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2952305708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줌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부탁드릴게요.
Kan¥e \est (이하 K) : 안녕하세요, 저는 Kan¥e \est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반 Kanye West는 이미 누가 먹었더라구요.
근데 저는 그 분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그래서 그냥 특수문자만 한 번 섞어보았습니다.
원래 힙합을 2007년도에 에픽하이 4집을 듣게 되면서 힙합에 입문하게 됐어요.
그 후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됐던 외국 래퍼가 칸예 웨스트였고, 그 때는 앨범으로 돌릴 때는 아니고 싱글 단위로 들을 때라 <Flashing Lights> 같은 곡을 들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칸예한테 완전히 꽂혀가지고 앨범 낸 거 다 찾아듣고 그랬었는데.. 솔직히 요새는 꼴보기 싫네요.
오늘도 핫한 이슈가 있기도 했고.. 그래서 마음이 씁쓸한 상태입니다.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Rosalia - <CUUUUuuuuuute>
공 : 좋아하는 아티스트라서 특수문자까지 쓰면서 닉네임으로 했는데, 정이 떨어져나갈 만한 행보만 보여주고 있어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볼건데요. 가장 최근에 들은 음악을 소개해주시면 됩니다.
K : 제가 방금 퇴근하면서 들은 노래인데 Rosalia의 <CUUUUuuuuuute>예요.
처음에는 앨범을 돌리면서 쭉 들어보았는데 스페인어에 대한 이질감이 아무래도 있다 보니까 요새는 통으로 듣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곡은 많이 꽂혀서 듣게 되더라구요.
팝 시장에 스페인어를 대놓고 쓰는 앨범이 나왔다는 것도 신기했고, 원래는 몇 개 듣다가 꽂히는 부분이 있어서 앨범으로 듣게 되었어요.
비트 리듬이 MPC로 찍은 것처럼 들리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CUUUUuuuuuute>같은 경우는 리드미컬하다가 갑자기 발라드 파트가 나왔다가 또 사운드가 변하는 식의 변주를 활용하거든요.
그런 음악이 독특하면서도 재밌게 느껴졌어요.
공 : 곡이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담으려고 한 것 같네요. 로잘리아라는 아티스트는 어떠셨나요?
K : 한창 여성 솔로 3대장처럼 뜨던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미국에는 Billie Eilish, 스페인에는 로잘리아, 프랑스에는 Lolo Zuai가 한창 뜨는 시즌이 있었는데, 그 때 로잘리아에게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게된 것 같아요.
이 3대장 중에는 앨범으로 보면 빌리 아일리쉬가 제일 끌리는데, 개별적인 곡으로 보면 로잘리아가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로잘리아는 앨범 볼륨이 워낙 크다 보니까 통으로 돌리기엔 좀 부담이 있어요.
전 앨범 단위가 좋은 아티스트를 좀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무래도 빌리 아일리쉬가 제 기준에서는 제일 좋지 않나.
공 : 안타깝게 롤로 주아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네요. (웃음)
K : 사실 제가 롤로 주아이 관련해서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한 번 업로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내한도 오고 그래서 되게 잘 될 줄 알았는데 그 뒤로 2~3년간 잠수를 타더라구요.
그 후로 제 머릿 속에는 점점 잊혀지게 되었고.. 새 앨범도 나왔는데 예전만큼 관심이 안 가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Playgirl> 같이 몇몇 곡을 들어보기는 했는데 재밌었어요. 요새 스타일이 사이버틱하게 변하기도 했고.
그걸 보면서 마냥 놀지는 않았구나.. 하지만 노를 더 빨리 저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을 했죠.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김아일 - <Breaking Down>
공 : 새로 떠오르는 여성 솔로 3대장을 언급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일까요?
K : 최근에는 김아일의 새 앨범을 많이 들었어요. 곡으로 따지자면 <Breaking Down>?
요새는 차분한 음악에 많이 꽂혔는데, 앨범의 분위기와 코드의 결이 제 현재 바이브랑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듣고 뷔요크 같다고들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뷔요크 음악을 들어봤는데 또 뷔요크는 저랑 잘 안 맞더라구요.
하지만 김아일의 새로운 음악은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라서 되게 좋았어요.
공 : 김아일이 이런 스타일로 컴백하실 거라고 혹시 예상하셨나요?
