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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코 (Gaeko Of Dynamic Duo)

Melo2014.10.30 17:40추천수 15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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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코 (Gaeko Of Dynamic Duo)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10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이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길이의 시간이다. 이번에 만난 래퍼는 강산이 한번 변하고, 두 번째 변하는 데에 딱 절반, 그러니까 15년을 힙합 씬에 몸담아 왔다. K.O.D., CB 매스(CB Mass), 그리고 지금의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라는 팀으로 말이다. 그리고 CB 매스와 다이나믹 듀오로 낸 작품들과 그들이 세운 회사 아메바컬쳐(Amoebaculture)는 지난 15년이란 시간 곳곳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는 이 장구한 역사를 거쳐오며 끊임없이 자신의 것을 갈고 닦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왔다. 그가 현 시점에서도 건재하다는 건 그러한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리듬감 넘치는 랩, 그 자신과 우리네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가사, 감각적인 프로듀싱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개코를 만나고 왔다. 




LE: 반갑습니다. 먼저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 드릴게요.


개: 힙합엘이는 재미있게 잘 보고 있고… 제가 영어를 탁월하게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런지 거기서 해석해놓은 영상들을 많이 봐요. 어떤 노래 느낌이 좋아서 들었었는데, (자막뮤비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죠. 되게 재미있게 사이트 들르고 있고, 앞으로도 자주 가볼 거 같아요. 인터뷰도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LE: 최근에 앨범 발표를 하셨으니 바쁘시겠죠? 앨범 관련 활동에 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사실 앨범 내고 전시회가 (앨범 프로모션) 활동의 전부였어요. 그리고 앨범 발표 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 한 번 출연한 정도… 이렇게 활동을 마무리하고 연말에 박정현 누나랑 공연도 기획돼 있는 정도였죠. 회사에서 나올 앨범들도 많고 하다 보니 그리고 다이나믹 듀오 앨범도 준비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활동 반경을 좀 제약을 해놨었는데, 앨범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음악 방송도 조금은 더 할 거 같아요. 활동을 조금 더 하다 보니까 바빠지더라고요. 기분 좋게 하고 있어요.






LE: 그래도 이번에는 다이나믹 듀오 때보다는 적극적인 방송 활동이 많지는 않은 편이시겠네요.


그렇죠. 어쨌든 제 활동의 중심은 다이나믹 듀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제 마음속에서는 계속 그러는 거 같아요. ‘그게 먼저, 그게 먼저’ 이렇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반응 좋은 것들도 너무 감사해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선까지는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LE: 그럼 이번 앨범은 커리어로 따지면, 약간 ‘외전’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네요.


처음 의도도 사실 앨범으로 구성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작년에 “될 대로 되라고 해 (Life Is Good)” 냈던 것처럼 원래는 한 곡씩 한 곡씩 발표 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곡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니까 ‘이걸 빨리 발표하고 해소해야 내가 다음 움직임으로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앨범을 발표하는 쪽으로 기획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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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바로 이번 앨범 [REDINGRAY]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REDINGGRAY]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부탁 드릴게요.


다이나믹 듀오 같은 경우는 둘에서 출발한 음악이잖아요. 반면에 이번 솔로 앨범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어요. 어떨 때는 그걸 그대로 풀어내는 경우도 있고, 어떨 때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을 좀 보태서 만든 것들도 있어요. (앨범 내에) 혼재되어 있죠. 구성해놓고 보니까 (앨범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이 흑과 백의 영역이 아니고 회색의 영역인 거 같았어요. 그리고 그 안에 잠재된 본능들이 숨어 있는 식이죠. 그런 본능에 가까운 건 ‘빨간색에 가깝구나.’ 싶어서 이런 것들을 묶을 수 있는 매개체가 뭐가 있을지를 생각하다가 ‘REDINGRAY’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Red와 ‘Gray’를) 붙여서 읽어보니 어감도 좋았고요. 처음에는 CD 1장으로 구성했었다가 노래가 좀 많고 해서 ‘그러면 2CD로 구성해서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해서 기획하게 된 앨범이에요. 아무래도 보도자료에는 제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상세하게 쓰여 있을 거예요.






LE: 사실 저도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가 아메바컬처에서 나오는 앨범들의 보도자료인데요. 굉장히 자세히 쓰여있더라고요. ‘트랙 바이 트랙’ 형식으로 설명이 쓰여 있기도 하고, 앨범 전체가 어떻다고 쓰여 있기도 해서 좋더라고요. 보도자료를 대충 쓰는 회사도 있는 반면에 아메바컬처의 보도자료는 작년, 재작년부터 보면 상세하게, 거의 앨범 리뷰처럼 쓰여 있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웃음)


(앨범을 다 만들면) 마케팅 팀에서 아티스트한테 와서 인터뷰를 해요. 제가 제 음악에 관해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커피 마시면서 “이 노래는 이렇게 만들었어요.”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면 정리를 해가죠. 리뷰하는 친구하고 같이 보도자료를 만드는데, 글재주가 좋은지… 장황하게 쓰더라고요. (웃음)






LE: 저희가 지금 인터뷰하는 장소가 사실 [REDINGRAY] 전시회를 하는 공간인데, 이 전시회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어서 다이나믹 듀오나 아메바컬처는 팬들을 위한 행사를 비롯한 음악 이외의 포스트 프로덕션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 거 같은데요. 이전에도 전시회를 하셨었고, 지난해에는 경매를 겸한 공연도 하셨었잖아요. 피규어도 만드시고요. 이런 부분들을 자주 기획하는 의도 같은 것들도 궁금해요.


‘전반적인 문화를 다룬다.’ 이런 건 너무 거창하고요. 물론, 그런 쪽의 학교에 다녔었지만, 제가 완전히 예술에 조예가 깊어서 이런 걸 심층적으로 파고들겠다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방식으로 앨범을 프로모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앨범이 나오면 보통 틀에 박힌 방법들이 있잖아요? 음악 방송을 한 바퀴 돌고, 라디오 방송 다니고, 매체 인터뷰하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접근하는 방법을 좀 다르게 하고 싶어요. 저희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번 앨범도 이런 식으로 기획하게 된 거죠. 전시는 작년처럼 페인팅을 걸고, 피규어를 만들진 않았고, 완전히 다르게 가져갔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그림은 하나도 없어요. 보통 “전시회를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많은 분이 제 페인팅도 있을 거로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사실 그림을 그리는 건 제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해소하는 방법인데, 이것까지도 나한테 일이 되면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겠죠. 음악을 만들면서 쌓였던 것들에 대한 해방구인데… 하여튼, ‘좀 더 재미있게, 음악을 좀 더 시각화하는, 전체 감각을 이용하는 감상 방법을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해서 이번 전시회를 열었어요.






