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서울(FRNK$EOUL), AXAX 쿠디(AXAX Kuddy), 피셔맨(Fis
herman)
힙합엘이 인터뷰는 기성 힙합 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를 많이 해왔다. 하지만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인물을 인터뷰하기도,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한 경우도 꽤 있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씨잼(C Jamm)이 해당한다. 힙합엘이는 그가 올해 본격적으로 뜨기 전에 그를 알아보고 바로 인터뷰를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는 그런 씨잼처럼 역량은 충분히 지니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다. 바로 크루 열다 소속이자 팀 돕멘션(Dopemansion)의 멤버인 프랭크서울(FRNK$EOUL)과 AXAX 쿠디(AXAX Kuddy), 그리고 피셔맨(Fisherman)이다. 이 인터뷰로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색다른 음악적 색깔을 가지고 있음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LE: 우선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간단하게 인사해주세요. 이 글을 보는 분 중에는 세 분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테니 간단하게 자기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랭크서울(이하 S): 저는 프랭크서울이라는 이름으로 프로듀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진수입니다. 블래키(Blacky), 열다, 아스트로(Astro)라는 크루에 속해있고, 지금은 돕멘션이라는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AXAX 쿠디(이하 K): 저는 AXAX 쿠디라는 이름으로 랩을 하며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저도 열다 크루에 속해있고, 섹터(Sector)라는 크루에도 속해 있습니다. 스무 살입니다.
피셔맨(이하 F): 저는 피셔맨이라고 하고요. 본명은 이석빈이고요. 현재 열다와 플래닛 플루토(Planet Pluto)에 속해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고등학생입니다. 서울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6반 27번입니다. (전원 웃음)
LE: 저희가 생각하기에 세 분의 결과물이 수면 위로 많이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4월 비트테입이 나왔던 시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표하면서 대단히 폭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해요. 혹 감회가 남다르다거나 특별한 소감이 있나요?
K: 이제 막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데, 진짜 웬만하면 시작 안 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너무 힘들어요. 제 친구들이 저한테 “너 연예인 다 됐다.”라고 하는데, 만약 연예인이 이런 거라면 하고 싶지 않은 정도의 생활고가…
S: 저도 6월에 앨범 준비하기 전까지는 모아둔 돈이 있었어요. 미국 여행을 갈 돈이었는데, 이 친구들이랑 모여서 앨범 내는 데에 그 돈을 다 썼어요. 그런 게 힘들기는 했는데, 그래도 그 전에 아무런 활동이 없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나니까 속은 시원했어요. 또, 믹스테입 같은 경우에는 무료 앨범이라고 말했었는데, 정말 앨범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했기 때문에 컨셉이나 아트워크, 트랙의 흐름을 짜는 것도 되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두 번이나 그렇게 하고 나니 지금은 뭘 해야 할지 고민 중인 상태예요. 홀가분한 건 있는 것 같아요.
LE: 사실 비프리(B-Free) 씨 앨범 트랙리스트에 피셔맨이라는 이름이 딱 나왔을 때 되게 생소했었는데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이름이 있는 분들과 작업을 한 거잖아요.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씨도 그렇고요. 그런 과정 같은 게 재미있고 신기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F: 비프리 씨 같은 경우에는 찔러본 정도였는데 된 거라서 얼떨떨했어요. 요즘 발표한 게 없고 뭔가 연락을 하면 성사될 것 같은 분에게 연락한 거죠.
S: 머리가 좋았지.
F: 전략적으로 살아야죠. 성사되어서 행복했고, 크루셜 스타 형 같은 경우에는 먼저 연락이 오셨어요. 덕분에 작업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비트테입을 낸 덕분에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LE: 혹시 저희가 모르는데 앞으로 더 나올 것들이 있나요?
F: 없어요. 내신 기간이라 바빠요. (전원 웃음)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 오늘 컨셉이거든요. 고등학생인 거 티 내는 게…
LE: 말씀드렸던 것처럼 가장 처음부터 시작해볼게요.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이름에 관한 질문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각자 어떻게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알기에는 세 분 모두 이름을 바꾸셨다고 들었어요.
S: 저는 한 번 바꿨어요. 원래는 올아이디(All.I.D)라는 이름을 썼거든요. 그냥 여러 음악을 하고 싶어서 ‘All I Do’라는 뜻도 있고, 제가 제이딜라(J. Dilla) 때문에 음악을 시작한 거라 제이딜라의 이름을 뒤집어서 만든 거였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제이딜라의 음악을 그렇게 집착해서 듣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만드는 음악은 또 그렇지 않게, 유행이나 달달한 느낌에 신경 써서 만들게 되니까 혼란이 왔어요. 그러다 보니 정체성이 없어지게 된 거예요.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데 계기도 없고 해서 이름을 바꾸려고 한 거죠. 제가 초등학교 때 오래는 아니고 잠깐 미국에 살았는데, 그때 이름이 프랭크여서 서울 사는 프랭크라는 뜻으로 프랭크서울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FRANK’에서 ‘A’를 뺀 건 전자음악 프로듀서들이 이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게 표기하는 게 짜증 나서… (웃음) 저도 그렇게 한 거예요. 아무튼, 정체성 있게 하고 싶어서 프랭크서울이라는 새 이름으로 쓰게 됐어요.
LE: 쿨키즈(Cool Kids) 앨범을 보면 크레딧에는 올아이디라고 쓰여있더라고요.
S: 걔네가 계속 저를 그렇게 불러서요.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요.
LE: 노아이디(No I.D.)와는 크게 관련이 없네요.
S: 네. 전혀 관련 없어요.
K: 저는 이름을 열세 번 정도 바꿨는데… (전원 웃음) 혹시 제 이름을 보면 연상되는 이름이 있지 않나요? 앞이 다 대문자고, Y로 끝나는 게 에이셉 라키(A$AP Rocky)랑 비슷해요. 기존 아티스트의 이름을 패러디해보자고 해서 만들게 된 이름이에요. ‘AXAX’를 붙인 이유는 제가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을 되게 좋아하는데, 트레비스 스캇 트위터 이름이 ‘TravisXX’에요. 그래서 XX를 썼고, 쿠디라는 단어는 사실 뜻을 몰랐어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 성기를 뜻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렇습니다.
LE: 그전의 이름은 너무 많아서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인가요?
K: 굉장히 많은데, 유난히 웃긴 이름이 있다면 섹스웰(Sexwell)?
S: 내가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이름이 섹스웰이었어.
K: 섹스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LE: 이름을 왜 많이 바꾸신 건가요?
K: 제가 성격이 변덕스러워서… 멋진 이름 있으면 계속 따라가고 그런 식이에요. 사실 이름만 보면 정말 웩인데…
F: 저는 플래닛 플루토 때, 래프(Raf)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영어 이름이 라파엘이었어요. 라파엘에서 이름 뒷부분을 빼고 쓴 거죠. 제가 그 래프라는 이름으로 만든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잡것들을 많이 올렸었어요. 그러다 보니 신분세척도 할 겸… (전원웃음) 새로 파서 깨끗하게 쓰자고 생각하며 이름을 찾다가 피셔맨이라는 이름이 깔끔하고 괜찮아서 택하게 되었어요. 뜻은 나중에 만들어야죠.
LE: 동명의 영화에서 따온 줄 알았어요.
F: 그건 것 같기도 해요. (전원웃음) 나중에는 귀여운 걸 해보려고 'czvb'라는 컨셉 아이디를 만들어서 그 이름의 사운드클라우드에 결과물을 몇 개 올렸었어요. 가끔 심심할 때 쓰는 거였죠.
LE: 각자 음악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시작했는지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S: 계기는 사실 별거 없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인디밴드나 외국힙합 쪽을 자주 들곤 했어요. 중학교 때는 제이딜라를 알게 됐는데, 들으면서 “아, 이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계기였던 것 같아요. 제대로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긴 했는데, 당시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는데, “그러면 클래식을 해봐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정식 코스를 권유하셨죠. 근데 제가 열심히 안 했거든요. 제대로 안 하고 그러다가 아예 안 하겠다, 대학을 안 가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부모님께서 이왕 한 거 다른 거라도 해보라고 해서 실용음악과 지원하게 됐어요. 그냥 혼자 공부하고 피아노만 레슨받아서 들어갔었어요. 중간중간에 비트 찍는 연습을 했었고요. 제가 재수를 해서 학교를 들어갔는데, 한 학기 다니면서 별로 느낀 것도 없고 해서 ‘휴학하고 제대로 해보자.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제대로 하게 된 건 작년 중순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여기저기 휘둘리면서 정체성없이 했던 거고요.
LE: 당시에도 블래키나 열다에 소속되어 있었나요?
S: 네. 그랬죠. 사실 그 친구들끼리 중학교 때 만든 크루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 때는 그 크루에 있는 친구들을 모르고 지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쯤 혼자서 음악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그쪽 친구한테서 네이트온 메시지가 왔어요. “너 음악 하고 있다며?”라고 하면서 제가 만든 걸 들려달라고 하길래 들려줬는데, 같이 하자고 해서 그때부터 함께하게 된 거죠. 그동안에는 정말 동아리 활동처럼 하고, 열심히 한 건 아니었어요. 그때는 나름대로 입시 준비도 하고 그랬으니까 조금 했던 거죠.
K: 저는 다른 건 없고, 여자 꼬시려고 시작했어요. 여자 꼬시려고 시작했다가…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해야 하잖아요. 제가 음악을 제대로 시작하게 해준 형은 지금 군대에 있는 형인데요. 이 형이 제 여자친구를 꼬셔서 뺏어가려고 그랬어요. 제가 미국 유학을 갔다 왔는데, 여자친구는 한국에 있었죠. 근데 이 형도 한국에 있으니까 소개해준 건데, 둘이 그렇게 된 거예요. ‘어, 이 새끼 안 되겠네.’라고 생각해서 그 형을 이기려고 열심히 했고, 지금은 이겼죠.
LE: 이긴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K: 음악으로죠. 그 형이 처음으로 음악을 알려줬고, 항상 저보다 위에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여자 꼬시려고 시작했는데, 이 형보다 여자도 없고, 음악도 못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음악을 열심히 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진 거죠. 지금도 여자 꼬시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음악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전혀 여자 꼬시기 위해 하는 음악은 아니에요.
LE: 저는 이런 대답이 더 솔직하고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유명하고 재능 있는 뮤지션 중에도 여자 꼬시려고 시작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시작부터 창대한 뜻을 가지고 음악을 시작했다고 하는 것도 좀 웃긴 거 같아요.
F: 저는 중3때는 애들이랑 모여서 노래방에서 아웃사이더(Outsider) 노래 따라 부르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댄스디(DanceD) 씨가 예전에 활동하셨던 ‘힙합컬처(Hiphop Culture’라는 곳에 가입하게 됐어요. 진정한 힙합퍼가 되기 위해서… (웃음) 당시에는 무작정 FL 스튜디오(FL Studio)를 설치해서 이것저것 해보던 때였어요. 어느 날은 채팅방에서 플래닛 플루토의 브라운차일드(Brownchild) 형이 들어오시더니 “아, 여긴 병신뿐이네.”라고 하는 거예요. 여기가 나름 제 고향이라는 생각이 있는 여길 까니까 “뭔데 지랄이야.”라고 그랬죠. 근데 그 형이 “내 사운드클라우드 아이디 이거니까 듣고 아닥해라.”라고 해서 들어보니까 좋은 거예요. 그러고 나서 제가 “형님 알려주십시오.”라고 하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죠.