K : 전혀 예상 못했죠. 차라리 랩을 했으면 했지 이렇게 노래로 가득 찬 앨범을 발매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래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앨범의 코드와 분위기가 현재 제 취향에 잘 맞고, 평소 스타일처럼 랩 앨범을 냈으면 많이 들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기는 해요.
또 요새는 편안한 걸 찾다보니까, 랩으로 가득 찬 앨범이었으면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다른 노래가 나오지 않았을까..
공 : 저는 개인적으로 김아일의 톤이 한국에서는 많이 볼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 톤을 이용해서 랩 앨범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전혀 동떨어진 앨범을 발매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네요.
K : 저도 처음 발매됐을 때 자기 전에 침대에서 틀어놓고 자야지, 하고 들었는데 나한테 최적으로 맞춰서 내줬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잠 잘 때 듣기도 좋고 책 읽을 때도 듣기 좋고 여러모로 되게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맞 춰서 내줬지??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Substantial - [To This Unoin a Sun Was Born]
공 : 퍼즐처럼 딱딱 들어맞는 김아일의 신보였습니다. 다음 질문은 나만 알고 있는 노래인데요. 어떤 곡을 선곡하셨을까요?
K : 이게 힙합 앨범이기는 한데 랩을 막 되게 잘하는 앨범은 또 아니에요. Substantial의 [To This Union a Sun Was Born] 앨범이구요, 곡을 하나 뽑자면 <if i was your mic>라는 트랙이예요.
이 앨범은 힙합을 즐겨 듣는 제 친구들도 어지간해서는 잘 모르더라구요.
제가 고등학교 때 알게 된 앨범인데 조합이 굉장히 독특했어요. Substantial이라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래퍼인데 앨범 총괄 프로듀싱은 누자베스거든요.
지금 들으면 랩이 그렇게 좋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비트는 사기다. 전부 다 누자베스의 비트는 아니고 한 7~80% 정도?
제가 소개한 곡도 누자베스의 비트는 아닌 걸로 알고 있지만,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누자베스의 향이 나는 것 같아요.
공 : 들어보니까 너무 좋은데요? 혹시 이 앨범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K :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창 누자베스에 빠져있었어요.
[Metaphorical Music]도 찾아서 듣고 그랬는데 그렇게 뒤지고 뒤지다 보니까 Substantial과의 합작 앨범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보았는데 되게 좋은 거예요? 제 취향이랑도 잘 맞기도 하고 그래서 즐겨 듣게 되었습니다.
또 좋다고 해주시니까 뿌듯하네요.
공 : 저도 누자베스의 큰 팬은 아니지만 [Modal Soul] 정도는 들어본 정도였는데, 이런 앨범도 있었다니 한 번 돌려봐야겠네요.
K : 또 그 떄는 동양인이 본토의 사운드와 결합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아시아인이 본토랑 작업을 한다고? 그러면서 더 듣게 되고.
그래서 드렁큰 타이거가 Rakim이랑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와~ 이게 되네' 했던 기억도 나구요.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Kanye West - <Blood On The Leaves>
공 : 알겠습니다. 다음 질문은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혹시 콘서트 가시는 거 좋아하시나요?
K :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페스티벌 위주로 많이 갔었어요. 힙플페라든지, 오프루트 페스티벌 같은 곳을 가서 놀기도 하고.
그 때는 가서 제가 막 뛰어놀기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러다가 올해 넉살, 까데호의 콘서트를 갔는데 뛰어서 놀려니까 되게 힘들더라구요.
흥이 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요새 좀 더 편안한 음악에 끌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임팩트 있었던 무대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면, 지금은 혀클베리피가 되어버린 '그 래퍼'가 힙플페에 왔었어요.
제가 그 때 앞에서 두 번째 줄인가에서 봤었어요. 분신을 한 번도 가보지는 못 했는데 사람들이 '분신, 분신'하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공연하는데 에너지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거 외에는 넉살 까데호 공연에서 기타 치시는 분이 넉살이 멘트를 하는 중에 그냥 기타를 내려두고 무대를 내려가시는 거예요.
넉살이 놀래서 '너 어디가냐?'라고 물어보니까 '나 오줌 싸러간다'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거는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넉살도 당황하고.. 이거는 또 이거 나름대로 대박이다라고 생각했죠.