LE: 공감각적인 요소가 있는 건가요?


네. 시각, 청각 등등… 감각을 모두 이용해서 음악을 느낄 수 있게… 그러다 보니 마영범 교수님과 같이 기획하게 된 거죠. 저희가 찾아가서 “이렇게 이렇게 해보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교수님이 되게 깐깐한 분이세요. 장인정신이 있으신 분이라서… 들으시고 나서 블루프린트를 가지고 오시더라고요. 고집도 세시고 해서 만들면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러다 홍장현 작가님도 같이 합세해서 사진도 하나 크게 전시하게 됐어요. 팬분들이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마영범 교수님이 제작하신 스피커에서 제 음악이 울리면 벽 뒷면의 놓인 장치에 담긴 물이 반응하는 워터 웨이브(Water Wave)나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그냥 그림을 감상하는 게 아니고 시각적으로 뭔가 움직이는 걸 보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재미있어하시는 거 같아요.





LE: 전시회도 전시회지만, 앨범 내의 아트워크를 직접 그리시는 경우도 많잖아요. 최근작의 경우는 직접 안 그리시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어쨌든 그간의 아트워크부터 뮤직비디오 중에 인상 깊은 게 많았어요.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서브컬처적인 요소를 담아내는 경우도 있었고,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런 작업물들이 각자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나름의 주안점이 있으실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음악 이전에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을까?’라는 고민을 되게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시각적으로 확 느낌이 오는 그림이 있어야 한다.’같은 생각이죠. 근데 음악을 하면 할수록 ‘음악이 좀 더 잘 들려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기발한) 아이디어도 좋지만, 음악이랑 적절하게 조합이 잘 되어서 그 음악의 감동을 크게 만드는 비디오를 만들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회사에 비주얼 디렉터였던 김세명 감독이랑 의기투합해서… 요즘 시대에는 미디어가 정말 많잖아요. 게다가 요즘 발표된 음원들은 비디오가 없으면 좀 더 안 듣게 되고 비디오를 통해서 음악의 팬이 되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래서 앨범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아티스트도 있을 정도로 영상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예전보다 좀 더 인스턴트하죠. 예전에는 한 작품을 위해서 큰 비용을 들였다면 지금은 대형 가수가 아닌 이상은 저예산으로 많이 찍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이용하는 거 같아요. 저희 회사가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고 하다 보니까 좀 더 신경 쓰려고 하는 거 같아요. 음악이 나오면 사전에 미리 포스트 프로덕션을 하기도 하고요.






LE: 최근 들어서는 개코 씨가 직접 그린 그림이 앨범에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던데…


저도 제가 너무 계속 똑같은 걸 하고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계속 붓을 잡고 사는 사람이라면 뭔가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그려야 할 대상들도 더 많이 찾아다닐 텐데… 그런 게 아니다 보니까 앨범을 위해서 만들기 시작하면 또 비슷한 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건 더 이상 재미가 없다. 그리고 너무 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새로운 작가들, 좋은 작가들도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하고 좋은 걸 만들어내자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창조의 한 방법이 됐죠. 만약 그것들이 쌓여서 회사에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고 하면 전시회를 하는 건데, 그게 먼저는 아닌 거 같아요. 어쨌든 음악 활동과 회사에 있는 아티스트들 음악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고… 그 두 개를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그런지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






LE: 그런 게 일종의 매너리즘이잖아요. 좀 옛날 얘기이긴 하지만, 3집 [Enlightened] 앨범이 나온 이후에 “다이나믹 듀오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었잖아요. 베테랑 뮤지션이라면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 거 같아요. 본인이 쌓아둔 거 외에 뭔가를 또 내려고 하다 보니까 ‘이거를 어떻게 더 신선하게, 멋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실 거 같아요. 지금도 당연히 계속해서 고민이 많으실 거 같은데 어떤가요?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되,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저는 완전히 깨는 거에 대한 겁이 있는 사람인 거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심화시키면서… 흐름이라는 게 있잖아요. 음악에서 소스 하나 고르는 것도, 예전에는 투박하게 골랐다면 지금은 808 같은 소스들도 많이 쓰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트렌드에 맞추면서도 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느냐라는 고민이죠. 어떨 때는 그게 신선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너무 무모한 도전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아이덴티티를) 지키다 보니까 예전 거 같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기도 하고, 아니면 한 발짝 나아가기도 하죠. 또, 랩 자체도 박자를 타는 거나 라임을 배치하는 거나 라임을 쓰는 방식 자체도 유행 같은 게 있잖아요. 그게 조금씩 변하잖아요. 젊은 친구들이 끄집어내는 굉장히 신선한 방식들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는데,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예전 것들을 똑같이 하면 그냥 ‘잘하는 랩’ 정도만 되고, 그냥 거기까지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할 줄 아는 거면 지금 유행하는 플로우나 이런 것들도 대입해가면서 ‘내가 계속 틀을 깨면서 가야 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참 오래된 곡들이 많아요. 다이나믹 듀오로는 아쉬운 것들은 빼기도 하면서 ‘이 곡은 내가 혼자 만들어보자.’ 했던 곡들이 모여있다 보니까 제가 예전에 해왔던 느낌도 있고, 최근에 만들어서 새로운 느낌도 있어요. 그래서 이걸 빨리 발표해야 다음 스텝이 다이나믹 듀오든, 어떤 것이든 간에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흡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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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제가 생각하기에는 다이나믹 듀오, 그리고 개코 씨의 음악에서 가장 큰 아이덴티티랄까요? 혹은 좀 주요하게 작용하는 요소 중에 하나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이번 앨범에도 당연히 있는데, 본인이 아닌 다른 대상들을 이야기하고, 특히 곡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캐릭터화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대표적이죠. 이번 앨범에도 그런 스토리텔링 방식을 차용한 곡들이 꽤 있잖아요. 그런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음악에 많이 담아내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어쨌든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제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완벽하게 제 얘기가 아니더라도 ‘거기다가 살을 좀 붙여서 어떤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디어가 생기면 끝까지 좀 파고들어 보는 그런 타입인 거 같아요.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간에 이걸 이야기로 풀면 어떨까 싶은 거죠. 랩이 가진 재미가 어떻게 보면 그런 거잖아요? 노래로는 풀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가사의 제약, 마디 수의 제약이 비교적 덜하기 때문에… “은색 소나타 (Silver Sonata)” 같은 경우도 전반적으로는 우리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거기에 살이 붙었어요. 어느 정도 허구를 넣으면서 가족상을 꿰뚫어 보고 싶었어요. 근데 그건 제 개인적인 관점이잖아요. 제가 완벽하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각을 완전히 통찰할 수는 없잖아요. 그들의 생각이 다 다르니까 어쨌든 지금 사회에서 보이는 가족상, 도시에 살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소통의 단절 같은 것들을 음악으로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걸 ‘은색 소나타’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표현하게 됐고요.