LE: 근데 중학교 3학년 때라고 했지만, 피셔맨 씨 지금 나이를 생각하면 2년 전 아닌가요?
F: 그렇죠. (웃음)
LE: 세 분은 서로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K: 제가 아마… 너(피셔맨)보다 늦게 들어왔지? 제가 열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갔는데, 다른 멤버들은 그렇다 치고요. 프랭크서울 형을 처음 만나게 된 건 노량진 근처 편의점에서였어요. 형들이랑 처음 만나는데, 편의점에 플라스틱 의자랑 탁자가 있잖아요. 형이 갑자기 와서 “존나 배고파.”라고 하면서 들어와서 도시락을 사서 먹다가 저를 보고 “근데 쟤는 누구야?”라고 했죠. 이번에 새로 뽑은 래퍼라고 소개되고 했죠. 그때는 그냥 평범하게 같은 크루원이었죠.
제 생각에는 첫인상보다는 열다가 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들으시는 게 재미있으실 것 같아요. 제가 열다에 막 들어갔을 때는 흔히 말하는 쌈마이 랩을 하고 있었어요. 트랩하면 트랩하고, 발라드하면 발라드하고, 그렇게 따라가는 식이었어요. 프랭크서울 형이 그때 “Cake”이라는 곡을 만드셨었는데, 그 곡을 제가 달라고 했었죠. 그때 형이 “얘는 내가 어떻게 해봐야겠다.” 생각하면서 시작한 게 돕멘션이에요. 열다에 들어가서 가장 이득을 본 건 형을 만나게 된 거죠.
LE: 열다는 아는 사람들끼리 크루를 만들자고 해서 하게 된 거였나요, 아니면 기본 구성원이 있는데 추가로 모집을 하고 그랬던 건가요?
S: 원래는 아는 사람들끼리 모아서 했었는데, 리더가 (다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데리고 온 거예요. 자기가 래퍼다 보니까 프로듀서들만 모았는데, 막상 같이 공연할 래퍼가 별로 없는 거예요. 래퍼가 있어야겠다고 싶어서,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AXAX 쿠디가 온 거죠. 이 친구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같이 하게 된 거고, 나머지 사람들은 음악 하면서 알게 되었던 사람들이죠. 피셔맨이랑은 공연장에서 처음 봤던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 저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어요.
F: 다 그러더라고. 저는 그때 중학교 3학년이었어요.
S: 그때는 살도 쪄있었고… 친구 아니면 나보다 한 살은 많겠다 생각했었는데… (웃음)
F: 저는 맨 처음에 브라운차일드 형이랑 알고 지내다가 플래닛 플루토라는 팀을 만들고 그랬어요. 근데 제가 크루를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뉴브랜드(Newbrand)라는 크루를 잠깐 갔다가 플래닛 플루토라는 팀 전체가 열다로 들어가면서 저도 열다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뉴브랜드를 간지도 얼마 안 되었고 했는데, 그렇다고 바로 크루를 나오기가 좀 염치없기도 하고 그랬죠. 하여튼, 그러다 결국 뉴브랜드에는 나가겠다고 말하게 됐죠. 후에 완전히 열다가 되었고요.
S: 친해진 건 올해 초지.
F: 처음 만난 건 <블래키 쇼(Blacky Show)>에서였던 것 같아요. 형들 되게 친절하시고 그랬죠.
LE: 플래닛 플루토는 팀인가요?
F: 네. 저랑 브라운차일드랑 뷰티풀디스코(Beautiful Disco). (LE: 아~) 지금은 셋이 따로 다니고 있죠. 같이 비트테입도 낸 적 있고요. 제가 작업 후반에야 참여하기는 했지만…
LE: 지금은 열다 크루가 어떤 상황이고, 그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S: 일단은 알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연도 하고, 비트 공유도 하고 그런 식이었어요. 리더가 뭔가를 하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리고 나서 리더 튜이프(Tuifu)가 군대에 가게 됐죠. 사실 처음에는 다들 친하진 않은 상태였어요. 단합심도 없고 그런 상태였는데, 이제 친해지려고 하는 단계에서 리더가 군대에 가게 되어버린 거죠. 이후에는 구심점도 없어지고, 자연스레 점차 교류도 없어지면서 얘기하는 사람들끼리만 얘기하게 됐죠. 그러던 와중에 개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열다라는 단위로 음악을 만들지는 않았는데, 대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거나 음악에 관한 교류는 좀 있던 편이었어요. 확실히 튜이프 형이 군대에 가고 난 다음부터는 개별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죠.
LE: 음악적 정체성이 동일하거나 특별히 같은 방향을 추구하는 그런 크루는 아닌 거네요.
S: 네. 그렇죠.
K: 고퀄리티 꿀꿀이죽이라고 보시면 돼요. (전원 웃음) 부대찌개 같은… 먹고 싶은 걸 막 넣고 끓이다가 군대 가면서 불 끈 거죠.
LE: 그렇군요. 뭐, 열다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다른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어쩌면 그 이야기들이 더 중요할 테니까요. 저희가 알고 있는 세 분의 결과물들은 올해 3월부터 많이 나온 편이에요. 그전에도 특별히 뭘 냈던 적이 있나요? 내긴 냈는데, 주목을 받지 못했다거나…
K: 제가 블레이즈(Blaze)라고, 미국 기숙사에서 만들다가 네 곡 정도를 간추려서 냈던 게 있어요. 테입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사운드클라우드 플레이리스트 정도? [XX]를 들어보시면 “Beach A$$”라는 곡이 있는데, 그게 블레이즈에 수록되었던 곡이에요. 애쉬비(Ash B) 누나 앨범에 실린 피처링 벌스도 했었죠. 녹음은 워낙 예전에 해놨었죠.
S: 그건 [Young Adult’s Way]가 나오고 나서 이 친구가 혼자 했던 거였어요. 제가 트위터에 글 쓸 때, 돕멘션 얘기하면서 이 얘기도 썼었거든.
F: 저는 일단 플래닛 플루토 비트테입이 있고요. 티타임(Tee Time)이라고, 블래스티(Blasti), LT 두 사람의 팀인데, 정규 1집 [What Time Is It?]에 수록된 LT 형 곡인 “서울의 밤”이랑 타이틀곡 “일기”의 비트를 만들었었죠.
LE: 이제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텐데요. 일단 돕멘션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많이 해볼게요. 일단 돕멘션은 두 분과 반쿠디(Vankudi)라는 분이 함께하는 팀인데, 지난 6월에 앨범 [Young Adult’s Way]를 발표했었죠.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나 팀의 이름의 뜻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S: 원래는 혼자 비트테입을 내려고 했어요. [Young Adult’s Way]에 수록된 트랙들은 그 비트테입에 수록하려 했던 트랙들을 편곡한 버전이에요. 반쿠디, AXAX 쿠디 두 친구가 둘 다 쿠디라서 보컬을 ‘큰 쿠디’, ‘작은 쿠디’라고 불러요. 나이가 반쿠디 그 친구가 한 살 더 많아서… 큰 쿠디는 고등학교 후배인데 음악 하는 걸 알고 있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나눴었어요. 그래서 이 친구랑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게 있었죠. 작은 쿠디는 제 비트에 랩한 것도 있고, 최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온 랩을 듣게 되면서 얘네 둘만 데리고 뭔가를 하면 지금 당장에는 아직 좀 부족한 게 있을지 몰라도 계속 하면 멋진 걸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내가 앨범 만드는데 드는 돈 다 낼 테니까 한 번 앨범 만들어보자.’라고 하면서 꼬드겼죠. (웃음)
LE: 단순히 비트만 프로듀싱한 게 아니라 완전히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일을 한 셈이네요.
S: 네. 제가 그런 쪽으로 욕심이 있어요. 항상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새 나오는 앨범들 보면 저는 앨범이라기보다는 그냥 수록곡 모음집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제가 그런 입장에서 컨셉을 잡기에 두 친구가 가장 적합했어요. 조금 미안했던 건 작은 쿠디가 앨범에서 비중이 작었던 거. 그게 좀 미안했죠.
LE: 함께 팀을 하자고 제의를 받았을 때는 어땠어요?
K: 제가 형 비트에 랩을 해서 곡을 낼 때는 미국에 있었는데, 그때 되게 힘들었어요. 그전에는 인스트루멘탈에 랩을 해왔는데, 오리지널 곡을 써보니까 그 느낌이… 이제는 힙스트루멘탈(www.hipstrumentals.com)을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비트! 비트!” 그러면서 비트에 대한 갈망이 커졌죠. 열다에는 프로듀서가 되게 많은데, 전부 제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어요. 프랭크서울 형만을 막 짜내서 비트를 받을 수는 없으니까 어떡할까 고민하는 찰나였는데, 그때 형이 같이하자고 한 거죠. 처음에는 ‘잘됐다. 비트가 많겠구나.’ 이런 생각이었어요. 근데 그 뒤로는 총괄적인 프로듀싱의 중요성부터 시작해서 다른 부분에서도 형한테 많이 배웠죠.
LE: 여기 안 계신 반쿠디 씨에 대한 소개도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S: 제 고등학교 후배고, 원래 힙합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그 친구도 랩하고 그랬었는데…
LE: 숭실대 교회음악과라고 알고 있어요.
S: 어떻게 아셨어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섹스 뮤직 하고 싶어서 데려왔었죠. 근데 원래 그런 애예요. 말하면 안 되나? 그 친구는 처음에는 랩을 했는데, 노래하는 데에 흥미가 붙어서 보컬 쪽으로 왔고, 곡도 직접 쓰고 그래요. 곡을 되게 잘 써요. 근데 미디나 이런 부분에서는 좀 취약해서 제가 그런 부분을 채워주려고 데리고 왔죠. 앞으로 가장 빨리 나올 결과물이 그 친구 믹스테입인데, 이것도 말이 믹스테입이지, 전곡을 자기가 프로듀싱했어요. 저는 조금 도와주는 정도였고요. 사실 첫 앨범 때는 큰 쿠디가 라이브만 하던 친구여서 녹음 스킬이 되게 부족했어요. 라이브하는 거에 비해서 녹음이 좀 아쉬운 게 있긴 한데, 앞으로 나올 것에 있어서는 부족한 걸 더 채워서 나올 것 같아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K: 저희가 상술은 아니지만… (웃음) 라이브가 진짜 섹스에요. 장난 아니에요. 그 바이브를 MP3로는 느낄 수 없거든요.
