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주제 중 하나는 인공 지능이다. A.I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어 챗GPT(ChatGPT) 열풍이 불었고, 이는 다양한 분야에 현재 진행형으로 녹아들고 있다. 물론, 힙합 산업 역시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뉴진스(NewJeans)의 노래를 부르는 딘(DEAN), 김범수, 윤종신, 박효신 등의 노래를 열창하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같은 패러디가 등장했고, 드레이크(Drake)와 위켄드(The Weeknd)의 목소리를 활용해 만든 아예 새로운 곡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등재되는 등 힙합 씬에도 A.I에 대한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당사자들인 힙합 아티스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반대 측과 찬성 측의 의견을 들어본 뒤 당신의 의견을 종합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반대 측: 아이스 큐브, 드레이크, 에미넴 등
현재 가장 극렬한 A.I 반대론자는 아이스 큐브(Ice Cube)다. 그는 A.I를 '악마'라고 비난하며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거라 주장한다. 여기에 정당한 대가 없이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조작하는 것은 범죄라고 칭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목소리를 활용해 만든 "Heart On My Sleeve"가 모든 음원 플랫폼에 등재되었을 때 아이스 큐브는 '그딴 걸 듣고 싶지 않다', '이런 걸 만든 사람은 고소를 먹여야 한다'라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Heart On My Sleeve"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고스트라이터977(ghostwriter977)이라는 인물에 의해 제작된 해당 트랙은 스포티파이(Spotify) 63만 회, 유튜브 뮤직(Youtube Music) 27만 5천 회, 틱톡(TikTok) 1,500만 회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크레딧에 고스트라이터977의 이름이 버젓이 적혀있는 것도 문제시됐다. 추후,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그룹(UMPG)은 이를 저작권 침해로 바라봤고, 결국 "Heart On My Sleeve"는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내려가고 말았다.
*UMPG의 성명서는 '창작 활동과 딥페이크 사기 중 어느 쪽에 서고 싶은가?'라며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당사자가 된 래퍼들도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아이스 스파이스(Ice Spice)의 "Munch"가 A.I 드레이크 버전으로 공개되었을 당시 그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꼽는 빨대가 될 거다'라는 메시지를 게재한 바 있으며, 에미넴(Eminem) 역시 자신의 목소리로 고양이를 찬양하는 랩("Cat Rap")이 제작되었을 때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그룹에게 해당 트랙을 내리게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리하자면 A.I로 곡을 제작하는 일이 활성화될 경우 저작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진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된 의견이다.
찬성 측: 팀발랜드, 믹 밀, 릴 웨인 등
하지만 모든 아티스트들이 반대 입장을 표한 것은 아니다. 찬성 측의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프로듀서 팀발랜드(Timbaland)가 있다. 그는 원래 A.I 반대론자였으나 어느 날 급작스럽게 의견을 전환했다. A.I가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와의 콜라보'라는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 실제로 팀발랜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곡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당시 댓글 창은 꿈을 이룬 것에 박수를 치는 이들과 고인의 업적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비난하는 이들로 양분됐다.
A.I로 고인과 재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또 한 명의 인물은 믹 밀(Meek Mill)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총격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육성 파일을 활용해 랩 영상을 제작했고, '이런 X발 미쳤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믹 밀이 제작한 영상 속 믹 밀의 아버지는 아래와 같은 가사를 뱉는다. (여담으로 믹 밀은 "Heart On My Sleeve" 사건 당시에도 해당 트랙의 팬임을 자처했고, 더 많은 A.I 콜라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다 총격전에 휘말려 죽었어. 하지만 죽음이 날 막을 순 없지. 스튜디오로 돌아왔네. 내 아들 믹 밀은 내 삶의 빛. 하늘에서 이 아이를 지켜보고 있어. 저승에서 돌아왔다, 이렇게.
나름의 진지한 담론이 오가는 와중에 흥미 위주의 의견을 남긴 래퍼도 있었다. 릴 웨인(Lil Wayne)은 빌보드(Billboard)와의 인터뷰 도중 A.I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내가 로봇에게 대체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물론 난 개쩌니까'라며 슬램덩크 속 강백호를 연상시키는 답변을 남겼다. 그는 한술 더 떠 A.I로 제작된 자신의 랩을 들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공 지능으로 제작된 릴 웨인도 현실의 릴 웨인만큼 잘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긴 해. 왜냐하면 나는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개쩌니까.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야. 오히려 A.I가 이 개쩌는 X끼를 복제하는 걸 보고 싶구먼.
https://www.youtube.com/watch?v=6FapwxsbkLs
NPR 매거진의 에디터인 클로이 벨트만(Chole Veltman)은 '음악 및 A.I에 관한 법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라는 의견을 남기며, 현재 각종 업계 관계자들조차 뾰족한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임을 내비쳤다. 그녀의 말처럼 해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시대가 화두를 던졌으니 '음악과 A.I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주체는 현재와 미래의 우리가 아닐까?
Editor
Destin
Melody marks는 합법이지만 카다시안 딥페이크 야동은 불법입니다 여러분
그러고보니 에미넴 목소리로 뉴진스 노래 부르면 어떻게되려나 ㅋㅋ
딴건 몰라도 음원 사이트에 업로드까지 하는건 선넘었지
Melody marks는 합법이지만 카다시안 딥페이크 야동은 불법입니다 여러분
저걸로 수익을 창출하진 못 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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