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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s - Swans Are Dead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2024.11.09 16:02조회 수 552추천수 7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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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s - Swans Are Dead


메이저 아르카나 13번. 점술과 도참의 메카와도 같은 타로 논법서의 어느 카드. 이 카드는 죽음과 동시에 부활을 상징한다. 불편한 공존은 균형잡힌 저울질일까 싶지만, 그보다는 한 몸과도 같은 끝맺음과 첫걸음인 둘을 찢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겠다. 달리 표현하자면 이러하다. 잿꽃에서 피어나는 새싹. 죽음만이 새 생명을 일깨운다. 앨범을 블랙 디스크와 화이트 디스크로 구분한 이유도 비슷하겠다.


인류 예술 모티브의 클리셰 중 클리셰. 다만 의미 자체로만 보면 그리 난해하지 않은 선택이다. 제목에 칠한 사망선고는 일종의 종결, 일종의 해체와도 같은 알량한 높낮이의 은유였으니, 무작정 엄숙한 관념을 헤집기보다야 그 산물 자체를 들여다보는 편이 심신에 이롭겠다. 분석이란 감상보다 이른 후일담의 프리퀄일테니까.


<Filth>로부터 시작한 노웨이브와 고딕 락 그리고 포스트 펑크에 이르며 엄연한 ‘장르’들을 거친 이력서. 그러한 스완즈가 꺼내든 포스트 모더니즘의 미학이란 참으로 의뭉스러운 발칙함이다. 기라와 자르보에의 음성 군데군데엔 늘어난 흉터들이 보이고, 기타 드론이 울려퍼지며, 끊임없이 터져나가는 드럼의 존재까지. 레이어처럼 쌓고 쌓이는 음향 파편의 족속들은 지휘자를 잃은 오케스트라 세션을 이룬다. 여백은 사라지고, 매순간 숨을 옥죄며, 창작자들에게도 예외가 없는 불친절한 예술이 된다.


다만 그 혼잡함이 서로 어긋났다면 이리 무미건조한 소고조차 없지 않았을까. 신파 없이 메시지로 토해내는 일갈과도 같다. 이 불편한 긴장감이라 함은, 아름다움 속에 숨어든 어그러짐보다야, 어그러짐을 부단히 아름답게 새기는 법에 일러 탄생했으리라 싶다. 고개를 꺾어도 모자라게 장엄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부에서 솔로 앨범의 몫을 해내는 광시곡들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Feel Happiness (Live)", "Blood Promise(Live)", "The Sound(Live)". 끊임없이 생동하는 전개들. 매순간 피상적인 완결을 내릴 것만 같다. 아트 펑크의 기괴하고도 소름 돋는 쾌감에 몸서리를 친다.


그렇게 목소리에 감탄했다면 과연 그 ‘말’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겉으로는 단순하고도 당영한 이야기. 속뜻으로는 다분히 거북하고 난해한 목소리처럼 머리 아프고 까다로운 질문들이다. 증오와 사랑이란 무엇이고, 삶과 죽음은 무슨 의미를 지니며, 그러한 생애를 부유하며 겪는 고통과 행복을 우리는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하는가. 나름의 해석을 곁들이자면, 본질과 철학이란 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흐린 눈으로 다가간다면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아티스트들의 과도기에 놓인 무질서함과 혼란함은 그 문란함이 병적으로 집착하게 만든다. 모호한 경계선과 그라데이션에 주목하게 하고, 그로부터 오는 난잡한 뒤섞임을 줄곧 섭렵하게 만든다. 나름대로의 죽음을 선포한 뒤 가져온 <The Seer>과 <To Be Kind> 등을 생각한다면. 이 죽음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해석은 역시나 각자의 몫.


간혹 이러한 덜떨어진 취향에 쏘아댄 눈초리들에게서 대단히 묵시적인 어느 백조들의 주술쇼에 왜 점수를 매기느냐 한다면. 단지 거기에 아름다운 예술이 있었기 때문이라 답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예술이 부끄럽다. 쉽사리 닿지 못하는 음악의 갈망들이 참으로 애석하다. 정의내리고 싶지 않은 음악일지언정 감상의 영역을 넘어서 꿰뚫어볼 수 있는 안목이 있었으면 싶은데.


다만 용기 내어 적어내리는 의견으로, 실연(實演)의 의의와 가중치에 대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갑론을박을 구경하고 싶으나, 산사람들에게 선보인 죽어감의 찬란이란 서려있는 주제의식만으로도 무대로 꽃다발을 던질 만하다. 새로 태어나기 위한 작별의 죽음. 그 구경거리를 수백 수천의 관객들 앞에 내보이며. 진심 어린 헤어짐 앞 스완즈의 눈물에는 어떤 달콤함이 어려있을지. 브뤼셀과 암스테르담 그리고 프라하를 비롯한 세계의 곳곳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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