S: 근데 윅엘이(WeekLE)에 자기 보컬이 애매하다고 써 있는 거 보고 카톡에서 계속 자기는 애매한 보컬이라고 그래요. (웃음) 아무튼 녹음한 것보다는 라이브에서 더 뛰어난 친구고, 앞으로 나올 것들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LE: 프로듀서, 래퍼, 보컬이 한 명씩 함께 하는 팀 앨범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밸런스 맞추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비중에 관한 부분이나 음악적 방향에 있어서 어떻게 맞춰갔는지 궁금해요.
S: 서로 맞춰가는 부분이요? 일단 제가 좀 욕심을 부린 부분이 있는데요. ‘내가 알앤비 앨범을 만들면 이런 식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보컬 같은 경우에는 제가 악기같이 썼다고 봐도 무방해요. 되게 미안한 거기는 한데, 그 앨범은 랩이 주가 된다기보다는 향신료, 양념 같은 느낌으로 음악에 첨가하고 싶었어요. 근데 다른 분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몰라도 저는 비중과는 관계없이 되게 좋았어요. 그 짧은 벌스 안에서도…
K: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사실 보컬, 래퍼, 프로듀서가 조화를 이루려면 프로듀서가 가장 힘이 세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트메이커 말고 프로듀서가요. 그래서 일단 그 점에서 프랭크서울 형이 비슷한 음악을 하고, 같은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을 모았죠. 형 비트에 가장 묻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해서 말 그대로 제 목소리와 보컬의 목소리를 악기 수준으로 써도 전혀 문제없는 앨범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S: 당시에 비트를 찍어놓고 제가 이건 어떠냐고 하면서 계속 물어보기는 했어요. 원래 비트테입으로 내려던 곡들을 두고서요. 하나는 아예 갈아엎은 것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맞췄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4번 트랙 “Sweether” 같은 경우에는 보컬이 썼던 트랙이에요. 근데 큰 쿠디가 썼던 처음 버전은 사운드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었어요. 그걸 제가 편곡한 셈이죠. 아무튼, 비중적인 부분에서는 작업할 당시에 그렇게 의견을 많이 말하지 않아서 어땠었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최대한 맞춰서 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내고 난 이후에는 좀 아쉬운 게 있기도 하고, 작은 쿠디가 갈등하고 있을 때기도 해서 이 친구만을 위한 걸 하나 더 만들자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온 게 [XX]였어요.
LE: 그러면 AXAX 쿠디 씨는 [Young Adult's Way]를 만들 때, 비중이 작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아니면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건가요?
K: 아, 이게 기획사들이 아이돌 뽑듯이, "야, 씨. 멋있는 거 만들어보자. 존나 멋있게."라고 해서…
S: 야, 하긴 했었어. 알앤비라고.
K: 아, 알앤비 앨범이라고 하긴 했어요. 하긴 했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불만이 없었던 게 제가 돈이 없었어요.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 환경이 아니었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거기서 형이 "야, 씨발. 현금 박치기로 앨범 만들 테니까, 너 와서 랩 해라."라고 말했으니 '아, 이건 엄청난 기회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분량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이 짧게 20마디하고 깔끔하게 앨범을 탁 냈죠.
S: 그 당시엔 우리 둘 다 그 부분에 생각이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운 게 있었잖아.
K: 저희가 음악을 할 때 작업실 내에서 트러블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서로 꽁해져 있는 상태로 넘어가기 때문에… (전원 웃음) 사실 제가 벌스가 몇 개 더 있었는데, 형이 “아냐, 여긴 랩이 안 들어가도 될 거 같아.”라고 해서 '아, 그, 그래? 아…. 씨' 이랬죠. “아 좋아, 나 알앤비 앨범 좋아.” 이러면서 내색 안 했죠. [XX] 만들 때는 “아, 형 이거 너무 수퍼프릭 레코즈(Superfreak Records) 같아요. 쌈마이 좀만 섞어요.”라고 했을 때는 형이 “그래 이 새끼야….” 하면서 만들었어요. 그냥 서로 이해하는 거죠. 서로를 이해하면 전혀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LE: '꽁해 있다.'로 시작해서 '이해하면'으로 끝났네요.
K: 끝은 미개하지만… 아니, 시작은 미개하지만, 끝은 창대하게.
S: 물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기분이 상하거나 이런 게 있을 수밖에 없긴 해요. (K: 사실 좀 과장한 거지.) 제가 팀 내에서 약간 반대의 아이콘이에요. 뭐하려고 하면 “아, 이건 멋없으니까 하지 말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미안하죠. 이 친구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고 싶은데, 제가 봤을 땐 이게 조금 멋이 없으니까… 저도 첫 앨범 냈을 때나 [XX] 냈을 때나 부담이 많이 됐는데, 그냥 한 번 믿어달라고만 얘기했어요. 좀 더 멋있는 방법으로 잘 되면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LE: 어쨌든 결과는 좋았던 거네요?
S: 굉장히 좋았죠. 저희 모두 만족하는 앨범이 나왔죠.
LE: 세 명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이 비슷하다 하셨는데요. 저희가 윅엘이에서 [Young Adult's Way]를 퓨처 소울(Future Soul) 스타일이라고 설명했었는데요. 저희가 얘기한 부분에 동의하시는지 궁금해요.
S: 명칭은 잘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잘 못 듣는 소울 음악? 그런 걸 하고 싶었어요. 한국 스타일이 아닌… 남들이 잘 안 하고요. 요즘에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긴 한데, 남들 안 할 때 빨리 깃발 꽂아야겠다. 이런 느낌이죠.
K: 안 팔리는 음악을 팔아보고 싶었다고 해야죠. 근데 돕멘션 만들기 전에는 저만 형들이랑 색깔이 달랐어요. 저만 쌈마이였고, 형들은 존나 멋있는 거, 한국에 없는 거 하자고 했죠. 근데 저도 점점 스며들면서 형 비트에 길들여졌죠. 좀 다른 이야기긴 한데요. 저희 색깔이나 장르랑 같은 건 아니지만, 요즘 가장 멋있는 쪽이 TDE(Top Dawg Entertainment)라고 생각하고, 큰 흐름으로 따지면 저희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중에서도 요즘은 아이세이어 라샤드(Isaiah Rashad).
S: 장르는 좀 다른데, 바이브는 공통적인 것 같아요.
LE: 돕멘션이 장르적으로도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사가 인상 깊은 것 같아요. 돕멘션의 음악을 들어보면 맑고 깨끗하진 않잖아요? 원색적으로 해보자는 방향이 애초에 있던 건가요?
S: 사실 저희 셋 다 그런 걸 좋아해요.
K: 음악, 가사에서 원색적이고, 뇌쇄적인 느낌은 제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원래 형이나 반쿠디 형이나 대놓고 그런 걸 하려 한 건 아니었어요. 근데 저는 초등학교도 한국에서 졸업을 안 했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섹스”라고 말하지 못하는 게 너무 이상한 거예요. '아, 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그런 제가 가사 대부분을 쓴 거죠.
LE : 반쿠디 씨 파트의 가사도요?
K: 네. 단어 선택이나 그런 쪽으로는 제가 많이 도와줬어요.
LE: 저는 보컬 파트를 들으며 인상 깊은 부분이 많았어요. AXAX 쿠디 씨 파트가 원색적인 건 그렇다 쳐도 반쿠디 씨가 맡은 보컬 파트는 부드러우면서도 "So Many Bitches, 자꾸 앵기지." 같은 가사를 담고 있으니까요.
K: 그 형도 옛날에 힙합을 했으니까 그런 게 남아있는 부분도 있어요. 하나하나 설명드리면, 어떻게 앨범 작업이 되었냐면, 반쿠디 형이 보컬 라인을 짜요. 그럼 제가 그 보컬 라인에 맞춰서 가사를 써요. 근데 저는 보컬이 아니니까 어떻게 불러야 편한지 전혀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냥 래퍼 가사로 쓴 거예요. 그걸 그 형이 보컬로 잘 승화시켰다고 해야 하나요? 단어 자체는 제가 선택했는데, 그걸 형이 잘 소화한 것 같아요.
LE: 원색적이라는 게 성적인 것만을 지칭하기보다는 다른 표현에서도 직접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했는데요. 근데 직접적인 게 잘못 하면 되게 촌스럽잖아요. 예를 들면, ‘오빠’ 같은 단어가 그렇죠. 근데 그런 직접적인 표현들도 음악에 잘 묻더라고요.
S: 가사를 전체적으로는 반쿠디가 쓰고, 단어 같은 걸 못 고를 때는 AXAX 쿠디가 도와주고 했죠. 그 친구도 바이브는 비슷하니까…
LE: 앨범에는 여성 보컬 구구(GuGu) 씨가 참여하죠? 구구 씨가 앨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혹 버뮤다 뮤직(Vermuda Music)과 연이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S: 그냥 제가 연락을 했어요. 셋이 얘기하다가 이거 구구 씨와 함께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죠. 제가 제이비토(Jayvito)랑 좀 알고 있고, 스티치(Stxxch)라는 친구랑도 친해서 곡 들려주고 그랬죠. 그러면서 피처링 부탁해도 되느냐고 했죠. 페이는 제 곡을 하나 드리는 거로 해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LE: 피셔맨 씨는 [Young Adult's Way]를 미리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F: (듣고 나서) 제가 추구하던 음악적 색깔이 완전 바뀌었죠. [Lolita]를 내고 나서, 그 비트 테입에서 추구한 장르가 질릴 때쯤에 되게 신선한 걸 접한 덕분에 음악적 성향이 많이 틀어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피비알앤비(PBR&B)만 찍고 있어요.
LE : [Young Adult's Way]로 변했다는 거죠?
F: 네. 전후로 나뉘죠. [Young Adult's Way] 전후로…
S: 앨범 준비하면서 (피셔맨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F: 그때 많이 친해졌어요. 어색했다가…
LE: 작업 중간중간에 들어보며 얘기를 많이 나눴다는 거군요.
S, F: 네.
LE: 얘기를 이어가 볼게요. [Young Adult’s Way] 같은 경우에는 커버 아트워크와 믹스, 마스터를 각각 진왕 씨와 소리헤다 씨에게 맡긴 거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S: 처음에는 진보(Jinbo) 씨에게 부탁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뷰티풀 디스코 형을 통해 수퍼프릭 레코즈 매니저 분도 알게 되고 해서… 그쪽에 연락을 드렸었는데, 읽고 답장이 없으시고, 메일 주소 알려달라 했는데도 연락이 없으셔서 멘붕이 많이 왔었어요. 진보 매니저 분이 연락을 안 해서 진보 씨에게 직접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도 두 분 다 안 왔었어요. 처음 만들 때부터 '아, 이건 이 분이 해주시면 진짜 잘 해주시겠다.' 싶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계속 고민을 하다가 그 당시에 쿨키즈 믹스 하는 걸 보러 소리헤다 씨 작업실을 갔었어요. 근데 이 분이 하시는 방식을 보니까 저희가 부탁하는 대로 잘 나올 것 같은 거예요. 차선책이 소리헤다 씨였다는 건 아니고요. 헤매고 있었는데 마침 저희가 원하는 걸 소리헤다 씨가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았던 거죠. 그래서 소리헤다 씨한테 부탁을 했죠. 쿨키즈를 믹스를 하고 계시는 도중에 “이것도 나올 것 같은데.”라고 말씀드리면서… 그리고 소리헤다 씨에게 되게 감사 드리는 게, 그때 저희가 유통이나 커버나 CD 프레싱하는 거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이 없었어요. 그런 부분에 관해서 제가 이것저것 여쭤봤었는데, 다 설명해주셨어요. 마침 또 진왕이라는 분이랑 친구 사이시더라고요. 전 몰랐는데… 그러면 연락처 좀 알려주실 수 있느냐 해서 진왕 씨와도 함께 하게 됐죠.
