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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YPED: 에이상(AY SANG)

title: [회원구입불가]Destin2023.08.25 18:25추천수 3댓글 3

에이상_1.jpg

 

UNHYPED:
‘UNHYPED’는 힙합엘이의 언더그라운드 큐레이션 시리즈로, 이 씬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될 아티스트들은 몇 년 안에 더욱 큰 주목받을 재능과 가능성을 지녔다. 그런 그들을 미리 발견하고, ‘하이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언하이프’의 상태의 그들이 만들어낸 솔직하고, 대담한 음악이 더욱 큰 울림을 줄지도 모른다.

 

‘UNHYPED’에서 마흔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에이상(AY SANG). 2020년, 첫 싱글 "파키새팔로"로 데뷔한 그는 약 3년간 인지도가 전무한 무명 아티스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골드부다(GOLDBUUDA)와 함께한 싱글 "BORN ANTHEM"을 기점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에이상은 창모(CHANGMO), 빅나티(BIG Naughty) 등 기성 뮤지션들의 샤라웃을 받아 또 한 명의 루키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발표된 정규 1집 [BORN]은 UK 드릴과 락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접근으로 그가 왜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 뮤지션인지 증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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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상: Essence

"무언가를 따라 하기보다는 정수를 담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

 

 

 

LE: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에이상: 안녕하세요. 바위처럼 단단한 아티스트 에이상입니다.

 

 

 

LE: 데뷔 싱글이 2020년 6월에 발표된 "파키새팔로"였던 걸로 알아요. 그전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군대를 전역한 이후였어요. 고등학생 때도 힙합 동아리를 했지만 흔히 그렇듯 결국 와해됐거든요.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조그마한 언더그라운드 경연에 나갔다가 열의가 붙어서 진지하게 음악을 하게 됐어요. 

 

 

 

LE: 열의가 붙은 구체적인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차멜레온(Cha_mele0o0n)이라는 형을 만났어요. 지금은 함께 살면서 음악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는데 그곳에서 처음 만났어요. 이 형이 저한테 연락처를 받아 간 다음, 주변에 있는 프로듀서나 DJ들을 여럿 소개해 줬죠. 햇수로 따지면 3년 정도 지났네요.

 

 

 

LE: 디스코그래피를 훑어보니까 랩네임의 변천사가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작명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어볼까요?

 

전부터 창모 님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분을 보고 '이름이 특이한 사람은 본명을 쓰는 게 간지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제 본명(유어상)이 조금 특이하거든요. 처음에는 '어상'이라고 하다가 초등학교 때 애들이 '상어'라고 놀렸던 기억이 떠올라 버려서... (전원 웃음) 다음에는 에이상유(Ay-Sang Yoo)라고 바꿨는데, 이번에는 쓸데없이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유'를 빼고 '에이상(AY SANG)' 으로 완전히 정착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aYjkfsPoIc

 

 

LE: 데뷔 싱글부터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첫 싱글부터 2년간 발표하신 곡들이 지금과는 꽤나 다른 스타일이던데요?

 

언젠가 레니스티(Rennis T)라는 프로듀서 형이 '어상아 X발 언제까지 사클 래퍼로 머물러 있을 거냐?'라면서 음원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망설였지만 결국 설득됐어요. 마음에 드는 타입 비트에 작업한 걸 그대로 냈죠. 그때까지만 해도 NLE 차파(NLE Choppa)나 다베이비(DaBaby) 같은 후드 스타 래퍼들을 좋아했거든요. 멍청하지만 기억에 남는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LE: 초창기 싱글들 중에서 눈에 띄었던 게 365릿(365LIT) 님과 함께 하신 "열려라 참깨"였어요. '에이상 님을 처음 알아봐 주신 게 365릿 님이었던 걸까?'라는 의문도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스스로가 안목이 좋다고 느껴요. 작업이 진행된 게 언더성수브릿지(UNDER SEONGSU BRIDGE) 분들이 지금만큼 알려지기 직전이었을 거예요.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연락을 드린 다음에 진행된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기성 뮤지션 분들의 반응은 딱히 없었어요. 그냥 주변 사람들이나 소규모의 팬분들께서 '이번 거 좀 재밌더라' 정도의 피드백만 해주시던 시절이죠.