공 : 이게 재즈네요.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까데호, 넉살의 공연 이야기도 들어보았는데요.
그럼 라이브로 듣고 싶으신 노래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을까요?
K : 제가 닉네임도 닉네임인지라 칸예 웨스트 노래를 안 뽑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는 꼭 라이브로 듣고 싶더라구요.
칸예 웨스트의 <Blood On the Leaves>이고,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정말 사운드에 압도되는 느낌이 있어요.
이거를 만약에 현장에서 듣는다면 미칠 것 같더라구요. 진짜 몇몇 곡에서 비트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중 하나가 이 곡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이현준의 <White Lighter>를 듣고서 약간 깔리는 듯 했고요. 비트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Travis Scott의 <Stargazing>도 비트 드랍되는 순간에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스캇은 결은 다르긴 한데 비트가 스위치 되는 순간에 확 오는 게 있더라구요.
공 : [Yeezus] 앨범은 어떠셨나요?
K : 저는 사실 5집보다 이 앨범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물론 칸예가 처음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앨범을 듣고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어요.
5집도 LP도 살 정도로 엄청 좋아하기는 하는데, 중간에 나오는 <So Appalled>가 옥에 티라고 생각을 해요. 트랙 자체로는 괜찮은데 앨범 흐름에 있어서는 조금 튀지 않나.
그래서 5집 들을 때는 <So Appalled>을 빼고 듣기도 해요. 그 부분이 아쉬워서 6집을 더 좋아하는 것도 있어요.
공 : 확실히 [Yeezus]나 <Blood On the Leaves>를 들으면 심장을 옥죄는 사운드가 이런 거구나를 느낄 수 있죠.
K : 알고도 당하는 느낌.
공 : 역시 칸예가 섭섭하지 않게 닉값을 또 해주신 선곡이었습니다.
K : 그래서 안하려고 하기는 했는데 이 인터뷰가 힙합엘이 회원의 어떤 음악력 측정기가 아닐거니까, 하고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편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다섯번째 질문 : 여행에 관련된 노래
1. Far East Movement - <Rocketeer>
2. Bruno Mars, Kodak Black, Gucci Mane - <Wake Up In The Sky>
공 : 맞습니다. 칸예 웨스트의 6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고, 다음 질문은 여행에 관련된 노래인데요.
여행 가시는 거 좋아하시나요?
K : 여행 가는 걸 좋아는 하는데, 막상 거기 가서 활동적으로 무언갈 하는 걸 또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아요.
말하다 보니까 제가 점점 선비처럼 느껴지기는 하는데, 여행 가서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산책하면서 여행지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걸 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한테 여유를 선물해주었던 여행지는 최근에는 전주를 갔다 왔어요. 사실 전주가 그렇게 오래 있을 곳은 아니예요.
딱 1박 2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데, 그 때 한옥마을 산책도 하면서 카페에서 책도 보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남들이야 전주에 가서 볼 거 있냐, 하는데 저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편안하게 잘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공 : 전주가 주는 고즈넉한 느낌을 즐기셨군요. 그럼 여행과 관련된 노래는 어떤 곡을 선곡해주셨을까요?
K : 아무래도 여행하면 비행기가 떠올랐고, 비행기에서 이륙할 때 듣는 노래가 몇 개 있거든요.
그 중에서 하나가 되게 옛날 노래긴 한데, Far East Movement의 <Rocketeer>입니다. 이 노래가 나오니까 제가 되게 나이 있어보이기는 하는데..(웃음)
도입부에 나오는 보컬이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륙 시작할 때 이 곡을 틀으면 제가 마치 로켓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후렴에서 'Fly'라고 나오기도 하구요.
사실 이 곡을 몇 년 동안 안 듣다가, 코로나 터지기 전에 제주도 갈 때 쯤 이 곡이 생각나서 한 번 들었는데 '와 이거 미쳤다', '역시 근본은 근본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비행기를 탈 일이 생기면 이 곡을 또 듣지 않을까.
공 : 로켓 같은 여행이 되기를 바라면서, 다른 노래는 어떤 곡일까요?
K : Bruno Mars, Kodak Black, Gucci Mane이 함께 한 <Wake Up In The Sky>구요.
이거는 곡 자체는 그냥 나쁘지 않다 정도이고, 뮤직비디오에 더 꽂혔어요.
