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채 두 달밖에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올해를 되돌아본다면 케이팝 씬에서 가장 빛났던 아티스트로 에스파를 꼽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상반기 발매한 이들의 첫 정규 앨범이 선공개 타이틀인 <Supernova>의 압도적인 흥행 성과를 필두로 하여 놀라울 만큼의 음악적,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 나아가 월드투어 콘서트 <Synk : Parallel Lne>의 흥행과 이 투어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멤버 솔로곡 모음집 역시 호응을 이끌어냈으니 말이다.
이러한 배경을 뒤로하여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에스파이기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앨범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 기대에 걸맞게 이번 앨범 역시 전작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인 <Whiplash>. 전작 <Supernova>가 그랬던 것처럼 이 곡 역시 군더더기 없이 최소한의 요소만을 갖춘 채 빠른 곡 전개로 '쇠맛' 가득한 에스파식 SMP를 정의한다. 스스로를 화려하고 다채롭게 꾸미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세련되어 보일 수 있음을 다시금 증명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수록곡 <Kill It>은 에스파가 앞서 발매했던 미니 4집 수록곡 <Trick or Trick>, 정규 1집 수록곡 <Set The Tone>과 그 역할과 톤 모두 비슷하다. 각각 타이틀곡과 유사한 기조로 구성되어 앨범의 주된 방향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타이틀의 감흥을 조금 더 이어나가게끔 한다. 다만 지난 <Set The Tone>이 타이틀 <Armageddon>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과 다르게 <Kill It>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만 그치는듯해 다소 아쉽다.
3번 트랙 <Flights, Not Feelings>부터 마지막 트랙 <Just Another Girl>까지의 전개는 앨범의 깊이가 아닌 스펙트럼을 더해주는 곡들이다. 각각의 곡들이 마치 서로 다른 앨범 수록곡들의 모음집인 것처럼 어우러지지 못하여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은 내심 아쉽지만, 나른한듯하면서도 그루브 너머로 번뜩임이 느껴지는 <Flights, Not Feelings>나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에스파식 알앤비 <Flowers>의 존재감이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한다.
대(大) 이지리스닝의 시대에서 흐름을 거스르는 에스파의 하드리스닝 '쇠맛'은 여전히 도전적이고 또 독보적이다. 앨범 단위의 유기성이 아쉽긴 하지만 파괴력 있는 타이틀과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뱅어 트랙으로 하여금 남들과는 다른 에스파의 강한 마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던 앨범이다.
항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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