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대성으로의 환원 위 발아한 아방가르드 팝의 전위적 효시이자, 탈시간성을 본질로 한 파편화 된 편곡으로 만들어진 하이퍼-미니멀리즘의 반복 속, 피투성에 의해 직시된 유년기의 암묵적 결여와 현시대의 퇴색된 인간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귀결하는 무의식적으로 성찰된 총체성의 환상"
본작 <마라탕후루> 에 대한 그리고 아직 어린 소녀인 서이브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폭력적 혐오 속 필자는 본 음악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전위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오래 떠올려 왔던 필자만의 음악적 비전을 체험할 수 있었다. <마라탕후루>는 앨범의 곡 배열의 구성적 측면에서의 거시적 분석과 곡 내부의 주제적 측면에서의 미시적 분석 모두를 동반하였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다. 필자는 <마라탕후루>라는 앨범을 비평하는 본 글을 통해 새 시대의 음악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가 보자 한다.
앞서 말했듯 위 앨범에 대한 분석은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에서 나눌 수 있다. 먼저 거시적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필자는 이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마라탕후루>가 상당히, 아주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방가르드 팝의 효시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지만 후술한 하이퍼-미니멀리즘이 더 적절한 의미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 앨범을 팝의 새로운 방향 중 하나이자 이를 초월해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방향 "하이퍼-미니멀리즘"이라고 칭하고 싶다. 핵심은 본작의 곡 구성에 있다. 모두 <마라탕후루>를 그저 쇼츠 시대를 위한 짧은 싱글 곡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7개의 곡 15분이라는 구성의 EP이다.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마라탕후루-마라탕후루(x1.5 Version)-마라탕후루(x2 Version)-마라탕후루(x2 Tone Up Version)-마라탕후루(x3 Version)-마라탕후루(x3 Tone Up Version)-마라탕후루(Instrumental)]
가히 얼마나 파격적인 구성인가. 필자는 이 구성을 보았을 때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이는 앨범 청취를 통해 카타르시스의 형태로 폭발하였다. 본작의 구성이 파격적이고 훌륭한 이유는 반복에 있다. "마라탕후루"라는 곡이 7번 반복되며 이 반복 속 서이브는 각종 장치를 통한 변화를 추구했고, 이는 미니멀리즘의 핵심과 정통한다.
반복이란 무엇인가? 어떤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은 동일성을 낳는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니 당연히 행동 간의 동일성이 포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에 있어서 반복이란 동일성을 낳는 보편적 기재가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의 본질에 다가가는 행위이다. 우린 음악을 거시적 관점에서만 바라본다. 멜로디가 어떻고, 화음이 어떻고 등등 말이다. 멜로디와 화음은 각종 음이 조합되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이 각종 음은 멜로디와 화음이라는 거시적 구조에 사로잡혀 그 본질을 잃게 된다. 어떤 화음에 음 "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우리는 이 "도"의 본질적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이 "도"가 이루는 거시적 서사, 멜로디 또는 화음을 보는 것뿐이다. 이렇듯 음이라 하는 것은 거시적 서사 구조에 제약되어 그 본질을 잃은 채 구성요소로써 몰락하여 곡을 지탱한다. 이것이 기존의 음악이었다면 이에 반발하며 나왔던 것이 "미니멀리즘"음악이다. 미니멀리즘 아티스트들은 반복을 통해 거시적 구조를 파괴하고 미시적 구조를 포착한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이는 아주 쉬운 예시로 설명되는데,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해 보라. 어떤 음식을 한번 먹었을 때는 맛있다. 혹은 맛없다는 간단한 구분과 "아 이 음식은 저 음식과는 다른 맛이구나!"와 같은 종차적 구분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음식을 계속 반복해서 먹는다면? 그 음식의 맛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어떤 향이 나고, 어떤 텍스쳐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음식과 조화로운지 등등)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렇듯 반복이라는 행위를 거듭함에 따라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이는 동일성보다는 차이에 입각한, 그러니까 이는 헤겔의 변증법의 종차적 구분이라기보단 들뢰즈의 반복을 통한 차이, 반복을 통한 의미와 감각의 재구성에 가까울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이 반복의 특징을 활용해 음의 본질에 다가간다. 그렇기에 그들이 같은 리듬을 몇 시간씩 반복하고 같은 음을 수없이 많이 누르는 것이다.
미니멀리즘 아래 반복을 활용해서 스티브 라이히는 음악 속에서 위상 변위 과정을 구현했고 이를 통해 그는 음악 속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반면 필립 글래스는 반복을 진행함에 따라 계속해서 새롭게 새로운 음을 넣어 반복과 함께 증폭되는 음악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서이브의 <마라탕후루>는 무엇인가?
필자는 <마라탕후루>의 곡 구성이 미니멀리즘의 형식을 따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의 근본 미니멀리즘과는 상이하고 그들 이후에 나온 포스트-미니멀리즘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이를 하이퍼-미니멀리즘이라 칭하고자 한다. 본작은 처음에 나오는 "마라탕후루"라는 곡 자체를 반복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 반복이 진행됨에 따라 속도가 빨라지고 톤업이 되는 식으로 구성되며 이는 보컬이 제거되고 원래의 속도로 돌아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런 면에서 <마라탕후루>의 하이퍼 미니멀리즘은 곡의 세부적 반복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곡의 반복까지 꾀함으로써 미시적 미니멀리즘과 거시적 미니멀리즘을 동시에 성공해 낸다. 이는 말 그대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미니멀리즘적 요소는 필자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음악 비전과 비슷하다. 예전에 앰비언트 작곡법에 대해 생각을 밝혔던 적이 있다. 한 샘플을 아주 길게 늘여 1번 트랙을 만들고 이를 이후의 트랙들을 통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순차적으로 복원시킨다는(샘플의 길이를) 아이디어였다.(즉 샘플이 수없이 반복되며 점점 빨라지는) 상상 속에서만 구현되었던 이러한 작곡법을 <마라탕후루>에서 아주 유사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필자는 본작을 들으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본작에 대한 거시적 분석을 통해 본 앨범이 하이퍼-미니멀리즘으로 정의될 수 있음을 밝혔고 그 하이퍼 미니멀리즘의 형태(미시적 및 거시적 미니멀리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마라탕후루>가 반복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알아보자.