LE: 생각해보면 물론, 소리헤다 씨가 힙합, 알앤비 쪽에선 엔지니어로 유명하시지만, [Young Adult's Way] 같은 스타일의 앨범은 전문분야가 아니시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거든요. 소리헤다 씨가 자주 맡으시고, 잘하시는 류에서는 좀 벗어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럼에도 잘 나온 것 같나요?
S: 네. 저희는 괜찮았어요. 조금 아쉬운 것은 보컬의 녹음 스킬 정도?
LE: 그건 소리헤다 씨 잘못이라기보다는…
S: 네, 그렇죠. 특히, 비트 믹스 같은 경우는 제가 다 해서 보내드렸거든요. 웬만하면 제가 한 거에서 안 바뀌었으면 해서요. 근데 그런 상태에서 무거운 분위기가 필요한 구간에서는 중심이 딱 잡히게 컴프레서를 걸어 주신다든가 그랬죠. 그래서 비트 믹스 같은 경우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보컬 믹스도 그 당시에는 괜찮았는데 지나고 나니까 아쉬운 부분이 보였을 뿐이죠.
LE : 반면에 [XX]나 "Smoke Seoul"같은 경우는 레어버스(Rarebirth) 씨에게 맡기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믹스테입과 싱글 아트워크의 느낌이 비슷한데, 의도한 부분이 있나요? 연계점이라든지…
K: 일단은 젖가슴이 나오는 수퍼프릭 레코즈 컴필레이션 앨범 [Freakloud]의 아트워크. 제가 그 커버를 보고 나서 레어버스 씨 팬이 됐어요. 처음에 싱글 커버만이었어요. 그랬는데, 그 알록달록한 느낌이 너무 예뻤고, 싱글보다 믹스테입이 먼저 나오게 되어서 ‘이것도 레어버스 씨에게 부탁해볼까?’ 싶었죠. 부탁을 했더니 레어버스 씨가 믹스테입 들어보시고 나서 괜찮다고 해서 믹스테입 자켓도 맡기게 됐죠. 우연하게 비슷한 느낌의 커버가 나오긴 했는데,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믹스테입의 커버는 어두운 느낌이고, 싱글 커버는 밝은 느낌이잖아요. 믹스테입은 돈을 벌 수 없기에 어두운, 싱글은 돈을 벌 수 있기에 밝은…
LE: 정말인가요?
K: 아닙니다. (웃음)
S: 저는 원래 싱글 커버를 만들 때, 추상적인 이미지를 아트워크로 쓰고 싶다 생각했었어요. [Young Adult’s Way]에 비해서 음악 자체가 덜 대중적이란 느낌이어서요. 그래서 레어버스 씨에게 부탁을 했었어요. 다른 멋있는 분들도 많지만, 비주얼적으로 봤을 때, 추상적인 이미지를 소화하는 건 레어버스 씨가 잘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몇 개의 작업물을 더 보내주셨었는데, 그 작업물 목록의 첫 번째가 싱글 커버였고, 두 번째가 믹스테입 커버였어요.
LE: 아트워크의 비주얼적인 느낌이 좋았던 거지, 앨범이나 싱글에 담긴 내용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건 아닌 건가요?
S: 아, 믹스테입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저희 둘이 나오는 사진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만들었었어요. 근데 처음 만든 커버보다 레어버스 씨 커버가 음악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음악 분위기에 맞게 처음 보내주신 거랑 다르게 색감 같은 걸 조정해주시기도 했어요.
LE: 세 개의 작품을 순서대로 이야기해봤는데요. [Young Adult's Way]가 알앤비였다면 [XX]는 힙합에 가까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또 다른 작품, 싱글 “Smoke Seoul”에서 세 분의 밸런스가 가장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세 작품에 걸쳐 선보인 돕멘션의 음악을 들을 때, 특별히 중점을 둬서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나요?
S: [XX]는 다른 앨범보다 AXAX 쿠디의 비중이 늘었잖아요. 다른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게 있는데, 이 친구가 가사를 되게 잘 써요. 멋스럽게 랩하는 것도 장점이지만, 가사도 뛰어나니까 그에 집중해서 들으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K: 이건 좀 건방진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한국에서 영어로 가사를 쓰시는 분들의 발음은 세 부류 정도로 나뉘어요. 영어 발음 자체를 아예 잘 못 내시는 분이 있고, 발음은 잘하시는데 한국 영어 강사처럼 하시는 분이 있고, 마지막으로 흑인을 흉내 내려는 분들. 보통은 영어 강사처럼 하세요. 그게 항상 불만이었는데, 그래서 그 흑인 흉내를 내려는 발음들을 주의 깊게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흑인음악이나 흑인 자체를 찬양하고 숭배하면서 따라가야 한다는 건 아닌데, 그런 발음들이 가장 듣기 좋으니까요. 발음에 집중해서 연구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걸 들을 때 그러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각자 작업하고 가사 쓰실 때 말이죠. 굳이 영어를 써야겠다면 최대한 흑인들이 쓰는 그런 느낌으로요.
LE: 본인은 그런 부분을 잘하고 있는 것 같나요?
K: 한국에 그런 발음적인 부분들을 잘 이해하시는 분이 몇 분 계신대요. 저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그래도 영어로 일기 쓰듯이 하시는 분들보다는…
LE: 이 부분에는 되게 자신감이 있어 보이네요.
K: 언짢으신 분들이 막 찾아서 듣고 막 “아, 이 새끼 여기선 영어강사처럼 했네.” 이러면 어쩔 수 없지만….
LE: [Young Adult's Way]나 [XX]는 어떤 특정한 질감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데, 믹스를 하거나 소스를 고르실 때 일관된 기준이 있나요?
S: 일단 그냥 듣기 좋은 게 제일 좋으니까 귀가 끌리는 대로 가죠. 믹스를 할 때도 드럼 파트에 변화를 많이 주기도 하는데요. 저는 '원소스 불변의 법칙'이라고, 원소스가 좋아야지만 멋진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애초에 소스를 고를 때 신중한 것 같고, 가공해놓은 것들은 따로 폴더에 'FRNK Kit' 이런 식으로 모아두기도 해요. 곡이 안 나올 때는 소스를 가공하기도 해요. ‘드럼이라도 만들어야지.’ 하면서 말이죠.
LE: 피셔맨 씨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F: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전 있는 걸 갖다 쓰는 건 잘해도 만드는 거를 잘하지를 못해서…
LE: 레이어하거나 이펙트 거는 걸 잘 못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F: 네. 원소스가 좋아야 하는 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S: 난 시간이 많으니까.
F: 난 없어. 학생이니까. (웃음)
LE: [XX]에는 보컬 샘플이 유난히 많이 사용되었던 것 같아요.
K: 제 취향이라서?
S: 저도 되게 좋아해요. 알게 모르게 쓰는 걸 좋아해서요. 물론, 루프 샘플로 쓴 곡도 있긴 한데… 시퀀싱하고 그 위에 보컬 얹는 것도 좋아하고요. "Smoke Seoul"에도 있긴 해요. 아무도 모르겠지.
LE: "Smoke Seoul"은 칠성사이다에서 제작비를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받게 되신 건가요?
S: 와, 어떻게 아셨지? SNS를 조심해서 해야 하는… 제가 여자친구랑 영화를 보러 용산을 갔었어요. 용산에서 무슨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저는 그런 거 안 좋아하는데, 여자친구가 응모하자고 하더라고요. 고깃집에 가면 통에 명함 넣고 추첨하고 그러잖아요. 무슨 이따만한 사이다 통에 소원 같은 걸 넣어서 추첨했었나 그랬어요. 그 당시에 저는 '인디 뮤지션인데 첫 앨범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았고, 그런 경제적인 부담 없이 음악 만들어서 내고 싶다.'라고 쓰고, 그 밑에 '참고로 존나 잘함.' 이런 식으로 써놨었어요. 7천 명 중에 7명을 뽑는 이벤트였는데, 뽑혔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사람을 잘 못 믿어서…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아무튼 돈을 지원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돈 지원이 조금씩 늦어지길래, 이러면 필요 없다고 하니까 바로 200만 원을 지원해주셨어요. 그래서 믹스, 마스터에 100만 원을 쓰고, 커버에 30만 원을 쓰고, 뮤직비디오가 곧 나올 텐데, 그건 남은 돈에 사비를 좀 보태서 찍고 그랬어요.
LE: 저는 얘기를 듣고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칠성 사이다의 이벤트,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냥 일반 이벤트였군요.
S: 네. 그냥 이벤트였어요. 근데 여자친구가 되게 서운해했어요. 자기는 남자친구랑 여행 가고 싶다고 썼는데, 너는 너 개인적인 거 쓰냐고… 처음에 자랑했다가 혼났죠.
LE: 그랬군요. 돕멘션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하고요. 이제 피셔맨 씨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부모님이 어린 나이에 이런 류의 음악을 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F: 부모님이 둘 다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되게 학업에 예민하셔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 음악을 하면서도 겨우 고등학교 진학했는데, 계속 성적이 떨어지니까 많이 반대하셨죠. 그래서 “엄마, 나 [Lolita] 내고 음악 접을게. 대학교 가서 음악 할게.”라고 했어요. 그래서 [Lolita]에 넣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넣었어요. 근데 지금도 음악을 하고 있고… 요즘은 반대가 없는데, 막 심하게는 아니어도 인터넷 끊어버린다고 하시거나 그런 적도 있긴 하죠.
LE: 그럼 앞으로 본인의 장래는 어떤 쪽으로 생각하고 계세요? 음악을 한다든지,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것 같아요.
F: 대학이나 과는 최대한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요. 근데 대학이랑 음악을 같이 생각하고 있진 않아요. 고3 때는 음악 안 해야죠.
S: 나도 그랬어야 했어. 전공을 음악으로 하는 게 아니었어.
F: 학교에 다니다 보니까 공부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애들이 점심시간에 밥 안 먹고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저도 긴장 좀 되고 그러죠. 고3 때는 더 심해질 게 뻔하고요.
LE : 비트테입의 제목은 왜 ‘Lolita’인가요?
F: 그게요. 성적 취향,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어떤 곡을 만들었더니 엄마가 “노래가 되게 로리타 같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로리타의 한국적인 의미를 전혀 모르거든요. 영화 같은 걸 보다가 로리타라는 단어를 아셨겠죠. 그런 거에 관심이 되게 많으세요. 귀여운 애 같은 느낌 정도로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근데 그걸 잘 활용하면 좀 젠틀해 보이겠다 싶어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어요.
