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LE x SONYMUSICKOREA

SCREENING EVENT:
Beyonce


날짜

2016. 05. 26. 목요일

장소

아트나인

사진

킥앤스냅


나는 시간이 빌 때마다 외국 웹진을 돌아다닌다. 4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늘 그렇듯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드리며 흥미로운 글들을 즐겨찾기에 넣는 도중, 어느 글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미디움(Medium)에 올라온 이었다. 비욘세(Beyonce)는 늘 여성, 그중에서도 흑인 여성에 대해 말해왔지만, 이를 아예 기사로 다룬 건 또 처음 봤기에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그 글을 읽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5월 26일에 열리는 비욘세의 [LEMONADE]의 후기는 꼭 내가 써야겠다고.

그리고 5월 26일, 상영회가 예정되어있는 이수 아트나인에 도착했다. 상영회가 열리는 곳이 이곳이 맞다고 얘기하는 듯한 거대한 포스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 앞에는 오늘 온 사람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BEYONCE LEMONADE'라 적힌 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비록 스태프지만, 당당하게 하나를 챙겼다. 그 안에는 힙합엘이에서 만든 노트와 스티커, 그리고 귀여운(비록 부서져 사지가 분리되었지만) 쿠키와 비욘세의 지난 앨범 [BEYONCE]가 들어있었다. 내 것에는 티셔츠가 한 장 더 들어있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히든박스라고 한다. '부럽지.'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이후 입장 안내를 알리는 직원의 말과 함께 하나둘씩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자, 오늘의 진행을 맡은 멜로(Melo)가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상영관 내에서는 쿠키를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아쉽지만 받은 쿠키를 도로 집어넣었다. 이후 조명이 꺼지고, 상영이 시작되었다. 영상 구성은 간단했다. 비욘세의 뮤직비디오를 흐름에 맞게 연결하고, 사이사이에 비욘세의 나레이션을 통해 그의 감정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뮤직비디오는 전곡을 다 들려주지 않고, 의도한 바를 전하려는 최소한의 음악만을 들려줬다. 또한, "미국인 중 가장 무시당하고 억압받는 이는 흑인 여성입니다."라는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말콤 X(Malcolm X)의 말을 인용하며, 이 영상이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가장 쉽게 압축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영상 안에서 비욘세는 앨범의 흐름에 따라 결혼 후에도 바람을 피우는 남성,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여성을 다뤘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는 제이지(JAY Z)를 향한 이야기다. 그와 동시에 대부분 흑인 여성이 가정 내에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까지 여성을 이야기하는 앨범이 없던 건 아니다. 다만, 강한 여성만을 이야기하거나, 순종적인 여성만을 그려왔을 뿐이다. [Lemonade]의 결은 조금 다르다. 그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길 원한다. 이 때문에 남편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변화를 요구한다. [Lemonade] 안의 여성은 체념한 채 기다리거나, 순종하지 않고 주체성을 가진 이로서 그려진다. 그 외에도 결혼과 출산 후에도 자신의 가치가 매우 높음을 증명하고, 현재 상황에 대한 곤경을 헤쳐나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바람 피우는 상대(Becky, 펠라치오를 해주는 여성)이나 남편을 향한 경고는 덤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크레딧이 올라갔다. '"Formation"은 왜 안 나오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차에, 익숙한 음악이 들리고, 영상이 나왔다. "Formation"은 어떻게 보면, 이 앨범에서 비욘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집약된 곡이다. 남성 아티스트가 그간 여성에게 'Red Bottom'을 사주고, 헬기에 태워준다며 하는 이야기는 발화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종의 운동이 되어버린다. 어쩌면 최근 가장 뜨거웠던 화법 중 하나인 '미러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다 제목 자체가 대형, 연대를 이야기하는 'Formation'인 만큼, 이는 단순히 음악이나 예술을 넘어서 정치적 의도를 띄고 있다. 그 의도를 인식하느냐, 못하느냐가 영상을 이해하는 데에 큰 비중을 차지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이 끝난 후, 멜로와 블럭(Bluc)이 영상에 대한 설명을 풀어냈다. 마찬가지로 뮤직비디오를 연결한 영상을 공개했던 전작, [BEYONCE]와의 차이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난 앨범 영상이 아름다운 구도나 색감과 화려함에 집중했다면, 이번 영상은 좀 더 의미에 집중했다고 한다. 이러한 영상의 변화 역시 [Lemonade]를 비욘세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Women Power'의 완성판이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또, 이번 영상의 특징을 이야기해보면, 주된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남성 인력을 최소한으로 기용하고, 여성 인력으로 지분을 최대한 채웠다. 앨범 내에서 '남성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할 수 있다.'라고 계속 힘주어 얘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블럭 역시 이를 이야기하며, 앨범의 전체적인 맥락과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젠다야 콜맨(Zendaya Coleman)과 같은 여성 스타를 섭외한 이유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외에도 둘은 [Lemonade]라는 앨범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락이나 컨츄리 사운드를 집어넣은 점이라든지, 샘플링된 곡들이 모두 힙합/알앤비보다는 다른 장르인 경우가 많았던 점이라든 지에 대해 말이다. 앨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블럭은 5점 만점 중 5점이라는 극찬을 했다. 이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앞서 말했듯, 내 의문은 '이 앨범이 왜 흑인 여성을 위한 앨범이라는 걸까?'였다. 단순히 앨범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기도 하다. 그런 의문은 영상을 보고 난 후 몇은 해소되었고, 몇은 더 깊숙히 빠져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앨범은 흑인 여성을 위한 앨범이 맞단 점이다. 누구는 "Freedom"을 들으며 용기를 얻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Formation"으로 연대를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Sorry"나 "6 Inch"를 들으며, 자신감을 되찾을 수도 있겠다. 뭐, 이런 걸 다 떠나서, 한 아티스트의 앨범 덕분에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Lemonade]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비욘세의 페미니즘이 완성되었단 이야기가 왜 들리는지, 왜 그의 앨범이 여성을 대변한다고 하는지 궁금하다면, 또 처음 언급한 의 글쓴이와 내가 이런 글을 썼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상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귀보다는 눈으로 보는 게 느껴지는 게 확실히 더 많다. 영상이 없으면 뮤직비디오를 이어본다든지 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