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밑에 티아이의 노래가 트랩인지 물어보시는 분이 계셔서, 저도 트랩이 무엇인지 궁금하던 차에 좀 제대로 알아보자 하는 마음에 나름 조사해봤습니다
위키피디아를 대략 해석해보니(http://en.wikipedia.org/wiki/Trap_music),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던 곳을 Trap이라고 일컬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바닥을 주로 다루는 래퍼를 트랩 래퍼라고 불렀고 여기서부터 트랩이라는 말이 음악계로 들어왔다고 본다는군요.
UGK 및 Three 6 Mafia 같은 남부의 원로 래퍼들이 트랩에 대해 다뤘고, 특히 2000년대 초반에 트랩을 다루던 티아이, 영 지지, 구찌 메인으로 유명해진 용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티아이 등의 초창기 앨범을 들어보면 '요즘 트랩'이라 말할만한 곡이 없음에도 '트랩'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대체 저 때 트랩이랑 지금 트랩은 무슨 상관인가?
저는 바로 808드럼머신에 그 답이 있다고 봤습니다.
아웃캐스트나 스카페이스, UGK의 예전 작품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원래부터 남부 음악이 지금처럼 808드럼만을 썼던 것은 아닙니다(마이애미베이스 같은 올드스쿨 스타일이 아닌).
그러다가 2000년대 초중반 남부 프로듀서들이 808드럼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표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활동하다가 2001년 티아이의 오버그라운드 데뷔를 도운 DJ Toomp, 그리고 영 지지와 구찌 메인의 오버 데뷔를 도운 Shawty Redd가 있습니다. (다만 매니 프레쉬는 열외... 여러 가지 면에서 트랩과는 계통을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즉 티아이, 영지지 등이 디제이 툼이나 쇼리 레드 같은 작곡가들과 작업한 곡에 트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트랩은 808드럼을 사용한 하드한 분위기의 곡에 쓰이는 용어 같은 걸로 굳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 영지지의 Let's Get It: Thug Motivation 101 및 구찌메인의 Trap House 앨범에서 메인 작곡가로 활동한 쇼리 레드의 음악이 서서히 음악이 변해가면서 2000년대 후반에는 요즘 트랩과 비슷한 느낌의 곡을 만들게 됐죠.
(아울러 2000년대 중후반에 영지지와 함께 떠오른 Drumma Boy도 영지지와 티아이의 유명한 곡들을 많이 만들면서 트랩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게 되죠)
Young Jeezy - Who Dat (2008) by Shawty Redd
Gucci Mane - Heavy (2010) by Shawty Redd
Gucci Mane feat. Rick Ross - All About The Money (2010) by Drumma Boy
(일부러 렉스 루거가 뜨기 이전에 나온, 요즘 트랩과는 좀 다른 느낌이면서도 트랩의 징조가 엿보이는 곡으로 올려봤습니다)
물론 쇼리 레드가 트랩이라는 음악을 지금의 것과 비슷하게 맥을 이어오기는 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보다는 꾸준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 정도였죠.
이러던 차에 2010년 Lex Luger가 나타납니다.
그간 808드럼이 일반화 되면서 808음악도 일렉트로닉하고 팝적인 곡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왔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질려하던 차에...
Waka Flocka Flame과 Rick Ross를 앞세워 간만에 빡센 음악에 빡센 가사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음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제 트랩 하면 '렉스 루거 스타일이 곧 트랩'이다 할 만큼 트랩의 계승자이자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Waka Flocka Flame - Bustin At Em (2010) by Lex Luger (co. Southside)
Rick Ross - MC Hammer (2010) by Lex Luger
Wiz Khalifa - Taylor Gang (2011) by Lex Luger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수많은 렉스루거 스타일 트랩곡이 나타났고 그 인기가 지금까지 식을줄 모르고 있습니다.
여담이긴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Southside나 Sonny Digital을 렉스루거의 아류로 보곤 하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사실 렉스 루거의 당시 곡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렉스루거의 스타일도 상당 부분이 쇼리레드 스타일에서 따온 것도 많고, 또 사웃사이드는 이미 렉스 루거가 오버로 데뷔한 Flockaveli 앨범에 자기만의 트랩곡을 만들어 실었으며, 소니 디지털도 그가 만든 여러 곡들의 작풍을 보면 오히려 전체적으로 렉스 루거보다는쇼리 레드가 모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Waka Flocka Flame - Fuck the Club Up (2010) by Southside아무튼 이 트랩의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모르지만, 어쨌든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PS: 닉네임이랑 프로필 사진도 엽기사진에서 좀 진지 모드로 바꿨습니다.
우라깔라->아찬
근데 제가 글을 잘 썼나 모르겠네요...


읽기 쉬웠다니 다행입니다.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까 쓰면서 수정도 많이 했거든요.
SWAG!
넵 감사합니다. 위에도 썼듯이 핫한 프로듀서는 아니었지만 곡도 잘 만들고 지금 트랩의 틀을 다진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칲킾이 또 어느정도뜬것울 보면 트랩은 확실히대세에요
마이크윌도 트랩으로 인기높아지고..
역시 핫하려면 트랩인가요...
아찬님은 항상 볼때마다 생각하는거지만 힙합 지식이 많으신것같아요 ㅎㅎ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약간 첨언을 하자면 초창기 808드럼머신 사운드가 남부힙합에 도입되어 주를 이루기 시작할 때는 saw파형의 공격적인 신디사이저 라인과 지금의 트랩비트 보다는 bpm이 좀 더 빠른 스타일로 '더리사우스' 라는 이름하에 남부힙합의 특성을 구분짓곤 했습니다 이런 음악에 맞춰 클럽에서는 스냅 댄스 등이 유행하였죠
말씀하신것처럼 렉스루거 이후 비트의 트렌드가 멜로디라인은 더 간소화되기시작하고
808 드럼사운드가 비트 전체를 아우르는 주된 모티프가 되는,약간 느린듯한 지금의 트랩스타일이 생겼다고 봐요
지금의 트랩 스타일은 분명 808드럼 사운드를 공통분모로 더리사우스에서 기초한 것입니다
카디악이나 칸예웨스트 제이콜 같은 프로듀서들이 샘플링과 808사운드의 조화를 통해
또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는데,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카디악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셨네요. 저도 카디악은 그 특유의 사운드가 좋아서 귀 기울여 듣고 있답니다.
큰 도움이 되었고 공부까지되어 읽는 내내 너무 좋았습니다
자유게시판에 이런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드리고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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