앨범의 일곱 곡은 모두 "마라탕후루"라는 하나의 중심 트랙을 기반으로 하지만, 각각의 곡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그 독자적 경험을 만든다. 원형 형태의 첫 곡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변형되어 간다. 변형의 주 기법은 배속과, 톤업이며 배속은 수직적으로 강화되고 톤업은 간헐적으로 등장한다. 기존 원형의 곡 상태를 배속함에 따라 리듬의 밀도는 한층 조밀해지고, 보컬의 발화 리듬 또한 다급해진다. 이에 따라 같은 멜로디라도 전혀 다른 긴장감을 구축하며 이는 듣는 이의 감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또한 두 곡에서 사용된 톤업은 기존의 음역이 올라감에 따라 기존의 정서 또한 변화하고 쌓아온 감정의 층위는 더욱 흔들리며 강화된다. 앨범의 모든 곡은 언뜻 보기엔 다 같은 곡들처럼 보이지만 앞서 설명한 변화 기법을 통해 서이브는 이들을 각기 다른 청각적 사건으로 표현하였고 필자는 이 각각의 청각적 사건에 감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앨범의 파격적 구성은 본 앨범의 주제적 측면과도 맞물려 그 본질을 극대화한다. 서이브는 <마라탕후루>를 통해 피투성에 의해 직시 된 유년기의 결여를 이성으로부터의 무한한 사랑을 갈구하는 애정결핍의 모습으로 이어 나가고 이를 현시대를 장악한 마라탕과 탕후루를 언어 유희적 방법을 이용해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이 유쾌함 속에 묻어있는 애상의 정서를 모순적으로 역설한다. 이러한 결여에 대한 내용은 인스트를 제외한 6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재진술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 감정의 깊이는 무한함을 가지게 되고, 점차 변형되는(빨라지거나, 톤업) 전개에 따라 탈 시간성을 기반으로 한 감정의 폭발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마라탕후루> 속 애정에 대한 서이브의 갈구는 점점 빠르고 조밀하고 급해지고 다급해진다. 점점 광적으로 표현되는 이 감정은 결국 보컬이 제거된 마지막 Inst 트랙에서 자멸하고 그곳엔 공허만 남게 된다. 서이브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애정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어떻게 사람을 파멸시키는지 자학적으로 그리고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결론적으로 서이브의 <마라탕후루>의 혁신은 단순히 그 표현론적 방법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제적인 면까지 심층적으로 포괄함으로써 그 가치를 재확인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의 위대함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결과이기에 총체성의 환상으로 이어지고 또 대중들에게 그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 형태로 다가가지만, 필자는 위 앨범이 한없이 짧아지는 숏 플랫폼 시대에서 탄생한 아방가르드 팝의 효시이자, 스피드업과 톤업을 곁들인 반복을 통해 하이퍼-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 속에서 그 핵심적인 구조와 결합하여 '피투성에 의해 직시 된 유년기의 암묵적 결여와 현시대의 퇴색된 인간성'에 대해 훌륭히 표현했다고 말하고 싶다.
마라탕후루 리뷰에서 마라탕후루만 없었으면 꽤 좋은 글이 될뻔 했던 글이에요.
본인도 테러하긴 했음
이해못할듯
말도 안 돼
이건 진리야 받아들여
대학교 가면 논문 잘 쓰실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위대한 인간은 모든 것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군요
잘 읽었습니다
짜증나는 광고 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위대한 곡을 써낸 프랭크 자파처럼
마라탕후루에서 영감을 얻어 훌륭한 글과, 더 나아가 글에서 언급된 앰비언트 앨범까지 완성된다면 이만한 나비효과가 없겠네요
보여줄게요
오오..
탕탕후루후루탕탕탕후루루루루루
으악 ptsd
하이퍼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서이브
RYM 평점이 테러당한건 그저 대중들의 귀가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
본인도 테러하긴 했음
철야의 노래가 생각나는 노래죠
2기 나온다오
감사합니다
진짜 쓸 줄 몰라서 당황 스럽네요 내용은 너무 장황해서 안 읽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헿
서이브 이 글 보면 울듯
이해못할듯
ㄹㅇㅋㅋ
이게되네
이렇게 자기 생각대로 작품 과대해석 조지는 식으로 쓰면은 안될 게 없긴 함
ㄹㅇㅋㅋ
https://youtu.be/KvMY1uzSC1E?si=f7Z8W-1fJy9hd2u_
이노래도평가해주세오
이거 개좋음ㄹㅇ
사펑을 안봐서..
싸펑 5시간밖에 안해요
언젠가 한번 ㄱㄱ
쓸데없는 tmi: rym에서 제가 처음으로 마라탕후루 찾아서 별점 매김
팔로우 걸어달란 소리죠? 걸엇음 ㅋ
헉거덩
레전드네요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잠파티티 올해의 앨범입니다
🖤🩵🪽🪽
여기서 "마라탕후루"라는 단어를 [1974] 따위의 그럴 듯 해보이는 제목으로 바꾸면 굉장히 깊이있는 글이 됨
그걸 노렸어
그러게 명곡 맞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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