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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전유 Cultural Appropriation

이오더매드문8시간 전조회 수 124추천수 2댓글 3

물론 엘이 커뮤니티 규정 상

"정치"에 관한 얘기를  철저하게 엄금하지만

 

그래도 이건 대중음악과 꽤나 깊게 연관된 주제라서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문제된다면 자삭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문화적 전유"

영어로

"Cultural Appropriation"이란 개념을 부정적으로 보고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그런 사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당연히 이해 갑니다.

 

당장에 한국도

여러 드라마 때문에 생긴 동북공정 논란 때문에

한국의 전통문화가 중국에게 뺏기는 것에 상당히 예민하기 때문이죠.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서도

워낙에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곳이라서

이런 문화적 전유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문화적 전유 라는 개념에 부정적인 이유를 말해보겠습니다.

 

 

 

첫째 이유.

"대중음악"이란 것 자체가

그 시작부터 아주 다양한 음악문화가 섞여서 시작되었습니다.

 

흔히들 "블루스" "가스펠" 같은 흑인음악이

대중음악의 뿌리라고 하지요.

 

그게 뭐 오늘날 저지클럽/드럼앤베이스/하이퍼팝 같은 일렉 장르나

하다못해

슈게이징이나 블랙 메탈 같은 백인적인 장르로 뻗어나가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가스펠이나 블루스 같은 흑인장르도 사실 곰곰히 따져보면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의 결합입니다.

 

유럽 북미에서 발전해온 여러 기독교음악과 클래식 적인 요소가

흑인노예들이 간직해온 아프리카 전통적인 요소와 섞여서

가스펠 같은 장르가 탄생했고

그리고 이건 블루스의 탄생이 되었고요.

 

백인들이 연주하는 컨트리 같은 장르는

백인들만의 전통적인 민요음악이

흑인들의 블루스 로큰롤 같은 음악과 섞여서 생긴 음악이지요.

더러는

북미 원주민(인디언)이나 다른 유색인종의 영향도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블루스 같은 장르 역시 어떤 면에선

백인들의 보드빌 문화에서 일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던데

이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재즈는 물론 그 시작은 명백하게 흑인들이 일궈낸 음악입니다.

하지만 재즈가 발전될수록

글렌 굴드, 길 에반스 ,마일즈 데이비스, 레너드 번스타인

빌 에반스, 클로드 볼링 등등 그런 사람들 때문에

백인적인 클래식 같은 요소가 섞이거나

심지어 유럽이나 남미나 인도 동양 같은 요소를 섞거나

아프리카 전통 음악까지 섞거나

심지어 허비 행콕 등등 전자악기를 도입하여 퓨전 장르도 생겨났지요

하다못해 아방가르드적인 프리재즈 지랄음악도 생겨났고요.

 

락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이언 이노, 데이비드 번, 토킹 헤즈 같은 뮤지션들은

초창기 일렉을 시도하면서도, 거기에다가 아프리카 전통 비트를 섞어서

대중음악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걸작들을 완성했습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도

캔터베리처럼 재즈와 락을 섞거나, 크라우트락처럼 온갖 장르를 다 섞거나...

 

일렉?

물론 초창기 전자음악의 경우는 흑인음악의 색채가 전혀 묻지 않던 시절이 있었죠.

웬디 카를로스, 페레이-킹슬리 같은 초창기 무그 신디사이저 음악가들은

흑인음악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일렉 음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말하는 존 케이지 같은 현대음악가도

아마도 흑인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지요.

그의 작품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흑인음악의 영향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물론 신디사이저나 드럼머신이나 여러 전자기술이

미국이나 디트로이트

아니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하우스, 디스코, 테크노 같은 장르로 진행될수록 흑인음악의 요소가 진해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초창기 일렉은 흑인음악의 잔재가 전혀 없었습니다.

 

메탈의 경우는

메탈의 시작 자체가 흑인음악에서 멀어지려는 시도였습니다.

기존의 락에서 블루스적인 느낌을 철저히 없애고 질감에 집중하는 시도였지요.