 

 

 

LE: 한편, "열려라 참깨" 이후로 본격적인 스타일의 변화가 일어났어요. 특히, 지금까지 이어진 드릴 사운드는 다음 싱글이었던 "AY-Drill"이 시발점이었잖아요. 특별한 분기점이 있었던 걸까요?

 

저희 아티스트 그룹 오아이오멘(OI:OMEN)에 소속된 블랙 로터스(Black Lotus)라는 프로듀서 형이 전역을 했어요. 기념으로 가진 술자리에서 형과 함께 드릴 사운드의 곡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죠. 그때가 2020~2021년도 즈음이어서 한국에서도 슬슬 드릴에 관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할 때였거든요. 그렇게 작업을 하고 1년 후에 발표하게 된 싱글이 "AY-Drill"이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KiMrSkW2yA4

 

 

LE: 당시 느꼈던 드릴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즐겨들었던 드릴 아티스트들도 궁금한데요?

 

기존의 트랩 뮤직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가 색다른 리듬이 나오니까 바로 느껴버린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팝 스모크로 드릴을 접했어요. 센트럴 씨(Central Cee)의 "Loading"이 나왔을 때도 이 장르가 앞으로 엄청 성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로도 차트에 오르고 모든 클럽을 점령해 버렸잖아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 어떤 장르의 유행이 시작되면 잘 안 듣게 되더라고요. 그 시점부터 상대적으로 한국에 덜 알려졌던 티온 웨인(Tion Wayne)이나 러스 밀리언스(Russ Millions) 같은 또 다른 UK 드릴 씬의 래퍼들을 찾아서 듣곤 했어요. '신사의 나라'라서 그런가 더욱 색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죠.

 

 

 

LE: 그럼 드릴과 락의 결합은 어떻게 구상된 건가요? 그러한 사운드가 메인이 된 정규 1집 [BORN]은 어떻게 시작이 된 거고요?

 

"AY-Drill"을 작업한 이후에는 남들과 똑같은 드릴을 선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다음 곡을 작업해서 발표할 때 즈음이면 이미 비슷한 곡들이 판치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블랙 로터스 형과 또 다른 무언가를 섞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락을 섞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 일을 계기로 한두 곡만 만들어서 싱글로 내려던 계획이 앨범 단위로 발전이 됐어요. 2년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새벽까지 곡을 만들면서 블랙 로터스 형과 음악, 꿈,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LE: 슬리피 할로우(Sleepy Hallow)처럼 이모락과 드릴의 결합을 시도했던 래퍼들에게 힌트를 얻었나 싶었는데 2년이면 그건 아닌가 보군요? 최근에서야 많이 나오는 한 단계 더 변형된 드릴 트랙들에 영향을 받을 타임라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완전한 차별점을 두고 싶었기 때문에 명확한 레퍼런스가 없었어요. 저와 블랙 로터스 형 둘 다 드릴 씬의 스타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드릴의 리듬이 좋았을 뿐이거든요. 그래서 무언가를 따라 하기보다는 정수를 담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LE: 여담이지만 아까도 그렇고, SNS에서 본인을 바위로 상징화시키시더라고요. 저는 바위하고 락을 엮어서 이런 부분까지 전부 설계된 브랜딩인가 궁금했어요.

 

바위가 저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긴 해요. 우직한 사람을 볼 때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언젠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1일 1바위'라는 컨셉질도 해보고, 600바위까지 가서 뇌절인가 싶어서 그만두기도 하고... (전원 웃음) 하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바위를 캐릭터 요소로 삼고 있어요. 하지만, 락 사운드를 표방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죠. 공교롭게도 바위가 영어로 락이기 때문에 연관 지으시는 분들이 계신데 뭐든 감사하다고 느껴요. 

 

 

 

에이상_3.jpg

 

에이상: Support

"결과물을 쌓아 가다보니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모여주셨네요."

 

 

 

LE: 재밌네요. 이제 정규 1집 [BORN]의 선공개 싱글이었던 "BORN ANTHEM"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이 싱글로 인해 많은 일들이 생겼죠?

