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변화하고 영원한 것은 없기 마련이다. 지난 2020년 <So Bad>로 데뷔한 이래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틴팝에 신선함을 더한 틴 프레쉬 스타일을 선보였던 스테이씨 역시 틴프레쉬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구성의 변화를 모색하여야 했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구성의 변화를 겪어야 했는데, 활동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발매하는 첫 정규 앨범으로 그 시기를 확정 지었다.
사실 스테이씨의 변신은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재작년 발매한 미니 2집 <YOUNG-LUV.COM>에서 먼저 변화를 예고하였다. 미니 2집 타이틀 <RUN2U>는 종전의 <ASAP>나 <색안경>과 달리 공격적인 신스 도입부를 바탕으로 미니멀하게 구성하고 대신 멤버들의 선 굵은 보컬로 공백을 채웠고 이 기조는 컨셉이 달라지긴 하였으나 이후 발매된 <Beautiful Monster>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이후 <Teddy Bear>부터 <Bubble>까지 종전의 틴팝으로 회귀하는 싱글과 앨범을 잇따라 발매하며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스테이씨가 지향하는 틴 프레쉬의 정의도 그렇게 굳어지는듯하였다.
하지만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그동안 미루고 있던 변화를 다시금 받아들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앨범의 인트로 역할도 수행하는 첫 번째 트랙 <Twenty>이다. 각각 2번의 벌스와 코러스로 이루어진 짧은 곡인데, 점차 구성이 확대되지만 일반적으로 미니멀한 구성에 보컬을 강조하는 변화 형태를 짧게나마 선보이고 있다. 또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이펙트가 곡 전반적으로 퍼져있지만 스테이씨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알맞은 3번 트랙 <1Thing>,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힙합 드럼이 가미되어 있는 4번 트랙 <Give It 2 Me>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이어서 정규 앨범의 방대한 볼륨을 매개로 이전에 선보인 적이 없던 유닛곡 <Find>, <Fakin'>과 아이사의 솔로곡 <Roses>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전에도 선보인 적이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스테이씨만의 스타일로는 자리 잡지 못한 팝펑크/팝록 <Let Me Know>와 <Flexing On My Ex> 등 팀의 음악적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을 여럿 포진시키면서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하였다.
다만 정작 타이틀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의 결과를 크게 느낄 수 없다. 아니, 변화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긍정적인 변화는 아닌듯하다.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 만큼 특히 타이틀에 힘을 주어야 하지만,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기존 틴팝 스타일에서 취할 것은 취하려고 하다 보니 스텝이 엉킨 것이다.
물론 변화의 결과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곡의 구성 자체를 단순하게 해 피로감을 줄였다. 베이스를 강조하여 펑키 한 그루브를 내세우고 여기에 키치 한 벌스와 중독성 강한 코러스 가사로 숏폼 챌린지에 강세를 두었다. 그동안 틴프레쉬 스타일에서 견지하던 하이틴에서 조금 더 성숙해지긴 하였으나 '~크러쉬 컨셉'은 여전해 이전 컨셉과의 이질감을 줄여보고자 한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그러나 먼저 <Run2U>나 <Beautiful Monster>등에서 예고했던 곡 구성의 변형은 이 곡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곡의 구성은 단순해졌지만 이를 대신 채워줄 멤버들의 보컬 퍼포먼스는 도드라지지 않고, 또 그동안 직관적이고 분명하게 들리던 스테이씨 특유의 가사 또한 크레딧의 설명을 읽지 않고서는 이해가 어려워졌다. 모든 요소를 가져가려고 하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것이다.
종합해보면 지난 4년간의 활동을 뒤로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반환점이 되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가 더 크다.
노선의 다각화, 장르 및 곡 구성의 다양화를 이루어냈고 또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메인 프로듀서인 블랙아이드필승의 의존도도 낮추며 신선함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삐거덕 거리는 모습을 보이던 앨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모양새가 잡힌 것 역시 이 앨범이 가지고 온 긍정적인 결과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음악적으로는 좋은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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