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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s - 페디(Padi)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23.05.25 13:37추천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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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ounds:

수많은 음악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많은 이가 음악을 ‘듣는다’의 개념보다는 ‘본다’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Seeing Sounds’에서는 음악을 구성하는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글’로 보다 자세하게 해부하려고 한다. ‘Seeing Sounds’를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교감하고,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회차의 주인공은 아메바컬쳐(Amoeba Culture) 소속의 프로듀서 페디(Padi)다. 아래는 최근 발매된 "DO (Feat. 이하이)”에 대해 페디가 직접 작성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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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의 노하우 01 - 레퍼런스, 아이디어, 방향 전환 그리고 그때의 관심사

 

이 곡은 2017년 12월 31일에 처음 작업한 노래예요. 꽤 오래전에 만들기 시작한 곡이죠. “DO”를 작업하게 된 계기는 당시에 어떤 곡을 하나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곡은 피아노 코드가 깔리고 피아노 솔로 라인이 메인으로 튀어나오면서 쭉 이어가는 재즈 힙합 트랙이었죠. 그리고 마침 당시에 제가 피아노 블루스라인 이란 걸 배우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활용해 라인을 짜고 재즈 힙합 사운드를 만들어서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 형들에게 드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런데 사진에 띄운 노트처럼 코드를 깔고, 그 위에 라인을 짜다 보니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들더라고요. 저는 레퍼런스를 잡아도 그 곡과 비슷하게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새로운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비아이(B.I)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됐어요. 그리고 때마침 그 친구에게 데모를 보내야 하는 시기가 겹치게 되면서 재즈 힙합이 아닌, 재즈를 가미한 팝 혹은 가요 느낌으로 전체적인 방향이 전환되었어요. “DO”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곡이에요.

 

제가 이 부분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레퍼런스를 잡았던, 혹은 샘플링이나 샘플팩을 쓰던, 그걸 올려놓고 생각을 하는 지점이 굉장히 막막하고 힘들다는 거예요. 많이 프로듀서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보통 그럴 때 다른 곡을 만들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곡은 새로운 아티스트와의 작업으로 성사되면서 몰입되어 있던 생각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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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의 노하우 02 - 드럼 소스 메이킹, 레이어, 리듬

 

저는 보통 머릿속의 구상이 7할 이상 완성되면, 최소한의 악기 느낌만 생각하면서 드럼을 먼저 메이킹 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샘플이 퀄리티 있게 잘 나오는 편이지만, 저는 예전부터 추가로 레이어를 하고 소리를 만지면서 저만의 드럼 사운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었어요. 누군가 봤을 때는 ‘굳이 저렇게까지?’라고 할 정도로 디테일을 보는 편이죠. 결과적으로 “DO”에서의 메인 드럼들은 첫 작업 당시 만들어뒀던 그대로 2023년에 발매하게 됐어요. 그 정도로 만족스러웠고, 몇 년이 지나도 만질 게 없도록 애초에 만들었던 거죠. 

 

조금 더 설명을 해볼게요. 원래는 재즈 힙합 드럼에서는 뭔가 트렌디한 드럼을 찍고 싶었지만, 이미 피아노가 재즈풍의 사운드와 리듬이었기에 그걸 어떻게 잘 메이킹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남색 하이햇 미디 노트들을 정박으로 찍고 싶은 곳에 소스들을 넣어 찍은 뒤,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의 기능 중 하나인 Groove를 이용해 만들어 놓은 피아노의 리듬과 어울리게 입혀줬어요. 너무 트렌디하거나 808스러운 소스가 아니면서도 리얼함이 조금은 묻어있게 골라서 조합을 한 거죠. 저는 확실한 장르나 사운드도 좋아하지만, 보통 오묘한 느낌을 내고 싶어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킥 같은 경우는 적당히 질감은 살리면서, 푹푹 5~80Hz 부분이 꾹꾹 찍히는 소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스네어를 리얼감 있는 소스와 트렌디 하고 바디감 있는 스네어와 레이어 했죠. 스네어 노트들을 보시면 박자들이 서로 엇갈려 앞으로 나온 걸 보실 수 있는데, 뭔가 '탁!'이 아닌 '츄칵(?)' 느낌으로 스네어를 메이킹 했습니다. (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되네요... ㅎㅎ) 그리고 킥은 거의 정박에 한 번씩 찍히지만, 하이햇 리듬을 맞추며 고스트 킥과 정박에 들어가지 않는 킥을 리듬에 좀 더 맞게 밀어줬어요. 여기서 하나 더 얘기해 보자면, 저는 드럼이 계속 반복되는 사운드보다는 소스들이 바뀌면서 새로운 것들이 오고 들어오는 파트에서 더 재미를 느껴요. 그래서 이 곡을 들어보시면 훅과 벌스 등 구성마다 소스들이 바뀌거나 넘어갈 때 소스가 더 들어오고 하는 거를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믹스는 다른 건 모르겠고 킥 소스에 저는 보통 30hz 이하를 컷하거나 줄이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필요할 때는 쓰겠지만 오히려 컷을 하면 그 부분에서 먹어들어가던 사운드가 없어져 더 튀어나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잘 들리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나 “DO”는 그렇게까지 무거운 킥이 필요하지 않아서 적당히 덜어주고 80hz만 EQ로 Q값을 날카롭게 해서 게인을 2 정도 올려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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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의 노하우 03 - 재즈틱한 분위기, 팝과 알앤비라는 두 마리 토끼

