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음악은 많아졌고, 기억 남는 음악은 적어졌다.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힙합엘이 매거진 에디터들이 한껏 마음 가는 대로 준비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2018년 12월의 앨범들. 순서는 발매일, 알파벳 순이다.
Gucci Mane - Evil Genius
발매일:2018/12/07
추천곡: Just Like It, Father's Day, I'm Not Goin', Wake Up in the Sky
어안이 벙벙해지는 앨범이다. 구찌 메인(Gucci Mane)과 같은 공장장형 래퍼들의 앨범을 들을 때면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타율이 얼마나 될까 의심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구찌 메인은 [Evil Genius]에서 그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타석에 서는 족족 안타를 때려버린다. 그는 앨범에서 자신의 색을 조금 줄이고 전보다 대중적인 트랩 사운드를 쫀득하게 소화해낸다. 화려한 피쳐링진도 함께 한다. 대부분 트랩 래퍼들인데, 그사이에 섞여 있는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의외다. '형이 갑자기 왜 나와?' 싶을 수도 있지만, 그는 문제없이 킬링 트랙 "Wake Up In The Sky"을 독보적인 음색으로 찢어버린다. 이렇듯 [Evil Genius]는 버릴 트랙 하나 없이 속이 꽉 찬 제철 대게 같은 앨범이다. 커버 아트워크가 살짝 심심한 건 흠. - Kimioman
Ice Cube – Everythang's Corrupt
발매일: 2018/12/07
추천곡: Arrest The President, Non Believers, Good Cop Bad Cop
2018년엔 유독 복고풍 음악도, 노장의 귀환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8년 만에 돌아온 아이스 큐브(Ice Cube)는 냉동인간처럼 가장 변함이 없었다. 앨범 타이틀인 'Everythang's Corrupt', 선 공개곡의 제목인 'Arrest The President'에서부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부를 대차게 까대는 게 사회 정의를 외치던 그가 확실히 맞다. 2018년의 앨범치고는 고집스러운 그 스타일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Streets Shed Tears”의 감성부터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That New Funkadelic”의 훵키함, 곳곳에 숨어 있는 과거 명곡들의 레퍼런스, 시간이 흘러도 소홀함 없는 아이스 큐브의 랩까지, 이 앨범에는 2019년 들어서 더 의미 있는 올드스쿨 바이브가 그득하다. - limstagram
Jacob Collier – Djesse, Vol.1
발매일: 2018/12/07
추천곡: With The Love In My Heart, Djesse, All Night Long
아무리 장르와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음악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라지만,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의 작품은 뭔가 다르다. 그는 다양한 악기를 스스로 다루는 건 물론, 미분음을 이용해 기존 대중음악에서는 접하기 힘든 색다른 편곡을 선보인다. 그 덕에 데뷔작을 통해서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두 개 부문을 수상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Djesse, Vol.1]는 제이콥 콜리어의 더욱 확장된 음악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메트로폴 오케스트(Metropole Orkest)와 협업해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구축했다. 로라 움블라(Laura Mvula), 테이크 식스(Take 6)와 함께한 트랙들에선 장기인 재치 넘치는 편곡 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압도적인 사운드 스케일에 쉬이 산만해져 아쉽게 느껴지는 구간들이 많다. 충분히 넘치는 재능은 잘 알겠으니 다음 앨범에선 힘을 조금만 빼보면 어떨까 싶다. - Geda
Tone Stith – Good Company
발매일: 2018/12/07
추천곡: Secrets, Perfect Timing, Better Than Before
톤 스티스(Tone Stith)의 커리어는 무려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Make Love”와 “Liquor”를 공동 작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2017년 RCA 레코드(RCA Records)와 계약하며 발표한 데뷔 앨범 [Can We Talk] 이후로 꾸준히 떠오르는 중이다. 이번 EP 역시 트렌디한 사운드를 추구하지만, 어디 하나 지저분한 구석이 없다. 얇으면서도 짙은 보컬 스타일도 깔끔하다. 혹 추천곡이 평범하게 느껴졌다면, 스웨이 리(Swae Lee)와 퀘이보(Quavo)의 발랄함과 나른한 재치가 느껴지는 “Good Company”를 추천한다. 누군가는 별 감흥 없이 들을 수도 있겠으나, 깨알 같은 상큼함과 끈적한 무드의 반전 매력을 동시에 엿볼 수 있기에 놓치기 아쉬운 앨범이다. - JANE
XXXTENTACION - SKINS
발매일: 2018/12/07
추천곡: BAD!, STARING AT THE SKY, what are you so afraid of
