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피처

10년대 초 '그 녀석들'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1.22 15:30조회 수 9572댓글 25

thumbnail.jpg


선 없는 이어폰을 이상하게 보면 옛날 사람이라 불린다. 어린 꼬마도, 그 꼬마의 아빠도 당연하다는 듯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오늘 날씨를 물어볼 줄 안다. 새삼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8, 90년대처럼 딱 떨어지는 느낌은 도통 들지 않지만, 점점 추억이 되어가는 2010년대의 빼곡한 역사도 어느새 마지막 1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새삼 각자의 2010년대 초반이 어땠는지 묻고 싶다. 누군가는 반신반의하며 구매한 첫 스마트폰이 생각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어마어마한 신기술로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그중에서도 그 시절 즐겨 듣던 음악은 우리의 옛(?) 감성을 가장 손쉽게 자극한다. 그래서 다시 데리고 와 보았다. 지금까지도 음악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어쩐지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듯한 '그 녀석들'. 한때 씬을 통째로 뒤흔들다 못해 집어삼키던 그들은 왜 지금 자취를 감추었을까?




1.jpg


B.o.B


'요즘 뜨는 팝송'이라는 타이틀로 접했든, 풋풋했던 박재범(Jay Park)의 커버 곡을 통해서든, 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비오비(B.o.B)의 목소리를 들어봤을 확률은 100%에 가깝다고 확신한다. 그는 무명 시절,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손을 꼭 붙잡고 만든 메가 히트 싱글 “Nothin’ On You”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를 발판 삼아 “Airplanes”, “Magic” 등 몇몇 싱글을 연달아 히트시키고, 성공적인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홀리는 대중적 감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를 모든 트랙에 덕지덕지 바르지 않고 말끔한 앨범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비오비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두 번째 앨범 [Strange Clouds] 역시 그 기대에 가뿐하게 부응했다. “Strange Clouds”, “Out of My Mind” 같은 힙합 싱글들을 내세우다 보니 판매량은 반으로 줄었으나, 팝 성향을 배제한 새로운 비오비의 모습을 좋아하는 이들도 생겼다. 특히, 앨범의 마지막 트랙 “Where Are You”는 비오비의 커리어 하이로 꼽히기에 충분한 곡이었다. 세 벌스에 걸쳐 자신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을 풀어내는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돋보였다. 그런데 비오비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대체로 여기서 끊긴다.


♬ B.o.B (Feat. Hayley Williams of Paramore) - Airplanes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오비의 커리어는 [Strange Clouds]의 성공 직후 갑작스럽게 추락해 지금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중성과 진정성을 모두 잡기에는 음악적 역량이 부족했던 걸까?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Underground Luxury]에서 가장 힙합다웠던 싱글 “We Still in This Bitch”와 가장 대중적이었던 싱글 “John Doe” 모두 차트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었다. 평단의 평가도 반타작에 그치고 만다. 한가득 차올랐던 ‘비오비 뽕’이 급격히 사그라드는 순간이었다. 본인도 상심이 컸던 걸까? 급기야 그는 다시는 자신의 커리어를 예전처럼 돌려놓지 못하게 할 역대급 망언까지 던지고 만다. 바로 ‘지구 평면설’. 자신이 나온 사진 뒤의 지평선이 평평하다는 이유만으로 현대 과학의 기초 지식을 통째로 부정해버린 것이다. 발매했던 싱글 “Out of My Mind”의 내용을 철저히 고증한 셈이다. 이 해괴망측한 발언 이후, 비오비가 꾸려온 커리어를 자세하게 설명할 만한 이유는 딱히 없다. 후속작 [Ether], [The Upside Down], [Naga]가 차례대로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처참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비오비는 세 앨범에서 자신이 인기를 끈 결정적 이유였던 대중성과 팝 보컬을 갖추지 못했다. 대중들은 그의 음악을 들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렇게 비오비는 가장 최근에 발매한 [Naga]의 제목처럼 지금의 힙합, 팝 씬에서 'Nagari'되어 버렸다.






