어보고요. 이 사람의 공식 음원이나 사운드클라우드 작업물을 들어보고요. 또, 같이 하는 래퍼가 있으면 가지치기로 들어 보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좋은 래퍼들을 알게 되더라고요.

 

 

 

LE: 신인 래퍼 분 중에는 자신의 장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예도 있을 거 같은데요. 어떠신가요?


저는 인지도가 별로 없는 래퍼나 혹은 신인이라고 해서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래퍼가 잘한다고 생각해서 작업한 거거든요. 실제로도 어리고 신인이지만, 잘하는 사람도 많고요. 오히려 지금 트랩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사람이 많아서 터치를 잘 안 해요. 물론, 수정사항이 있으면 부탁하긴 하죠. 그렇다고 이분들이 경력이 덜 하다고 해서 제가 디렉팅을 더 많이 해줘야 하는 건 딱히 느끼지 못했어요.

 

 

 

LE: 예시를 들어주시면 어떨까요?


“Guap”을 예로 들면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트랙에 제일 잘 어울릴 만한 사람을 생각하는데 왠만하면 색다른 조합을 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듣는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처음에는 멧돼지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요. 생긴 것만 보면 엄청 빡 소리 지를 거 같지만, 오히려 목소리 톤이 나지막하게 야마가 있어서 같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미지적으로는 던밀스(Don Mills)랑 하면 어울릴 거 같았고요. 그리고 훅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쓰고 싶어서 찾아보다 아틀렛(ATLET)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요. 아틀렛 님은 소리를 지르는 스타일에서 야마가 느껴졌어요. 이분이 훅을 하면 그림이 완성되겠다고 생각했죠. 

 

 

 

LE: 편곡을 따로 하는 부분도 있으신가요?


편곡은 듣고 원래 가사에 어울리게도 하고요. 사운드적으로도 이런 멜로디 부분은 그냥 빼는 게 낫겠다는 식으로 편곡을 해요. “Guap” 같은 경우에는 벌스 끝나자마자 바로 훅이 나오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아틀렛 님이 훅을 첫마디에 하는 게 아니라 반마디 앞에서 훅을 시작하더라고요. 훅이랑 랩이 겹쳐서 지저분하게 들리더라고요. 이걸 펜토(Pento) 형한테 들려줬더니 “한 마디 쉬었다가 하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주더라고요. 그렇게 편곡하니까 더 좋게 들렸죠. 저는 이런 식으로 편곡 작업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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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첫 정규 앨범인 [ICEBOX]의 크레딧을 보니까 프로듀서 분들과 공동 프로듀싱을 하신 거 같더라고요.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프로듀서분들이 흔히 말하는 샘플팩, 루프팩을 만드시는 분들이에요. 이걸 이쪽에서는 루프 메이커(Loop Maker)라고 하는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스플라이스처럼 그분들이 만들어 놓은 루프를 쓰는 개념인 거죠. 이건 지금 세계적으로도 흔한 작업 방식이에요. 유명한 외국 프로듀서들도 루프 메이커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기타 같은 경우에는 세션 작업을 하면 제가 너무 원하는 기타 세션 느낌이 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에보니(Theevoni) 님 같은 경우에는 본인 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기타 루프가 있느니, 그 느낌을 사용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거예요.

 

 

 

LE: 보컬과 악기 같은 경우에는 트랙에서 어떻게 배치하시나요?


트랙에 따라 달라지긴 해요. 저는 가사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곡이라 생각이 들면 보컬 위주로 트랙 배치를 해요. 그런데 보컬 플로우가 단순해서 사운드적으로 악기 같은 느낌을 내게 되면요. 보컬이 비트랑 합쳐서 하나의 악기로 느껴지게 배치해요. 또, 때에 따라 목소리도 일부러 찌그러트릴 때도 있어요. 

 

 

 

LE: 김아일(Qim Isle), 콕재즈(Cokejazz) 님과 같이 절친한 분들과 작업을 할 때는 어떠신가요?


아일이 같은 경우에는 워낙 음악적으로 스펙트럼이 넓고,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갖춘 느낌이 들거든요. 아일이는 라이브러리에서 자기가 표현하는 방식을 꺼내서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걸 잘해요. 그렇게 아일이랑 작업하면 항상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이 나와서 많이 배워요. 콕재즈 같은 경우에는 애초부터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친구예요. 듣는 것도 비슷한 힙합을 듣고요. 그래서 둘이 작업실에서 술 마시고 놀다가 콕재즈에게 “어떤 느낌의 기타 루프가 필요할 거 같다.”라 말하면 금방 그 느낌으로 만들어줘요. 이해도가 이미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작업을 했죠.

