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to the G-Funk Era #3 : West Coast Crew
우선 어머님께 용서를 구하며 시작해야겠네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거짓말을 하며 (대부분이 학원비 내지는 교제비) 돈을 모았었거든요. 옳지 않은 수단이었지만 그 목표 만큼은 순수했답니다. 순전히 수입 음반을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거든요. 아무튼 꽤 많은 돈을 모은 뒤 압구정동 힙합 음반의 메카 상아레코드(현재는 폐업하고 잠적?하였습니다.)로 떨리는 가슴을 안고 출발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목표는 Dr.Dre의 [The Chronic]과 N.W.A.의 [Zaggin4efil], Snoop Doggy Dogg의 [Doggy Style] 그리고 Warren G의 [Regulate... G Funk Era]. 다행히 대부분의 앨범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했던 Snoop 앨범만 품절이었지 뭡니까.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망설이고 있던 찰나... 이문세를 연상케하는 사장님께서 그윽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Tha Dogg Pound의 [Tha Dogg Food] 앨범을 추천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자, 학생 여기 글자 봐봐 Dogg이야. 같은 Dogg이거든. Snoop Doggy Dogg의 모태라 할 수 있는 힙합 그룹이야. Snoop이 실제로 소속되어 있고..."
그 한마디에 전 Snoop Doggy Dogg 데뷔 앨범보다 더 좋은 앨범을 입수했다고 즐거워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무한 플레이로 감상을 했습니다. 사실, 그땐 잘 몰랐습니다. 그냥 Snoop이 소속된 그룹인데 Dat Nigga Daz와 Kurupt이 메인 멤버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추측할 뿐이었죠. 때문에 서브 멤버인 Snoop의 파트가 적을 뿐이라고..
그렇게 [Tha Dogg Food]의 앨범을 들으며 다른 멤버들의 이름을 눈에 익혀갔습니다. Nate Dogg, Soopafly 등등. 하지만 깊이 있게 힙합 음악 전반에 대해 파고 들어갈 수록 이들이 그룹이 아닌 크루 개념이며, 이런 크루 개념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90년대 당시, 마초적인 부분에 크게 의존하던 장르적 특성 때문이었는지 유난히 힙합 음악은 친분이 두터운 이들끼리 크루를 결성하고 서로의 음악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현상은 현재도 유효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런 웨스트코스트 출신의 크루들 가운데 활동 범위가 크거나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 위주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줄여서 DPG 혹은 DPGC라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내세우곤 합니다. 뭐, 워낙 유명한 이들로 구성된 크루인지라 상세한 설명을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동시에 대중적으로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이는 Snoop Dogg 입니다. 그리고 그의 Cuzz(동료들을 Cuzz 아니면 Nephew라고 부르곤 합니다.)로 Daz Dillinger와 Kurupt, Nate Dogg, Soopafly, Bad Azz, RBX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Long Beach 213(지역코드) 출신의 또래 친구들로 함께 놀러다니던 크루였는데, Snoop Dogg이 Dr.Dre에 의해 발탁되고 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자연스레 Dr.Dre와 Suge Knight이 이끄는 Deathrow Records 사단으로 소속되어 음악 활동을 하거나 혹은 서포터로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Snoop의 인기에 편승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운좋은 케이스였죠.
하지만 현재는 각자 개인적인 음악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Daz는 직접 단독 레이블을 설립하고 자신의 솔로 앨범 및 기획 앨범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Kurupt은 왕성한 활동을 통해 웨스트코스트 엠씨들 가운데 상위클래스 급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Nate Dogg 역시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여러 뮤지션들과 음악 작업을 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아쉽게도 사망하였고요. 이외에도 Soopafly, Bad Azz, RBX 역시도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Kurupt의 친동생인 Roscoe는 자신을 DPG라 알리며 솔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Snoop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한 신인 Mac Lucci가 새로운 Young DPG 멤버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Tha Dogg Pound "Cali Iz Active"
Mac Lucci "Cali Life"
Dr.Dre의 이복동생이자 Snoop Dogg, Nate Dogg과 함께 동네그룹(?) 213로 활동한 바 있는 Warren G가 이끌던 크루입니다. 정확히 따지면 크루 개념보다는 Warren G가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규합하여 키우는 소속사 리더와 조직원들 개념이 강합니다. Warren G는 G-Funk가 주류 음악 시장의 판도를 바꾸던 90년대 당시 Dr.Dre와는 차별화된 이지리스닝(Eazy-Listening) 개념의 G-Funk 음악을 내세우며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요. 그런 음악을 기반으로 그는 2인조 쌍둥이 그룹 Twinz와 보컬과 랩 파트가 한 데 어우러지는 그룹 The Dove Shack, 여성 힙합 그룹 Da 5 Footaz의 앨범을 제작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G-Funk가 비주류 내지는 로컬 음악으로 한정되면서 이들을 뿔뿔이 흩어졌고요. Twinz는 여러 군데를 거치다가 Daz Dillinger가 설립한 DPG Recordz와 계약하여 앨범을 발표했으며, Da 5 Footaz는 현재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주무대로 삼으며 믹스테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The Dove Shack의 멤버였던 Bo-Rocc은 현재 보컬과 랩 스킬을 유지하며 개인 솔로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Warren G "This DJ"
Twinz "Eastside LB"
Ice Cube, Wc와 함께 Westside Connection으로 활동하며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의 확장에 기여한 바 있는 Mack 10의 Hoo-Bangin' 크루입니다. 이들 역시 G-Funk Production 이랑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되는데요. 주변의 뮤지션들을 규합한 Warren G와는 달리 Mack 10은 Compton 부터 Englewood 등 서부 진영 전반에 걸쳐 신인들이라든지 실력파 뮤지션과의 계약을 통해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Hoo-Bangin'을 이끌었습니다.