LE: 그렇게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하실 때도 있지만, “될 대로 되라고 해 (Life Is Good)”나 “치명적인 비음 (Snapper Ending)” 같은 경우는 배틀랩 형식이랄까요? ‘내가 세다. 강하다.’ 같은 느낌인데, 이런 곡을 할 때는 마음가짐이 좀 다른가요? 배틀랩을 할 때는 ‘내가 랩으로 조져놓겠어.’ 이런 마음가짐이면 스토리텔링 트랙을 할 때는 ‘랩을 어떻게 구성해야 이 스토리가 잘 전달이 될까?’ 이런 마음가짐일 것 같은데요.


그렇죠. 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인 거 같아요. 남자가 가진 본능이기도 하고요. 스포츠처럼요. 본능이기 때문에 그런 거를 굳이 숨겨가면서 ‘내 길을 가겠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OK,나도 한 번…’ 이런 느낌이죠. 그러고 나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런 랩을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하면서 곡을 구상하게 되죠. 제안에 좋은 감정들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잖아요. 그런 거를 너무 숨기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자.’라는 생각이죠. 제가 음악으로 보여줘야지, 나가서 사람들하고 시비 걸고, 싸우고 그런 부정적인 방향으로는 에너지를 분출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런 감정이 있으면 음악으로 하자.’ 그런 마음으로 보통 시작이 되죠.






LE: 제가 처음 힙합을 들었을 때가 2006년, 2007년 그쯤인데, 당시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말 중 하나가 ‘최자는 라임, 개코는 플로우’였어요. (웃음)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이 진짜 있었어요. (웃음)


그 두 개가 붙여졌으면 짱인데… (웃음)






LE: 그게 두 분이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의 차이인 거 같아요. 딱 정확하게 나눠서, “이 사람은 이게 장점이고 이 사람은 이게 장점이야.”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좀 더 강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 분들이 계셨던 것 같아요.


사람마다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다른 건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것도 틀린 얘기가 아닐 수도 있겠죠. 둘 다 뭐 하나 신경 안 쓰는 거 없이 (음악을) 만들었어도 듣는 사람이 ‘이 사람은 라임이 좋은 거 같네.’라고 느끼는 건 아주 주관적인 취향이거나 생각이기 때문에 그런 흐름에 관해서 저도 특별히 아니라고 얘기를 하기는 좀 힘든 것 같아요.






LE: 근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많이 잠식된 거 같아요. 궁금한 건 실제 가사를 쓰실 때, 플로우에 많이 집중하시는 편인지, 또 실제로 그러신다면 라임에 강박이 있으신 분들보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데에 있어서 편하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굉장히 복합적인 부분 같아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뭔가를 만들어낼 때 고민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리듬감이나… 제 랩이 킥에서 좀 늦게 나오고, 이런 레이드 백을 줘야 더 그루브가 살고 등등이죠. 또, 이건 이렇게 (플로우를) 타야겠다는 것까지 총체적으로 고민하면서 가사를 쓰는 것 같아요. “뭐가 우선이다.”라고 얘기하기는 힘든 부분이죠. 하다 보면 수정에 수정을 또 하고, 가녹음도 해보고, 계속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마지막에 아웃풋이 나오는 건데… ‘어떤 걸 중심으로 집중해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건 저도 정의 내리기가 힘든 부분인 거 같고, 아마 가사를 쓰고 랩하는 MC들은 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첫 번째로는 ‘노래를 어떻게 구성할까?’를 제일 먼저 고민하는 거 같아요. 좋은 랩 16마디를 쓰는 것도 좋지만, 어쨌든 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앨범을 어떻게 구성할까?’ 아니면 ‘이 곡을 어떻게 만들까?’를 제일 많이 고민해요. 만약 1절에 좀 느슨하게 갔다면 흐름을 위해서는 ‘2절에는 좀 빡빡하게 가자. 3절에는 어떤 식으로 가고… 이 정도에는 뭐가 좀 나와줘야 덜 지루할 거 같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그다음에 라임이나 플로우,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거 같아요.






LE: 앨범 구성 관련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볼게요. 이번 앨범은 2 CD에다가 ‘Chaser The Rapper’라는 제목의 곡이 CD별로 하나씩 들어가 있는데요. 각각 맨 처음 트랙인 “될 대로 되라고 해 (Rhythm Is Life)”와 “치명적인 비음 (Snapper Ending)”이 둘 다 좀 빡센 스타일인 것도 있고, 대칭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개코 씨가 의도한 바가 확실히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처음에는 앨범을 1장으로 구성했다가 너무 넘치는 바람에 2장으로 나누게 됐어요. 흐름 자체는 2장이 비슷한 맥락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처음에는 강하게 갔다가, 좀 풀어졌다가, 신 나게 갔다가, 마지막에는 자전적인 이야기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트랙으로 마무리하는 식으로 의도한 건 좀 있죠. 그래서 두 CD가 대칭된 느낌이 있게 하려면 어쨌든 잠깐 쉬어가는 인터루드가 필요했고… 그리고 “Chaser The Rapper Part.1”, “Chaser The Rapper Part.2” 같은 경우에는 뭔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든 트랙이에요. 이번 에픽하이(Epik High) 앨범에 참여한 트랙 “부르즈 할리파”에서도 “Chaser The Rapper Part.1”의 첫 라인과 똑같이 벌스를 시작했어요. “난 지금 취해 있어”가 그 라인이죠. 그러면서 에픽하이 친구들한테 피처링 표기할 때, 체이서 더 래퍼(Chaser The Rapper)로 해달랬는데, 공정 과정이 다 끝났다고 해서 그냥 개코로 표기가 되어 있죠.






LE: 아, 그럼 이게 A.K.A. 같은 건가요? 에미넴(Eminem) 같은… 두 개의 자아?


네. 그런 거죠. 근데 체이서가 읽으면 ‘취해있어’ 같이 읽혀요.






LE: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랑 비슷한데요? 표절… (웃음) 농담입니다.


네. 표절이죠. (웃음) “난 지금 취해 있어.”를 영어로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나온 이름이죠. 그래서 그걸 재미있게 캐릭터로 만들자고 해서… 순전히 재미있자고 만든 거였어요. 그래서 앞으로 “난 지금 취해 있어”로 시작해서 거기에 라임이 맞는 라인들을 뜨문뜨문 시도해보려고요.






