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LE (2014.10.)
낮밤으로 심한 일교차, 월말이 되니 슬슬 세게 불어오는 바람까지, 10월과 함께 겨울인듯 겨울아닌 겨울 같은 가을이 왔다. 부쩍 추워진 날씨 만큼이나 집 구석에서 웹을 뒤적뒤적대면서 음악을 듣기 좋은 시기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힙합엘이 스태프들이 뽑아본 인상적이었던 앨범과 믹스테입, 트랙, 자막 뮤직비디오, 뉴스, 가사, 아트워크를 모아봤다.
1. Album of October | Logic - Under Pressure
앨범은 라직(Logic)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색채를 그대로 끌어오면서도, 영 시나트라(Young Sinatra)의 패기 대신 성장을 담았다. 그는 오롯이 자신의 랩만으로 완급조절을 해가며 앨범을 채웠고, 더욱 수준 높은 프로덕션을 통해 정규 앨범이 가져야 할 미덕을 그대로 담았다. 디럭스 에디션의 두 곡을 제외하고는 피처링이 없으며, 라직의 레이블 비저너리 뮤직 그룹(Visionary Music Group)의 인하우스 프로듀서 식스(6ix)를 필두로 꾸려진 프로듀서진이 앨범이 가지는 완성도와 흐름을 밀도 있게 챙긴 덕분이다. 라직은 적극적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한 것은 물론,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섬세하게 뱉어내며 스스로 가지고 있는 압박까지 담아내 ‘자신의 것’을 완전하게 구축해냈다. 무엇보다 라직이 믹스테입에서 선보였던 본연의 맥락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앨범은 고무적이다. - bluc
2. Mixtape of October | Childish Gambino - STN MTN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는 가장 저평가 당하는 래퍼가 아닐까. 전곡을 직접 프로듀싱한 1집 [Camp]는 모 웹진에서 '사운드가 구리다.'라는 이유로 1.6의 평점을 받았고, 2집 [Because The Internet] 역시 소설가다운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훌륭한 프로덕션, 수준급의 랩으로 무장했지만, 큰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전부는 아니다. 이번 믹스테입 역시 전작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다재다능한 이 아티스트는 "I Had A Dream"이란 구절을 시작으로 애틀랜타에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그럼에도 본 믹스테입엔 '애틀랜타'하면 떠오르는 최근의 남부 스타일보다는 "Southern Hospitality"와 같은 차일디쉬 갬비노만의 색이 담겨있는 곡들로 구성됐다. (개인적으로 그의 노래는 아직도 듣기 힘들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 권의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은 덤. 비록 곡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하나의 작품을 기준으로 본다면 [STN MTN]은 10월의 믹스테입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 GDB/ANBD
3. Track of October | Drake - How Bout Now
드레이크(Drake)가 지난 26일, OVO 사운드(OVO Sound)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트랙들을 깜짝 공개했다. 내가 10월에 놓치기 아쉬운 곡으로 선택한 “How Bout Now”도 그중 하나이다. “How Bout Now”는 그의 최근작 [Nothing Was The Same]의 수록곡 “Pound Cake”를 함께 작곡했던 조단 에반스(Jordan Evans)와 보이 원더(Boi-1da)가 다시 한 번 합을 맞춘 곡이다. 프로덕션적인 측면에서는 피비알앤비(PBR&B) 풍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간결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드럼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따로 있다. 이는 바로 가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한 상황 묘사와 이것이 그의 랩, 보컬과 만나 생기는 특유의 덤덤함이다. 드레이크에겐 여러 모습이 있지만, 나는 이런 습한 비트 위에서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을 가장 선호한다. “How Bout Now”를 감상하며 날 무시하고 깔봤던 여자(들)에게 “난 이 정도야. 근데 넌?”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상상해보자. - HRBL
4. News of October | Tyga, "Drake & Nicki Minaj랑 불편해, YMCMB 곧 떠날 것"