 

맞아요. "BORN ANTHEM"은 대략 1년 반 전에 만들어진 곡이에요. 블랙 로터스 형과 앨범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새벽까지 술을 옴팡지게 마신 적이 있었어요.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면서 일을 하러 갔죠. 제가 고층 빌딩에서 일을 하는데 쉬는 시간이면 햇빛을 받으며 도시를 내려다보곤 하거든요.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른 멜로디였어요. 바로 핸드폰으로 녹음을 한 다음에 작업실에 가서 구체화시켰죠.

 

 

https://www.youtube.com/watch?v=QX62BhOtgmw

 

 

LE: 뮤직비디오가 영화를 방불케 하던데요? 플롯이 명확한 영상이니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설명해 주세요.

 

제가 입대할 때까지만 해도 음악을 진지하게 할 생각이 없었어요. 영상 초반에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에이상은 그때의 생각대로 흘러간 멀티버스의 에이상이죠. 저희는 올드 에이상이라고 불러요. 올드 에이상에게 또 다른 멀티버스의 스타가 된 에이상이 찾아와서 비전을 보여주고, 참교육을 시켜서 환골탈태를 시킨다는 내용입니다. 후자는 '에이보그'라고 불러요. (웃음) 결국 포기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LE: 영상미가 좋아서 크레딧을 살펴보니까 "AY-Drill"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Y2K와 LIT 프로덕션(LIT Production)이라는 팀이더라고요? 이분들에 대한 소개도 들어보고 싶어요.

 

차멜레온 형을 만나면서 여러 사람들을 소개받았다고 했잖아요? 블랙 로터스 형을 포함한 많은 분들을 그렇게 만났어요. LIT 프로덕션은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무스코다(Muscoda)와 이시대(Lee Xi Dae) 형을 주축으로 결성한 영상팀이죠. 다들 음악도 병행하는 사람들이라 현재는 '오아이오멘'이라는 종합 예술 집단으로 새롭게 개편했지만요.
 
Y2K의 경우 무스코다, 블랙 로터스 형과 접점이 있던 또 다른 영상팀이에요. 다들 원래부터 영상으로 생계를 유지하시던 형님들인데, 옆에서 애기들이 뭔가 하는 걸 보고 기특하다면서 힘을 보태주셨어요. 정리하자면 저의 뮤직비디오들은 오아이오멘과 Y2K, 아예 외부에 계신 또 다른 분들까지 모두가 힘을 합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이에요.

 

 

 

LE: 굉장한 행운을 안고 출발하셨군요. 신인 인디펜던트 뮤지션이 이 정도의 지원군을 등에 업고 시작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행운아죠. 사실 제가 엄청 게으르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일을 벌여놓는 편이에요. 쫓겨서라도 추진력을 발휘하려고요. 그렇게 쌓인 숙제들을 하나하나 완성시키고 결과물을 쌓아가다 보니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모여주셨네요. 저의 나태한 모습을 모른 채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전원 웃음) 

 

 

 

LE: 피처링으로는 골드부다 님이 참여해 주셨어요. 어떻게 진행된 협업이었나요? 

 

블랙 로터스 형의 영향으로 글로벌한 활동을 전개하는 게 간지의 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국내에서 영어 가사를 쓰면서 활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 릴 체리(Lil Cherry) 님과 골드부다 님이 대표적이잖아요? 그래서 무작정 조언을 듣고 싶다는 연락을 넣었는데 너무 흔쾌히 답변을 주신 거죠. 그렇게 자주 대화를 나누다가 직접 뵐 기회도 생겼어요. 

 

 

 

LE: 골드부다 님께서 멘토링 같은 역할을 해주신 거네요?

 

골드부다 형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BORN ANTHEM"을 처음 들려드릴 때도 반응이 좋았는데 이후에는 소스카르텔(SAUCE CARTEL) 사무실에 가서 들려드릴 기회까지 생겼어요. 물론, 그때도 다들 너무 좋다는 반응을 해주셨고요. 그러다 보니 골드부다 형님이 아예 피처링으로까지 들어와주신 거죠.

 

 

 

LE: 보니까 릴 체리 님과도 맞팔 중이시더라고요. 그분과도 소스카르텔에 방문하면서 교류하게 되신 건가요?

