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E (2014년 10월 4주)
한국힙합 씬은 힙합엘이에 해외 뉴스가 올라오는 만큼 수많은 소식이 쏟아져 나오는 편도, 하루가 다르게 아티스트들의 결과물들이 마구 빗발치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힙합 씬에도 분명 주목할만한 소식들과 결과물들이 존재하며, 힙합엘이와 같은 저널의 역할을 하는 사이트라면 그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윅엘이(WeekLE)라는 콘텐츠를 시작했고, 매주 월요일마다 지난 한 주간의 소식을 꾸준하게 전해오고 있다. 놓친 게 있다면 체크해보시고,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면 힙합엘이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나 봐주시길 바란다. 윅엘이 2014년 10월 4주차다.
에픽하이, 여덟 번째 정규 앨범 [신발장] 발표
에픽하이(Epik High)가 여덟 번째 앨범 [신발장]을 발표했다. 11주년에 근접하여 발표한 이번 앨범은 사전에 음감회를 갖기도 했으며, 피처링으로는 조원선, 태양, 얀키(Yankie), 개코, 윤하, 김종완, 박재범(Jay Park), MYK, 그리고 빈지노(Beenzino), 버벌진트(Verbal Jint), 미노(Mino), 바비(Bobby), 비아이(B.I.)가 참여했다. 프로듀싱은 DJ 투컷츠(DJ Tukutz, 이하 투컷)와 타블로 외에도 초이스37(Choice37), PK, 비아이, 피제이(Peejay), MYK, 미스터싱크(Mr. Sync), 그리고 테디(Teddy), 디피(DEE.P), 레베카 존슨(Rebecca Johnson)이 참여했다. '신발장'은 하루를 시작하는 곳, 그리고 일상이 멈추는 곳인 동시에 만남과 헤어짐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앨범의 제목으로 붙였다고 한다. 또한, 동명의 제목의 트랙을 통해서도 그 의미를 전달하기도 했다.
앨범의 수록곡은 각각의 곡이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에 충실하다. 우선 “막을 올리며”의 경우, 현악기로 구성된 1분여간의 오프닝 시퀀스를 지나 등장하는 “No, I didn’t realize that the show was over.”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이후로 등장하는 두 래퍼의 솔직한 가사는 단순히 자신들이 힘들었다는 걸 늘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막을 올리며 ‘이제 시작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두 번째 트랙은 타이틀곡 중 하나인 “헤픈엔딩”으로, 에픽하이 특유의 섬세한 감정 전달과 표현 방식을 통해 잦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이 곡은 또 다른 타이틀곡인 “스포일러”와 비슷한 감정과 톤을 공유하며 이별 직전의 상황을 그려낸다. 한편, “RICH”는 돈에 대한 힙합의 문법과 정반대에 위치한 이야기를 꺼내되, 어떤 것이 ‘진짜 삶’인지에 대해 고민할 여지를 남긴다. 이후, “부르즈 할리파”는 두바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 트랙에 참여한 각 래퍼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과시를 선보인다. 여담으로 이 곡에 참여한 게스트는 남다른 친분을 쌓아 온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TBNY의 멤버들로 구성했다고 한다. “또 싸워” 역시 관계에 관한 노래이며, "우산"에 이어 윤하와 다시 호흡을 맞춘 곡이다.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AMOR FATI”는 넬(Nell)의 김종완과 다시 호흡을 맞춘 곡인데, 주어진 운명에 대한 불만, 타자화되어가는 존재, 신에 대한 믿음 등이 곡 안에 뒤섞여있다. “BORN HATER”는 화려한 참여진이 각각 ‘헤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신선하게 풀어낸다. “LESSON 5(타임라인)”은 레슨 시리즈의 다섯 번째 곡으로, 이번에는 SNS의 타임라인에 대한 이야기를 주된 내용으로 풀어내고 있다. “LIFE IS GOOD”은 잘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복수임을 시사하며, “EYES NOSE LIPS”는 이미 널리 알려진 태양의 노래 “눈, 코, 입”의 에픽하이 버전을 검열 없이 수록한 버전이다. 마지막 곡 “신발장”은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무조건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에픽하이의 방식으로 듣는 이를 위로한다.