노래를 또 듣고 있으면 뮤비가 생각나니까, 비행기를 타고 있으면 이코노미라도 내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이코노미를 약간 퍼스트 클래스처럼 느끼게 해주는..
가사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어느 정도 플렉스하는 내용? 그닥 큰 의미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단순한 자기 과시?
구찌 메인이 곡에서 '우! 우! 우!'하는 포인트 때문에 이 곡을 더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이 트리오로 앨범을 냈어도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각자 성향이 너무 달라서 아마 내기 전에 셋이서 싸우고 빠그러지지 않았을까. 코닥 블랙 또 이상한 소리하고 있을 거고.
여기도 아까 곡처럼 'Fly'라는 가사가 자주 나오기도 하네요.
공 : 코닥 블랙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K : 사실 코닥 블랙의 톤이 그렇게 제 스타일은 아닌데 이 곡에서는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또 코닥 블랙이 좋았던 곡은 교도소에서 녹음한 A$AP Rocky 앨범에 있는 <Calldrops>예요.
공 : 그것도 웃긴 게 감옥에 있는 사람한테 전화 걸어서 갑자기 노래 불러달라고 하는 게.. 그 상황이 그려져서 좀 재밌더라구요.
K : 그게 미국에서는 되는구나 싶었죠. 한국이었으면 절대 안 됐을 것 같은데.
뮤직비디오에서도 코닥 블랙이 되게 귀엽게 나오네요. 막내 동생 같은 느낌??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Waka Flocka - <Bustin At Em>
공 : 진짜 전혀 간지나는 몸이 아니라서 오히려 귀여운.. 여행에 관련된 두 곡을 소개해주셨고,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 칸예 웨스트님의 취미는 혹시 어떻게 되시나요?
K : 취업하고 나서는 잘 안 하는데, 예전에 본가 뒤에 대학교가 하나 있었거든요. 거기서 런닝을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요새는 오히려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책을 워낙 안 읽었었던 것 같아서..
영화를 위한 각본집을 제외한다면 최근에는 [구의 증명]이라는 책을 봤어요. 표현도 세고 임팩트도 있어서 저는 되게 재밌게 읽었습니다.
근데 호불호는 갈릴 것 같은?
대략적인 줄거리는 인트로에서 가난한 남녀가 나와요.
남자가 죽었는데, 여자는 남자가 어차피 무연고자니까 대충 공무원들이 와서 태우고 치우겠지, 라는 생각에 그 존재가 잊혀지는 것 같아 아쉬운 거예요.
그 둘이 약속을 한 게 있었는데, 둘 중에서 먼저 죽는 사람이 있다면 남은 한 명이 죽은 사람을 먹어주자, 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게 진짜 먹는 행위인지 은유적인 표현인지는 약간 애매하게 나와요. 소설에서 표현 되는 건 '손톱을 씹어먹고, 머리카락을 한 웅큼 삼키고' 이런 식인데요.
이후에는 남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나와요. 소설이 길지 않고 한 3-40분이면 다 읽을 것 같은데 짧지만 임팩트가 되게 셌어요.
공 : 저번에도 인터뷰이 중 한 분께서 책을 읽고 싶게 추천을 해주셨는데, [구의 증명]도 설명해주시는 걸 들어보니 되게 읽고 싶어지네요.
여유가 되면 같이 빌려서 한 번 봐야겠습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그럼 취미와 관련된 노래는 독서와 관련돼서 뽑아주셨나요?
K : 아니요, 저는 런닝 관련된 노래를 골랐어요. 옛날 렉스 루거 스타일의 Waka Flocka의 <Bustin At Em>입니다.
사실 앨범으로 돌리면 팬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한테는 그 곡이 그 곡 같거든요.
하지만 이 곡은 러닝할 때 무조건 들었던 것 같아요. 숨 찰 때 듣기 딱 좋더라구요.
또 그럴 때 듣기 좋은 곡은 이 트랙을 포함해서 2000년대 초반의 노래들?
T-Pain의 <Turn All the Lights On>이라든지, Usher의 <DJ Got Us Fallin In Love> 같은 클럽튠이나 크렁크 스타일의 아재 트랩 곡들이요.