 

네, 맞아요. 두세 번 정도 인사를 드렸던 것 같은데 두 분 다 너무 친절한 분들이세요. 멘토로서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고, 이 정도로 사람 좋은 분들인 줄 예상 못 했어요. 무엇보다 유명하신 분들이 생면부지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의 음악을 정성스럽게 들어주실지 몰랐거든요.

 

 

 

LE: 확실히 골드부다 님께서 가끔 힙합엘이 SNS에 댓글 다시는 걸 보면 순수하게 문화를 사랑하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이분들만이 아니라 창모 님의 샤라웃도 받으셨잖아요?

 

"BORN ANTHEM"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DM으로 자신 있으니 들어봐 달라고 요청을 드렸어요. 현재 군 생활 중일뿐만 아니라 빗발치는 DM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드실 텐데 너무 감사하게도 확인을 하시더라고요. 너무 잘 들었다면서 맞팔과 스토리 공유를 해주셨어요.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죠.

 

 

https://www.youtube.com/watch?v=3aDWle2hBfo

 

 

LE: 빅나티 님의 경우에는 한술 더 떠서 "BORN ANTHEM"을 두고 '올해 들은 노래 중 최고'라는 극찬을 남기신 걸로 알아요. 그건 어떻게 된 에피소드였나요?

 

평소와 다름없는 밤이었는데 갑자기 누가 스토리 태그와 팔로잉을 했다는 알림이 떴어요. 확인을 해보니 빅나티 님이어서 깜짝 놀랐죠.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연락처를 교환한 다음에 (당시 발표 전이었던) [BORN] 앨범을 들려드렸어요.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죠. 어떻게 보면 창모 님과 더불어 한국 음악 시장에서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분의 시선에 포착된 것이었으니까요.  

 

 

 

LE: 정말 흔치 않은 일이죠. 이 정도면 에이상 님을 눈독 들이고 있는 레이블이 있을 법도 한데요. 따로 연락받으신 적은 없었나요?

 

이건 비밀로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사실 정말 괜찮은 조건이 아니면 인디펜던트여도 딱히 상관이 없다는 주의에요. 왜냐하면 이미 오아이오멘이 말만 팀이지 하는 일은 레이블이나 다름없거든요. DPR 같은 경우에도 팀 내부에서 자급자족을 하다가 수익이 커지니 레이블화된 사례잖아요? 미래에는 오아이오멘을 그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LE: 어찌 됐건 '잘 만든 한 장의 싱글이 한 장의 앨범 못지않은 성과를 거둔다'라는 말을 증명하셨네요. 짧은 시간 동안 있었던 일련의 과정들이 에이상 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첫 발걸음을 잘 내디딘 것 같아요. 2년 동안 골방에 틀어박혀서 일과 작업만 했어요. 그동안 잘 될 거라는 희망만 품고 있다가 진짜 잘 돼버려서 놀라웠죠.

 

 

 

에이상_4.jpg

 

에이상: BORN

"거듭해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면서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앨범입니다."

 

 

 

LE: 좋습니다. 8월 1일에 발표된 정규 1집 [BORN]으로 넘어가 보죠. 앨범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산골에 있던 소년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앨범이에요. 꿈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소년에서 남자로, 밤을 지나 새벽으로, 거듭해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면서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앨범입니다.

 

 

 

LE: 아까 글로벌한 활동을 목표로 하신다는 이야기도 하셨는데 가사 대부분이 영어로 쓰였어요. 해외에서 자란 경험이 있으신 건가요?

 

외국에서 산 적은 없어요. 대신 어머니의 학구열이 엄청 나서 어릴 적부터 영어 공부에 열정적이었죠. 그리고, 제가 교회 합창단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 중국, 대만, 홍콩 등지의 교회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영어로 소통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였고 외국 힙합을 들으면서 익숙해진 것 같아요. 악상이 떠오르면 흥얼거리다가 한국어가 나오면 한글로 쓰고 영어가 나오면 영어로 써요. 단지, 이번 앨범에는 영어가 많이 나온 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krqO6N7NBV4

 

 

LE: 그런 와중에 토속적인 가사들이 인상 깊었어요. 단적인 예를 들면 "INITIAL AY"에 등장한 '98년생 범띠', '도덕산의 산군', '불어 태평소' 같은 가사들이요.

