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LE
LISTENING SESSION Vol.2:
JJK


날짜

2015. 1. 17. 토요일

장소

홍대 Madholic 2

진행

Bluc

영상

Pardro

취재

GDB


JJK라는 아티스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그의 인터뷰를 참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5시간이라는 분량이 보여주듯이 그는 하고 싶던 말이 많았다. 인터뷰를 읽기 힘들다면, 그의 앨범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가 하고 싶던 말들은 지금껏 발표했던 앨범 안에 전부 들어있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JJK의 아들의 이름이 '고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번 앨범의 제목이 [고결한 충돌]이라는 점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음감회 이전에 상수동 국민책방에서 열린 <Show Me The 밑바닥>에서 [고결한 충돌]에 수록곡을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앨범의 내용과 분위기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을 한 채로 홍대 매드홀릭 2에 도착했다.

'힙합엘이 리스닝 세션: JJK [고결한 충돌]'의 구성은 간단했다. 맨 앞에 의자가 놓여있었고, 진행을 맡은 칼럼니스트 블럭(Bluc)과 JJK가 앉아있었다. 음감회가 시작되기 전, [고결한 충돌]의 가사집과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할 수 있는 종이를 나누어줬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매드홀릭 2를 꽉 채우고 있었다. 'JJK의 새 앨범을 기대하는 사람이 이리도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감회가 시작한 후 앨범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믹스는 소리헤다가, 아트워크는 레어버스(Rarebirth)가 담당했다고 한다. 가사집을 따로 나눠준 이유 역시 설명했는데 가사에 공을 많이 들인 만큼, 자세히 바라봐줬으면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명이 끝난 후 1번 트랙이 나오며 본격적으로 음감회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이 그렇듯, 음악을 듣고 그 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의도한 부분인지는 모르겠으나, JJK는 '무엇이 무엇을 의미한다.'와 같은 자세한 설명 대신 당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관해 설명하며, 듣는 이들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줬다.

JJK라는 래퍼의 랩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항상 날 선 듯했던 초반 그의 랩은 [도착 후]와 [비공식적 기록 II]에서 더 안정되고 여유로워졌다. 이는 [고결한 충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그가 선택했던 비트와는 조금 다른 곡들이 앨범을 채웠고, 마디 안에 좀 더 많은 음절을 뱉었다. 자칫하면 피곤해질 수 있는 변화이지만, 그의 완급조절과 또박또박한 발음, 그리고 뚜렷한 주제 덕분에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충돌'과 '가족'이었다. JJK는 앨범 안에서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충돌로 표현했고, 혼수나 결혼식 등으로 충돌하는 예비부부, 여성과 어머니 사이에서 충돌하는 임산부의 모습도 담아냈다. 특히, 다양한 관계의 충돌을 JJK란 한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임신한 여성이나 고양이의 시점 등으로 옮겨가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임신을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정작 주변은 자신을 여성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JJK가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관찰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JJK는 곡마다 다양한 장치를 통해 '충돌'보다는 '행복'을 더욱 강조했다. 최근 한국 힙합에서 행복을 이야기하는 앨범이 있었나 한 번 떠올려봤다. 어쩌면 문화 고유의 멋이라는 걸 쫓다 보니 가장 중요한 개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듯 여러 관계와 상황의 충돌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JJK와 '고정현'의 충돌은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던 점이다.

음감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마지막까지 JJK는 이 앨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이 앨범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였다.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앨범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미였다. 확실히 결혼과 그 이후의 변화는 직접 겪기 전까지는 알아채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공감과는 별개로, JJK가 곡에 담은 이야기들은 확실하게 다가왔다. 이는 앨범이 JJK라는 아버지와 남편이 써낸 에세이와 비슷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흔히들 아티스트와 본인을 따로 분리하고는 한다. 래퍼 대부분이 예명을 쓰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일 듯하다. 하지만 이 앨범은 개인의 일상적인 부분을 JJK의 눈으로 바라봤다. 따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이다.

JJK는 항상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모두 앨범에 실어왔다. 하지만 [고결한 충돌]은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앨범 중에서도 가장 사적인 앨범이다. 실제로 그의 친척이나 아들, 아내의 실명이 실려있다. 하지만 우리는 JJK가 앨범 안에 담아놓은 감정을 각자의 부모님을 바라보며 느껴왔다. 또, 주변 혹은 미디어 등을 통해 들은 것들 역시 존재한다. 간접적인 경험이 이미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JJK의 개인적인 앨범인 동시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앨범이 된다. 음감회가 끝난 후, 앨범에 관련된 질문을 받는 시간에 스킬이나 비트에 관련된 질문보다는 부성애, 가족, 결혼에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이 앨범이 너무 사적이라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말했던 JJK의 고민은 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