각 곡에 담긴 이야기를 이처럼 길게 풀어낸 이유는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상황과 감정의 전달, 그리고 맥락에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앨범은 이성 간의 관계에 관한 곡이 네 곡 정도 있지만, 이 곡들이 앨범 전체의 맥락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며, 앨범 전체를 통해 드러내는 감정의 결과 일치하기 때문에 그 비중이 강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첫 트랙에서 에픽하이는 재기를 다지지만, 이후에 표현하는 감정들은 대부분 어둡다. 비록 앨범의 흐름 사이에 냉소에 가까운 트랙이 존재하지만(“부르즈 할리파”, “BORN HATER”), 나머지 트랙들은 관계 속 부정적 상황, 세상 속 부정적 상황을 노래한다. 그것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장치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LIFE IS GOOD”과 “신발장”은 조금씩 긍정을 보이는데, 나는 여기서 이 앨범이 지독하게 현실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는 과거 에픽하이가 희망찬 곡을 통해 긍정을 이야기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관계라는 주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위태로움을 이야기하더라도 이 앨범에서의 에픽하이는 보다 디테일한 면모를 선보인다. 에픽하이가 그만큼 긴 시간을 지나왔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긴 시간 동안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오며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이다. 자칫 연민을 불러일으킬 만하면서도 그만큼 단단해졌기에 가능한 것이니, 역설적이다.
외에도 이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맥락과 긴밀하게 붙어있는 프로덕션이다. 에픽하이가 가지고 있는 맥락 중에서도 농도 짙은 것들만 추려 이어온 느낌의 곡들은 첫 앨범을 떠올리게도 하며, 그와 비교했을 때 여덟 장의 앨범이 나온, 11년간의 시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앨범은 유행을 의식하거나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장 잘해낼 수 있는 것들을 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히려 오래된 질감의 바이브를 선보이는데, 그걸 촌스럽게 선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곡의 짜임새에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다. 앨범 전체의 색채를 정한 것은 곡을 쓴 타블로와 투컷이 주축이 되지만, PK나 피제이, 초이스37 등의 참여진이 조금씩 각 곡이 가진 색채를 살렸다. 동시에 올드한 바이브를 살려낸 곡의 크레딧을 보며 새삼 투컷의 존재감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스크래치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적재적소의 보컬 기용과 함께 에픽하이의 두 래퍼가 익숙하다는 듯 주고받는 랩도 인상적이었다. 수록곡 중에는 두 래퍼가 한 마디씩 끊어가며 정말 타이트하게 랩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색함이나 틈이 느껴지기는커녕 한 사람이 하는 랩처럼 서로의 호흡과 감정 공유가 대단함을 보여준다. 그만큼 주고받는 랩은 곡이나 주제에 대한 생각이나 이해가 일치해야 가능한 작업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들으면서 몇 번은 다일레이티드 피플스(Dilated Peoples)를 떠올렸다. (사실은 3인 체제의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도 떠올렸지만, 워낙 음악적 결이 달라서 넣을까 말까 고민했다.) 완전히 비슷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 사람이 각자의 포지션과 역할을 가지고 있고, 적정한 존재감을 가지고 함께 호흡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야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다. 또한, 오랜 시간 호흡하며 자신들의 팀 컬러를 견고하게 구축해가고 점점 그 존재감이나 음악적 역량이 강해진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앨범을 들으며 약간의 우울함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듣기 편안해서 이 앨범을 좋아할 수도 있다. 그 이유야 어쨌든 며칠간 힙합 앨범을 각종 차트에 줄을 세우며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접근성과 완성도를 모두 챙긴 이 앨범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끝으로 디지페디(Digipedi)와 함께 작업한 “BORN HATER”가 세로인 이유는 타블로의 아이디어였다는 점을 알리며, 투컷의 의상 덕분에 ‘힙합당근남’이 팬들의 애정으로 밈(meme)이 된 것을 축하하며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마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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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에이러, 첫 번째 정규 앨범 [Common Potential] 발표
하이플라이즈(HighFlies), 프리즈몰릭(PRIZMOLIQ)이 속한 그랜드픽스(GrandPics) 크루의 래퍼 익스에이러(Ex8er)가 지난 20일, 데뷔 앨범 [Common Potential]을 발표했다. [Common Potential]은 신인의 데뷔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정규 앨범의 형태를 띄고 있다. 총 15트랙으로 구성된 본 앨범에는 제리케이(Jerry.K), 블랭 타임(Blnk Time), 일레븐(I11evn), 콰이모(Quaimo), 반블랭크(Ban Blank), 에스비 테일(Esbee Tale)이 참여했다. 감각적인 커버 아트워크는 브레드(Bred)가 담당했다.
최근 새로이 등장하는 래퍼들을 살펴보면 작위적으로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반면에 익스에이러는 이에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랩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익스에이러는 그 이야기와 감정을 본래 자신이 가진 목소리를 활용하는, 랩 톤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담백한 랩 톤은 때때로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행히도 익스에이러의 랩은 그렇지 않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랩 안에 각종 이야기와 감정을 잘 담겨 있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또한, 익스에이러는 말끔한 톤과는 별개로 래퍼로서 뛰어난 테크닉을 갖추고 있다. [Common Potential]에서 그는 현란한 기어변속을 하는 카레이서처럼 화려하게 랩의 강약을 조절하고, 센스 있는 워드 플레이를 선보인다.