 

 

 

LE: 저스디스(JUSTHIS) 님과의 작업은요?


저는 저스디스가 사운드나 플로우 면에서도 잘하지만, 가사에도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 친구의 작업물이 오면 가사에 어울리게끔 노래를 편곡해요. 그런데 저스디스 본인이 드럼을 뺄 때 빼고, 넣을 걸 넣는 식으로 어느 정도 노래를 편곡하고 저에게 보내줘요. 본인 목소리에 딜레이 같은 이펙트를 넣어서 보내기도 하고요. 또, 저스디스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제가 거기에 맞춰 후반 편곡을 한 경우가 많아요.

 

 

 

LE: 바이스벌사(viceversa) 님의 경우에는 어떠세요?


바이스벌사의 작업 같은 경우에는요. 바이스벌사가 여태까지 만들어 놓은 제 곡 중에서 일부를 골라 작업을 한 거거든요. 그 친구가 알아서 잘한 거죠. 특히 “Ferrari”라는 노래는 페라리 엔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야마 있다고 느꼈어요. 생각해 보면 저는 무식한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단순하고, 일차원적이고, 별거 없지만 별거 있는 걸 좋아해요. 바이스벌사가 그런 부분에 특화된 것 같아요.

 

 

 

LE: [ICEBOX]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 앨범에서 구현하고 싶었던 사운드가 있으셨나요?


저는 [ICEBOX]가 마치 하나의 트랩 플레이리스트처럼 느껴지길 원했어요. 트랩도 그 안에서 여러 장르가 있으니, 최대한 여러 스타일을 담으려고 했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슬라임(Slime), 브롱스 드릴, 페인 타입 등을 시도한 것 같아요.

 

 

 

LE: [ICEBOX]의 타이틀 곡 “GTFO”는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길을 막지마”를 샘플링한 곡이잖아요? 이 노래는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가 시작된 건가요?


제가 당시에 브롱스 드릴(Bronx Drill)에 빠져 있었거든요. 브롱스 드릴 프로듀서들이 샘플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보통 힙합 프로듀서들이 옛날 소울이나 훵크를 샘플링하는 편인데, 브롱스 프로듀서들은 최신 힙합이나 팝을 샘플링하더라고요. 저는 이런 게 더 신선하게 느껴졌고, 저도 해 보자 싶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블랙핑크(BLACKPINK)를 샘플링해서 사운드클라우드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힙합도 샘플링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와 씨비매스(CB MASS)를 좋아했거든요. 제가 개코 형이랑도 친분이 있다 보니 샘플 클리어가 쉽겠다고 생각해서 다이나믹 듀오를 선택하게 되었죠. 그렇게 노래를 찾던 와중에 “길을 막지마”가 제목부터 어울릴 거 같아서 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즐겨 듣던 케이 플락(Kay Flock)이나 시기 블랙(Ciggy Blacc)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LE: 또, [ICEBOX] 작업 중에 예상치 못했던 벌스를 보내주신 분이 있나요?


제가 개인적으로 앨범 수록곡 중에서 “No Tap”을 좋아해요. 제가 코르 캐시(Kor Kash)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코르 캐시가 되게 힘없이 훅을 불렀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게 더 터지는 거예요. 그만큼 코르 캐시가 트랙에 어울리게끔 잘 했다고 생각해요. 

 

또, “Trust Nobody”를 좋아하는데요. 노래를 만들 당시에 페인 타입 트랩(Pain Type Trap)을 좋아해서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었고요. 트랙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디깅하다가 로디(RHODY)라는 래퍼 분을 발견했는데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연락을 드렸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거와 딱 부합하는 멜로디와 랩을 써 주셔서 너무 잘하신다고 느꼈죠.

 

 

 

LE: [ICEBOX]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특이한 조합은요?


저는 “GTFO”가 재미있던 거 같아요. 당시에는 플리키 뱅(Fleeky Bang) 님도 유명하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저는 브롱스 드릴 원탑이 플리키 뱅 님이라고 생각해서 훅에 참여시켰어요. 칠린 호미(Chillin Homie) 씨 같은 경우에는 워낙 드릴 쪽으로 잘하고 계시고, 던밀스도 트랩 쪽으로 잘하고 있어서 셋 조합이 재밌던 거 같아요.