LE: 음악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F: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웃음)
LE: 비트테입의 커버는 누가 만든 건가요?
F: 제가 한 거예요. 그냥 사진을 잘라와서 제목만 넣은 거예요.
LE: 비트테입에 대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서요.
F: [Lolita]를 만들 당시에 가장 자신 있던 스타일이나 장르가 좀 멜로우한 무드가 담긴 쪽이었어요. 그때는 최대한 좋은 비트만 넣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런 것만 썼죠. 그래서 느낌이 다 비슷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봄에 듣기 좋은 노래? 봄 느낌 나게.
LE: 다작을 하는 편인가요? 비트를 많이 만드는 거죠.
F: 그때는 그냥 쌓아두는 식이었는데 요새는 아니에요. [Lolita]는 쌓아놓고, 좋은 거만 추리고, 나쁜 건 버리는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LE: 앞서도 간략하게 이야기 나눴지만, 비프리 씨나 크루셜 스타 씨와 연결된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F: 비프리 형 같은 경우에는 제가 [Lolita]를 준비하는 중에 “내가 (기대를) 많이 거는 만큼 그 기대에 미치는 결과물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좀 더 프로스러운 사람을 찾으면서 성사된 경우예요. 비트에도 어울리고, 슬슬 결과물을 낼 때가 된 사람을 찾았는데, 비프리 형이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비프리 형한테 "Good Year" 트랙을 메일로 보냈어요. '이거 당신을 위해서 만들었으니까 들어봤으면 한다.’ 약간 팬 느낌으로요. 그러면 더 잘 읽을 것 같아서요. 바로 답장이 왔죠. PC방에서 난리가 났었죠. “와, 비프리한테 연락이 왔어!” 이러면서요. 그리고 [Lolita]는 일부러 비프리 형 거가 나온 다음에 내면 팔로워 2, 3명이라도 더 낚지 않을까 싶어서 낸 거예요. 후에 크루셜 스타 형한테 연락이 페이스북 메시지로 왔었죠. 그래서 함께 작업한 게 이번 앨범 [Midnight]에 실린 "Paris"랑 “Become A Man”, 그리고 “Owl”이에요.
LE: 크루셜 스타씨 같은 경우는 비트테입 공개된 걸 듣고 연락이 온 건가요?
F: 네. 그래서 실제로 비트테입 안에 있던 게 앨범에 들어갔죠.
LE: 맞아요. "Paris"가 비트테입에 수록된 "Smoke"라는 곡이더라고요. 제목은 완전 상반되네요. 근데 혹시 마우스나 키보드로 시퀀싱하시나요?
F: 아뇨. 그건 말도 안 되죠. (전원 웃음)
LE: 말씀하시는 걸 보면 되게 열악한 상황이신 것 같아서요.
F: 아, 집에서 하긴 해요. 근데 마스터 키보드 있고, 오디오카드 있고 그래요.
LE: 가상 악기를 많이 쓰겠네요?
F: 네.
LE: 이걸 여쭤보는 이유가, 피셔맨 씨의 비트를 들으면서 되게 연주 같다는 인상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실은 연주 스킬이 있으신 분인가 싶었어요.
F: 제가 딱히 “아, 저 사실….” 이런 걸 하고 싶진 않은데… 연주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피아노는 조금 배웠어요. 근데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고 체르니 정도에요. 그래서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악기가 건반뿐이니까 그 안에서 최대한 그루브를 살리려고 해요. 그 그루브를 살린 게 "Smoke"였는데, 크루셜 스타 형이 그걸 캐치하시더라고요. 고마웠어요.
LE: 신기하네요. 저는 다방면으로 악기 두세 개 정도는 다룰 줄 알았어요.
F: 아, 기타는 조금 해요. 무슨 트랙이더라? 무슨 트랙에 기타 연주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녹음했느냐면요. 잡고, 띵기고, 녹음 끄고, 잡고, 띵기고, 녹음 끄고 그런 식으로 했어요. 그다음에 컷&페이스트했죠. 되게 가공이 많았어요.
LE: 비트테입을 들어보면 모든 트랙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트랙과 트랙을 연결하려 했던 의도도 보여요. 넘어가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F: 그건 의도한 게 맞아요. 근데 그걸 맨 처음부터 구상한 건 아니고요. 만들고 나서 트랙 정리할 때 그렇게 했어요.
LE: 생각해보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음악을 하셨다고 하니까 음악 생활 2년 만에 크루셜 스타, 비프리 이런 분들과 작업한 거잖아요. 본인이 재능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것 같아요.
S: 안 할 수가 없지.
F: 그렇지 않아요. 저 프랭크서울 형 곡 들으면서 자주 좌절해요. 그리고 욕심이 좀 있어서 어떻게든 노력해서 더 하고 싶은데, 요즘은 학업 때문에 못하니까 그게 좀 아쉬워요. 저는 프랭크서울 형이 잘한다고 생각해요.
LE: 학업만 아니면 이길 수 있다 이런 건가요? (웃음)
F: 도전은 하겠죠. 가능성이 있겠죠.
LE: 역시 자신감이 넘치네요. (웃음) 그냥 2년 만에 이렇게 된 것도 신기하고, 들으면서도 “아, 재능 있으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같은 프로듀서로서 프랭크서울 씨가 보기에는 어떤가요?
S: 진짜 흡수력이 너무 좋아요. 처음에는 신스를 안 쓰고 EP(Electric Piano) 위주의 플레이를 해서 처음 (작업실에) 놀러 왔을 때, 신스를 조금 알려줬어요. 근데 그걸 바로 소화하더라고요. 약간 긴장되더라고요. ‘얘는 진짜 대학 가서 음악만 자유롭게 하면 진짜… 안 되겠다. 얘한텐 진짜 지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앞으로 아무것도 안 알려줘야겠다.' 생각하고… 농담이고요. 아무튼, 저는 피셔맨이 되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것도 아닌데, 자기가 들은 음악 안에서 또 자기 걸 만들어내는 걸 보면 재능이 없다고는 못할 것 같아요. 진짜 재능 있는 친구예요.
LE: 저는 프로듀서가 비트 자체를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분 다 그런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2년 만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F: 감사합니다.
LE: 아까도 계속 얘기했던 것처럼 브라운차일드 씨와 함께 플래닛 플루토의 멤버시잖아요. 지금은 팀처럼 활동하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요. 그 브라운차일드 씨가 [Lolita]에 참여한 트랙이 두 곡 정도 있잖아요. 그중에 세션처럼 참여한 트랙이 있는 걸로 아는데, 맞나요?
F: 아니에요. "Platonic"은 솔직히 말해서 제가 코드만 짜고, 그 형이 거의 다 했어요. 그 형이랑 친분이 있으니까 뭔가 의미를 두고 싶어서 그렇게 했어요. 그 곡은 제가 비중이 크고 그런 정도가 아니고 거의 그 형이 다 하고 제가 조금 참여한 정도에요.
LE: 조금 겹치는 질문이긴 한데, 드럼을 만질 때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메인 악기와 드럼이 되게 잘 맞는 느낌이 들어서요.
F: 드럼 같은 경우는…. 썼던 악기 또 쓰는 것 같아요. (전원 웃음) 그때 당시에는 최대한 좋은 걸 엮어서 내야 하는 게 맞잖아요. 그리고 저도 의도하고 똑같은 걸 쓴 건 아니고요. 어떤 곡에서 ‘어, 이거 좋은데.’ 싶은데, 다음 곡에서도 '어, 이건 이 소스가 어울리는데.' 싶었는데, 보니까 다 같은 소스였던 것일 뿐이죠.
LE: [Lolita]와 그 이후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온 음악을 듣다 보면, 듣는 음악이 확 달라졌다는 느낌을 있어요. 최근 음악의 흐름에 많이 민감하신가요?
F: 제 음악 인생은 플래닛 플루토 전후, 돕멘션 전후로 나뉘어요. 프랭크서울 형한테 들을만한 음악을 많이 알아뒀어요. 찾아서 듣고 하다가 “아, 이게 힙합이지.” 막 이러고… (전원 웃음) 그러면서 사운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Lolita] 같은 경우는 전곡이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걸 좀 벗어나고 싶었어요. 제 색깔도 만들고 싶었고요.
LE: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은 어떤 류인가요?
F: 그냥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프랭크서울' 들어가서 라이크 누른 거 싹 들어요. (전원 웃음)
S: 그래서 제가 요즘 라이크를 잘 안 눌러요.
LE: 크루셜 스타 씨의 "Paris" 같은 경우는 "Smoke"를 그대로 썼는데, 새 비트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F: 네. 한 곡은 새 비트고, 한 곡은 프랭크서울 형이랑 묶어서 냈어요. 프랭크서울 형 곡이랑 묶인 노래에서 제 비트는 랩이 안 나오는데요. 그게 예전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Problem” 리믹스에 쓰인 비트에요.
LE: 피셔맨 씨가 말씀 하신 대로 프랭크서울 씨도 크루셜 스타 씨의 앨범에 참여하셨는데요. 크루셜 스타 씨가 피셔맨 씨를 알게 되고, 또 프랭크서울 씨까지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신 건가요?
S: 피셔맨 때문에 알았다기보다는 캐딜락 비츠(Cadillac Beats)라고,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Grandline Entertainment)에 있는 프로듀서 형이랑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요. 그 형이 다른 분에게 제 곡을 들려줬대요. 그러다 크루셜 스타 형이랑 같이 사는 씨자(CZA)라는 형이랑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 자리에 크루셜 스타 형도 있었어요. 동네도 제 작업실에서 15분 거리에 살고 계시고 해서 왔다 갔다 하다가 곡도 주게 되고… 그렇게 된 것 같아요.
LE: 피셔맨 씨의 개인적인 얘기까지 해봤고요. 일단, 세 분의 음악적인 방향을 보면 기존의 홍대 힙합과는 바이브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 의도하진 않았는데, 저희가 생각하는 멋있는 게 그런 것 같아요. 굳이 나눌 필요도 없고, 저희가 생각했을 때 멋있는 거죠.
F: 연구하는 음악, 이런 거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LE: 이런 류의 음악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악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신가요?
S: 그렇죠. 저는 작업실에 있을 때, 하루에 한 시간은 유투브나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계속 디깅하는 편이에요.
LE: 피셔맨 씨도 그런 편인가요?
F: 네. 저는 라이크. (전원 웃음)
S: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래서 요즘 잘 안 눌러요. (웃음)
LE: AXAX 쿠디 씨는 어떠세요?
K: 저는 힙합을 잘 안 들어요. 굳이 들으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정도. TDE 정도 들어요. 사실 전 알앤비를 더 많이 들어요. 요즘 그렇다는 거죠.
LE: 그렇군요.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본인들의 음악이 홍대 힙합이랑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K: 홍대 힙합이라는 게, 홍대에서 우리를 불러주면 홍대 힙합이 되는 그런 느낌인데, 홍대가 저희를 찾지 않기 때문에 홍대 힙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S: 굳이 구분하고 싶지는 않은데 해야 한다면은?