LE: 아까 잠시 이야기가 나왔던 3집 앨범 [Enlightened]까지는 샘플링 작법으로 프로덕션을 많이 구성하시는데요. 이후에 4집 앨범 [Last Days]부터는 신스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시게 되고, 이번 앨범에 수록된 “동방예의지국 (East)”의 경우에는 아예 EDM 사운드의 트랙이에요. 이렇게 샘플링 작법이 아닌 방식으로 프로덕션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완전히 통달한 편이신가요? 또, 그런 신스 위주로 구성된 프로덕션의 경우에는 어떻게 작업하려고 하시는 지가 궁금한데요.


음악계의 전체적인 흐름이 있잖아요. 그런 흐름을 완전히 배제하고 만들지는 않는 거 같아요. 같은 비트, 같은 코드 진행이어도 예전에는 그냥 건반 소리를 썼다면 지금은 신스로 진행하기도 하고 그러죠. 전체적인 리듬이나 BPM은 같아도 이걸 또 충분히 다르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방법론이 계속해서 변화해가잖아요. 그게 (제 음악에) 100% 반영이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하지만, 조금 예민하게 보는 거 같아요. “요즘은 이런 게 나오는구나.”, “아, 내가 이런 걸 좋게 느끼고 있구나.” 이런 걸 본능적으로 느끼죠. 워낙 또 힙합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흐름과) 같이 걷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LE: 타이틀곡 관련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화장 지웠어 (No Make Up)”과 “장미꽃 (Rose)” 두 곡인데요. 일단 “화장 지웠어 (No Make Up)” 같은 경우에는 자이언티(Zion.T) 씨가 참여했어요. 아메바컬처에 영입된 아티스트들의 계보랄까요? 쭉 나열해보면, 자이언티 씨는 크러쉬(Crush) 씨와 함께 2기 정도쯤에 위치한 거 같아요. 가장 처음부터 들어가면 0CD 씨가 있고요.


얼마 전에 합정역에서 봤어요.






LE: 아, 정말요? 그 후에 슈프림팀(Supreme Team)이 영입됐고, 1.5기로 리듬파워(Rhythm Power)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영입을 판단할 때 가지고 있는 기준이나 주안점이 궁금하고, 영입된 아티스트들로 아메바컬처가 어떤 색깔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하시는 지가 궁금해요.


아메바컬처의 색깔은 결국에는 아티스트들이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물론, 그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결론적으로 해주고 싶은 건 아티스트가 자기 색깔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고,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주는 거예요. 그게 저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인데요. 지금은 사실 회사가 언더그라운드 사이즈도 아닌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는 말 그대로 회사거든요. 아티스트들이 뽑아낸 프로덕트를 가지고서 때로는 장사도 해야 하고, 때로는 이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 다 같이 하나가 되어야 하기도 하죠. 그런 목적을 띄는 하나의 조직이죠. 그런 걸 간과하면서 만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얼마나 최대한 설득력이 있느냐, 대중들도 좋아할 수 있느냐, 그러면서도 자기 아이덴티티가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느냐까지, 이 모든 걸 총체적으로 같이 가져갈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워낙 회사 아티스트들이 잘해주고 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아티스트들을 서포트해주는 거죠. 예를 들면, 어떤 아티스트가 어떤 프로듀서랑 작업하고 싶어 해요. 그럼 저희가 “OK.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한번 해볼게.”라고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준다든가… 그러면서 같이 유기적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때로는 마찰도 있기도 하고, 아니면 너무 생각이 잘 맞기도 하고 그렇죠. 어떻게 보면 회사들이 다 똑같죠. 어쨌든 큰 그림으로는 봤을 때는 다들 잘해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LE: 그중에서는 냉정하게 말해서 생각보다 잘 안 된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요. 리듬파워 같은 경우가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요.


리듬파워 같은 경우에는 저는 아직까지도 걔네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모든 지 본인들의 선택이 있었던 거죠. 자기 의도가 있었고, 그게 때로는 시대랑 잘 안 맞는다든가, 아니면 너무 갔다거나 그랬을 수도 있죠. 일단 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그래요. 딱 뭐 하나만 터지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거죠. 워낙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긍정적이기도 하고, 항상 파이팅이 넘쳐요. 그런 모습이 언젠가는 드러나면서 그 친구들의 때가 오지 않을까 해요. 그게 우리 아메바컬처 둥지 안에서 터질 수도 있고, 혹여나 나가게 돼서 터질 수도 있지만, 뭐가 됐든 간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니까요. 이런 얘기 많이 해줘요. 5년 동안 150만 원밖에 못 벌고, 나라에서 지원받으면서 살던 화가가 되려 했던 제 친구가 독일에 베낭 하나 메고 가서 지금은 개인전도 하고 그런다고. 사람에게는 때가 언제 올지 모르고, 이 분야에서 버티면서 꾸준히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하죠.






LE: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군요.


네. 그래서 회사에서는 할 수 있을 선에서는 최대한 해줘요. 물론, 그게 힘들어서 재정적으로 이 친구들에게 제한할 때도 있긴 하죠. 막 잘은 안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걔네들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더 지켜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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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리듬파워와는 경우가 좀 다른 거 같긴 한데, 이제는 해체된 슈프림팀에 관련된 얘기를 조금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당연히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셨겠지만, 회사 내에 있을 때는 슈프림팀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더불어서 최근에 두 아티스트가 보이는 행보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좋았던 것들이 생각이 많이 나겠죠. 마찰도 마찰이지만, 같이 만들었던 음악들이나 추억들은 또 아름답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다 입장 차이가 있었던 거잖아요. 그게 일방적인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사람마다 다 최선을 했고, 그게 어쩌다 보면 이렇게 마찰이 생겨서 시끌시끌해질 때도 있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다 좋은 음악 하면서 자기 길을 잘 갔으면 좋겠어요. 그게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다들 어느 정도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으니까 잘했으면 좋겠어요.






LE: 슈프림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혹시 ‘컨트롤 대란’ 관련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그때 대중들이 봤을 때는 그게 아주 즐거운 엔터테인이었겠죠. 당사자들과는 상관 없이요.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는 사람들이 그 사건의 명암에 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엔터테인으로 기억하겠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상처가 되기도 했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 순간이었죠. 어쨌든 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친구가) 링 위로 저를 끌어올렸으니까 ‘한번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했었어요. 말리는 사람도 엄청 많았죠. 근데 그걸 지금 와서 “그때 잘했어.”, 아니면 “후회되네.”라고 느끼진 않아요. 이제는 너무 지난 이야기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기에도 시간이 너무너무 부족한 거 같아요. 나중이 되면 그 사건이 어떤 지점으로 남겠죠. 한국힙합의 역사라든지… 역사라는 건 어쨌든 사람이 써내려 가는 거니까요. 누군가가 기록한 거고…






LE: ‘컨트롤 대란’까지 얘기하면서 아메바컬처에 소속돼 있었던,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들에 관해 이야기해봤는데요.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이번 앨범 CD 2에는 올해 갓 앨범을 내면서 등장한 신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Code Kunst) 씨가 꽤 많은 트랙에 걸쳐 참여하시는데요.