[Common Potential]은 통일된 무드를 지닌 앨범은 아니다. 그렇기에 분위기적인 측면에서 트랙간의 끈끈한 관계가 존재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부분이 통일성의 부재라는 문제점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익스에이러는 앨범 내내 약간의 열등감을 바탕으로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는 앨범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하는 측면이다. 한편, 앨범에는 익스에이러의 활동영역인 부산에 관한 이야기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Chill Yo”와 “해운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부산의 향기는 익스에이러라는 아티스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데도, [Common Potential]을 풀어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앨범에 개성을 더하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Common Potential]은 구성적인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 특히, 앨범 초반부에 서려 있는 비장함이 중, 후반부의 칠(Chill)함으로 변화하면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트랙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이는 익스에이러가 아직 하나의 앨범을 구성하는 데 미숙한 점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게 있다. 익스에이러라는 래퍼도, [Common Potential]이라는 작품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후 익스에이러가 앨범 단위의 작품을 발표할 때, 좀 더 깔끔하고 확실하게 구성을 가져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랩에서는 흠잡을 게 없었던 이 신인의 데뷔 앨범은 이렇듯 흥미로운 감상 지점이 많았다. 주목받을 만한 아티스트의 준수한 작품이었다. -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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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Potential] 음원: 링크
익스에이러 트위터: @ex8er_0609 / 페이스북: ex8er / 인스타그램: ex8er
컨소울, 새로운 EP 앨범 [Man In The Mirror] 발표
크루 바이브(Vyve) 소속의 래퍼 컨소울이 지난 24일, 새로운 EP 앨범 [Man In The Mirror]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5월 발표한 EP 앨범 [Nobody Knows], 6월에 발표한 싱글 "Good Life" 이후에 약 4, 5개월여 만에 발표하는 작품이다. 피처링에는 크루 섹시 스트릿($exy $treet)의 멤버인 비와이(BewhY)만이 참여했으며, 테리스월드(Terry's World), 진 백(Zin Baek), 뉴메이즈(Newmaze), 라온(Lao'n), 홀리데이(Holyday)가 각 곡의 프로덕션을 담당했다.
컨소울은 [Nobody Knows]에서 근래 들어 대대적으로 유행하는 트랩 비트를 중심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나 트랩 스타일을 자주 구사하는 아티스트들과 유사한 부분이 많고, 플로우 디자인이 독창적이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다섯 달밖에 안 지나 발표한 이번 작품 [Man In The Mirror]는 그에 비해 훨씬 발전한 컨소울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담고 있다. 그전의 평가를 비웃어도 괜찮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큰 발전을 이뤄냈음이 분명한데, 특히 그의 랩을 보컬의 한 방법이자 단순 소리를 내는 도구로만 바라봤을 때 가장 그러하다.
컨소울은 전작에서 비교적 깔끔한 스타일을 선보였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지저분한 스타일을 가져가고 있다. 그 지저분하다는 인상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발음, 순간순간 걸걸한 목소리를 뒤집는, 그로울링 방식을 활용함에서 온다. (믹싱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전달력이 래퍼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필수적인 요소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컨소울은 오히려 그 발음을 뭉개면서 랩이 소리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장점을 크게 가져간다. 거기에 싸이코 플로우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뒤집히는 목소리는 그의 랩에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어준다. 각 벌스에 듣는 재미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모든 파트가 위와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비교적 스탠다드한 랩을 하는 파트도 있고, 반복 구절이나 멜로디가 많이 작용하는 파트도 있다. 컨소울은 그 다양한 파트들로 그의 음악에 기본이 되는 트랩에 베리에이션을 준다. 또, A 파트에서 B 파트, B 파트에서 C 파트로 넘어가는 순간순간에도 크게 어색함이 없다. 트랩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소화하는 데에 있어서 유연함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다양한 파트 공존한다는 그 점에서 난잡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난잡하다고 말하기에는 위에서 말한 지점들이 있기에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무리가 없는 앨범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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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In The Mirror] 음원: 링크
컨소울 트위터: @Konsoul92 / 페이스북: imkonsoul

관련링크 |"움직임" 음원: 링크뉴데이 트위터: @officialnuday / 페이스북: iamnewday
특히 또싸워같은 경우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했던 곡이 있었는지 싶었을 정도로요
랩의 근본적이면서도 멋진 라이밍을 하는듯..
콘솔은 너무 해외 카피캣느낌
나머지 작품들은 정말 한 마디로 할 수 없는 고유의 '멋'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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