영 머니(Young Money Entertainment)는 현재 메인스트림 힙합 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레이블이다. 동시에 아티스트들이 이름값만큼 사고도 많이 치는 바람에 조용할 날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각종 디스전이나 몸싸움, 마약, 인터넷 패러디 열풍부터 로열티에 얽힌 소송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자, 이번엔 내분이다. 주축 멤버 타이가(Tyga)가 완성된 앨범을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레이블에 불만을 표하면서 돌연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게다가 아예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불편하다든가, 드레이크(Drake)는 '가짜'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까지 해버린다. 이렇게 어수선한 차에 간판 아티스트인 릴 웨인(Lil Wayne)과 니키 미나즈의 앨범 연기 소식까지 들려 오는데… 이 상황이 영 머니에게 위기가 될까? 아니면 오히려 기회가 될까? 뭐, 언제나처럼 의외로 별일 없을 것 같기도 하다. - soulitude
5. Subtitle Video of October | Joey Bada$$ - Christ Conscious (Toroidal Flow)
어두운 방구석에 앉아 담담하게 랩을 읊조리던 한 흑인 소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허름한 건물을 나온 그는 당찬 기세로 뉴욕 거리를 따라 걸으며 랩을 내뱉기 시작한다. 거리를 구성하는 더럽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던 한낱 구조물들이 조이 배대스(Joey Bada$$)의 머릿속을 통해 입 밖으로 나오자 보랏빛 보석들로 변하고, 그의 손길이 닿는 족족 기하학적인 미려함을 내뿜는 예술품으로 탈바꿈한다. 이윽고 온갖 낙서가 가득한 어느 건물 옥상에 다다른 그는 추종자들에 둘러싸인 채 뜻하던 대로 '예수의 의식상태 (Christ Conscious)'에 이르게 된다. 하늘로 승천하며 세상을 한 손안에 움켜쥐게 된 그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우주의 경지에 다다른다. 이토록 짧은 영상 안에 경쾌하게 쭉 뻗은 그의 커리어가 기가 막히게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뮤비를 본 당신과 나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조이 배대스를 영접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이다. - Nate Dogg
6. Lyrics of October | Chance The Rapper (Feat. The Social Experiment) - No Better Blues
I hate carrots, peas, asparagus
당근, 완두콩, 아스파라거스 다 싫어
Virtually all vegetables, circuses, all festivals
채소 대부분이 싫고 서커스와 페스티벌도 싫어
Texts that are oversexual, emotion because it's perpetual
너무 야한 문자도 싫고 감정은 반복돼
I hate schedules, calendars, reminders
난 일정도 싫고 달력도 싫고 상기시켜 주는 것도 싫어
Cause' they just remind us that tomorrow gon' be just as timeless
내일도 그저 똑같은 날이라는 걸 기억나게 해주니까
I fuckin' hate you
난 네가 x나 싫어
악동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가 이번에는 제대로 이모(Emo)한 노래를 만들었다. 많은 후보중에 이 가사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에게 모든 것이 귀찮고 싫어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러분들의 손발은 갈라져 각질이 일어나 양말이 까칠해질 것이고, 입술에서는 피가 날 것이다. 정전기가 일어나 머리에 드라이를 하고, 왁스를 바르고, 스프레이를 바퀴벌레 잡듯이 뿌려도 못생기게 들러붙을 것이다. 스킨로션을 발라도 얼굴이 땅기게 될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추위에 잠이 깨는 느낌이 싫어서 이불에서 나오지 않다가 지각이 잦아질 것이고, 샤워가 끝난 후 추위에 오들오들 떨게 될 것이다. 옷은 더 입기 복잡해질 것이며 여자들은 온몸을 꽁꽁 싸맬 것이다. 커플들은 더 들러붙어 있을 것이고,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쓸쓸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싫다. 난 네가 x나 싫어!… #겨울 - YoungDass
7. Artwork of October | T.I. - Paperwork
2008년 작 [Paper Trail] 이후로 티아이(T.I.)의 앨범 커버들은 왠지 시선을 끄는 맛이 있다. 사실 아주 완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유난히 새롭거나 혁신적인 작품들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에 한 번 더 걸려드는 이유는 '혹시 매번 커버를 장식하는 그의 얼굴 때문인가?'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2014년도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서 보기에 빈티지함을 애써 꾸며낸 이 작품은 솔직히 좀 촌스러운 편이다. 10월에 이 작품보다 더 멋지고 화려한 커버들은 많았고 말이다. 하지만 기교는 덜 부렸을지라도 일반반에서는 [Paperwork]라는 앨범 제목을, 디럭스반에서는 'The Motion Picture'라는 부제를 그저 충실히 표현한 이 앨범의 아트워크가 나는 마음에 든다. - ATO
글│힙합엘이
XO를 외쳐
요망한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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