(함께 하는) 프로듀서들의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왜냐하면, 저나 프라이머리(Primary)나 크러쉬가 각자 가진 색깔은 있지만, 계속 그 사람들끼리만 하다 보면 자기 복제의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계속된 협업이 필요하다 느꼈어요. 정말 소스 하나라도 새롭게 뽑아내고 찍는 사람과 작업을 해야 되겠다 싶었어요. 그 생각으로 지켜보면서 전보다는 레인지를 넓히려고 했죠. 아티스트들이 비트를 원하는데, 매번 플래닛쉬버(Planet Shiver), 필터(Philtre)한테만 받으면 어떨 때는 재미가 없을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주변에 프로듀서들을 많이 두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꼭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니더라도요. 코드 쿤스트 같은 경우에는 리듬파워 친구들이 적극 추천했어요. 워낙에 같이 작업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소개를 받은 거죠. 아마 저희 회사 작업을 앞으로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크러쉬 같은 경우에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양화대교” 같은 경우에는 아주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편곡에 크러쉬가 참여하면서 아주 좋은 퀄리티로 나왔죠. 시모(Simo) 같은 경우에는 예전부터 많이 해왔고요. 또, 지환이란 친구도 아직 앨범 발표는 안 됐는 데요. 그 친구랑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새로운 프로듀서들과 처음부터 잘 맞기는 힘들어요. 근데 조금 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더 좋은 것들이 나올 테니까… 지금은 시작 단계고, 저희 회사의 퍼포머들에게 장을 열어주고 싶어요.






LE: 평소에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은 자주 지켜보는 편이신가요? 팔로알토(Paloalto) 씨 같은 경우에는 2집 앨범에 수록된 “파도 (I Know)”에 참여하면서 굉장히 이름을 많이 알렸었잖아요. 또, 피타입(P-Type) 씨나 더콰이엇(The Quiett) 같은 분들도 이 앨범에 참여했었는데요. 그런 걸 보면 뭔가 항상 씬을 주시하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네. 그럼요. 왜냐하면, 힙합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보는 거죠. 지금은 실력 자체는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못하는 사람이 없고, 이제는 정말 아이덴티티의 싸움 아닌가 해요. 자기만이 가지는 고유의 표현 방법이라든지, 캐릭터, 심지어 라이프스타일 이런 것까지도 버무려졌을 때 잘 되는 시대 같아요. 예전에는 잘하는 사람도 있고, 티 나게 못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만 잘 해도 확 튀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너무 잘해서… 각자 개발을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게 되게 멋있게 보여요. 레이블들끼리도 으쌰으쌰 잘해서 각자 음악을 발표하는 모습도 되게 긍정적인 것 같아요. 지켜보고 있고, 같이 많이 해보고 싶어요. 사실 “Chaser The Rapper Part.2” 같은 경우에는 비트를 확장시켜서 리믹스를 만들었는데, 셔니슬로우(Sean2slow) 형, 그리고 비프리(B-Free)랑 같이 했어요. 아무튼, 잘하는 친구들이랑 협업을 자주 해보고 싶어요. 굳이 저희 회사에 들어오지 않아도요. 기획을 재미있게 해서 음반을 만든다든지, 이런 쪽으로는 생각이 열려 있어요.






LE: 아까 지켜보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에 관해 여쭤봤는데, 지금 딱 생각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던밀스(Don Mills)? 이런 친구 잘하는 거 같아요. 무식한 맛이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요? 비프리는 제가 좋아하는 이유가…






LE: 스트레이트함?


네. 스트레이트함. 솔직한 게 되게 매력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빈지노(Beenzino)나 스윙스(Swings), 도끼(Dok2) 이런 친구들은 워낙 이미 베테랑이잖아요. 얘기할 필요도 없죠. 씨잼(C Jamm)이란 친구, 그 친구도 잘하는 거 같아요. 어쨌든 전 비프리 되게 좋아해요. (웃음) 옛날부터 좋아했어요.






LE: CD 2에 수록된 또 다른 타이틀곡인 “장미꽃 (Rose)”에서는 거의 노래만 하시잖아요. 곡 안에서 노래를 겸하신 적은 있어도 아예 노래로만 트랙을 가져간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예전에 “자니” 같은 곡을 할 때는 노래만 했었죠.





LE: 근데 이번에는 좀 더 진중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네. 조금 더 그렇죠. 이제는 제가 음악을 풀어내는 방식을 제한하기가 싫어요. 사람들의 기대 때문일 수도 있죠. 누군가가 이걸 원하면 “아,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죠. 저는 계속 제 안에 있는 걸 발견해보고 싶어요. 또, 원래는 노래를 ‘만족할 때까지는 계속 해보고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근데 사실 이 노래 같은 경우에는 되게 편하게 작업했던 거 같아요. 부담 가지면서 ‘내가 노래로 한 방을 보여줘야지.’ 그런 건 없었어요. 뭔가를 보여줄 수는 없는 사람이고, 그냥 제 느낌대로 했어요. 지금도 사람들이 ‘이런 느낌은 개코만 낼 수 있는 것 같아.’라고 느낄 정도의 아이덴티티가 생길 때까지 (노래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LE: 개코 씨의 노래에 대한 반응은 반반인 거 같아요. “랩은 잘하는데 노래는 좀…”이라든가, 랩도 잘하고, 노래도 잘한다는 반응이라든가요.


그게 사람마다 반응이 다 다른 거 같아요. 저도 주변 사람들한테 피드백을 듣다 보니까, 노래하는 건 대체로 여성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형태 자체가 어반하다 보니까… 그런 어반 사운드 위에서 노래를 했고, 그 노래에 붙인 가사가 여자 분들이 좋아할 만한 느낌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LE: 직접 노래하시는 경우도 많지만, 게스트로 보컬 분들을 섭외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어요. 쭉 적어 와 봤는데요. 이상은, 서영은, 리사(Lisa), 레이지(Lazy), 더네임(The Name), 나얼, 성훈, 정인, 이적, BMK, 바다, 아롬(Arom), 헤리티지(Heritage), 바비킴(Bobby Kim), 범키(Bumkey), 알렉스(Alex), 라디(Ra.D), 박진영, 김범수, J, 강산에, 김C, 진보(Jinbo), 효린까지… 세상에.


미쳤구나.