LE: 계속 얘기했던 부분인데, 짧은 시간 안에 작업물이 많이 나오면서 세 분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계시잖아요. 이런 탄력적인 모습이 개개인이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가 있어서 한 거죠? 크루 내에서 이런 분위기가 생성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S: 네, 그렇죠.
F: 한 타를 노렸죠.
LE: 그렇군요. 음악적인 얘기를 좀 더 이어가 봤고요.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프랭크서울 씨부터 해볼게요. <전파견문록> 출신이라고 질문지에 적혀 있네요?
S: 아, 그렇죠. 초등학교 때 캐스팅이 됐었어요. 미끄럼틀 타고 문제 내는 역할이었어요. 자료가 없었는데, 엄마 친구가 방송국에서 일하셔서 거기서 자료를 찾아주셔서 봤죠. 귀여웠어요. 이런 게 인터뷰 질문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LE: 작업실은 이수 쪽에 있다고 들었어요. 흑석초등학교 출신이시고 한데, 원래 흑석 쪽에서 사신 건가요?
S: 네. 원래 그쪽에 계속 살고 있었다가 잠깐 21살 때쯤 신림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갔죠.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그쪽에 작업실을 구했어요.
LE: 찾아보니까 비츠(Beatz)에서도 활동을 하셨다고… 맞나요?
S: 활동한 것까지는 아니고 예전에 한 곡 올렸었어요. 근데 거기서 소개 영상에 써도 되느냐고 해서 “쓰세요.” 했었죠.
LE: 쿨키즈의 한 명이었던 키즈케이(KizK) 씨에게 들었는데, 샘플링 작법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서 중간에 아예 작법을 바꿨다고 들었어요.
S: 회의감까지는 아니었고 조금 두려웠죠. 샘플링을 한다는 거에 있어서 너무 예민해지니까 두려워졌는데, 회의감은 들지 않아요. 저는 샘플링을 되게 좋아하고, 샘플링만큼 깊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정규 음원을 낼 때는 조금 두려워져서 시퀀싱을 하려고 해요. 제가 소심해서 그럴 수도 있죠.
LE: 그럼 시퀀싱을 본격적으로 하시기 전까지는 샘플링과 시퀀싱을 번갈아 하신 건가요?
S: 원래는 샘플링만 했는데, 재수하면서 시퀀싱을 해야 할 일이 생겼었어요. 그래서 브릭스(Briks)라는 분한테 잠깐 배웠었는데, 하다 보니까 이것도 재미있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것 같아요. 그리고 피아노로 곡도 쓰고 그랬던 터라…
LE: 작법을 바꾼다는 게 프로듀서로서는 모험이고, 힘든 일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전부터 조금씩 해오시면서 바꿀 빌미가 있었던 거네요.
S: 그렇죠. 재미있었어요. 섞어서 할 때. 지금도 어느 하나를 더 많이 한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섞어서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니까 더 재미있어요. 흥미로운 게 더 많이 나와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법을 바꾸는 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LE: 쿨키즈가 앨범을 내기 전에 무료공개한 “Ya Know”라는 곡이 있잖아요. 제가 알기에는 스나이퍼 사운드(Sniper Sound) 쪽에서 무료 공개로 방향을 선회하자고 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요. 그때 아쉽지 않았나요?
S: 아쉬웠죠. 저는 앨범 통틀어서 그 곡이 가장 좋았는데, 그 곡을 무료공개로 하자고 하니 좀 아쉽기는 했죠.
LE: 이 곡이 레미 섄드(Remy Shand)의 곡을 샘플링했다고 알고 있어요.
S: 네. 다들 알고 계시더라고요.
LE: 본격적으로 시퀀싱을 하기 전에 만들었던 곡이었던 건가요?
S: 아니요. 그 당시에는 ‘얘네랑 샘플링 곡으로 함께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얘네한테 줬던 곡들이 다 샘플링이었어요. 근데 샘플링은 안 된다고 해서 그 곡을 레퍼런스 삼아 다시 시퀀싱해서 다시 줬죠. 그래서 앨범에 실린 곡들은 아무래도 아쉬운 감이 있죠. 원래의 바이브를 다시 시퀀싱으로 구현해내야 했으니까요.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LE: 개인적으로는 프랭크서울 씨가 쿨키즈 앨범에 참여한 세 곡을 모두 좋게 들었는데요. 절반 이상 참여하신 걸 보면 나름대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어떤가요?
S: 그냥 그 친구들이 부탁했어요. 원래 친분도 있었고요. 재미있겠다 싶어서 했었죠. 근데 중간에 샘플링한 곡을 수록하지 못하게 됐을 때, 약간 흥미를 잃었었죠. 좀 힘들었어요. 그 친구들이 처음에 원래 비트에 녹음까지 했었는데…
LE: 앞으로 프로듀서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나 걷고 싶은 행보가 특별히 있으신가요?
S: 일단은 래퍼에게 주는 비트든, 뭐든 간에 그냥 멋있는 걸 하고 싶은데… 개인적인 걸로는 비트메이커로서 비트 음악을 조금 더 하고 싶어요. (한국에도) 비트 음악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되게 많거든요. 수퍼프릭 레코즈나 애드밸류어(Addvaluer), 영기획(YOUNG, GIFTED & WACK) 이런 분들 말고도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찾아보면 되게 많은데, 그분들도 진짜 잘하세요. 그런 분들하고도 함께 해서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음악 외적인 면, 그러니까 영상이라든가, 비주얼적인 부분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도 멋있게 하고 싶어요.
LE: 혹시 라이브 셋을 플레잉하는 DJ 쪽도 생각이 있으신가요?
S: 네. 지금 공부하고 있어요.
LE: 조만간 볼 수 있나요? (웃음)
S: 많이 해야죠. 그냥 개인적으로 멋있어지고 싶은 것 같아요. 프로듀서, 비트메이커니까 래퍼나 보컬랑 같이 작업해서 ‘어떤 곡의 프로듀서’라고 불리면서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런 거 말고 그냥 ‘돕멘션의 프랭크서울’로 불리고 싶어요. 제 자체가 멋있어지는 거죠.
LE: 혹시 피셔맨 씨도 그런 욕심이 있으신가요?
F: 네. 아, 근데 저는 대학 가서… 그리고 뭔가 프랭크서울 형이 듣는 음악이나 말하는 게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LE: 이제 AXAX 쿠디 씨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K: 정말 기대가 되네요. (전원 웃음)
LE: 오늘의 메인이벤트인데… 그냥 첫 질문부터 공격적으로 들어가 볼게요. 가사를 굉장히 성적으로 적나라하게 쓰시는데요. 언제부터 성에 눈을 뜨게 되신 건가요?
K: 야… 이게…
LE: 아, 일단은 그전에 궁금한 게 한국에는 언제 오신 건가요?
K: 작년? 작년 5월에 완전히 들어왔어요. 그전까지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한국에 있다가 중국 갔다가 호주 갔다가 그랬어요.
LE: 그럼 외국에 거주했던 게 그런 부분에 영향을 미쳤던 건가요?
K: 저는 진짜 전혀 전혀 영향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친구들 만나서 얘기해보면 너 미친놈 같다고 그러고… 이게 도대체 왜 미친놈인 건지 싶었는데, 아무튼 영향이 있었나 봐요.
LE: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보니까 그런 게 느껴진다는 거죠?
K: 네. 그렇죠.
LE: 그래서 성에 눈은 언제 뜬 거예요? (전원 웃음)
K: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때는 버디버디가… 버디버디에 뭐가 있었냐면, 성인 채팅방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 들어가서 초등학교 2학년 때니까 뭣도 모르고 “야~”하면서 놀았죠. 그때부터 좀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LE: 맞아요. 그때 버디버디에 캠 켜서 화상 채팅하는 누나들도 있었어요. 그럼 그 어떤 성적 욕구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걸 가사에 담아낸다는 게 언어로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게 가사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쓰게 되는 건가요?
K: 네. 그렇게 안 쓰고 싶어도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주제에서 너무 벗어나지는 않아도 일단 무조건 여자 얘기는 나와야 하고 그래요. 그런 게 좀 있죠. 의도한 건 아닌데…
LE: 몸에 막 섹스 DNA가 흐르고… (전원 웃음) 그럼 실제 성생활은 어떤가요?
K: 아… 생활고와 함께 굉장히 가난하죠.
LE: 근데 들으면서 느낀 건 물론 직접적으로 섹스에 관련된 가사도 있긴 하지만요. 그런 성적인 표현들을 활용해서 나름대로 MC로서의 스웩을 한다고 해야 하나요? 이게 되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되게 컨셉츄얼하고 좋은 것 같아요.
K: 그게 어느 순간에는 저 스스로 ‘아, 내가 컨셉질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야한 걸 안 써보려고도 해봤고 그랬어요. 근데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사실 최근에 그런 쪽으로 컨셉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 명 있었어요. 그래서 만나서 얘기하는데, “야한 걸 컨셉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사람이 그렇네요.”라고 이야기하면서 거부감이 든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LE: 아, 본인을 보고서요?
K: 네. 직접 만났더니 ‘아, 이 사람이 변태구나.’라고 느낀 거죠. 근데 사실은 우리 모두는 변태 기질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그저 내뱉을 뿐이죠. 그거에 대해서 불만을 갖기 시작하면 조금 난해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막 “아, 그래? 난해하니? 그럼 내가 안 할게.”라고 할 게 아니라서… 이해해주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LE: 저는 이게 더 리얼한 것 같아요.
K: 이게 굉장히 리얼합니다.
LE: 그럼 한 1, 2년 뒤에 트위터 ‘X지’라고 적어놓고… (전원 웃음)
K: X1지.
LE: 아, 굉장하네요. 최근에 싱글을 발표한 애쉬비 씨의 곡에는 어떻게 피처링하게 되셨나요? 알앤비 보컬 소기 제이(Soggy J) 씨와의 작업도 궁금하고요.
K: 애쉬비 누나는 프랭크서울 형이 이어주셨어요.
LE: 아, 근데 애쉬비 씨도 가사가 되게 노골적이더라고요.
S: 근데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K: 애쉬비 누나 곡에 피처링할 때가 제가 18살인가, 19살 때라 미성년자였는데… 그때 스테이 튠드(Stay Tuned)의 신용식 씨가 보시고 “와, 미성년자세요? 근데 이런 가사를…”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웃음) 소기 제이 형 같은 경우에는 이건 진짜 재미있는 얘기인데… 옛날에 킥앤스네어(KicknSnare)라고, 어떤 분이 만든 커뮤니티였어요. 회원이 천 명인가 그 정도밖에 없었는데… 래퍼들 등급 매기고 이상한 데였어요. 거기서 제가 소기 제이 형을 발견했었어요. 그래서 사실 제 친구 중에 레게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야, 소기 제이 한번 들어봐.”라고 했어요. 그때는 형이 랩을 하셨었는데, 지금은 공중분해 된 크루를 만들었었죠. 이후에 형이 혼자 힘으로 어느 정도 급을 지닌 상태로 다시 만나게 됐죠. 그래서 그때 형이 “너 그때 배신 때린 거 존나 멋없었어.”라고 얘기하고… “배신이 아니고요 형…”이라고 했었죠. 소기 제이 형은 진짜 잘해요. 진짜 멋있어요. 몸도 좋고요. 질문이 뭐였죠? (웃음)
LE: 그냥 작업할 때 에피소드 같은 게 있었나 해서요.
