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ing Sounds 외전: AP Alchemy
수많은 음악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많은 이가 음악을 ‘듣는다’의 개념보다는 ‘본다’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Seeing Sounds’에서는 음악을 구성하는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글’로 보다 자세하게 해부하려고 한다. ‘Seeing Sounds’ 외전에서는 에이피 알케미(AP Alchemy)의 네 명의 프로듀서가 [AP Alchemy] 컴필레이션 앨범에 삽입된 노래들을 직접 프로젝트 파일과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세 번째 프로듀서는 진보(JINBO)다. 아래는 앨범의 싱글 "SWEAT"에 대해 진보가 직접 작성한 내용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gezwCQGHG8
진보의 노하우 01 – 사람
좋은 사람들과의 케미는 “SWEAT”의 가장 큰 노하우입니다. 누구도 그렇듯 첫 만남은 언제나 기대와 불안이 함께 하는데요. 이번에는 저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인재(INJAE)와 다혜(Yoon Da Hye)를 만났습니다. (참고로 또 다른 참여진인 스윙스(Swings)는 저의 첫 피처링 아티스트로, [Fantasy] 앨범으로 만나서 일찍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둘을 만나고 인재가 좋아하는 알엔비 중심의 음악과 다혜의 폭넓은 관점을 접하면서 불안은 내려가고 기대가 쭉 올라가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만난 둘도 어느새 의견을 합치게 되었죠. ‘진보 오빠를 가운데 두고 우리가 쌍둥이 같은 느낌으로 양옆에 있는 장면이면 멋있겠다’, ‘뭔가 덥고 육감적인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나왔고, 이어서 반제스(VanJess), 케이트라나다(Kaytranada), 데빈 모리슨(Devin Morrison) 등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흥분하고 난리를 치게 되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땀’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그렇게 바로 “SWEAT”의 인트로를 스케치하게 됐어요. 그리고 참고로 그 스케치는 그대로 음원에 실렸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9gPQpcw1Kw
진보의 노하우 02 – 창의력
저는 창작자와 리스너가 모두 ‘창의력'에 주목했으면 해요. 어디서 영감을 받고, 어떤 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색다르게 표현했는지 가예요. 이 해석력과 표현력이 곧 창의력이고, 여기에는 맞고 틀리고는 없어요. ‘그 무엇(=멋)’이 있냐 없냐의 문제일 뿐이죠. “SWEAT”은 위에 썼다시피 반제스, 데빈 모리슨의 음악에서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했어요. 또 케이트라나다 특유의 드럼 사운드에서 덥고 땀나는 그루브를 떠올렸지만 이 곡에서는 그것을 훨씬 무겁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맛을 잘 섞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맛을 출시했고, 먹을 때마다 황홀해서 정말 기뻐요.
https://www.youtube.com/watch?v=wonQbX8UN7o
진보의 노하우 03 – 코드 프로그레션(코드 진행)
코드 프로그레션은 아주 중요해요. (프로그레션의 한국어 번역 = 진보) 옷으로 비유하자면 리듬은 옷의 실루엣, 코드 진행은 옷의 색깔이랄까요? 저는 색깔에 늘 매료되는 편이에요. 색깔은 감정과 에너지를 일으키죠. 이러한 색깔의 배열은 더욱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만들고, 더 나아가 감동을 줘요. “SWEAT” 코드 프로그레션은 오프닝의 ‘신비로움’, 벌스 A 파트(다혜, 인재)의 ‘착함’과 ‘섹시함’, 벌스 B 파트(진보)의 ‘고됨, 새로운 길을 찾음, 의지’, 그리고 코러스 파트의 ‘관능미, 마술적, 해소감’ 등으로 다채롭게 이뤄져 있어요.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한 코드 진행이 되지 않기 위해 이모저모를 다듬었고, 되도록 안 가본 길을 가려고 신경을 썼어요. 그리고 그 결과에 매우 만족하죠. 코드 하나하나가 그렇게 특별하진 않지만, 그것을 특이하게 연결해서 ‘처음 들어보는 맛있는 진행’이 완성되는 순간은 정말 너무 행복한 지점이에요. (“SWEAT”의 복잡 미묘한 코드 진행은 저의 인스타그램 그리고 Chill The World 유튜브 채널을 참고해 주세요.)
진보의 노하우 04 – 드럼 레이어
앞에서 설명만 계속했으니, 이번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드럼 레이어를 준비했어요. 저는 깔끔하게 최적의 소스를 최적의 곳에 배치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요. 이 곡에서도 드럼 루프를 한 두개 정도 사용했는데, 자르고 붙여서 패턴을 새로 만들었죠. 더운 느낌을 내는 데에는 Tribal 어쩌고 하는 루프가 큰 몫을 했어요. 그리고 제목이 “SWEAT”이라서 물방울 소리도 중간중간 넣었죠.
또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에게서 배운 테크닉도 여기저기 사용했는데요. 사람 목소리 샘플 찹 같은 것들을 여기저기 배치해서 시선을 그쪽으로 끄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드럼 패턴에 금방 질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그 외에 로직 기본 드럼 프리셋도 서너개 사용했어요.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비트 찍는다’는 말을 끔찍이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기계적으로 ‘찍지’ 않고 인간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이 연주하는 맛을 내기 위해 몇몇 소스는 손으로 직접 연주해서 음의 길이나 세기가 다 다르게 만들고 있어요.
진보의 노하우 05 – 연주와 감성
사실 이 글을 쓰기 위해 프로젝트 파일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박자가 심하게 나가고, 말이 안 되는 연주를 해놨기 때문인데요. (베이스, EP, Lead 세 개만 활성화시킨 화면인데, 어긋난 게 한 두개가 아니군요.)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는 눈치를 못 챘는데, 따로 들어보니 놀랍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틀린’ 연주를 그냥 사용했어요. 그 이유는 감성 표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화성학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괜찮아요. 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를 표현해 봤으면 좋겠어요. 우탱 클랜(Wu-Tang Clan)의 프로듀서 격인 르자(RZA)는 말도 안 되는 음들을 자기 ‘멋’대로 배열해서 음악을 만들어요. 그 자체가 얼마나 멋있고 특별한지 몰라요. 이런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멋있게 틀리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진보의 노하우 06 – 하모니
여기서 얘기하는 하모니는 단순히 코드와 화성에 대한 얘기가 아니에요. 제목이 “SWEAT”이다 보니 물방울 소리가 들어가고, 사운드도 후덥지근하게 잡고, 인간적인 터치를 많이 쓰는 등 모든 것을 조화시켜서 노래의 주제를 표현하는 것을 말하는 거죠. 여기에는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감정, 그리고 작업 방식까지도 포함돼요. 그리고 또 강조하지만 ‘틀린 요소’까지도 포함되는 거예요. 이 틀린 것이 들어가야 진짜로 세련되어지는 거죠. 예를 들면, 이 노래의 인트로에서 노래하는 첫 음은 코드와 뭔가 부딪히는 음이었어요. 우리도 이 부분을 노래해 보면서 “이거 틀린 거 아냐?” 하고 여러 번 음을 수정해 보려고 했는데요. 그러다 뭔가 묘하게 매력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에는 그대로 밀고 나갔어요. 전체적 조화 때문에 ‘틀린 게’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매력’이 되는 것! 너무나 아름답고 인간적이고 감사하지 않나요?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SWEAT”은 제 인생을 닮은 듯한 곡이네요. 마지막으로 노래에 함께해 준 다혜와 인재, 스윙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Editor
JINBO
갠적으로 sweat은 진보 커리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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