LE: 일단 본인이 직접 노래를 하는 경우와 게스트를 섭외하는 경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섭외할 때의 기준도 궁금한데요.


기준은 있죠. 자기 색깔이 확실한 분들하고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근데 ‘아, 이게 완전 나한테 붙는 멜로디다.’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 가사와 이 느낌은 나만 잘 살릴 수 있다 싶은 거죠.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제가 만든 멜로디를 다른 분이 와서 불렀는데, 너무 안 붙어서 결국에는 제가 부른 경우도 있고요. 그런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도 멜로디를 제가 다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크러쉬랑 자이언티가 그대로 불러줬어요. 근데 그 친구들은 화음을 쌓는 방식이나 멜로디를 짜는 데에 있어서 고유의 개성이 있잖아요. 저는 계속 멜로디를 만들다 보면 제 스타일을 복제하고 있을 때가 있어요. 지금도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이 멜로디를 어떻게 풀까가 궁금했어요. 딱 맡기니까 화음을 짜는 방법이나 코러스를 구성하는 게 너무 신선하더라고요. ‘난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 싶었죠. 그런 걸 보면서 많이 배워요. 제가 나중에 뭔가 다른 걸 할 때는 그때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해야 되겠다 싶어서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 점에서 예전에는 단순히 보컬 파트를 누군가에게 맡기기만 했다면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LE: 구체적으로 예전에는 작업 방식이 어땠나요?


예전에는 아예 멜로디를 맡기는 경우도 많았죠. “멜로디를 같이 짜주세요.”라고 하는 거죠. 나얼 형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많이 했었어요. 그 멜로디 위에다가 저희가 가사를 붙이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좀 더 유연해진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멜로디를 (게스트에게)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근데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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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D 2의 사실상 마지막 트랙이죠? “과거는 갔고 미래는 몰라 (Shame)”라는 트랙인데요. 저는 사실 이 곡을 들으면서 5집 앨범 [Band Of Dynamic Brothers]의 종반부에 배치된 트랙 “끝 (Apoptosis)”이 생각 났는데요. 뭐랄까, 두 트랙 모두 절규하고, 울부짖는 그런 상황과 분위기를 품고 있다고 할까요? 어쨌든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컨트롤 대란도 나중에는 어떤 역사의 한 지점으로 남을 것이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그런 과거가 아닌 현재라고 대략 말씀을 해주신 것 같은데요. 이런저런 걸로 미루어보면, 이 트랙에 본인이 생각하는 좀 더 큰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 있지 않나 싶어요.


이건 사실 되게 오래 전에 만든 노래이기도 해요. 시끌시끌한 일들이 터지기 전에 만든 거죠. 스케치도 아주, 굉장히 오래됐어요. 우여곡절이 많은 트랙이에요. 빈지노가 “형, 이거 제가 한번 써볼게요.”라고 하면서 가져갔다가 “안 되겠네요.”하면서 다시 반납하고… (웃음) 또 다른 누구에게 갔다가 반납되고… 게다가 고민도 많이 했던 트랙이에요. 이걸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미있게 드라마를 만들어볼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그냥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해서 시작됐어요. 공교롭게도 그런 사건들과 이 곡에 담긴 내용이 맞아떨어져서 듣는 사람에게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오래전에 만든 트랙이라는 거.


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설국열차>를 예로 들면, 윌포드와 커티스의 관계.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 관계는 일종의 사회를 보여줬잖아요. 혁명을 일으킨다고 해서 그 사회, 기차 안이 바뀌지 않잖아요. 결국, 그게 해체되고 나서야 제3자가 생존해서 다시 인류가 시작되는 그런 이야기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많이 생각했었어요. 어쨌든 나도 이 사회에서 아주 밑에서 시작해서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잖아요. 선과 악의 개념 자체도, 옛날 CB 매스(CB Mass) 시절에는 너무나도 명확했어요. 내가 맞는 거고, 저 사람은 틀린 거로 생각하고… 울부짖었다고 해야 하나요? 진실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죠. 진실도 사실 되게 주관적인 게 다 개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잖아요. 그런 것도 느끼고, 오래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수해왔던 관점들이 변화하더라고요. 세상을 흑과 백으로만 보기에는 훨씬 입체적이기도 하고… 정말로 이 사회를 컨트롤하는 아주 위에 있는 사람들을 엿보면서 되게 허망한 생각도 들었어요. ‘아둥바둥 살아도 저 사람 한 마디에 사회가, 이 엔터테인먼트 계가 움직이고 있구나.’ 같은 거죠. 이게 잘못하면 냉소적으로 빠질 수도 있어요. 근데 그렇기는 싫더라고요. 그래서 “은색 소나타 (Silver Sonata)”나 “과거는 갔고 미래는 몰라 (Shame)”의 후렴구에 약간의 희망을 담았던 거죠.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 너무 몰두하고 빠지지는 말자는 의미였어요.






LE: 이번 앨범도 다이나믹 듀오가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삶을 관찰자의 관점에서 담아냈는데요. 혹시 좀 더 배틀 랩 형식으로 채운다든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앨범을 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 앨범이 관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해도 사실 제 얘기가 많이 녹아있어요. 그래서 제가 랩을 하는 사람이라고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방법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정말 집중해서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얘기를 은은하게 풀어내는 경우도 있잖아요. 영화도 마찬가지잖아요. 경험을 토대로 스토리를 보태서 영화를 만들듯이 말이죠. 그게 제 방법인 것 같아요. 내 얘기 같기도 하고, 내 친구 얘기 같기도 한 그런 거죠. 만약 정말 제가 막 쏟아내고 싶고, 아닌 걸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을 때는 하게 되겠죠. 근데 그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방법의 차이인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방법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이나믹 듀오를 할 때도 '정말 내 얘기를 풀어내 보자.' 싶으면 그렇게 움직일 수도 있겠죠. 보도자료에는 ‘관찰자의 입장’이라는 표현이 은연중에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보도자료를 쓴 사람의 자의적인 해석이기도 하죠. 듣는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 삶이 녹아들어 있는 앨범이에요.






LE: 앨범에 관한 조금 껄끄러운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이번 앨범은 2 CD고, 개코 씨의 솔로 앨범이라 최자 씨가 거의 빠진 상태예요. 트랙별로 들어보면 참 좋은 것 같은데, 문제는 이게 개코 씨의 음악이란 점이죠. 그래서 기대 이하란 평도 있어요. 특히 매니아 층 쪽에서 말이죠. 그리고 제가 느낀 유일한 단점은 ‘듣다 보면 힘들 것 같다.’였어요.