유작 소식은 팬들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다시는 만나기 어려울 줄 알았던 아티스트의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도 있지만, 동시에 생전 아티스트가 납득하지 못할 만한 퀄리티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텐타시온(XXXTentacion)의 유작이 금방 발표된다고 했을 때도 불안한 마음이 컸다. 역시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나왔다. 짧은 러닝타임만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운운하고 싶지는 않다. 텐타시온의 이전 작품들도 보통 짤막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허전함은 이제 실제로 그가 없다는 현실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파이한 사운드나 컴팩트한 분량이 의도된 것이라 할지라도, 몇 안 되는 소스들을 엮어 만든 트랙들의 엉성한 구성은 도저히 이 앨범을 완성된 작품으로 느끼지 못하게 한다. 얼마전 완성도 있게 발매된 릴 핍(Lil Peep)의 유작이 어쩔 수 없이 머릿속에 떠올라 더욱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 soulitude
$ilkMoney - I Hate My Life and I Really Wish People Would Stop Telling Me Not To
발매일: 2018/12/11
추천곡: Lorraine Motel, Naga, Kitt-Katt
정말 아쉬운데, 좀 더 기대된다. 실크머니($ilkMoney)의 첫 정규 앨범을 듣고 나서 느낀 복잡미묘한 한 줄 감상평이다. 실크머니의 매력 포인트는 몽환적이면서도 '얼음 쨍'하는 듯한 날카로운 신스 위에서 쏘아대는 끈적한 랩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이전의 작업물들에 비해 그 개성이 무디다. 알고 보니 그룹 디바인 카운실(Devine Council)로 항상 함께하던 프로듀서 아이시트왓(Icytwat)이 탈퇴를 선언한 게 아닌가. 하지만 프로듀싱으로 실크머니를 돕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이름을 보니 흥미로웠다. 다름 아닌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였다. 그는 피처링으로도 두 곡에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오드퓨처(Odd Future)를 연상케 하는 꾸덕함이 앨범 곳곳에서 묻어난다. 새로운 동료를 얻은 실크머니가 앞으로 보여줄 시도들이 기대된다. - Kimioman
Derez De’Shon - Pain 2
발매일: 2018/12/14
추천곡: Wassa Friend, Need Sum Mo, Dark Places
데레즈 드숀(Derez De’Shon)은 최근 트렌드인 트랩 비트에 싱잉 랩을 구사하는 래퍼다. 비슷한 래퍼들이 워낙 많다 보니 웬만한 포인트가 없어서는 주목받기가 어려운데, 와중에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전작 [Pain]의 수록곡 “Hardaway”의 성공으로 보여준 훅 메이킹 능력이다. 이제는 버드맨(Birdman)과 와카 플라카 플레임(Waka Flocka Flame)의 주목을 받고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는 등 전과 다른 상황에 놓인 그이지만, 피처링 라인업이 좀 더 풍성해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구사하는 음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가사에서도 여전히 인간관계를 고민하고, 허슬러로서 고난을 겪는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담는다. 열일곱 개의 트랙을 이끌어가는 데레즈 드숀의 능력에 릴 베이비(Lil Baby), 드리지(Dreezy), 릴 더크(Lil Durk)의 피처링이 더해져 전반적으로 긴 호흡임에도 듣기에 무리 없는 앨범이다. - soulitude
Kodak Black – Dying to Live
발매일: 2018/12/14
추천곡: Testimony, Malcom X.X.X., Needed Something
흔히 말하는 ‘쉴드’를 치려 해도 천인공노할 짓들을 벌인 것을 어찌 할까. 생존과 관계없는 범죄까지 줄곧 저질러 온 코닥 블랙(Kodak Black)에게 쉽사리 동정심을 느끼긴 어렵다. 그래서 그의 소포모어 앨범 [Dying to Live]을 들을 때 느껴지는 모순은 쉽사리 가려지지 않는다. 모순은 내면의 악에 괴로워하면서도 여전히 위험하고 과시적인 삶을 버젓이 전시하는 코닥 블랙의 스탠스에서 온다. 친구였던 텐타시온의 죽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은 이모(Emo)함은 그 아이러니함을 의외로 힘 있게 묶는다. 뭉개지다 못해 떡진 것만 같은 그의 랩이 조금은 성겨 보일 수도 있으나, 초점을 감정 그 자체에 두면 아쉬움이 어느 정도 무마될 것이다. 듣기 좋은 랩은 피처링진들에게 기대하는 게 좋다. - Melo
Method Man - Meth Lab Season 2: The Lithium
발매일: 2018/12/14
추천곡: Grand Prix, Wild Cats, Killing The Game
메쏘드 맨(Method Man)의 랩은 분명 굉장히 멋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다. 우탱클랜(Wu-Tang Clan)이 영광을 누리던 시대가 아닌 지금 메쏘드 맨은 어떤 음악을 보여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하는, 즉 그가 잘하는 것들을 한다. 그렇다고 그가 앨범을 우탱클랜 스타일로 도배하는 건 아니며, 의외로 다양한 스타일도 보여준다. “Kill Different”, “Wild Cats” 같은 곡에서는 본래의 거친 맛을 보여주고, “The Lab”, “Killing The Game” 같은 곡에서는 트랩 스타일을 시도한다. 하지만 전작보다 나아졌을지언정 여전히 아쉬운 프로덕션은 그의 랩만으로 커버가 안 되고, 과도한 피처링은 앨범을 산만하게 한다. 영혼의 파트너 레드맨(Redman)이나 우탱클랜 동료들의 참여야 환영할 만하지만,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이가 거의 모든 곡에 컴필레이션처럼 참여한다. 좀 더 정돈된 트랙을 본인 랩으로만 조지는 ‘Meth Lab’ 3편을 기다려본다. - soulitude
Various Artists -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발매일: 2018/12/14