하지만 메탈도 가만히 보면

얼터너티브 메탈, 훵크 메탈, 뉴메탈, 랩메탈 등등

다양한 장르에서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여러 메탈 하위 장르에 큰 영향을 준 하드코어 펑크 역시

백인음악과 흑인음악의  요소를 둘 다 가진 부분이 많고요.

건즈앤로지스 같은 메탈밴드도 흑인음악에서 큰 영향을 받았고요.

 

컨트리/포크 음악가 중에도

닉 드레이크, 조니 미첼, 밴 모리슨, 윌리 넬슨 같은 사람들처럼

포크와 재즈를 섞는 뮤지션들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음악 장르가 모조리 섞였기에

Bitches Brew 같은 명반이 나왔고

Hot Rats 같은 명반이 나왔고

Aja 같은 명반이 나왔고

Remain in Light 같은 명반이 나왔고

Rage Against The Machine 같은 명반이 나왔고

Maggot Brain이나 There's a Riot Goin on 같은 명반이 나왔고

Licensed to Ill이나 Paul's Boutiqe 같은 명반이 나왔습니다.

 

근데 우리는 Remain in Light를 엄연히 백인음악이라고 부르지요.

조니 미첼의 앨범들엔 아주 많은 흑인 뮤지션들이 참여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의 앨범들은 백인음악으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점에 딱히 불만이 없고요.

 

"문화적 전유"를 자꾸 꺼내면

Remain in Light 같은 명반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정반대로

데이비드 번이나 브라이언 이노 같은 음악가들은

그 시절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그 개성과 장점을 인정하고

서양음악의 한계를 이기기 위해 다른 지역의 음악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른 문화를 뺐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합하기 위해서 시대를 앞서나갔던 사람들이었어요.

 

이건 프로그레시브 락, 아트 팝, 포스트 펑크, 포스트락 등등 다양한 장르가 다 그랬고요.

 

 

 

 

물론 중국이 지금 그러는 것처럼

한국문화를 무조건 자기거라고 우기는 건

당연히 명백하게 잘못되었죠.

그건 날조와 거짓말이니까요.

 

 

하지만

브라이언 이노 , 데이비드 보위, 데이비드 번 같은 사람들

여러 퓨전요리를 시도하려는 유명셰프

흑인음악이나 동양음악 접목을 시도한 과거 클래식 작곡가들

다양한 나라의 문화에 대해 작품을 만드는 디즈니 픽사

아니면

광화문에서 한복을 입는 외국인 관광객들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다른 나라 문화를 뺐으려고 그런 행위를 하는 걸까요?

그건 명백히 아니지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 덕분에

더 많은 타국의 문화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겉으로만 판단하고

시작부터 무작정

"문화적 전유"라는 표현을 꺼내는 것은 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하다못해

케이팝이나 제이팝 역시 마찬가지로

​​상당 부분 흑인음악에서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고

당연히 수많은 백인음악에서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사실 따져보면 케이팝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음악 고유적인 장르적 정체성은 의외로 그닥 없다는 말입니다.

 

 

 

둘째 이유.

저는 "장르"는 그 자체론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습니다.

 

오늘날 흑인 예술가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백번천번 이해가 갑니다.

 

힘든 상황을 이기기 위해서 시작된 음악

블루스 같은 음악은 이젠

백인들의 전유물로 변해버렸고

심지어 에릭 클랩튼 같은 블루스 뮤지션은 극우적인 언행을 일삼고 있고

 

재즈 같은 장르도

백인 재즈 뮤지션들이 더 많아진 것 같고

심지어 케니G 같은 음악이 훨씬 더 유명해졌고

 

힙합 같은 장르도

이젠 보수진영이 강한 남부에서도 유명한데

거기서는 키드 락이나 톰맥도날드 같은 보수성향 음악가들이

힙합을 트럼프 지지하는 음악으로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흑인들 입장에서는

"과연 이게 흑인음악의 본질인가"라고 현타 드는 감정이

백번천번 당연합니다.

 

 

근데 전 개인적으로

"장르"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습니다.