그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앨범을 깔끔하게 추려서 내자고 얘기도 했죠. 이 부분에 관한 회의를 회사에서 정말 많이 했어요. 제 목소리 톤이 높다 보니까 오랫동안 듣고 있으면 귀가 아파요. 제가 만들어놓고도 저도 그래요. 앨범의 수록곡을 한 곡씩 내자는 얘기도 엄청 많았고요. 평가에 대한 생각은 그래요. 제가 이걸 오랫동안 천천히 만들었잖아요. 단순히 에너지가 확 올라서 만든 앨범이 아니고 오랫동안 한 곡씩 쌓아놨던 앨범이기 때문에 평가도 천천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앨범 구성, 전체적인 흐름과 같은 디테일한 부분은 일주일 잠깐 들어서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의 섣부른 기대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좀 더 두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 이름으로 앨범을 만든 건 처음이라 저도 완벽을 기대하진 않았어요. 처음부터 '클래식을 만들 거야.' 이런 건 아니었죠. 저에 대한 기대치는 알기에 그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고요. 여태껏 15년 동안 음악을 오래 해왔고, 그렇기에 팬분들의 기대감이 상승한 건 사실이겠죠. 근데 그거와는 별개로 이건 제 첫 앨범이거든요. 전 명반 이런 걸 기대하진 않았어요. 혹여나 다음에 제 솔로 앨범을 또 기획한다면 '이런 부분은 내가 조금 보완해서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공부를 했죠. 앨범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공부했어요. 모니터링 과정에서 '아, 이게 노래 하나하나는 참 좋은데, 너무 많다. 뺄 건 빼자.' 이러면서 결국 CD 2개로 구성이 됐고요. 원래는 하나로 구성이 되었다가 어쨌든 다 내보내야만 다음으로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모두 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요.






LE: 말씀을 들어보니까 앨범을 만들 때,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놓고 적절히 배치를 하시는 타입이신 건가요? 기획을 짜고, 그에 맞춰서 트랙을 만드는 게 아닌 일단 이것저것 만들어놓고 퍼즐처럼 맞추는 방법을 활용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번 앨범은 퍼즐에 가깝죠. 왜냐하면, ‘이렇게 시작하자.'라고 해서 만든 앨범이 아니고, 만들어놓은 게 많이 쌓여서 만든 앨범이거든요. 흐름을 만드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첫 곡이 나오고, 두 번째 곡 "제정신이 아냐 (Pass Out)"가 나오고, "서울 블루스 3 (Seoul Blues Part.3)"가 나오고… 이런 연결을 되게 많이 고민했어요. "서울 블루스 3 (Seoul Blues Part.3)"가 도시, 밤, 야경을 중심으로 했다면, "동방예의지국 (East)"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밤에 완전 취해있는 걸 그려보려 했죠. 그리고 "Chaser The Rapper Part 2"에서는 완전히 만취된 상태로 갔다가 "세상에 (Oh My God)"가 나올 때는 '어제의 숙취 때문에 속 쓰리네.' 이런 느낌으로 어제를 연상시키면서 가려고 했어요. 그 노래의 끝 부분에는 자이언티의 목소리와 스크래치가 나오는데, 그와 함께 다음 곡으로 자이언티가 피처링한 노래 "화장 지웠어(No Make Up)"가 나오죠. 잠깐 인터루드로 쉬었다가 “은색 소나타 (Silver Sonata)”로 마무리를 지었고요. 이런 흐름은 아무리 따로따로 만들어놨어도 계속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의도는 저만 알 수도 있고, 듣는 분들이 듣다가 '아,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네.'하고 느낄 수도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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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다이나믹 듀오나 개코 씨를 본받고 리스펙 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다작을 하신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비트도 많이 만드시고, 전시회,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랩이나 작품을 내는 것 전부가 팬분들을 소비자라 생각하고, 음악을 노동이라 생각하면 굉장히 성실한 거잖아요. 사실 예술이란 게 꾸준히 하기 힘든 건데, 그럼에도 매년, 텀이 길어봤자 2년 간격으로는 앨범이 계속 나오는 것 같아서요. 다작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러신가요?


그건 아티스트의 성향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묵혀놨다가 좋은 앨범을 내놓는 사람도 있고 그렇죠. 근데 이건 엔진을 꺼놓기 싫어하는 재 개인적인 성향이에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저에게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한 것 같아요. 제 재능은 성실함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음악적인 재능이 특출난 천재라기보다는 성실함이 있는 음악인인 거 같아요. 꾸준히 엔진을 켜놓고 싶어요. 사실은 완전히 꺼놓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꺼진 상태에서 시동을 켜기까지의 과정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지켜보고, 뭐라도 한 번 더 해보고 그런 성향인 것 같아요. 최자는 좀 달라요. 굉장히 신중해요. 다작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 때문에 힘들어할 때도 있어요. 최자는 벌스 하나를 쓰더라도 한 줄 한 줄을 오랫동안 생각해요. 반면에 저는 이것저것 해보고, 메모도 막 해놓는 그런 타입이에요. 그렇게 성향은 다른데, 가고자 하는 방향은 똑같아요. '꾸준히 하자.' 이런 생각은 똑같아요. 한 10년을 해보니까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1등을 하면 너무 감사하면서도 다른 걸 생각하게 돼요. '이걸 언젠가는 대중들이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있죠. 트렌드가 되게 빠르게 돌아가잖아요. 지금은 어떻게 보면 힙합이 대중들이 선택하는 장르가 된 거죠. 그래서 좋다가도 언제 또 움츠러들지 모르거든요. 저희는 이미 경험을 다 해봤기 때문에 ‘그냥 계속 꾸준히 하자. 우리 탑을 쌓자.’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것 같아요.






LE: 이런 얘기가 나온 김에 SNL(Saturday Night Live)에서도 시원하게 하셨지만, 최자 씨가 그 사건으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든지 하는 건 없나요?


그렇진 않아요. 같이 행사 잘 다니고, 방송도 해요. 8집 앨범도 본인이 되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사도 막 쓰고 있고요. '8집 앨범은 잘하는 친구들 비트를 좀 받아보자.' 이런 기획도 하고 있고요. '번 아웃 증후군' 이런 얘기도 하는데, 감정이 많이 소비된 힘든 상황에서 좋은 가사들이 많이 나오고 그러더라고요. 그걸 창작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에너지를 되게 많이 응축시켜 놨죠. 근데 저는 그 에너지를 다 풀어낸 상황이라 얘는 막 올라오고 있는데 반대로 저는 '어떡하지.' 이럴 수도 있어요. 근데 같이 움직여야죠.






LE: 8집은 언제쯤으로 생각하시나요?


