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전자음악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레온 테레민입니다. 레온 테레민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이며 동시에 첼로 연주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우리에게 전자악기 "테레민"을 발명한 사람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테레민이라는 악기는 소련정부가 물리적 접촉 없이 주변 물체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장치인 '근접센서'를 연구하던 중에 발명되었습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레온 테레민은 우연히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장비에서 음의 높낮이가 변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 "테레민"이라는 악기를 개발하게 됩니다.
위 사진의 악기가 바로 테레민입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양 옆에 각각 한개씩의 안테나가 있는데 테레민 연주자들은 이 안테나들에서 발생되는 전자기장을 손으로 간섭시켜 소리를 냅니다. 오른쪽의 수직 안테나는 음의 높낮이를 왼쪽의 둥근 안테나는 소리의 크기를 조절합니다. 수직 안테나에 손을 가까이 다가가면 소리가 더 높아지고 둥근 안테나에 손을 가까이 다가가면 소리의 크기가 낮아집니다.
작동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테레민의 두 안테나는 무선 주파수로 서로 연결됩니다. 하나는 고정 주파수를 다른 하나는 가변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데 연주자가 자신의 몸을 넣는 순간 연주자의 몸 또한 전자기장이 순환하고 있기에 무선 주파수가 방해받게 됩니다. 이렇게 주파수가 방해받게 되었을 때 고정 주파수 발진기와 가변 주파수 발진기의 차이를 측정하고 이를 오디오 신호로 변환해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이 악기의 연주법과 소리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테레민은 허공에 두 손을 움직이며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그렇기에 난이도가 극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의 위치가 연주를 결정하기에 연주자들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어야 합니다.게다가 정해진 연지법, 운지법이 없으며 그렇기에 연주자가 감으로 음계를 찾아야하고 원하지않은 포르타멘토(연결되는 두음 사이의 모든 음을 거치지 않고,부드럽게 연주되는 주법)를 조절하는데 많은 신경을 써야합니다. 이러한 연주법으로 만들어지는 소리는 피아노와 같이 정해진 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악기들과 같이 연속된 한줄기의 음이 나오게 됩니다. 독특한 연주법을 가진 악기인 만큼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해져 테레민 전문 연주가들은 그들만의 개성있는 표현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테레민의 소리와 대표 연주가들의 음악들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5qf9O6c20o
레온 테레민이 직접 자신이 만든 악기 테레민을 연주하는 영상입니다. 소리가 바이올린 같기도 하고 오페라 보컬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연주를 하고 있는 테레민을 보면 허공에 손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지휘자가 지휘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마치 주술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초적인 시연 영상을 보았으니 본격적으로 테레민을 사용한 작품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x2QcWKtRMk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수학과 공학 그리고 음악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던 조셉실린저의 작품입니다. 1929년에 초연된 그의 작품 First Airphonic Suite 는 테레민을 중심으로 하여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해 만들어진 8분짜리 연주곡입니다.긴박하게 음악이 흐르면서도 공포 영화 느낌의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 분위기와 테레민 특유의 으스스한 오페라 보컬과 같은 음색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 으스스했던 분위기가 후반부에 웅장하고 아름답게 변하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이 곡을 전자음악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Opfbb01_O4
앞서 소개한 조셉 실린저의 곡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그의 미공개 곡입니다. 1928년에 뉴옥 카네기 홀에서 열린 "Dematerialized Music"에서 레온 테레민이 초연했다고 합니다. 피아노와 조화된 테레민의 소리는 보다 더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전 이런 테레민 연주를 정말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조셉 실린저의 테레민 곡들을 알아보았다면 이젠 가장 유명한 테레민 연주자라고 불리기도 하는 클라라 락모어의 음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때부터 바이올린에 큰 재능을 보여 무려 5살의 나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들어가기도 할 정도로 높은 재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영양실조로 인한 뼈문제로 더이상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못하게 되고 비교적 신체적 제약이 없는 테레민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sblDkZ07EM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클라라 락모어의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입니다. 