요즘 트랩도 즐겨 듣는데, 그거는 그루브를 타야 흥이 나는 음악들이다 보니 오히려 런닝할 때 들으면 힘이 빠지더라구요.
런닝할 때는 무식하게 신나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곡들을 즐겨 듣게 된 것 같아요.
공 : 뮤직비디오도 한 번 보셨나요? (네) 지금 또 보고 계신데 어떠신가요?
K : 뮤직비디오는 런닝할 때가 아니라 제정신으로 보니까 너무 무식하지 않나.. 별 거없이 총만 쏴대다보니까.
공 : 저도 지금 보고 있는데 촌스러움과 시대를 앞서간 포인트가 좀 섞여 들어가 있지 않나.
K : 어떻게 보면 요즘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고, 21 Savage와 Metro Boomin이 [Savage Mode 2]에서 옛날 앨범 커버를 오마주하기도 했잖아요.
그거를 보고 옛날 커버 보면 '오, 그래도 이거 나름 간지가 있었네?' 싶었는데, 이 뮤비가 그런 생각과 비슷한 류가 아닌가.
무식한 게 별로인 것 같다가도, 이 때만의 감성이 있었지, 라고 생각하게 하는.
근데 총 쳐내는 건 [원티드]도 아닌 것이.. 군데군데 나오는 총알 씬은 조금 아쉽네요.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런닝할 때 꼭 추천드리는 노래입니다.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 페리 - <Bounce>
(현재) : 창모 - <태지>
(미래) : 언오피셜보이 - <대가리>
공 : 저도 한 때 런데이 8주차까지 완료했던 사람으로써.. 항상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그 때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하더라구요.
만약에 하게 된다면 무지성 런닝에 도움이 되는 와카 플라카 플레임의 곡을 들으면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질문은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인데요. 혹시 세 곡 다 뽑아주셨나요?
K : 다 뽑았고, 일단 과거 먼저 말씀드리기 전에 외국 까지 가면 범위가 너무 많기도 하고 또 잘 안 떠오르기도 해서 국힙 한정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즐겼던 곡 위주로 뽑을 건데, 과거는 아무래도 드렁큰 타이거.. 아 드렁큰 타이거 말고 옛날 YG 패밀리 중에서 페리의 <Bounce>라는 노래가 있어요.
사실 드렁큰 타이거나 가리온 이 분들도 유명하지만, 생각보다 저는 YG 패밀리가 지금 힙합씬에 끼친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고 느껴요.
근데 좀 은근히 제외되는 감도 있고. 요새 언오피셜보이나 릴타치나 지금 이 바이브를 따라하는 걸 보면 나름 과거의 영향력이 있지 않나.
YG 패밀리의 플레이어 중에서 랩으로는 테디가 제일 좋기는 한데, 앨범 단위로는 페리의 앨범이 제일 좋더라구요.
특히 이 곡이 수록된 [Storm] 앨범에서 테디의 랩 퍼포먼스도 무척 훌륭했구요. 원타임은 제 취향이 맞는 노래와 안 맞는 곡이 좀 갈리는 것 같아서..
이 시대에 테디처럼 랩하는 것도 대단하다 싶었어요. 지금까지 랩을 했다면 아마 꽤 거장이지 않았을까.
블랙핑크 랩을 써준 걸 보면 계속 랩 했어도 진짜 잘했을 것 같아요. 전업 프로듀서로만 일하기에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 : 곡 제목처럼 바운스감이 있는 노래를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로 뽑아주셨습니다. 그럼 현재는 어떤 곡을 고르셨을까요?
K : 현재는 창모의 [Underground Rockstar] 앨범에 있는 <태지>. 워낙 유명한 노래이긴 할텐데.
이 앨범이 나왔을 때 한창 호불호가 갈렸잖아요. 근데 저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맨날 들었어요. 특히 <태지>는 미친듯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트랙 배치나 구성 면으로 봤을 때는 [Boyhood]가 좀 더 좋은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많이 돌리게 되는 건 2집이네요.
<태지>에서 나오는 서태지 오마주도 그렇고, 뮤직비디오에서 페라리를 끌고 나오는 장면이라든지, 전반적인 곡 퀄리티를 봤을 때 창모는
이제 웬만한 래퍼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느꼈어요.