 

메인 악기인 피아노와 곡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드럼이 끝났으니 이제 추가적인 편곡과 소스 등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했어요. 지금부터는 이 곡을 어떻게 하면 초라하지 않으면서도 멋지게, 그리고 과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접근이에요. 말 그대로 ‘편곡’ ‘사운드 메이킹’ ‘분위기 유지’를 진행하는 거죠. 

 

위 사진에 보이는 소스들은 당시의 데모 작업 때 이미 다 들어가 있던 소스들이에요. 여담이지만, 개코(Gaeko) 형은 제가 데모에 뭘 많이 해놔서 메이킹하는 퍼포머의 입장에서는 이걸 따라가야 해서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 정도는 해야 듣기 좋아서 작업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어서 데모에 힘을 많이 쏟는 편입니다. 특히, 이 곡을 작업하던 시기에는 피처링 아티스트가 확정된 것도 아니었어요. 새롭게 작업 기회가 생긴 아티스트에게 보낼 곡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퀄리티가 높은 상태로 만든 후에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어쨌든 두 마리 토끼처럼 '재즈 느낌'과 동시에 '트렌디한 느낌'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앞서 두 번째 노하우였던 드럼 메이킹과 마찬가지로 소스들도 가져갔습니다. 일단 Bass! 재즈에서 Bass라 하면 저는 Acoustic bass (Double bass, Contrabbass)가 먼저 떠올랐어요. 그리고 리듬은 Working Bass 리듬을 사용했죠. 물론, 완전한 재즈가 아니고, BPM도 느리기에 완전한 Working Bass로 볼 순 없겠죠. 어쩌면 실제 재즈 음악을 하시는 분들은 아예 아니라고 하실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Trilian의 Acoustic Bass 소스를 사용했어요. 보시면 두 개의 Bass가 레이어 되어 있죠? 일단 Acoutic Bass만 사용하기엔 이 곡의 저음부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Acoustic Bass의 질감만을 살려 EQ로 100Hz이하 저음부를 컷한 후에 Imager로 양옆을 조금 벌려줬습니다. 그리고 같은 Trilian의 Marcus deep dub이라는 소스를 이용해 EQ로 레이어 할 Acoustic Bass의 질감 역대인 Mid~High 부분을 줄이고, 100이하의 초저역대만 살려서 레이어했어요.

 