K: 에피소드… 애쉬비 누나 거 녹음하러 갔는데, 녹음을 하고 피자를 먹는데, 태완(C-Luv) 씨가 들어오셨었어요. 그때 프로를 본 거였거든요. 그래서 “오!” 하면서 피자 먹고… 야한 얘기 좀 하고… 특별히 웃긴 에피소드는 없는데… 아, 소기 제이 형이 저랑 되게 똑같이 생겼어요. 진짜 닮아서 형제 소리도 듣고 그래요.
LE: 가사도 비슷하고… 근데 혹시 그렇게 섹슈얼한 가사들을 많이 쓰시는데, 내면에 다른 바이브를 추구하고 싶은 성향도 있어요? 지금까지는 섹슈얼한 가사들이 많이 나왔지만, 만약 다른 바이브를 추구하려는 성향도 있으면 나중에 가서 “내 안에 또 다른 것도 있는데 이런 것만 봐서 아쉽다.”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K: 사람들이 저를 살짝 변태적인 걸로만 아는데요. 사실 제 안에는 진짜 X변태가 있어요. 그게 아직 안 나왔어요.
LE: 아직 덜 나왔다는 거예요? (웃음)
K: 네. 아직 덜 나왔어요. 그건 한국에서 할 수 없어요. 그게 어떤 X변태냐면… (전원 웃음) 아, 근데 이런 말 하면 여자들 안 꼬이는데…
LE: 이미 늦었어요. (전원 웃음)
K: 그런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안 보라고밖에 할 수 없네. 이건 음악적인 것과는 다른 부분이지만, 성관계를 하면 제가 만족하는 것보다 이 여자를 지금까지 못 느껴본 걸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게 있어요. 근데 그게 음악과 완전히 연관이 안 될 수도 있는 게 여자가 대중이라고 하면 “내가 너희가 못 느껴본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줄게.” 이런 식이에요. 그래서 제 음악의 최종 모토는 사람들이 들으면서 딸칠 수 있는 음악이에요.
LE: 귀르가즘.
K: 진짜로. 귀르가즘 느껴서 “어어…” 이게 아니고 진짜로 바지 벗고… 그걸 원해요.
LE: 근데 이건 즉흥적으로 생각해내서 말한 게 아니고 원래 생각하고 계셨던 거죠?
K: 네. 진짜로. 형 알죠?
S: 그렇지. 우리끼리 항상 얘기한 건데.
LE: 이건 진짜 멋있네요. 정리하면, 섹슈얼한 바이브 이외에 다른 건 없다는 거네요?
K: 없어요. (전원 웃음) 한국 최고의 변태. 그게 목표에요.
LE: 그럼 만약에 예를 들면, 어떤 아티스트에게 작업 제의가 들어왔어요. 근데 그런 야한 걸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어떨 것 같나요?
K: 그러면 못할 것 같아요. 믹스테입 내기 전에는… 예를 들어, 산이(San E) 씨가 “야, 우리 같이 “지영이 어머니” 같은 거 하자라고 하시면 일단은 물어볼 것 같아요. “형, 근데 지영이 어머니 따먹는 건 어떠세요?”라고요. (전원 웃음) 그렇게 얘기해서 만약에 안 된다고 하면 안 할 것 같아요. 저는 어떤 뮤지션이 무슨 성향을 가지고 있든 간에 어떤 이미지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게 야한 거로 생각해요. 어떤 다른 것도 그건 못해요. 야한 것만이 이 사람 이미지를 바꿔줄 수 있는데, 그걸 원하는 건지, 아니면 제가 바뀌길 원하는 건지에 따라 결정할 것 같아요. “쿠디야, 나도 야한 것 좀 해보자.”라고 하면 OK죠.
LE: 그럼 멤버들끼리 만났을 때도 계속 그런 생각을 공유하겠네요?
S: 네. 그렇죠.
LE: 만약에 피셔맨 씨의 비트에 AXAX 쿠디 씨가 그런 랩을 한다고 하면 피셔맨 씨는 어떨 것 같으세요?
F: 저야 좋죠.
LE: 어울리기만 한다면? 좋은 트랙이 나오기만 한다면?
F: 네. 그렇죠.
LE: 한 2, 3년 안에 야한 내용 아닌 노래 나오면 트위터 막 욕할 거예요. (전원 웃음)
K: 아, 네. 진짜로. 그러면 진짜 초심 잃는 거예요.
S: 나도 욕할 거야.
K: 근데 혹시나 그때 제가 불의의 사고로 고자가 된다면… (전원 웃음) 이게 그러니까 컨셉이 아니라는 거예요. 진짜로 야한 걸 좋아하고, 야한 생각을 맨날 해서 야한 가사가 나오는 거지, “아, 나는 야한 걸 맨날 했었으니까 앞으로도 야한 걸 해야 해.” 이런 게 아니에요. 만약에 진짜 제가 고자가 되면 고자가 돼서 야한 거 못한다고 하고, 게이 같은 걸 하겠죠.
LE: 하지만 그런 불의의 사고는 없어야겠죠.
K: 제발. 근데 웃기긴 할 거 같아요.
LE: 근데 사실 지금 되게 유쾌하게 웃고 있긴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어요. 2AM의 조권 씨 같은 경우에는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혹시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대요. 근데 조권 씨는 그 질문에 “어우, 아니에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실제 게이인 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AXAX 쿠디 씨가 어떤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분이라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도 AXAX 쿠디 씨 입장에서는 웃기게 봐야 할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K: 그렇죠. 그래서 오히려 숨기보다는… 이런 점에서는 홍석천 씨가 진짜 멋있는 거 같아요. 홍석천 씨가 요즘 주가를 많이 올리고 있는 거에 대해 저는 진짜 감사하다고 느껴요. 홍석천 씨도 예전에는 게이라서 방송에서 다 짤리고 그랬었잖아요. 그랬는데, 다시 재기하셨잖아요. 저도 제가 변태라고 놀림 받다가 사람들이 훨씬 더 자극적인 걸 원할 때, 이미 저는 자극의 끝을 하고 있어서 각광 받게 되면 그런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그때는 사람들이 몰라봤었으니까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한다든지… (웃음)
LE: 사실 저는 AXAX 쿠디 씨 랩을 아주 제대로 들어본 건 두 더 라잇 랩(Do The Right Rap) 컴피티션 참여곡이었어요. 일단 그 사운드클라우드 배경부터가… 음파에 정확하게 가려져서…
K: 아, 네. 제가 열심히 만들었죠. (웃음)
LE: 하여튼 그때 저는 되게 좋게 들었어요. 근데 최종 우승자가 되지 못해서 아쉽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두 더 라잇 랩 컴피티션에 참여한 대부분의 래퍼 분들의 랩이 되게 진중한 편이었잖아요. 근데 AXAX 쿠디 씨의 랩도 일반적으로 진중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본인에게는 굉장히 리얼한 랩이었을 거 아니에요. 듣고 나서 이 분이 실제 가치관, 세계관이랄까요? 그것도 랩에서 담아내는 바이브와 일치하면 이건 정말 라잇 랩이라고 생각했었어요.
K: 만나면 진짜 해드리고 싶었던 얘기가… 일단 저는 이 정도로 제 세계관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만약에 제가 두 더 라잇 랩에서 우승을 못 한 게 진중한 얘기를 하지 않아서라면… 이게 저한테 진중한 거고, 가사에서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곡으로 “나한테는 야한 랩이 라잇 랩이다. 랩으로 여자를 따먹어야 한다.” 이런 걸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 만나 봬서 이렇게 얘기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된 것 같아요. 두 더 라잇 랩에 안 뽑힌 게 한국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고 “운이 없었구나.”, 아니면 “뭔가 상황이 없었구나.”라고 받아들여져서 지금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기회야 많으니까…
LE: 근데 선정하는 5분의 래퍼 분이 우승자 발표 영상에서도 AXAX 쿠디 씨가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하시잖아요.
K: 그때 친구들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야, 팔로알토(Paloalto)가…” 어쩌고저쩌고 하길래 PC방에서 피파하다가 봤죠. 좋았어요.
LE: 하여튼… AXAX 쿠디 씨의 두 더 라잇 랩 참여곡 들었을 때,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그 충격적이었다는 게 그런 야한 가사뿐만 아니라 박자 타는 느낌이라든가, 목소리 톤이라든가 다양한 부분에서 그랬다는 거예요. (웃음) 이런 이야기도 있네요. AXAX 쿠디 씨의 트위터 이름이 '자이언티♥'라고… 혹 자이언티(Zion.T) 씨의 음악이나 스타일에 영향을 받으셨나요?
K: 제가 알앤비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말씀드렸는데, 요즘 자이언티 씨랑 트레이 송즈(Trey Songz), 어거스트 알시나(August Alsina), 키드 잉크(Kid Ink) 이 정도 듣고 있어요. 자이언티 씨가 야한 얘기를 할 때 진짜 최고로 표현을 잘해낼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건 좀 욕심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든 자이언티 씨 야한 얘기 시킨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지어놨었어요.
LE: 근데 알앤비 음악을 많이 들으시면 알앤비에서 섹스 자체를 묘사하는 방법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으시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트레이 송즈(Trey Songz)의 “Panty Wetter”, 이번에 나온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새 앨범에 수록된 “Drown In It”도 있는데… 되게 직접적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K: 또, 제레마이(Jeremih)의 “Birthday Sex”. 이런 거 들으면 “진짜 이런 게 한국에서 나와야 하는데.” 싶어요. 사실 제가 밴쿠디 형이랑 같이 하게 되면서 노래가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랩보다는 노래로 사람들을 딸치게 할 가능성이 더 많을 것 같아서요. 그랬는데, 노래는 아닌 것 같고… (전원 웃음) 그냥 많이 들으면서 대리만족하고 있죠.
LE: 근데 그런 스타일을 앞으로도 고수하실 거라면 한국에서는 굉장히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네요.
K: 굉장히 그렇겠죠.
LE: 하지만! 잘됐으면 좋겠네요.
K: 감사합니다. (웃음)
LE: AXAX 쿠디 씨에 관련된 질문까지 해봤고요. 이제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정리 질문을 몇 가지 드리도록 할게요. 저희 힙합엘이는 자주 오시나요?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었나요?
K: 제가 사실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에서 힙합엘이로 갈아탔어요. 갈아탄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활동하시는 분들의 귀가 되게 수준이 높은 것 같아요. 그다음에 많은 뮤지션 분들이 그렇겠지만, 힙합엘이를 가장 많이 찾는 이유는 자막뮤비가 정말 최고라서.
