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orean Doomer(아님) Rainymatic입니다.
[힙찔]이라는 아주 좋은 이벤트가 있길래 부족한 글솜씨지만 한 번 참가해보려 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Молчат Дома(Molchat Doma)에 대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그들은 누구인가?
Molchat Doma는 2017년, 벨라루스에서 결성된 밴드입니다. 벨라루스 밴드지만 특이하게도 모든 곡의 가사는 러시아어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멤버는 보컬 담당의 예고르(Егор Шкутко), 신디사이저/기타/드럼머신 담당의 로만(Роман Комогорцев), 신디사이저/베이스 담당의 파벨(Павел Козлов)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장르는 포스트 펑크, 다크 웨이브, 콜드 웨이브, 신스팝 정도 되겠습니다. 특히 3~4집 시기에 신스팝 성향이 눈에 띄게 강해집니다.
낮고 울리는 보컬 예고르의 목소리는 음울하고 조용한 러시아식 포스트 펑크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uZmx4WAtJ0
(보컬 예고르의 목소리와 어두운 곡의 조화가 잘 드러나는 곡: Технология, Technology)
러시아식 포스트펑크를 추구하는 Molchat Doma의 곡을 들어보면 이들은 빅토르 초이가 이끄는 소련의 밴드 КИНО(Kino)의 영향을 짙게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두운 가사와 무거운 멜로디가 이 둘의 공통점이죠.
Joy Division부터 Kino까지 선배 밴드들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밴드지만 그들만의 색을 가지고 있음은 Molchat Doma의 음악을 들으면 알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Molchat Doma의 4집 카세트 테이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행복해요.
2. 벨라루스 남자들의 읊조림.
Molchat Doma는 2024년 현재 기준 총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2-1. С крыш наших домов
https://www.youtube.com/watch?v=eAj_gqSEgfQ&t=6s
(1집 전체 듣기)
Molchat Doma의 데뷔 앨범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Molchat Doma의 앨범입니다.
이들의 앨범 중 사운드적으로 가장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고 음울한 앨범입니다.
본작의 대부분의 곡을 베이스와 드럼이 이끌어가고, 신스는 비교적 덜 두드러집니다. (그럼에도 중후반부에 진입하면 대부분의 멜로디는 신스음으로 전개되긴 합니다.)
30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 벨라루스의 남자들은 리스너를 어둠과 우울감에 빠져들게끔 만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a_3G95c7R4
(추천곡: Крыши, Krishi)
2-2. Этажи
https://www.youtube.com/watch?v=Crz1PpKk3dU&t=1481s
(2집 전체 듣기)
Molchat Doma의 앨범 중 가장 성공한 작품입니다. 제 입문작이기도 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네요.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 이 앨범의 전곡을 업로드한게 갑자기 퍼져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틱톡에서 Судно를 비롯한 몇 곡이 바이럴을 타며 전세계적으로 성공해 투어까지 돌게 됩니다.
사실 이 앨범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뽕짝'이었습니다. 특히 Судно에서의 드럼머신의 질감과 신스음이 마치 트로트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줬었어요. 근데 또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컬의 낮은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니 신난다기 보다는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번 더 듣다보니 이 앨범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흥행한 앨범이다보니 한국어 번역 영상도 몇 개씩 올라왔더라구요. 때로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웃음을, 때로는 외로움을, 때로는 우울감을 표현한 가사와 사운드는 지친 사람들을 공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Molchat Doma 입문에 가장 좋은 앨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1ATTIQrmIQ
(추천곡: Судно, Sudno)
2-3. Монумент
https://www.youtube.com/watch?v=Ly_L6R_RXvc
(3집 전체 듣기)
Molchat Doma의 3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이때부터 신스팝 성향이 크게 두드러지게 됩니다.
전작과 전전작에서도 신스음은 자주 사용되긴 했지만, 제가 듣기엔 이때부터 신스가 곡을 이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2집에서의 유명세가 그대로 이어져 3집은 빌보드 차트에까지도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합니다.
어두운 분위기였던 전작들과는 달리 신스팝으로 방향을 틀어서 조금 더 밝고 듣기 편한 느낌을 주는건 사실인 것 같네요.
아무래도 이게 호불호의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러시아식 포스트펑크의 차가움은 조금이나 남아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94UWkW5eH8
(추천곡: Утонуть, Utonut')
2-4. Белая Полоса
https://www.youtube.com/watch?v=LYSeY6D-1f0
(4집 전체 듣기)
약 2달 전에 발매한 Molchat Doma의 4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여전히 신스팝의 색채는 강하고, 콜드 웨이브나 다크 웨이브의 느낌도 물씬 풍깁니다.
아, 제가 Molchat Doma를 포스트 펑크라고 자신만만하게 소개했었던가요? 적어도 이 앨범에서만큼은 그렇게 부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본작은 오히려 음산한 트립 합에 가까운 사운드를 보여주거든요.
어떤 곡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채용하면서, 또 어떤 곡에서는 드럼과 보컬을 과감히 삭제해 스펙트럼을 넓힌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5번째 수록곡 Безнадежный Вальс은 거의 앰비언트에 가까운 음악이 들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작들의 모습을 아예 버린 것은 아닙니다. Сон에서는 여전히 둔탁한 드럼과 함께 베이스 라인이 부각되기도 합니다.
스산한 분위기와 파괴적인 드럼, 곡을 리드하는 신스음은 과거의 그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 벨라루스의 남자들의 음악적 시도가 다음 작품까지도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sFx0io3iZnU
(추천곡: Зимняя, Zimnyaya)
3. 여담.
Molchat Doma의 모든 앨범 커버에는 구조물이 등장합니다. 특히 1집 커버에는 류경호텔, 3집 커버에는 당창건기념탑이 등장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들이 벨라루스 밴드임에도 러시아어로 가사를 쓰는 것은 학창시절 벨라루스어 공부를 대충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필자는 1집, 2집, 3집, 4집 순서대로 좋아합니다. 근데 1집은 멜론에 안 올라와서 유튜브로 듣습니다.
Molchat Doma 지금 투어 도는데 한국 안 와서 배가 매우 아픕니다. 이 글 읽고 제발 많이 들어서 내한 좀 오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Molchat Doma의 음악이 취향에 맞으셨다면 Ploho, Jfarrari, Vestron Vulture도 들어보시고... 유튜브에 Doomer Playlist나 Post-Punk Playlist, Dark Wave Playlist 같은거 검색해서 디깅하시면 도움될겁니다.
https://molchatdoma.com/
Molchat Doma 공식 홈페이지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구경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적는데에 도움을 주신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RYM, Molchat Doma 공식 홈페이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또 이벤트 열어주신 김힙찔님,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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