2.jpg


Macklemore


맥클모어(Macklemore)의 등장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시애틀의 반반한 로컬 래퍼로 성장하던 그는 프로듀서 라이언 루이스(Ryan Lewis)와 뜻이 맞아 함께했을 뿐이었다. 특이점은 그들이 다루는 진솔한 주제들에서 왔다. 두 사람의 이름을 널리 알린 “Thrift Shop”은 돈 자랑에 집착하는 래퍼들의 문법을 정면으로 배반한 곡이었다. 신선함에 목말랐던 장르 팬들은 무릎을 '탁' 치며 울부짖었다. 제56회 그래미 어워드(56th Annual Grammy Awards) 최고의 화제였던 “Same Love” 무대는 커리어의 절정이었다. 이들은 동성과 이성을 구분 짓지 않는 수많은 커플의 합동결혼식을 진행하며, 힙합이 마냥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인식을 바꿔놓을 만큼 역사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두 곡 외에도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의 음악에 트렌디함과 노골적인 머니 코드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노랫말로 그간 답답했던 응어리를 풀었다. 결국, 듀오는 자본은커녕, 어떠한 소속사의 개입도 없는 인디펜던트 상태로 그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4개 부문 수상하고, 빌보드(Billboard) 지의 2013년 연말 싱글 차트에 “Thrift Shop”를 1위로 올렸다.


♬ Macklemore & Ryan Lewis (Feat. Ray Dalton) - Can't Hold Us


문제는 시상식이 끝나고 난 다음이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의 접전 끝에 올해의 랩 앨범을 수상하고, 맥클모어의 마음과 그런 그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 당시 맥클모어는 켄드릭 라마의 상을 뺏었다고 생각해 자책했고, 이후 ‘에미넴(Eminem)도 백인 특권의 수혜자’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 해프닝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긴 어려우나, 약 3년 후 발표된 소포모어 앨범 [This Unruly Mess I’ve Made]는 전작이 플래티넘, 대표곡 "Thrift Shop"이 다이아몬드를 달성한 것과 달리 첫 주 6만 장 판매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3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단지 노 저을 타이밍을 놓쳤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록곡 “Downtown”이 타임(Time) 지에서 ‘2015년 최악의 노래 탑 10’으로 선정되고, 다른 수록곡들도 영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걸 보면 시기상의 이유가 전부는 아닌 듯하다. [The Heist]의 벼락같은 성공은 분명 맥클모어의 묵묵함에 따른 부록 같은 보상이었으나, 차기작의 평판이 추락하며 순식간에 일장춘몽이 돼버렸다. 이후, 맥클모어와 라이언 루이스는 각자의 길을 응원하기로 했고, 맥클모어는 해체 후 첫 솔로 앨범 [Gemini]를 발표했다. 애석하게도 그런 그에게 눈길을 주는 이는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3.jpg


Ace Hood


트랩 사운드가 힙합 씬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어느덧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째에 이르렀다. 다만, 트랩이 주류 장르로 구분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의 꽉 찬 트랩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간결한 트랩은 기본적인 골격만 공유할 뿐, 확실히 이질적이다. 히트 싱글 “Hustle Hard”, “Bugatti”를 터뜨렸던 에이스 후드(Ace Hood)는 치프 키프(Chief Keef), 와카 플라카 플레임(Waka Flocka Flame) 같은 이가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던 그 시절을 떠올릴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DJ 칼리드(DJ Khaled)의 양아들이라 불렸던 그는 위 더 베스트 뮤직(We The Best Music)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등장했다. 데뷔 후 내놓은 두 장의 앨범으로는 흥행 면에서 '공포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단, 이후 공개한 믹스테입과 싱글이 높은 평가와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에이스 후드는 이를 통해 트랩 래퍼들 사이에서 고유의 영역을 확보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명성을 떨친 “Hustle Hard”에서 선보인 플로우는 미고스(Migos)의 트리플렛 플로우와 함께 2010년대 트랩의 기본 골격처럼 인정받았다.


