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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알앤비: Rick James – Street Songs (1981)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1.08 01:06조회 수 100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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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의 알앤비(그.알)>는 류희성 현 재즈피플 기자, 전 힙합엘이 에디터가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장기 연재입니다. 1960년부터 2015년까지, 해당연도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아티스트와 앨범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알앤비/소울의 역사를 모두 꿰뚫을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르 구분이 무의미해진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장르 간의 교류는 이종교배종을 탄생시켰다. 이는 기존의 인식으로는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되곤 했다. 한편, 릭 제임스(Rick James)는 명백한 훵크 뮤지션이었고, 그의 음악은 명백한 훵크였다. 단, 그 안에는 훵크라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속성들이 녹아 있었다. 말랑말랑한 모타운(Motown) 사운드, 선정적인 훵크 사운드, 진득한 재즈/블루스 사운드가 대표적이다.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요소들은 릭 제임스라는 이름 아래 완전한 하나가 됐다.

릭 제임스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끼쳤던 것은 재즈였다. 그의 앞세대 음악가 대부분이 가스펠이나 블루스, 소울 음악을 먼저 접했던 것과는 달랐다. 일찍이 가족을 등진 아버지 때문에 릭 제임스의 어머니는 가정을 책임졌다. 어린 릭 제임스는 어머니가 일하는 바에 종종 따라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들의 연주를 눈앞에서 목격하고는 했다. 그의 어머니는 실제로 재즈 마니아이기도 해서 집에는 재즈 음반들이 많았다. 좋은 음악으로 조기교육을 받은 릭 제임스는 훗날 뉴욕에서 재즈 드러머로 잠시나마 활동하기도 했다. 조기교육을 한 또 다른 과목이 있었으니, 바로 성교육이다. 그는 9, 10살쯤에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누나에게 순결을 잃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선행학습(?)의 효과 때문인지 그는 성적으로 과감한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 컨셉을 자신의 패션과 앨범 커버 아트워크에도 적용했다.

릭 제임스는 말랑말랑하고 팝적인 모타운 사운드를 구현할 줄도 알았다. 모타운 사운드라는 게 1970년대에 들어서 무의미해지기는 했지만, 그도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 소속 아티스트이기는 했다. 릭 제임스가 레이블에 합류했던 1970년대 말은 모타운이 몰락하고 있던 시기였다. 모타운의 수장 베리 고디 주니어(Berry Gordy, Jr.)의 사업적 판단은 1970년대의 시대적 흐름과 발맞추지 못했고, 그의 부당한 태도로 인해 음악가들과 송라이터들이 레이블을 떠나고 있었다.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코모도스(Commodores) 등의 활약으로 가까스로 버티는 상황에서 릭 제임스는 소방수 역할로 투입됐다. 하지만 그는 모타운과는 정말 다른 아티스트였다. 과거 모타운 아티스트들이 철저히 따랐던 사내 규율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질주하는 타입이었다. 과거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같은 거물들을 연상하게 하는 게 마치 록 스타 같았다. 당시 모타운 레코드는 릭 제임스를 통제할 힘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었다.


♬ Rick James – Super Freak


릭 제임스는 디스코 시대에 데뷔했지만, 그보다 앞세대 음악인 훵크를 고집했다. 선배 음악가들의 만들어놓은 훵크라는 전통 위에 자신의 개성을 쌓았고, 마침내 1981년 [Street Songs]로 확실한 결실을 거둬냈다. 전면에 나서는 베이스 기타 라인과 사이키델릭한 기타 리프, 적절한 분위기를 부여하는 신시사이저, 경쾌하게 뻗어 나가는 관악기 섹션을 앞세운 사운드는 전형적인 훵크 사운드를 품으면서도 결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 1980년대의 것이었다. 비교적 단순한 리프가 반복되는 구조의 “Super Freak”은 1980년의 단순화된 사운드를 잘 반영한 곡이었다. 1980년대 훵크를 대표하는 이 곡은 알앤비 차트 1위, 팝 차트 16위라는 대형 히트를 기록했다. 나아가 훗날 MC 해머(MC Hammer)의 “U Can't Touch This”에 샘플링되며 다시 한번 세계인의 음악이 되기도 했다. 릭 제임스는 록과 뉴웨이브 음악까지 수혈받은 그런 자신의 음악을 두고 펑크 훵크(Punk Funk)라 부르기도 했다.


♬ Rick James – Make Love To Me


“Make Love To Me”와 “Fire And Desire”는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단순히 곡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여타 곡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곡들이 릭 제임스 스타일의 훵크를 보여준다면, 이 두 곡은 그의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재즈 색소포니스트 제럴드 올브라이트(Gerald Albright)가 끈적한 색소폰 연주를 선보이는 “Make Love To Me”는 재즈를 향한 릭 제임스의 애정과 그 시대에 등장했던 재즈의 한 갈래인 스무스 재즈를 잘 보여준다. 한편, “Fire And Desire”는 모타운 레코드 동료인 티나 마리(Teena Marie)와의 듀엣곡인데, 매끈한 발라드곡, 남녀 보컬 듀엣이라는 점에서 전성기 모타운 사운드를 떠올리게 한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소리에 귀가 지칠 때 두 노래의 등장은 전혀 다른 감흥이 일으킨다. 마치 앨범의 흐름을 흩뜨리지 않으면서도 한 작품의 간주처럼 느껴진다.

릭 제임스는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작, 편곡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악기 편성을 고안했던 걸 보면, 그는 확실히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물론, 중요한 부분은 세션 연주자들이 맡았겠지만, 그는 노래뿐만 아니라, 기타, 베이스, 드럼/타악기까지 연주했다. 릭 제임스에게서 상업적 가능성을 보았던 모타운 레코드는 이 앨범에 인력을 아끼지 않고 투입했다. 선배들인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 멤버들에게 백그라운드 보컬을 맡겼고,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에게는 하모니카를 불게 했다. 레이블의 기대처럼 이 앨범은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고, 모타운은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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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Songs]만큼은 아니었지만, 후속작들인 [Throwin’ Down]과 [Cold Blooded]도 히트를 기록했다. 소속사가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릭 제임스는 프린스(Prince)라는 압도적인 적수를 맞는다. 여기에 작업물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체력과 건강이 부족했다. 10대 때부터 각종 약물을 복용해 온 그는 1980년대에 별의별 종류의 코카인을 복용했고, 1980년대 중반에는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각종 범죄와도 연루되는 문제를 일으키며 그의 삶은 끝없는 나락으로 치달았다. 결국, 56세가 되는 1994년에 세상을 떠났다. 폐부전과 심부전이 사인이었고, 심장마비와 당뇨 등의 병세가 있었으며, 부검 결과 그의 혈액에서는 각종 약물 성분이 발견됐다. 사망에 이를 정도의 약물 수치는 아니라고 발표됐지만, 릭 제임스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망가뜨린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1980년대 중, 후반에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모두 잃고, 낮은 퀄리티의 음악에 타협했던 것도 이 점에 기인했던 게 아닐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관련링크
그해의 알앤비 이전 시리즈 보기 1 (1960 ~ 1974) / 보기 2 (1975 ~)


CREDIT

Editor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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