회사는 계속 압박을 주죠. '내년에 내라.'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목표는 내년인데, 만들어지는 거에 따라 달라지겠죠. 근데 크러쉬 싱글이 나왔고 자이언티가 또 재밌는 거 해보려 해서… 이런저런 계획들이 있어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스케줄은 잡아놓는데, 만드는 사람들이 안 만들면 어쩔 수 없죠. 이런 줄다리기를 항상 해요.






LE: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특별히 롤모델이라든가, '얘처럼 되지 말아야지.'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예를 들면,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라든지…


전 크리스 브라운 멋있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도 있어야죠. 그런 캐릭터. 사고도 많이 치고… 사실은 그게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는 훌륭한 엔터테이너잖아요. 그리고 (음악도) 굉장히 잘하잖아요. 그런 배드 보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엔터테인먼트에서 전부 다 착하고, 전부 다 도덕적이면 무슨 재미가 있어요. 인간은 누구나 사고를 치고 누구나 완벽하지 않은데, 그게 음악하는 엔터테이너라고 완벽할 필요가 있나요. 사고도 치고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LE: 요즘 많이 듣거나 좀 괜찮다 생각하는 아티스트는 있나요?


조이 배대스(Joey Bada$$) 좋아해요. 이번에 “Christ Conscious” 되게 멋있었던 게 걔가 19살밖에 안 되잖아요. 근데 90년대 엘리먼트, ‘Microphone Check’이나 ‘Check My Style’같은 구절을 활용하잖아요. 사실 그런 건 요즘 촌스럽다고 안 쓰잖아요. 근데 그걸 다시 가져와서 멋있게 살리는 게 되게 쿨해보이더라고요. 레이블이랑 계약 안 하고 인디펜던트로 움직이는 것도 되게 멋있고요. 뭔가 다 그 나이라 가능한 행동들이잖아요. 처음에는 나이 듣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창창하잖아요. 그리고 저는 드레이크(Drake)도 좋아해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다 좋아하고…그 사람들이 앨범을 만드는 방식을 좋아해요.






LE: 특별히 조이 배대스를 강조해서 말해주셨는데, 다이나믹 듀오도 보면 최근 유행하는 '때려 부수는 트랩'보다는 힙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90~100 대 BPM의 힙합을 항상 해오시는 것 같아요.


그 향수를 가장 좋아하긴 하죠. 이번 앨범을 만드는 동안에도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Ready To Die]를 다시 들어보면서 '아, 진짜 이게 힙합인데.' 또 느꼈어요. 근데 트랩 같은 스타일에 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잘 풀어낼 수 있겠다 싶으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실험 정신은 최자가 되게 많아요. 그래서 아마 다이나믹 듀오의 다음 앨범은 그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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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이런 뮤지션이 되고 싶다 같은…


참 웃긴 게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제 머릿속으로 계획했던 사람과 현재의 저는 너무 달라요. 아주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잘 안 세우는 것 같아요. '지금 꽂히는 거, 즐거운 걸 해야겠다.' 이런 식이에요. 그래서 내년에 대한 계획은 세워도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은 잘 안 세우는 것 같아요. 돌아보니까 계획했던 것처럼 안되어있더라고요. 제 삶은 결국 뭐든 간에 제 선택에 따라 움직이잖아요. 그 선택들로 긍정적인 쪽으로 삶이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한 번의 실수로 제 삶이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그거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LE: 준비한 질문은 다 끝났는데요, 혹시 질문에 없어서 못 하신 얘기나 인터뷰 소감, 앨범 프로모션에 대한 얘기가 있으신가요?


모든 게 즉석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앨범 반응이 좋아서인지도 몰라도, 전시회 장소에서 전시회가 있는 주간의 목요일 밤에 팬분들과 가까이 만나는 이야기 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방송 계획도 없었는데 음악 방송도 하게 됐고요. 앨범 활동은 계속 즉석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앨범 프로모션은 전시회가 끝이었거든요. 그 뒤에 나온 크러쉬 싱글로 프로모션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죠. 어쨌든 이번 앨범의 프로모션을 즉흥적으로 진행하게 되어서 (크러쉬 싱글이랑) 겸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장미꽃 Remix"를 플래닛 쉬버가 만들어주고 있어요. 곧 나올 리믹스가 두 곡이 있는 거죠. "Chaser The Rapper"랑 "장미꽃". 이걸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공개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LE: 인터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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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 Melo, Heman, GDB/ANBD
사진 제공 | Amoeba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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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10.30 19:54
    오오
  • 10.30 19:57
    인터뷰 찬찬히 읽었는데 확실히 랩한 트랙이 많았다면 다소 듣기 힘들었을거같기도 하네요
  • 10.30 20:18
    인터뷰를 쭉 읽으니까 앨범에 대한것도 이해가 가네요
  • 10.30 21:24
    항상 멋있네여
  • 10.30 22:38
    이렇게꾸준히 잘하기도힘들듯 진짜대단한거같네여ㅋㅋㅋ
    이인터뷰읽으면서 레디투다이듣고있엇는데 소름돋네요 ㅎㅎ
  • 10.30 22:56
    이번앨범은 진짜 계속 들으면들을수록 좋은앨범
  • 10.30 23:17
    와 샤니슬로랑 비프리 ㄷ
  • 10.31 01:56
    8집 기대합니다.
  • 10.31 02:00
    중후한 멋보다는 청량한 울림이 더 깊게 느껴지는 아티스트 개코형님 존경합니다..
  • 10.31 02:51
    언제나 최고임을 보여주는 개코형님 존경합니다. 돌려볼 수록 참 좋은앨범이라는게 느껴져요
  • 10.31 07:59
    처음 들었을 때보다 점점 좋아지는 앨범인 것 같군요. 어릴적 우상이 아직도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힘이 됩니다. 킵고잉
  • 10.31 13:40
    t션이슬로우ㅠ
  • 10.31 13:40
    t션이슬로우ㅠ
  • 11.1 12:56
    컨트롤 비트 다운받았습니다
    히!!!!!!!!!!!퐙!!!!!!!!!!
  • 11.1 16:11

    양화대교 편곡은 크러쉬가 아니고 쿠쉬인데요

  • 11.2 08:15
    @j-rocks
    그래서 참여했다는 표현을 쓴거아닐까요
  • 11.6 23:28
    @노다웃

    참여도 안했어요 크러쉬는

    쿠쉬랑 The Platonix라는 프로듀싱팀에 서원진씨, 전용준씨가 편곡했습니다

  • 11.7 23:37
    @j-rocks
    어..그럼개코가잘못알고있는건가요..??
  • 12.29 14:35
    ㅋㅋㅋ 개코형은 원래 랩스타일이랑은 다르게
    상당히 조심스럽게 답변을 하네요 ㅎㅎ
  • 1.7 15:28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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