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2. 토요일
홍대 Madholic 2
Melo
Soo.pia
Bluc
지난 8월 22일, 힙합엘이는 오랜만에 음감회를 열었다. 크림빌라(Cream Villa)의 신보 [In The Village]로 열게 된 음감회는 늘 그랬듯이 빠른 속도로 마감되었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사실 크림빌라의 음감회를 한다고 했을 때, 몇 사람은 반응이나 피드백에서 약간은 우려하기도 했다. 이전에 음감회를 열었던 이들에 비해 인지도가 적다는 점, 이들의 첫 앨범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나 각각의 멤버가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고, 어느 정도 나름의 신념을 지니고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주고자 노력해온 점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관심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에 부응하듯 많은 피드백과 빠른 신청이 돌아왔다. 음감회 당일에도 회원들은 높은 출석률을 선보였다.
크림빌라는 프리즈몰릭(PRIZMOLIQ), 익스에이러(EX8ER), 콰이모(QUAIMO), 하이 플라이즈(HIGH FLIES), 디제이 티즈(DJ Tiz), 브레드(BRED)로 구성된 집단이다. 이번 앨범 [In The Village]는 최소한의 피쳐링만이 참여하였으며, 멤버들이 앨범 대부분을 채웠다. 이 8인조 그룹은 부산 출신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랜드픽스(GrandPics)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크림빌라라는 이름은 우탱클랜(Wu-Tang Clan)의 “C.R.E.A.M”과 부산에서 시작하여 전개된 공동체 느낌의 단어 “Village”를 합성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프로젝트 형태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팀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그룹으로서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고. 이들은 나이도 다양하고, 각자 활동 방식이나 영역도 조금씩 다르다. 랩, 프로듀싱 등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래서 더욱 좋은 조합을 이루는 듯하다.
음감회에서는 수록되는 11트랙 중 마지막 트랙을 제외한 10트랙을 미리 들을 수 있었다. 앨범이 꽤 미뤄진 상태에서 오히려 앨범을 한 달이나 먼저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즐거웠다. 앨범은 디제이 티즈의 스크래치가 상당 부분 들어가 있고, 트랩을 포함한 유행을 지양하고 붐뱁, 재즈 샘플 등 과거의 것을 지향하고 있다. 단순히 음악적 색채만 그렇게 정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나 주제 의식, 심지어 표현하는 단어까지 이들은 좀 더 뚜렷한 정신을 지향한다. 실제로 이들은 ‘깊이 있는 음악에 갈증을 느꼈고, 그러면서 각자의 활동과는 또 차이를 두고 싶었다’고 한다.
음감회에서나 앨범에서 모두 주목을 많이 받는 것은 역시 콰이모의 성장이다. 콰이모는 과거 솔키(SolKey)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당혹스러워했고, 처음에는 귀여운 두 글자 이름을 원해서 지었지만, 이따위 이름으로 활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나중에 바꾼 것이라고 한다. 또한 다른 멤버들과 나이 차이가 꽤 난다고 해서 부담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하여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앨범은 부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출사표를 던진 뒤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짜임새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노력, 존경과 같은 태도,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으며 때론 공격적으로, 때론 자조적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실 가장 놀라운 부분 중 하나는 하이 플라이즈의 프로덕션이었다. 분위기를 확실하게 다잡는 소리나 프로덕션의 방향이 어떤 트랙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으며, 어떤 트랙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음감회는 처음에는 다소 정적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각자 입이 풀리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꺼내다 보니 재미있고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콰이모의 거침없는 답변에서는 다들 웃음을 터트렸고, 익스에이러의 부정적인 면모와 프리즈몰릭의 긍정적인 면모를 설명할 때는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여덟 명 중 다섯 명이 함께 나와서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즐겁게 보냈고, 앨범이나 크림빌라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또한 가사집을 모바일로 나눠준 덕에 좀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 힙합엘이 음감회는 정규 앨범을 내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도 없다. 그 미묘한 기준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뚜렷하게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크림빌라의 앨범은 그 기준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다. 아직 앨범 발매가 한참 남았지만, 그리고 얼마나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앨범이 나오면 한 번쯤은 들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