LE: 근데 영어를 잘하시는 편이지 않나요?
K: 네. 그래서 주로 유투브에서 그냥 바로 듣는데, 펀치라인 같은 게 많은 곡은 (힙합엘이에서 보죠.) 펀치라인도 해석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와~”하면서 자막뮤비 보러 많이 들어가요. 소기 제이 형이 힙합엘이에서도 주목을 조금 받으시길래 “와, 여기는 소기 제이 형이 주목받을 정도면 듣는 귀들이 굉장하구나.”라고 느꼈어요. 앞으로 많이 기대되는 그런 사이트죠.
S: 저는 일단 기사 보러 자주 가요. 처음에 제가 힙합엘이에 관심 가졌던 건 블럭(Bluc) 씨 글 쓰신 걸 보고 너무 좋아서였거든요. 윅엘이 같은 것도 있고, 되게 많은 것이 있잖아요. 자막뮤비도 물론 보고요. 원래 제가 커뮤니티 자체를 자주 들어가는 편은 아니라서…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서는 들어가는 빈도수가 되게 높은 거 같아요.
LE: 돕멘션의 결과물이 윅엘이에 총 세 번에 걸쳐 소개됐잖아요. 보시고 어떠셨나요? 본인들끼리 얘기하고 하셨을 것 같은데…
S: 저는 되게 감사했어요. 저희가 홍보도 잘 못 하고, 프로모션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또 싫어하는 뮤지션한테 가서 “들어주세요.”라고 하면서 굽신굽신 대는 것도 싫었어요. 자존심이 있어서… 그런 상황에서 저희에 관해서 한 번이라도 언급을 더 해주시고 하니까 마냥 감사했던 것 같아요.
K: 진짜 감사했죠.
LE: 혹시 의도 파악을 완벽하게 못 했다든가 그런 것도 있었나요?
S: 아뇨. 그런 건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첫 번째 앨범에 관해 써주신 글 안에 들어 있는 ‘애매한 보컬’이나 ‘적었던 비중’ 같은 표현도 의도를 파악 못 하셨다기보다는…
K: 현실이었기 때문에…
S: 네.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K: 형만 반성. (전원 웃음) 저는 [XX] 때 증명을 했기 때문에…
LE: 확실히 자신감이 넘쳐요. (웃음) 사실은 피셔맨 씨의 [Lolita]같은 경우에는 저희 입장에서는 되게 아까운 소재에요. 못 썼으니까 아까운 거죠. 그래서 6월 4주차 때는 저희가 미처 체크하지 못한 올 상반기에 발표된 앨범 세 장을 묶어서 소개했었어요. 근데 그 안에도 못 들어가게 돼서 진짜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하여튼, 피셔맨 씨에게도 힙합엘이에 대한 질문… (웃음)
F: 일단 제가 힙합 쪽으로 들을 때는 무조건 힙합엘이 들어가서 정보 찾아보고 그러는 것 같아요. 딱히 뭐, 다른 커뮤니티랑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추천해주는 음악도 좋은 게 많고 해서 되게 좋은 사이트인 것 같아요.
K: 굉장히 형식적인데? (전원 웃음)
LE: 아까 살짝 나왔던 질문인 거 같긴 한데, 요즘은 어떤 아티스트의 어떤 음악을 주로 많이 들으셨는지 궁금해요. 외국이든, 국내든 상관없습니다.
F: 저는 소울렉션(Soulection) 요즘 음악 쭉 들어보고 있어요. 티나쉐(Tinashe) 참여한 거 다 찾아보고 있고… (웃음) 지금은 그러고 있어요.
K: 저는 알앤비 많이 듣는데, 아까 알앤비는 얘기했으니까… 저는 불교지만, 기독교 분들이 하루에 한 번씩 기도하듯이 제이지(JAY Z) 앨범을 돌리고 있어요. 이건 영업 비밀일 수도 있겠지만, 제이지 플로우를 많이 연구하는 편이에요.
LE: [XX]에 제이지 보컬 샘플도 엄청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요?
K: 네. 그랬죠. “Modern Day Pablo” 같은 경우에는 제목 자체가 제이지의 “Picasso Baby” 가사에 나오잖아요. 그리고… 티나쉐 뮤직비디오 많이 보고… (전원 웃음)
LE: 노래 말고 뮤직비디오요?
K: 심지어 이어폰 안 끼고, 영상만 볼 때도 있고요.
LE: 세미 포르노 하나 보는 거네요. (웃음)
S: 저는 사람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퓨처 클래식 같은 쪽도 좋아하고, 소울렉션도 당연히 많이 들어요. 근데 영감을 많이 받는 건 음악보다는 영상 쪽인 거 같아요. 가끔 유투브로 패션쇼 런웨이 영상을 보기도 해요. 거기 나오는 음악들도 되게 세련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최근 들었던 것 중에서 좋았던 건 알카(Arca)의 새 앨범,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새 앨범 정도에요. 한국에서는 제가 피제이(Peejay) 씨를 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LE: 그러면 세 분 다 일단 신진급 뮤지션인데,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한 명만 꼽자면 누가 있을까요?
K: 국내에서는 현실성을 부여해서 자이언티 씨이고요. 진짜 현실성 없이 고르라 하면 무조건 제이지죠. 제이지, 자이언티.
F: 저는 빈지노(Beenzino) 씨요. 내심 바라기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컨택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고… 왜냐하면, 비프리 형과의 작업을 한번 성공했으니까 어쩌면 또 가능하겠다 싶었거든요.
LE: 비프리 씨에게 메일 보내실 때, 빈지노 씨에게는 메일 안 보내신 건가요?
F: 연락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Good Year”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그 곡은 비프리 형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었어서…
LE: 근데 정말 잘 어울릴 것 같긴 하네요.
F: 아, 그리고 쿤타(Koonta) 씨. 레게랑 제 음악이랑 접목해보고 싶어요. 요즘 들어서 갑자기 든 생각이에요.
S: 저는 국내에는 없는 것 같아요. 먼저 컨택하고 싶은 사람은 사실 없어요. 그냥 그 사람이 제가 쓴 곡이 마음에 들어서 돈을 지불하고 써보겠다고 하는 건 좋은데, 제가 먼저 데모를 보내서 “같이 해요.”라고 하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외국은… 제이 딜라가 살아 돌아온다면…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기 때문이죠. 근데 누구랑 하고 싶다 그런 것보다는 굳이 그 사람들하고 하지 않아도, 지금 내 옆에 있는 멤버들과 함께 해도 멋있는 걸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해요. 그래서 먼저 손 내밀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LE: 프랭크서울 씨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면, 확실히 총괄 프로듀서를 하는 게 성격이신 것 같아요. 본인의 생각을 잘 컨트롤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멤버가 본능에 충실해서 막 뿜어내면, 어느 정도의 타협 지점을 잡아서 잘 조절하고…
S: 그래서 팀에서 반대의 아이콘이에요.
LE: 근데 그런 역할도 분명히 필요한 것 같아요. 이제 앞으로의 단기적인 계획, 장기적인 계획 모두 말씀해주세요. 작업 중인, 발표 예정인 작품이라든가,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다든가…
S: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조금 그런데, 저희가 재미있는 걸 준비 중인 게 꽤 많아요. 팀 내부에서죠. 근데 그게 다네요. (웃음)
F: 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딱히 없지만, 알앤비 보컬 주영 씨랑 작업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K: 대학교를 들어가고…
LE: 입시 소식을 전해 주시는…
F: 그것도 있고, 음악 쪽으로는 사운드 연구를 좀 더 많이 해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LE: 일단 계속 공부를 하시면 대학의 일반적인 과로 진학을 하실 거잖아요. 그러면 극단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만약 일반적인 대학생의 삶과 음악인의 삶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면 어떤 걸 선택할 것 같나요?
F: 네. 당연히 음악이겠죠. 아, 근데 대학은 대학이고, 대학이 끝나면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겠죠.
LE: 약간 부모님의 노고에 대한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그런 건가요?
F: 그렇죠.
LE: 들으면 부모님 가슴 찢어지시는… (웃음) 근데 저희가 보기엔 이쪽이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큰 거 같아요.
F: 아, 근데 오늘 인터뷰 어머니가 보면, “어머, 섹스가 뭐니?” 이러실 것 같아요. (전원 웃음) 그래서 불안하긴 해요. 보실 게 뻔하거든요. “쿠디인가 뭔가, 왜 저런 사람을 만나고…”라고 하실 것 같아요.
LE: 이제 질문에 없어서 하지 못 한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터뷰 소감 등등 자유롭게 얘기해주세요.
K: 자이언티 씨, 섹스 뮤직하고 싶으실 때가 되면 꼭 연락 주셨으면 좋겠어요.
LE: 브릿지에 한 12마디, 16마디 간지로요?
K: 아, 그냥 제 아카펠라를 샘플링만 해주셔도… 피처링으로 써주세요.
S: 저는 사람들이 음악을 좀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사실 운이 좋아서, 기회가 닿아서 이렇게 셋이 인터뷰하게 된 건데요. 저희보다 잘하는 사람들도 진짜 많고, 참신한 아티스트들도 진짜 많거든요. 특히 사운드클라우드. 프로 분들도 사운드클라우드 듣고, 신인들 발굴 많이 하시는 것 같긴 한데, 근데 그런 것도 나중에 보면 어떻게 알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근데 그런 거 말고 진짜 잘하고, 참신한 아티스트들이 한국에도 진짜 많아요. 근데 그런 걸 좀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LE: 플레이어분들뿐만 아니라 리스너 분들에게까지도 말씀하시는 거죠?
S: 네. 제가 그분들을 일일이 만나본 게 아니라서 어떻게 음악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때는 너무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주목받았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인터뷰하게 되면 뷰티풀디스코 형이 자기 이름 얘기해달라 그랬는데…
LE: 그게 질문에 있었는데, 하려다가 말았어요. 친하냐는 질문이었어요.
S: 뷰티풀디스코 형이 거의 제가 음악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그 형이 공익 근무 가기 전에 제가 연락해서 그때부터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연락하고, 친하게 지냈어요.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어요. 그 형이 예전에 인터뷰했을 때는 제 이름 언급 안 해줘서 섭하다 그러면서 “나는 형 이름 꼭 얘기할 거다.”라고 했어서…
LE: 그러면 이 부분은 빼죠. (전원 웃음)
S: 아, 너무한데요? 안돼요.
K: 진짜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고 싶은데요. 이건 인터뷰 흐름상 이상하긴 하지만… 섹스 음악 한다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시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요. 섹스 음악은 가스펠이 성행하던 시절에도 존재했고, 미국에서는 지금도 섹스 뮤직을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이제 슬슬 섹스 뮤직을 할 때가 됐는데, 그게 두려워서 다들 안 하시는 건지, 아니면 거부감을 느끼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F: 저는 엄마가… 이걸 보시고… (웃음) 제가 막…
K: 내가 섹스 뮤직 하려는 게 아니다?
F: 네. 그것도 그렇고, 오해 같은 거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렇습니다.
LE: 인터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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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말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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