 

힙합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컨셔스적인 힙합도 있고

폭력적인 갱스터적인 힙합도 있고

성적인 가사가 많은 더티 힙합도 있지요.

정치적인 가사 일절 없이 오로지 즐기기 위한 파티용 힙합도 있고요.

그것 모두 힙합의 본질입니다.

 

하지만 전 "힙합"이란 음악이

어떤 성스러운 정신이나 위대한 창립이념을 가진 음악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냥 "장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봐요.

 

이건 블루스던지 재즈던지 다른 장르라도 마찬가지고요.

 

톰 맥도날드 벤 샤피로 같은

백인극우유명인사가 만드는 힙합음악도 결국엔 힙합이고

더 루츠 켄드릭 라마 같은

킬러 마이크 같은

흑인민권운동을 강하게 외치는 힙합음악도 역시 힙합이고

로린 힐 같은 페미니즘을 외치는 힙합도 당연히 힙합이고

블랙넛 같은 잼민들 불러모아대는 힙합음악도 결국엔 힙합이고요.

힙합은 단지 힙합입니다. 오직 그뿐.

 

 

 

쉽게 메탈을 예를 들자면

 

판테라 같은 거장급 메탈밴드도 백인우월주의 논란이 있고

초창기 블랙 메탈 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메탈"이란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잖아요?

 

롭 헬포드처럼 퀴어 메탈가수도 있고

여성 메탈 밴드도 있고

리빙 컬러 같은 흑인메탈 뮤지션도 은근 많고

동양이나 아프리카에도 메탈밴드는 많습니다.

하다못해 크리스천 블랙메탈 밴드도 있을 지경입니다.

 

컨트리 역시

모건 월렌 같은 공화당 성향의 컨트리 음악가도 많고

더 칙스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민주당 성향의 컨트리 음악가도 당연히 많고

가스 브룩스처럼

보수 진보 중도 정치성향이 모조리 골고루 섞인 컨트리 음악가도 아주 많습니다.

그 모두 다 명백하게 컨트리라고 부를 수 있지요.

 

 

 

결론을 말하자면

저는 기본적으로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애당초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시시하고 별거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문화가 문화가 만나서 섞이고 그 경계가 흐려지는 것은

별로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저는 "문화"라는 것이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근데 "문화적 전유"는

겉으로는 다문화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문화 간의 장벽을 더더욱 두껍게 만들고

오히려 문화 간의 괴리감을 만들고 더더욱 진영갈등을 조장시킨다고 믿습니다.

 

 

10~20년 뒤에 제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일단 현재로는 전 그렇게 믿습니다.

 

 

 

에미넴이나 비스티 보이즈 같은 백인힙합뮤지션이

흑인들을 탄압하는 사람들일까요? 당연히 아닐테지요.

 

인종간 장벽 문화간 장벽을 허무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지만

 

굳이 애꿎은 창작자 혹은 소비자를 탓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믿습니다.

 

비판하는 포커스가 한참 엇나갔다고 봐요.

신고
댓글 3
  • 6시간 전

    애초에 어디에서부터 문화적 전유인지 따지기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기준을 물어보면 대답못할 사람 많을껄요

    특히 요즘같은 시대는 여러 문화가 뒤섞인 창작물이 오히려 압도적으로 많고요

    동북공정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니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근데 글쓰신걸 보니 음잘알이시군요

    나대지 말고 조용히 케이팝 역사나 공부하겠습니다

  • 6시간 전
    @칸이지

    그쵸. 사실 녹음 기술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백인 에디슨이었으니 ㅋㅋ

    문화가 섞이는 요즘 트렌드는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고 시대의 흐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음악과 좋은 메시지만 나오면 그만이라고 봐요.

    어쨌든 "힙합은 백인이 시작했다" "블루스 재즈는 백인이 시작했다" 같은 개소리 왜곡만 아니면

    뭐든 다 상관없다고 봅니다.

    그니까 결국 대중성 최고 멜론 최고

  • 59분 전

    글 공감합니다

    포스트 발라드 기원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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