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스파이스(Ice Spice)가 처음 주목받았을 때를 기억한다. 드레이크(Drake)의 샤라웃으로 전 세계 힙합 팬들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됐지만, 다수의 반응은 의구심과 조롱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미래의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라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정확히 반년이 지난 지금, 예측은 현실이 됐다. 아이스 스파이스는 3주 전, 스포티파이(Spotify) 월간 청취자 수에서 릴 티제이(Lil Tjay)와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를 앞서더니, 2주 전에는 비틀즈(Beatles)의 이름마저 제쳤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대체 뭘까? 스스로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봤다. 아이스 스파이스는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나?
https://www.youtube.com/watch?v=yF-NC3eRsqc
1. 서사
처음 이름을 알린 건 알다시피 드레이크의 샤라웃 덕분이었다. 여느 신예들의 경우, 이러한 계기로 스타의 지원을 받아 경력을 이어 나가는 게 보통이지만 아이스 스파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레이크에게 빅엿(언팔 + 디스)을 선물 받는다. 비슷한 시기에 싸늘한 텍사스의 관중들 앞에서 처절하게 공연하는 모습이 포착되자 그녀의 커리어는 초단기 퇴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아이스 스파이스에게 손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같은 브롱스 출신의 릴 티제이. 그녀는 선배 드릴 래퍼의 지원에 힘입어 처지를 반등시킨다. 그리고 몇 달간의 우여곡절은 아이스 스파이스만의 서사가 됐다. 한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해 팬덤을 공고히 하는 '서사'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롱런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아이스 스파이스는 드레이크와의 화해는 물론 카디 비(Cardi B), 니키 미나즈(Nicki Minaj) 등 여성 래퍼 선배들의 지지까지 받게 된다.
2. 독특한 외모와 밈
드레이크가 아이스 스파이스를 언급했을 당시 리스너들의 반응은 사실 부정적이었다. '힘 빠진다', '음악이 아니라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거다'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살구색 파마를 비롯한 독특한 외모에 대한 조롱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런 호불호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 대중에게 아이스 스파이스의 존재에 대한 '기억'을 남겼기 때문. 시기가 맞물린 2022년 할로윈 당일, 그녀를 코스프레한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그녀의 화제성을 대변했다. 게다가 "No Clarity" 뮤직비디오 의상의 코스프레 세트는 시중에 판매되기도 했는데, 그녀의 독특한 외모가 밈이 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여담이지만 아이스 스파이스는 학창 시절에 자연적인 곱슬머리가 콤플렉스여서 항상 매직으로 머리를 펴고 다녔다고 한다. 화제가 된 스타일은 아버지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언해 준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선보인 결과였다고. (현재는 다시 펴고 다니는 중이다)
3. 피치포크(Pitchfork)의 호평과 대중의 반발
릴 티제이의 손을 잡은 아이스 스파이스는 2023년 1월 첫 번째 EP 앨범인 [Like..?]를 공개한다. 그리고 앨범 발표와 함께 그녀는 또 한 번 이름이 널리 퍼질 기회를 얻는다. 그 '기회'란 피치포크가 부여한 7.6점의 호평, 정확히 말하면 호평에서 기인한 사람들의 반발이었다. 아이스 스파이스의 [Like..?]가 [Donda], [Rodeo], [Heroes & Villains]보다 높은 평점을 얻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Mr. Morale & the Big Steppers]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 타당성과 별개로 피치포크의 평점은 웹상에서 화젯거리가 되어 그녀의 이름이 한 번 더 회자되는 데 일조한다. 확실히 '까'와 '빠'는 공존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비판의 시선이 많아지니 '나름 괜찮더라'라는 긍정의 시선도 반작용처럼 대두했다. 피치포크의 평점이 공개된 이후, 아이스 스파이스의 이름은 기존의 스타들 만큼이나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한다.
4. 대중적인 음악
물론, '그녀가 음악적으로 무언가 증명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애매하다'라는 시선이 더 팽배하다. 그렇다 한들 아이스 스파이스에 대한 수요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트렌디한 동시에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매체는 그녀의 음악을 '브롱스 드릴과 팝의 결합'이라고 평한다. 드릴 뮤직이 어느 정도 물이 빠진 상태라지만, NY 드릴의 한 갈래인 브롱스 드릴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메인스트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브롱스 드릴의 프로덕션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네모바지 스펀지밥>의 사운드트랙을 샘플링하거나, 갱단 관련이 아닌 '사랑', '상심', '배드 비치' 등의 가사를 메인으로 삼아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한 것. 폭넓은 사람에게 접근하려고 한 그녀의 전략은 유효했다.
5. 숏 플랫폼 활용
아이스 스파이스는 데뷔부터 현재까지 숏 플랫폼을 영리하게 활용 중인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래퍼로 데뷔하기 전이었던 2021년 초에는 당시 유행하던 "Buss It" 챌린지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음악이 주목을 받는 기반이 되었다. 그 흐름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숏 플랫폼의 적극적인 활용은 그녀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의 "Boy’s a liar Pt. 2"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짧은 러닝타임, 캐치한 탑라인, 릴스의 BGM으로 사용하게끔 하는 가사까지(특히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많은 공감을 표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모든 요소가 젊은 세대의 니즈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여담으로 근래 틱톡에 빠진 노스 웨스트(North West)도 아이스 스파이스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는데, 머지않아 어머니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과 함께 운영하는 틱톡 계정에 그녀가 출현하며 만남이 성사됐다. 숏 플랫폼의 주 소비층인 십 대(그중에서도 여자아이)들이 현재 가장 좋아하는 래퍼가 그녀임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ftolPu9qp4
음악 시장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요즘, 아이스 스파이스의 상승세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신예에게서는 그 시대의 동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류는 계속 변할 것이기에 그녀의 방법이 추후에도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 등장할 신예들이 수면 위로 오르기 위해서는 더더욱 시대에 걸맞은 전략이 요구되지 않을까 싶다.
Editor
Destin
맨처음에 먼치 들었을때 엄청 어이없었는데 ㅋㅋㅋ 이게 뜰줄이야 알다가도 모르겠다 ....
정말 세상만사...
개좋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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