특정인물로 부각할 만한 인물이 사실 많은 편은 아닌데요. 그나마 리더인 Mack 10이 간혹 스토리텔링이나 혹은 Swag 가사로 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편이며, CJ Mac이나 The Comrads가 하드코어한 가사와 듣기 편한 음악으로 중박 이상의 히트를 쳐줬으나 실력으로 치면 크게 감흥을 얻을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외에도 Compton 출신의 레전드 그룹인 Comptons Most Wanted 출신의 MC Eiht이 잠시나마 Mack 10과 계약을 맺고 크루의 일원으로 활동하였으나 금새 다른 곳으로 둥지를 옮겼죠. 흡사 G-Unit이 Mobb Deep을 데려왔다 금방 헤어진 것 처럼 말이죠. 언급된 이들 외 Techniec과 COG, Binky Mack을 위시한 그룹 Allfrumtha I, 여성 보컬 그룹 Soultre, K-Mac, DV, Cousteau 등이 활동하다가 모두 흩어진 상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2011년, Mack10이 다시금 Hoo-Bangin'의 부활을 선언한 것입니다. 그것도 신진 세력을 규합하면서 말이죠. 그 선봉에는 Xzibit이 있었으며, 밑으로는 Cash Money와 계약을 체결하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슈퍼루키 Glasses Malone이 있었습니다. Mack10은 Glasses Malone과 함께 콜라보 앨범을 급하게 발표하며 새로운 움직임을 세상에 알렸으며 Glasses Malone은 이후 몇달 뒤 솔로 데뷔 앨범 [Beach Cruiser]를 발표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현재, Bay Area 출신의 노장 래퍼 Richie Rich와 Snoop Dogg이 프로젝트 형태로 활동하였던 그룹 The LBC Crew를 필두로 Mitchy Slick, Young Hogg, Techniec이 소속되어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ack 10 "Big Baller" (feat.Glasses Malone, Birdman)
Mack 10 presents Da Hood "Hittin Switches"
Alkaholik Family는 엄밀히 G-Funk 장르로 구속할 순 없을 겁니다. 이들 구성원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장르적 특성에 기대기보다는 힙합의 뿌리라든지 모태를 기반으로 활동했거나 혹은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구성원은 Alkaholiks(지금은 Tha Liks로 팀명 바꿈)와 Xzibit, King Tee, Defari, Saafir 입니다. 어느정도 힙합 씬을 꿰뚫고 있다며 자부하는 분들에겐 참 익숙한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높은 수준의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거든요.
이들은 한때 언더그라운드를 주무대로 삼으며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레이블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꽤 괜찮은 수준의 차트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Xzibit이 3집 활동을 하면서부터 Dr.Dre라든지 Eminem, 50cent, Snoop과 어울려 다닌다니는 것과 MTV를 통해 차량을 개조해주는 쇼프로 호스트를 맡으면서 그룹 Alkaholiks와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급기야는 Alkaholiks 멤버인 J-Ro가 "X Homie"라는 디스곡을 발표하며 Xzibit이 상업적으로 변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었죠. 뭐, 오랜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결속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크루입니다. 그만큼 나이도 많이 먹었고요.