 

 

 

LE: 이안 캐시 님은 프로듀서로서의 보람을 언제 느끼시나요?


당연히 사람들한테 반응이 좋으면 좋긴 한데요. 그보다도 저는 좋아하는 아티스트한테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을 느끼는 거 같아요. 멋있는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제 음악이 좋다고 하면 '그래도 내가 좋은 음악을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또, 저는 음원이나 싱글을 내도 그렇게 많은 피드백을 받지 못했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ICEBOX]를 냈을 때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아서 좋았어요.

 

 

 

LE: 작업을 하시다 보면 레퍼런스가 명확히 주어질 때가 있잖아요? 이안 캐시 님은 명확한 레퍼런스가 있는 작업을 잘하시는 편인가요?


레퍼런스는 ‘이렇게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라 ‘어떤 뉘앙스로 곡을 만들고 싶다.’는 걸 알려주는 거거든요. 이렇게 레퍼런스가 오면 저도 이해하기 쉬우니 외주 작업을 할 때는 편한 거 같아요. 그런데 항상 저는 만들면 레퍼런스랑 다른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저는 그게 더 좋은 거 같아요. 매칭도 괜찮게 되었고요.

 

 

 

LE: 최근에 체감하고 있는 음악 경향이나 프로듀서에게 느껴지는 일련의 경향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인터넷 머니(Internet Money)처럼 우리나라도 스머글러스(SMUGGLERS) 같은 무브먼트도 있고, 루프팩처럼 공동작업도 하면서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는 거 같아요. 

 

 

 

LE: 타입 비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군가는 타입 비트를 안 좋게 여길 수 있지만요. 저는 그냥 세분화하기 위한 표시라고 생각해요. 트랩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잖아요. 퓨처(Future) 타입도 있고, NBA 영보이(YoungBoy Never Broke Again) 타입도 있고, 제이콜(J.Cole) 타입도 있어요. 저는 비트 구매자들이 원하는 느낌을 찾기 위한 카테고라이징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제이콜도 제이콜 타입 비트에 랩을 했잖아요. 그 일로 비트를 만든 사람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런 식으로 좋은 브랜딩이 생길 수 있다고 봐요. 자연스럽게 그런 타입 비트를로 인해서 외국 래퍼들이나 다른 여러 사람들과 작업할 기회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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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앞으로 이안 캐시 님은 어떤 소리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옛날 아티스트의 음악을 요즘 음악에 접목한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제가 지금 정규 앨범을 두 개 만들고 있거든요. 하나는 래퍼 한 명과 함께하는 합작 앨범이고, 하나는 정규 2집인데요. 합작 앨범은 올해 중순쯤 나올 거 같고, 정규 2집은 올해 말 정도에 나올 거 같아요. 합작 앨범은 제가 지금 하는 스타일에 가깝고, 정규 2집은 1집과는 다른 느낌으로 준비 중이에요.

 

 

 

LE: 이안 캐시 님은 어떤 프로듀서가 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예전부터 앨범을 봤을 때 크레딧을 먼저 보거든요. 앨범이 발매되기 전에 크레딧을 보면 프로듀서가 메트로 부민이다. 이걸 보는 순간, 이 노래가 어떤 노래일 지 되게 기대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누군가의 앨범에 참여할 때, 사람들이 크레딧에 프로듀서로 이안 캐시가 쓰여 있으면 기대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LE: 마지막으로 다음 주 공개될 이안 캐시 님의 노하우가 담긴 에세이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다음 주에는 실제로 제가 작업한 파일을 직접 글로 소개해 드리고, 프로젝트 파일도 보여드릴 거예요. 저만의 사운드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Ableton과의 협업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총 여섯 명의 프로듀서가 Seeing Sound 프로젝트에 함께 합니다."

 

*비앙(Viann) EP. 01: 링크
*비앙(Viann) EP. 02: 링크

*홀리데이(HOLYDAY) EP. 01: 링크
*홀리데이(HOLYDAY) EP. 02: 링크

*판다곰(Panda Gomm) EP. 01: 링크
*판다곰(Panda Gomm) EP. 02: 링크

*엘라이크(L-like) EP. 01: 링크

*엘라이크(L-like) EP. 02: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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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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