 

큰 의도는 없습니다. 물론, 저의 정체성을 녹여내려고 한 부분들은 있어요. 98년생 범띠이기도 하고, 제가 광명에서 자랐는데 그곳에 도덕산이 있거든요. 창모 님이 덕소를 지속적으로 언급하시는 것과 비슷한 원리에요. 우리가 나가신다. '갱갱'거리는 너희는 태평소나 불어라. 힙합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경쟁적인 가사죠.

 

 

 

LE: 제게는 그런 가사들이 드릴과 한국 사이의 담론과 연결되기도 했어요. 외국의 사운드나 가사를 따라 해봤자 드릴 뮤직의 정서가 한국의 현실은 맞지 않다는 담론도 있었잖아요. 그런 가사를 적으신 게 에이상 님의 파훼법이 아닐까 싶었죠.

 

파훼법이라면 파훼법인 것 같아요. 많은 힙합 팬들이 블러드 갱이라도 된 마냥 굴면서 힙합 중2병을 앓는 시기가 있잖아요. 과거의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어라, 이거 좀 부끄러울지도...?'라는 성찰을 한 시기가 있었죠. 그때부터 갱스터리즘이나 마약에 관한 이야기도 힙합 안에서의 유행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로는 오히려 고유의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LE: "FIREWORK"나 "SHOW TIME" 같은 트랙도 좋게 들었어요. 전자의 경우 루시퍼스 프렌드(Lucifer's Friend)의 "Born To The City" 샘플이 등장하고, 후자의 경우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 가사에 등장해서 락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블랙 로터스 형의 진심이 말도 안 돼요. [BORN] 이곳저곳에 담겨 있는 락 뮤직 레퍼런스들 대부분 그 형의 아이디어거든요. 저도 결코 적게 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앨범과 비슷한 무드를 공유하는 음악들보다 그런지(Grunge) 혹은 슈게이징(Shoegazing) 사운드를 더 좋아했어요. 앨범 내에서 굳이 꼽자면 "glimmer through the night"이나 "POWER" 같은 트랙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SOTTVP5bg_8

 

 

LE: 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앨범의 숨은 공신 최문도 님에 대한 소개도 빼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문도 형은 원래 기타 연주자로 활동하시는 형이에요. [BORN]의 주된 장르는 기타 사운드가 필수인 락이죠. 그런데 기타는 단순한 루프가 아닌 이상 가상 악기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BORN ANTHEM"을 작업할 때 최문도 형을 섭외한 다음에 이후의 곡들도 기타 솔로가 필요하면 전부 참여해 주셨어요.

 

 

 

LE: "SHOW TIME"과 "DEMON TIME"의 대조도 눈에 띄더라고요. 구성에 있어서의 코멘터리도 들어볼게요.

 

앨범을 소개하며 '소년에서 남자로, 밤에서 새벽으로'라는 표현을 썼잖아요? 6번 트랙인 "INTERMISSION"이 밤에서 더욱 깊은 밤으로 넘어가는 구간이에요. "DEMON TIME"의 경우 사람의 형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두운 밤을 뜻하는 슬랭이에요. 일부러 대조의 효과를 노린 건 아니지만 그 사이에 있는 곡 제목을 "SHOW TIME"으로 해서 'TIME' 시리즈로 가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LE: 말씀해 주신 트랙들부터 그다음에 나오는 "CIGARETTES"까지가 앨범의 중후반부를 맡고 있죠. 많은 래퍼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 오아이오멘의 단체곡으로 생각하면 될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참여진 중에서 에이상, 무스코다, 마운틴 프레드(mt.fred), 이시대, 블랙 로터스, 시나(SINA)가 오아이오멘 소속이고요. 이시환(Lee Xi Hwan), 조 더 프렌드(Joe the friend), 코헤르(Coherr)는 오아이오멘 소속은 아니지만 함께 음악을 하는 래퍼들이에요. 오아이오멘의 단체곡이라기보다는 주변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곡이죠. 제 앨범에 넣음으로써 샤라웃하는 의미로요.