서태지에게 직접 컨택을 해서 샘플 클리어를 받아낸 것만 해도.. 이게 또 회사 차원에서 컨택을 한 게 아니라 직접 서태지에게 피드백을 받았다고 제작 다큐에서 나오더라구요.
그런 걸 보면서 서태지도 어느 정도 창모에게 관심이 있었으니까 들어봤던 게 아닐까, 하는 뇌피셜과 샘플 클리어를 받아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커리어가 아닌가.
뮤비도 진짜 잘 찍었구요. 옛날에 일리, 앰비션 이 쪽이 뮤직 비디오 못 찍는다고 욕을 많이 먹었었는데 말 그대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런 부분도 피드백 수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공 : 현재는 창모가 보여준 여러가지 퍼포먼스를 기반해서 <태지>를 꼽아주셨고, 미래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나요?
K : 일단 아티스트는 언오피셜보이를 골랐구요. 앨범은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 곡은 <대가리>를 고르겠습니다.
제가 자주 들은 앨범과 곡으로 뽑기는 했는데, 전반적으로 언오피셜보이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보니까 앨범마다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이런 걸 봤을 때 앞으로의 미래가 앨범 나올 때마다 되더라구요.
이게 오히려 부담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저희가 또 그런 입장까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웃음) 본인이 감당해야죠.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은 곡들에서 GD의 오마주가 나오는 게 재밌었고, 그 외에 <mmm> 같은 곡은 대중성도 갖췄잖아요.
그런 점들이 앨범에 자주 손이 가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drugonline]도 되게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건 좀 부담없이 듣기에는 빡세다 보니까..
몇년 전에는 [drugonline]을 많이 돌렸을 것 같은데.. 요새는 또 잔잔한 음악이 취향에 맞다보니까 아무래도 대중적인 트랙들도 포함되어 있는 2집이 더 끌리지 않았나.
공 : 이제 언오피셜보이가 딕키즈에 이어 D.O.G.라는 크루를 만들어 관련해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 크루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K : 다른 분들도 좋아하기는 하는데, 감마는 최근 세콤 스티커 뗀 사건으로 가오가 좀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뭐 노선 바꾸고 이런 건 크게 상관 없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래퍼라면 가오는 있어야 되지 않나.
근데 세콤 스티커 떼고 굿즈 깨부수는 건 멋이 없는 행동 아니었나.
또 인터뷰 방향에 맞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딥플로우는 멋있어도 저스디스는 멋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1. 타블로 - [열꽃]
2. 김윤아 - [타인의 고통]
공 : 오우.. 알겠습니다. 딥플로우 >>>> 저스디스라는 의견을 말씀해주시면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골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 : 이걸 진짜 많이 고민하다가 추리고 추려서 앨범 두 개로 골랐어요. 둘 다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작품이라 자주 돌리는 앨범은 아닌데요.
하나는 타블로의 [열꽃]이고 다른 하나는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의 솔로 앨범 [타인의 고통]입니다.
[열꽃] 같은 경우에는 제가 한창 우울할 때가 있었는데, 그 감정을 잘 파고드는 앨범이더라구요. 우울함 그 자체를 잘 관통한 앨범인 것 같아요.
물론 그 때가 조금 안 좋은 상황이었어서 [열꽃]이라는 앨범 자체가 지금 돌리기에 크게 반갑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한창 빠져서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에 빠진 것처럼 음악에 빠진 느낌?
공 : 이 앨범은 파트 1 / 파트 2로 나눠서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발매와 관련 없이 앨범은 [열꽃] 하나로 보시는 거죠? (네)
그럼 이 앨범에서 한 곡을 골라주신다면?
K : 저는 이소라가 피처링한 첫번째 트랙 <집>이요. 가사도 너무 좋았고, 이소라랑 타블로가 잘 맞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들어보니까 이소라 말고 이 노래의 후렴을 누가 맡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앨범을 시작할 때 감정을 한 번 뚝 떨어뜨리고 가는 것 같아요.
공 : 이제 인생 앨범으로 타블로의 솔로 앨범을 꼽아주셨는데, 그럼 에픽하이 앨범보다 타블로의 솔로작이 더 와닿으셔서 골라주신 걸까요?