King Tee "Free Style Ghetto" (feat.Alkaholiks, Xzibit)
Alkaholiks "Hip Hop Drunkies" (feat.Ol'Dirty Bastard)
DJ Quik은 워낙 음악에만 빠져있던 인물인지라, 동네 친구 개념도 섞여 있지만 더 큰 테두리에서 봤을 때 음악적인 크루라 명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동네 친구부터 같은 레이블을 통해 만난 동료들의 음악을 프로듀싱해주거나 혹은 같이 한 음악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이들의 주무대였으니까요. DJ Quik 음악의 특징은 상당히 세련된 스트링과 키보드, 베이스 코드 진행을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자신의 음악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음악까지도 꽤나 정성스럽게 포장해주는 걸로 유명하죠. 때문에 DJ Quik 동료들은 그의 음악적 재량 덕분에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2nd II None 일 것입니다. 같은 Compton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함께 활동하던 친구들이었는데요. 90년대 DJ Quik의 전폭적인 음악 디렉팅을 통해 이들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Mausberg 부터 Hi-C, AMG, Suga Free 등이 그들입니다. DJ Quik 본인의 앨범도 참 좋지만, 그외에 크루 소속원들의 솔로 앨범도 듣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답니다. 현재는 각자 DJ Quik의 그늘에서 많이 벗어나 독자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나마 Suga Free가 DJ Quik과의 연을 꾸준히 이어가며 양질의 음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2nd II None "Up N Da Club" (feat.DJ Quik, AMG)
Suga Free "On My Way"
Hi Power는 멕시칸-아메리카노로 구성된 힙합 레이블입니다. 하지만 인종적인 특성상 이들의 결속력은 상당히 끈끈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주로 멕시칸 힙합 특유의 음울한 사운드를 메인으로 삼는 편인데요. 간간이 DJ Fingazz의 지원을 통해 대중적이면서 듣기 편한 G-Funk 사운드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음악을 크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요. 그나마 DJ Fingazz가 있어서 이들의 신작을 매번 체크하는 편입니다.
Hi Power의 수장은 Mr.Capone-E인데요. 사실 그는 래퍼로서의 길을 걷지 않고 범죄의 길에 들어섰다가 감옥에서 복역 후 1998년 사업파트너인 Azam과 함께 Hi Power Entertainment를 설립하고 래퍼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경력을 따지는 게 우습지만, 짧은 경력 만큼이나 감흥을 얻기 힘든 랩 스킬과 가사를 들려주는 편인데요. 타이틀 곡을 선정할 때 꽤나 잘 먹힐 만한 코드의 인스트루멘탈을 무기로 삼고 있어서 적절한 판매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Capone-E 외에도 Mr.Criminal, Triste Loco, Miss Lady Pinks 등이 구성원들입니다.
Mr.Capone-E "Summertime Anthem"
Mr.Criminal "Criminal Mentality2"
Black Hippy Crew는 실력파 루키들로 구성된 크루입니다. 워낙에 주목받고 있는 이들인지라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바로 Jay Rock, Kendrick Lamar, Schoolboy Q, Ab Soul 이 그들입니다. 신기한건 모두 동네 토박이 친구들이면서 동시에 모조리 실력파라는 것입니다. 험난한 Compton 동네 출신이라 다들 하드코어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 Kendrick Lamar는 이런 하드코어한 면과 지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유난히 튀는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Kendrick을 가리켜 Common + 2pac 의 절묘한 메시지를 풀어낸다고 하는데요. 정말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이런 실력을 인정받아 Dr.Dre의 Detox 앨범에 고스트라이팅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모두들 믹스테입 발표를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고요. Jay Rock은 Tech9ne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최근 데뷔 앨범 [Follow Me Home]을 발표하였으며, Kendrick Lamar는 언더그라운드 씬을 통해 데뷔 앨범 [Section 80]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Schoolboy Q 역시 곧 Tech9ne의 지원 아래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 합니다. 앞으로 웨스트코스트 힙합씬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들이기 때문에 G-Funk 장르적 특성과 무관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Jay Rock "Code Red" (feat.Kendrick Lamar)
Kendrick Lamar "Hiii Power"
글 | 김현준 (vallah@naver.com)
정말 귀한 글이네요.
처음 보는 이들도 많고..근데 하나같이 링크한 노래들은 참 좋습니다.
잘읽고 많이 배워갑니다
그러고보니 GAME 은 딱히 크루가 없네요
그냥 BLOOD 자체가 크루라 하기엔 좀 그렇고..;;
상당히 영향력 있는데 말이죠!
요즘은 영머니랑 몰려다니긴 하지만 ㅋ
글쓴이입니다. Game 도 Blackwall Street 이라고 크루가 있긴 한데요. 딱히 찝을 만한 인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력이 형편없고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서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 크루에서 좋은 앨범이나 결과물이 나오면 소개하는 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티스트 개개인의 이름은 들어봤는데 크루 이름들은 거의 다 처음들어보네요 역시엘이!!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