 

 

https://www.youtube.com/watch?v=pyZ4ADZJEK4

 

 

LE: 이른바 'Mob shit'이네요. 이렇게 중반부가 끝나고 후반부로 넘어가요. 그런데 이 부분의 트랙들에서 랩의 비중이 현저히 줄더라고요. 에이상 님과 블랙 로터스 님께서는 어떻게 앨범을 마무리 짓고 싶으셨던 건가요?

 

블랙 로터스 형과 작년에 개봉한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을 봤어요. 석양을 등진 채 오토바이와 제트기가 나아가는 씬을 보고 반해 버린 거죠. 후반부 트랙들은 영화에서 받은 시각적인 영감을 사운드적으로 구현하고자 했어요. 랩의 비중을 줄인 것도 그것의 일환이었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트랙이 "REBORN"이에요. 앨범의 여는 1번 트랙의 제목이 "BORN"이라면 닫는 트랙은 "REBORN"인 거죠. 살면서 겪은 우여곡절(2~11번 트랙)들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를 반복함으로써 성장한다'라는 앨범의 주된 메시지를 완성시키는 트랙입니다.

 

 

 

LE: 사실 저의 최애 트랙은 "GRADUATION (BONUS)"였어요. 마지막에 캐논 변주곡이 나오는데 저희 세대라면 어린 시절에 기타리스트 임정현(funtwo) 님의 레전드 영상을 접한 적이 있잖아요. 향수를 불러일으켰어요.

 

원래 누락시키려던 트랙이었어요. 하지만 아까워서 편곡을 거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한 곡이에요. 저도 당연히 임정현 님의 영상을 알죠. 따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블랙 로터스 형이 앨범 작업하면서 보여줬던 기억이 나요. 그 형이라면 충분히 의도했을 법해요.

 

 

 

에이상_5.jpg

 

Next Chapter: 에이상

"오아이오멘이 씬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해요."

 

 

 

LE: 이제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에이상 님께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목표나 방향성, 포부가 있으신가요? 

 

저는 한 팀이나 크루가 다 같이 올라가는 걸 정말 멋있게 생각해요. 그냥 한 명이 스타가 되는 것보다 에이셉 맙(A$AP Mob)이나 DPR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오아이오멘이 씬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해요. 나이키(Nike)처럼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우리의 목표죠.

 

 

 

LE: 예정된 활동이나 계획이 있다면 얘기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차멜레온 형과 에이차(AYCHA)라는 프로젝트 듀오를 결성했어요. "일어서 어서"라는 듀오의 싱글을 준비 중이고 뮤직비디오까지 이미 찍어뒀습니다. 또, 인터뷰가 업로드될 시점에는 이미 공개가 되어 있을 텐데 "EMPTY FACE"의 뮤직비디오가 나옵니다. 어제부터 에이상 티셔츠도 판매를 하고 있어요. 열흘간 판매될 예정이고요. (8/16 ~ 8/26) 마지막으로, 9월 말에서 10월 초 즈음에 쇼케이스를 정말 멋있게 할 계획이에요. MTR이라고 기타리스트와 DJ가 함께하는 공연이니까 많은 분들이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https://www.youtube.com/watch?v=FQGR33SjijI

 

 

LE: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에이상 님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느낌'이요.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느낌이 안 오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믹싱이 개판인데도 끝내주는 음악들이 있잖아요? 흔히들 이걸 '멋'이라고 표현하지만 정해진 게 없는 애매모호한 개념이죠. 명품으로 도배를 해도 멋이 안 나는 경우와 노숙자인데도 간지가 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요. 그러한 사소한 차이에서 오는 '느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LE: 언젠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창모 님이요. 유일한 대상은 아니지만 한 명을 꼽자면 무조건 창모 님이에요.

 

 

 

LE: 에이상을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나 문장이 있을까요?

 

바위.

 

 

 

LE: 마지막으로, 힙합엘이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여러분 께서도 모두 바위처럼 앞길을 헤쳐나가고 어떤 파도가 와도 꿈쩍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에이상이었습니다. 

 

 

 

LE: 인터뷰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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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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