♬ Ace Hood (Feat. Future, Rick Ross) - Bugatti


“Bugatti”로 인기의 정점을 찍은 에이스 후드는 이후 음악적 변화를 꾀한다. 날카롭고 빡센 랩으로는 이미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는 2015년 발표한 믹스테입 [Starvation 4]에서 영 떡(Young Thug)을 연상케 하는 멜로디컬한 랩을 선보이는가 하면, 최근 작업물에서 멈블랩 스타일에 도전하기도 했다. 자체 평가와는 별개로 어울리지 않는 시도가 계속될수록 대중들의 마음은 점점 멀어져갔다. ‘랩만 잘하는 래퍼’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 부단히 노력한 점은 인정하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새로운 도전들이 그나마 남아 있던 에이스 후드 특유의 터프한 매력까지 거세해 버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DJ 칼리드와의 불화로 인디펜던트가 된 상태였기에 더이상 의지할 소속 레이블도 없었다. 그렇게 에이스 후드는 빠르게 명성을 잃은 뒤, 현재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랩을 하려니 자신만의 장기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원래대로 타이트한 랩을 선보이려니 뒤처진다고 판단하는 걸까? 조이너 루카스(Joyner Lucas)처럼 정통적인 랩으로 충분한 성공을 거두는 사례들이 생겨났지만, 에이스 후드는 이미 예전 스타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어느 쪽이든 좋으니 이제는 몇 년 간 갈팡질팡해왔던 행보를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4.jpg


Kid Ink


DJ 머스타드(DJ Mustard)는 2013년 즈음까지 씬을 정복했던 꽉 찬 트랩 사운드가 슬슬 뻔해질 참에 히트 프로듀서로 거듭났다. 그가 주조한 히트 넘버들과 함께 퍼지기 시작한 래칫은 금방 시장을 빼앗고, 힙합 씬은 본격적으로 '대 래칫 시대'를 맞이한다. 중독적인 메인 멜로디만을 믿고 나머지 악기 구성을 최소화하는 래칫에서는 래퍼가 해당 비트의 스타일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이에 적응하지 못한 래퍼들은 빠르게 뒤처졌고, 반대로 좋은 흡수력을 가진 래퍼들은 자신의 음악을 날개 돋친듯 팔아치웠다. 키드 잉크(Kid Ink)는 래칫과 엄청난 시너지를 내며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래퍼 중 하나였다. 데뷔 앨범 [Up & Away]와 믹스테입 [Almost Home]으로 슬금슬금 이름을 알리던 그는 ‘래칫 코인’에 절묘하게 탑승하면서 DJ 머스타드와 함께한 싱글 “Show Me”로 크게 히트한다. 당연히 DJ 머스타드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Main Chick”, “Be Real”, “Promise” 같은 래칫 넘버까지 연달아 성공시킨다. 파티 분위기에 최적화된 키드 잉크의 멜로디컬한 랩과 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프로덕션과 찰떡같이 달라붙은 결과였다. 


♬ Kid Ink (Feat. Chris Brown) - Show Me


그러나 일변도의 음악적 노선은 키드 잉크에게 양날의 검처럼 작용했다. 클럽을 가득 채웠던 그의 목소리는 래칫 열풍이 급격히 사그라지면서 모습을 감췄다. 이는 믹스테입으로 괜찮은 평가를 받은 [My Own Lane] 전에 비해 다소 과하게 팝적인 노선만을 선택한 탓이었다. '트렌디함' 외에는 주목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는 쪽으로 전락한 것이다. 트렌드는 언젠가 변하고, 래칫은 금세 저물었으며, 키드 잉크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제 주 무기라고 할 만한 요소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발매한 EP [7 Series]는 빌보드 200 차트에 199위라는 아슬아슬한 기록으로 턱걸이 진입했다. 나름 활발했던 피처링 작업도 이제 부르는 이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이제 키드 잉크는 선택해야 한다. 현재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옷을 찾아 화려하게 복귀하거나, 아니면 다시 개성을 찾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거나. '단골 맛집'이었던 DJ 머스타드가 래칫으로 한계에 부딪힌 후에 여러 시도를 거듭하며 점차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키드 잉크도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 다시 멋지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길 바라본다.



CREDIT

Editor

snobbi

  • 2

댓글 달기 WYSIWYG 사용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댓글 25
2019.01.22 조회 9572
2019.01.18 조회 3477
2019.01.14 조회 3870
2019.01.09 조회 4320
2019.01.03 조회 4487
2018.12.27 조회 4923

검색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