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로 발매 한 싱글 <side-B Memoirs of echo unseen>, 그리고 마지막 완전체 앨범인 미니 4집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hree> 이후 무려 1년 7개월 만에 공개하는 걸그룹 빌리의 신보 소식이다.
돌이켜보았을 때 빌리의 지난 1년 7개월은 너무나도 다사다난하였다. 미니 4집이 음방 1위와 한대음 최우수 케이팝 앨범 노미네이트를 달성하며 팀의 지난 3년간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서 최고의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활동 종반부부터 뜻밖의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며 최대의 고비를 견뎌내야만 했다.
미니 4집 이후 발매 한 싱글 타이틀 <DANG! (hocus pocus)>, 그리고 두 번에 걸쳐 공개된 팬송과 일본 무대 활동곡인 <DOMINO ~ butterfly effect>까지 팀을 잠시 이탈한 두 멤버 문수아와 수현의 공백하에 발매된 작업물 모두 이들의 공백을 극복해 내지 못하고 아쉬운 모습만을 남겼었다.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7인 완전체로 돌아오는 이번 앨범에 거는 기대치 역시 클 수밖에 없었는데, 놀랍게도 기대 이상의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앨범을 완성시켜 대중들에게 다시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먼저 들어볼 노래는 앨범의 선공개곡이자 더블 타이틀곡인 . 힙합의 리듬과 그루비하고 재지한 사운드가 서로 좋은 합을 이루어 낸 곡으로, 지난 미니 4집의 수록곡인 에서 선보였던 것과 비슷한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풀어내는 랩, 그리고 대조적으로 화려하면서 풍성한 허밍과 아카펠라가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보컬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인상이다.
곡을 풀어내는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앨범의 그루브를 간직하고 있는 타이틀 <기억사탕> 역시 좋은 만듦새를 자랑한다. 선공개곡과 마찬가지로 베이스의 그루비함이 크게 돋보이면서도 여기에 피아노 선율의 싱그러움과 이게 걸맞은 경쾌한 가사로 팝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가수 아이유가 곡의 작사와 프로듀싱을 도맡았는데, 아이유 자신이 선보이던 스타일과는 색다른 듯하면서도 '싱그르/챠르르'같은 아이유식 표현법으로 노랫말을 다채롭게 꾸몄다.
두 타이틀곡 이외에도 이어지는 수록곡들 또한 대체로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빌리가 이 앨범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였던 스타일을 공통적으로 견지하고 있어 앨범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긍정적인 텐션을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최근 케이팝의 트렌드를 거스르고 4분에 가까운 볼륨으로 구성한 3번 트랙 <Bluerose>는 멤버 문수아와 시윤이 작사한 가사를 바탕으로 이전 트랙의 재지한 그루브를 고스란히 이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열적인 기타 아웃트로로 곡을 장식하는 것은 덤.
그루비하면서도 팝적으로 매력적인 코러스가 돋보이는 5번 트랙 <shame>과 더불어 마지막 트랙인 <dream diary ~ etching mémoires of midnight rêverie> 또한 앞서 들은 곡들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멤버들의 화음이 돋보이는 아웃트로로 앨범을 유의미하게 마무리 지었다.
다만 앨범의 4번 트랙인 < BTTB>가 다른 곡들과 쉬이 어우러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오는 11월 데뷔 3주년을 앞두고 오랜만에 완전체로 뭉친 팀의 결속을 드러내는 한편 지난 디스코그래피를 되짚으며 다시금 초심을 되찾는다는 측면에서 서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다른 트랙에 비해 이질적인 무드, 그리고 코러스에 비해 애매하게 느껴지는 듯한 벌스 구간의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브릿지 이후의 전개부터 빌리 자신의 강점을 다시 찾아가는 듯하지만 그 시점이 너무 늦은듯하다.
너무나도 멀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미니 4집 발매 이후 1년 7개월이나 걸렸지만,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숨을 고르며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 고심한 결과가 좋은 앨범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분명 빌리 자신에게 있어 분명한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이 드는 앨범이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다시 날아오르는 빌리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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