아니면 에픽하이 팀 자체가 더 완성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K : 저는 그래도 에팍하이는 에픽하이지 않나. 왜냐면 미쓰라진이 저평가 받는 것도 알고, 타블로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셋이 뭉쳤을 때의 느낌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셋이 있을 때 실험적인 음악을 더 많이 하기도 했구요. 물론 저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앨범은 실망하기는 했어요. 오히려 10집보다 7집이 더 괜찮은?
7집은 그래도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10집은 우리 하던 거 또 하자, 매너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11집은 망해도 실험적인 앨범을 하나 내줬으면 좋겠어요. 그 전까지는 그래도 앨범의 색채가 어느 정도 다 달랐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뭐.. 그냥 다 똑같다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공 : 저도 앨범 이름과 커버만 다를 뿐이지 최근에 나온 앨범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K : 그 중에서도 8집은 시작이니까 그렇다 치고, 9집은 그 스타일의 완성형이라고 보는데 10집은 뇌절이지 않나..
너무 뻔한 스타일을 우려먹었던 것 같습니다.
공 : 하지만 타블로의 솔로 앨범은 힘든 상황이었을 때 마치 그 감정 안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해주셔서 인생 앨범으로 골라주셨습니다.
[타인의 고통]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이 앨범을 인생 앨범으로 골라주신 이유를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 : 이 앨범도 사실 바닥까지 끌고가는 앨범이기는 해요. 그런데 이건 위로를 건네주기 보다는 우울하니까, 우리 같이 우울하자와 같은 느낌이예요.
최애곡을 뽑자면 <키리에>예요. 이게 가사가 되게 직설적이예요. 우울한 사람이 우울한 상태일 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되게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요.
가사 중에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같이.. 오히려 위로하거나 에둘러 표현하는 것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게 확 와닿더라구요.
<키리에>가 선공개 됐을 시점에 저는 군대에서 티비를 보다가 듣게 됐어요. 군대라서 더 와닿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아무래도 암울한 상황이잖아요? (웃음)
공 : 그 때는 그럼 부조리 심한 시절이었나요?
K : 뭐 저 때도 부조리가 심한 시절이 아니었을 뿐더러, 저희 부대도 부조리 관련해서 나름 깔끔한 편이었어서요.
그냥 혼자 집에 못 가니까 우울한? 갇혀 있는 느낌이 드니까요.
공 : 또 공교롭게도 두 아티스트 모두 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솔로 활동을 한 앨범을 뽑아주셨어요.
에픽하이처럼 김윤아도 자우림으로 팀 활동할 때가 더 좋으신가요?
K : 김윤아는 솔로가 낫지 않나. 자우림 노래가 별로라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솔로 작품에 더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이 4집 앨범이 아마 솔로로 낸 가장 최신작이고, 지금은 또 팀으로 돌아가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최근에 앨범이 나와서 찾아 들어보려고 했어요. 크리스마스 콘셉트인 것 같던데.
자우림 자체가 워낙 음악을 잘 하는 밴드기도 하고.
90년대부터 활동을 했는데 지금까지 밴드로 앨범을 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Outro : 인터뷰 참여소감
공 : 하지만 인생 앨범은 솔로 앨범으로 뽑아주셨네요. (웃음) [타인의 고통]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인터뷰 질문이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인터뷰 참여해보시니 어떠셨나요?
K : 너무 재밌었어요. 사실 일상에서 음악 얘기를 이렇게까지 할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인터뷰를 통해 혼자 생각하던 걸 다 털어놓은 느낌이라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 : 선곡도 다양하게 해주시고 곡에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재밌게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Skit. 1 : 테디형 해줘~
공 : (테디가 랩을 하지 않아 아쉽다고 이야기하던 중) 프로듀싱만 하지 말고 랩 해줘~
K : 사실 저희가 테디처럼 랩을 했으면 애초에 테디한테 랩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겠죠. 저희가 하면 되는데 (웃음)
공 : (웃음) 맞네요. 그냥 내가 하고 말지.
Skit. 2 : [열꽃]과 훌쩍임
공 : (타블로의 <집>을 들으며) 혹시 [열꽃] 재생된 다음에 급격하게 훌쩍거리시고 있는데 우시는 거 아니죠?
K : (웃음) 아니요.. 비염이 있어서요.
공 : (웃음) 또 우울했던 상황과 연관된 앨범이라고 하셔서 농담 한 번 해봤습니다.
K : 섬세하시네요 ㅎㅎ (그딴 걸로 농담을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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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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