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성조와 신병하 선생님. 두 분은 다 신중현님과 동시대 사람입니다. 미 8군에서 경력을 시작하셨죠. 차이가 있다면, 신중현님은 락과 그 이후에 나온 사이키델릭 락에 경도되셨다면, 두 분은 모두 재즈로 가셨다는 점입니다.
(미 8군 부대에 대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미 8군 무대에서 재즈와 락은 그렇게 확 차이가 나는 장르가 아니였다는 점입니다. 50년대 재즈가 락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을 때, 즉 [이제는 잊혀진] 점프 블루스와 웨스턴 스윙 그리고 락앤롤이 함께 연주되던 무대가, 미 8군 무대에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신중현 선생님의 첫 모델은 비틀즈가 아니라, 엘비스 프레슬리 혹은 리틀 리처드가 되는 셈이죠.)
(2)
이 두 재즈맨들은 사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자신의 취향인 재즈를 유지하면서도,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분야를 찾지 못한 것이죠. 60년대에는 여러 밤무대 밴드를 구성하기도 하고, 대중가요에도 기웃기웃 거리지만 결국 영화 음악에 자리를 잡으십니다.
여튼 그 70년대 후반 대중가요와 재즈가 뒤엉킬 때 나온 노래를 한 두곡 소개해볼까 합니다.
https://youtu.be/y7wvbMSc1ac?si=dwReR-lPYiTojFiy
신병하 선생님이 작편곡하신 노래입니다. 부른 분은 주정이, 라는 가수분이신데 원래는 70년대에 데뷔한 여성 포크 듀오 산이슬 구성원 중 한 명입니다.
https://youtu.be/j84CEybeTIw?si=ym-XF6kQXacVVJ9T
이건 최병걸님의 '눈물 같은 비'입니다. 70년대 후반에 나온 곡일텐데, 굉장히 '발라드'스럽습니다.
이 곡 자체는 정성조님과 관련이 없긴한데, 최병걸님이 원래 정성조와 재즈 메신저스의 보컬이었습니다. 재즈 메신저스는 영화 OST 말고는 단독 앨범이 없는데, 그게 참 아쉽습니다. 여튼 이후 최병걸님은 솔로 앨범을 몇 개 내고 80년대에 돌아가셨습니다.
(3)
요즘 한국 발라드의 뿌리 찾기를 계속하면서, 재미있는 곡들을 많이 발견하곤 합니다.
서샘트리오, 사계절처럼 뜬금없는 라틴 - 재즈 중창단 컨셉의 그룹 앨범도 발견하고, 이은하와 혜은이님의 앨범도 다시 들어보고. 여러모로 재미있습니다.
(진짜 재미있는 점 - 서샘트리오와 헤은이 앨범은 모두 길옥윤님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길옥윤은 미 8군 무대 출신의 재즈맨으로 신중현님보다 살짝 윗 연배입니다. 한국 대중 가요에서 트로트에 재즈 스탠다드 느낌을 섞기 시작한 일종의 "한국 가요"의 뿌리 같은 분입니다. 아 그리고 이미자님과 쌍벽을 이루는, 여성 보컬의 전설 패티김님의 전 남편이기도 하죠.)
(여튼 사실 50년대부터 활동했으니, 트로트가 거의 죽어가고 소울과 포크가 유행이던 70년대에는 원로이자 유행에서 벗어나신 분이었죠. 그런 분이 70년대에 떡하니 소울 가수인 서샘 트리오와 포크 가수 느낌이 물씬 나는 혜은이를 데뷔시킨 겁니다!)
잘읽었습니다
제발 이런거 하루에 20개만 더 써줘요
넵 ㅋㅋㅋㅋㅋㅋㅋ. 디깅한 노래들 자주자주 공유하겠습니다 ~.
다음 번에는 아마 70년대 민요-포크 2탄이랑 80년대 뽕짝/훵크/디스코/트로트 고고 음원들(나훈아, 윤수일, 함중아 선생님들 것도 들어봐야 하는데....)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네요. 시간이 되면, 80년대 중후반 한국 얼터네이티브 락씬 초창기 음원들(바퀴자국, 개구장이, 도시의 아이들, 작은 하늘 등등)도 소개하고, 80년대 중후반 뽕짝-테크노-힙합-유로댄스 음원들(임창정 1집!)도 좀 디깅해야 하고....아이고야 할 게 많네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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