위대한 전자음악가 모그의 소개로 시작하는 위 다큐에서는 클라라 락모어의 여러 연주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시간이 되신다면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큐멘터리 속에 클라라 락모어를 포함한 훌륭한 음악가들이 자주 나와 정말 재밌게 조금은 신난 상태로 본 기억이 있습니다. 클라라 락모어의 음악들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앨범의 형태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앨범은 클라라 락모어의 Theremin 이라는 앨범이고 왼쪽은 Clara Rockmore's Lost Theremin Album 라는 앨범입니다 왼쪽 앨범은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였으며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앨범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왼쪽의 앨범을 들어보신 다음 오른쪽의 앨범을 들어보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위에 슬프게 떨리는 테레민 소리는 마치 보컬을 대체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연주자 클라라 락모어의 훌륭한 표현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별개로 위 앨범을 다 들어보셨다면 OHM: The Early Gurus of Electronic Music: 1948-1980 라는 앨범도 추천합니다 그녀가 참여한 일렉트로닉 컴필레이션인데 그녀를 포함해 존 케이지, 피에르 셰퍼, 에드가 바레즈, 스티브 라이히 등 이 분야 거장들의 음악들이 담겨있으니 들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렇게 대표적인 테레민 연주곡들을 알아보았다면 이제 대중음악에서 사용된 테레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pBWI6xrbLY
The Beach Boys의 이 곡에서도 테레민이 사용되었고 팝 음악에 처음으로 테레민이 사용되었던 순간입니다. 흥겨운 노래 뒤로 위잉~ 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데 이 소리가 바로 테레민을 이용해 만들어낸 소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QmmM_qwG4k&t=12s
레드 제플린의 위 곡에서 테레민이 사용되었습니다. 2분 20초대의 기타 솔로 이전에 나오는 기괴한 소리의 출처가 바로 테레민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테레민을 이용해 기괴하고 샤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만들면서 이를 점점 고조시키다가 드럼과 함께 터트리고 이후 기타 솔로까지..카타르시스가 엄청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XC6omhB_w&t=50s
포티스헤드의 허밍이라는 곡에도 테레민이 사용되었습니다. 곡을 재생하자마자 바로 테레민 소리를 느낄 수 있는데요. 인트로의 불쾌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사운드가 테레민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장 미셸 자르, 롤링 스톤즈 등이 자신들의 음악에 테레민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그렇다면 이제 테레민이 사용된 곡들 말고 테레민으로 재해석된 커버곡들 몇개를 소개해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hRlmBSNjIE&list=LL&index=2
https://www.youtube.com/watch?v=Wpwn2LVy9eA&t=51s
https://www.youtube.com/watch?v=PjnaciNT-wQ
https://www.youtube.com/watch?v=fuFMkH9bwmA
https://www.youtube.com/watch?v=oUWVAlZ3svE
https://www.youtube.com/watch?v=_NgegRlk6_8
https://www.youtube.com/watch?v=K6KbEnGnymk
https://www.youtube.com/watch?v=2Sw4sgjciUU
이렇게 간단히 테레민에 대해 소개해보았습니다. 테레민은 최초의 전자악기이기도 하면서 현대의 신디사이저의 근원이자 전자음악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악기 중 하나이기에 다루어보았습니다. 다음엔 테레민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인물에 의해 만들어진 옹드 마르티노에 대해 소개해볼까합니다. 옹드 마르티노는 테레민의 상위버전이라 보시면 될 것 같고 또 그렇기에 더 할말이 많은 그런 악기입니다. 조만간 옹드 마르티노 글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길고 긴 전자음악 이야기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합니다.. 저도 잘 모르긴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가며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글이라 모르는게 많네요. 혹시 문제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태레민은 뭔가 에이펙스 트윈이 사용했던 그림에서 소리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실사화 시켜놓은 거 같아서 신기해요
태레민은 뭔가 에이펙스 트윈이 사용했던 그림에서 소리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실사화 시켜놓은 거 같아서 신기해요
정말 신기해요
머싰다
멋있죠
신기방기
Love
이쁘다
신기하네요
앞으로 쓰실 글들이 굉장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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