추천곡: Sunflower, What's Up Danger, Home, Way Up
사운드트랙을 들을 때 항상 생각하는 세 가지 개인적인 기준이 있다. 첫째, 노래가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가? 둘째, 그 노래가 영화에서 적절히 잘 사용됐는가? 마지막으로, 사운드트랙만으로도 충분한 매력과 가치를 지니는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사운드트랙은 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이다. 각 트랙은 영화의 분위기를 떠올리기에 충분했고, 몇 트랙은 영화에 실제로 삽입되어 적절한 역할을 소화했다. 앨범 자체만 봐도 훌륭하다. 여러 장르를 한데 모아 놓았고, 소위 '네임드' 뮤지션들과 신예들의 합이 조화로워 마치 잘 차린 뷔페를 떠올리게 한다. 뮤지션 누구 하나가 아닌 결과물 자체가 노련함을 지닌 작품이다. - Loner
A Boogie Wit Da Hoodie – Hoodie SZN
발매일: 2018/12/21
추천곡: Swervin, Look Back at It, Just Like Me
에이 부기 윗 다 후디(A Boogie Wit Da Hoodie, 이하 에이 부기)가 자신이 잘한다는 걸 증명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소포모어 앨범 [Hoodie SZN]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의 자신감이 한껏 묻어 있는 작품이다. 스무 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건 역시 에이 부기 특유의 랩이다. 주로 기타나 피아노로 선보였던 감성적인 분위기의 멜로디와 누가 봐도 트랩의 문법을 따르는 드럼과 베이스 진행이 만든 프로덕션, 그 안에서 하이톤으로 랩을 뱉는 그는 “Drowning” 때만큼이나 인상적이고 숙련된 느낌을 준다. 미국판 웰메이드 감성 힙합이 있다면 이 작품이 아닐까? - Loner
Elijah Blake - Bijoux 23
발매일: 2018/12/21
추천곡: Sky Blue, Satisfied, Phone Down
듣는 순간 잊고 지냈던 내 머릿속의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노래가 있다. 일라이저 블레이크(Elijah Blake)의 “Sky Blue”가 그랬다. 프로듀서인 그의 손길이 그간 트레이 송즈(Trey Songz), 키샤 콜(Keyshia Cole), 어셔(Usher)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곡에 묻어 있기 때문일까. [Bijoux 23]을 들으면 마치 아는 곡들을 듣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그가 컨템포러리 알앤비를 좋아하는 우리의 입맛을 잘 담아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게 호들갑 떨 곡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라이저 블레이크 스스로 이 앨범이 2012년 발매한 [Bijoux 22]의 뒤를 따르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앨범이라고 하니 취향이 같은 친구와 교감하는 듯한 재미로 차분히 들어보길 바란다. - limstagram
21 Savage - i am > i was
발매일: 2018/12/21
추천곡: a lot, can't leave without it, asmr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예전의 내가 아냐'라는 앨범의 타이틀에는 그만한 설득력이 필요한데, 21 새비지(21 Savage)는 음악으로 확실하게 증명했다. 소울풀한 샘플과 멈블 랩을 찰지게 결합하는가 하면, 프로젝트 팻(Project Pat)부터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까지, 총천연색 참여진을 아우르는 통솔력도 보여 준다. 'X신 같지만 멋있는' ASMR 랩은 덤이다. 자신의 무기를 아낌없이 쏟아부었으니 [i am > i was]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앨범으로 평가될 듯하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 작업물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지 않을까 싶다. 슬슬 겹치는 플로우와 가사가 물리기 시작하는 지금, 앞으로 이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i am <<< i was'로 곤두박질치는 건 한순간일 테니까. - snobbi
Bad Bunny – X 100PRE
발매일: 2018/12/23
추천곡: Tenemos Que Hablar, Solo de Mi, MIA
이미 팝스타로 자리매김한 배드 버니(Bad Bunny)에게 굳이 라틴 트랩의 샛별이란 수식어가 필요한가 싶다. 그는 라틴 음악 기반의 프로덕션에 다소 먹는 듯한 발음으로 랩과 노래를 구사한다. 비주얼 아트로는 악동 이미지를 내세우는 편이다. 그 매력이 많은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현재 배드 버니는 스포티파이(Spotify)를 포함한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첫 정규작 [X 100PRE]는 그의 범상치 않은 음악적 재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례로 “Tenemos Que Hablar”와 “Otra Noche en Miami”에선 각각 록과 신스팝을 구사한다. 이처럼 배드 버니는 앨범에서 단순히 레게톤, 라틴 트랩을 선보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라틴 음악의 확장성을 추구한다. 이 밖에도 앨범에는 배드 버니만의 매력이 한껏 담긴 “NI BIEN NI MAL”, 클럽튠 “MIA” 역시 수록되어 있다. – Geda
Editor
힙합엘이
닥추
와 일라이자블레이크 진짜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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