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종게가 핫한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말을 얹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다만 두 분 다 차분하게 말을 종결 짓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게 해보니 인터넷상에서는 참....어려운 일이던데 말이죠.
(2)
이번 글인 이번 불판이 예전에 어느 분이 저한테 보낸 쪽지를 연상시켜서, 적는 글입니다.
그 분 쪽지가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음악에는 평론이 영 쓸모가 없다!"라고 아주 거칠게 요약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듣는 것"인데 이걸 뭘 어떻게 "더" 설명할거냐? 영화나 소설은 어려운 내용이나 배경 지식 같은 것을 평론가가 조잘조잘 풀어줄 수 있지만, 음악에는 그게 가능하겠는가? 물론 가사가 중요한 음악도 있고, 그 경우에는 이런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음악의 핵심은 아니지 않는가?
(3)
음.
이 글을 받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든 건, 음악 - 특히 대중음악이라면 한가지 작성자분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중음악은 반드시 "음악"이 아니라 그 음악을 부르는 "가수"라는 맥락이 따라다닌다는 점입니다.
음원의 세계에 살다보니 많이 까먹는 사실이지만, 대중음악은 기본적으로 음악 + @입니다.
적어도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로는, 모든 대중 가수들은 복장으로, 이미지로, 컨셉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대변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필이 70년대에는 히피 같은 장발이었다가, 80년대에 들어서 깔끔한 헤어스타일로 바꾸고 중반에는 샤프하게 다이어트한 건 무슨 의미였을까요?
산울림이 70년대에 정장을 입었으면서도 끝끝내 어느정도 장발을 유지한건 무슨 의미였을까요?
소녀시대가 Gee를 스키니진에 여고생처럼 입고 불렀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는 분명히 대중/청자가 받아드리는 화자의 이미지에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아마 대중음악에 있어서 무언가 평론을 한다면, 이런 맥락을 말하는 것도, 평론이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겁니다.
(4)
하지만 전 사실 이런건 그닥 관심없습니다. 눈에 보이면 쓰고 쓰고 싶으면 쓰고 그런겁니다.
전 그런 것보다, 어떠한 변화들이 더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장르가 있다 해봅시다. 그리고 이 구성요소는 a b c d e 정도라 해보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성요소가 조금씩 바뀝니다. a가 사라지기고 하고, b가 b'가 되기도하고, 그리고 어느순간보면 A라는 장르로는 도무지 받아드릴 수 없는 B라는 장르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자세히 이 변화들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B는 하늘에서 솟아난 장르가 되는 셈이죠.
아 어떤 천재가 장르를 하나 발명했구나!
네버.
전 이런 일이 지구상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더 넓은 범위에서 더 흥미로운 조각들은 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섞는 사람이 있는거죠.
전 가끔 버려진 조각들도 자세히 보곤합니다. 이 조각들 어딘가에는 미래가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김용만이나 황금심, 김상범이 하던 타령과 만요 어딘가는 어디로 갔을까? (소울의 영향이 더 강하면 투 코리언스와 김준이고, 포크의 영향이 더 강하면 송창식과 이장희. 다만 누구도 김용만 특유의 만요 느낌이 나진 않더라고요.)
피치포크가 평론에 뮤지션의 사생활을 언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그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지가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하늘에서 떨어진 장르는 없다.. 좋은 말이네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