하나 더 얘기해보자면, Rbass라는 플러그인을 이용해도 되지만, 그때 당시에 Acoustic Bass에 걸었을 때는 뭔가 소리가 변하고 예쁘게 저음이 채워지지 않더라고요. 그 후 샘플 작법을 이용해 피치, 박자, 길이 등을 조절하여 더 꾸며줬죠. 3 Synth 1이라고 되어있는 트랙은 앞부분에 신스가 한 번씩 앞에서 나와주면 좋을 것 같아 살려준 뒤, 그 뒷부분은 노이즈가 심하지만 없으면 허전해서 소리를 줄였어요. 그리고 4 Sax 1이라고 된 샘플은 재즈에는 색소폰의 매력이 크다고 생각해서 사운드가 비슷한 각기 다른 색소폰 샘플들을 자르고 붙여 라인을 만들었죠. 완전히 메인처럼 나와야 한다면 따로 녹음을 받았겠지만, 이 곡에서는 감초 정도의 역할이기에 리버브로 조금 분산시켜주면서 티 안 나게 꾸며줬어요. 5 Sax 2라는 트랙은 보시면 한 부분을 가득 메우게 올려놓았는데요, 색소폰 샘플을 찾던 중 거의 8마디 통으로 연주된 구겨진 듯한 샘플을 찾았어요. 그래서 곡의 뒷부분에 넣었더니 멜로디 라인이 너무 잘 어울리게 흘러가서 사운드를 뒤로 보내어 깔아주었고요. 마지막에 “뚜루루루” 하면서 라인이 나오고 끝나는데 그 라인을 훅 넘어가기 전에 강조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53, 54 트랙 VOX는 Kontakt의 Exhale이라는 플러그인으로 신스 트랙과 동일하게 트렌디한 팝 알앤비 느낌을 주기 위해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뒤에 은은하게 재미를 주는 소스로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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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의 노하우 04 - 후편곡, 메인 훅과 또 다른 킬링 파트


이 곡은 비아이가 18년도에 데모로 비트를 잘라서 가이드 AR을 만들어 놓았던 곡이었어요. 발매를 하지 않고 있었기에 더 이상 제가 만질 일은 없었죠. 그러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비아이가 부른 멜로디와 가사를 기반으로 새롭게 곡이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이 곡을 만든지 2~3년이 지나다 보니 저는 곡 전체에 또 다른 한 부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지막 훅이 나오기 전 파트가 나오게 되었어요. 저는 이 곡의 데모 비트 자체를 너무 사랑했고, 하이(LeeHi)의 노래도 너무 좋아서 무조건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타이틀감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어 노래의 전체적인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금 더 리듬감 있는 부분을 만들고 싶었어요. 때문에 후 편곡에서 조금 더 리듬을 쪼개고, 뭄바톤스러운 곡에 맞춰 남녀가 함께 사교댄스(?)를 추는 분위기가 상상되는 파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드럼 리듬을 조금 더 촘촘하게 하고, 추가 소스로 기타를 녹음해서 보사노바 리듬처럼 신나는 기타 연주로 라인이 멋지게 들어오도록 만들었고요. 저는 이 부분을 작업하고 난 후 너무 좋아서 '여기는 그냥 보컬이 없어도 되겠다'라고 원래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혼자서 '재즈… 재즈….' 하면서 중얼대다가 재즈 아티스트 분들이 스캣을 흥얼거리듯 가사 없이 비트에 맞춰 흥얼거리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죠. 그렇게 제 생각을 하이에게 전달했고, 하이가 너무 멋진 코러스와 애드리브를 불러줘서 마침내 곡이 완성되게 되었어요. 이 파트는 “DO”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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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의 노하우 05 - 열정, 협업, 사람, 상황, 기회

 

“DO”는 정말 제 ‘열정’을 가득 담아 편곡해서 만든 곡이고, 새로운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이 되어서 완성이 됐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곡으로 발매하기 위해 작업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음악으로 선보이게 되었어요. 제가 이 곡에 열정을 쏟지 않았더라면 이만큼 좋은 곡이 탄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봐요. 물론, 협업을 하지 않았다면 완성조차 되지 못했을 거예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곡이 작업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혹은 그게 취소되는 순간이 굉장히 맥빠지고 번아웃이 온다고 생각해요. 그 상황 속에서 화를 낸다거나 그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거나 하지 않고, 커리어를 계속 이어왔기에 이렇게 제 음악을 낼 기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늘 설명을 하다 보니 너무 길게 글을 쓴 게 아닌가 싶어요. 보시는 분들이 음악 활동을 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열심히 적어보았습니다. 더 상세히 알려드리고 싶은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사진과 글만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아서 아쉽기도 하네요. 앞으로도 좋은 곡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해 볼 테니 이번 싱글 앨범 [Answer Answer]에 수록된 "DO (Feat. LeeHi)"와 "OUTCASTAWAY (Feat. THAMA, YDG)" 모두 재밌게 들어주세요. 그리고 힙합엘이 비트 게시판에 비트를 올리던 아마추어 프로듀서가 힙합엘이 콘텐츠에 참여해 글을 쓰게 되어서 신기하고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PetcEb48y0


CREDIT

Editor

P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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