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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성공하지 못할 거야, 아마 - Fishmans [Neo Yankees' Holiday]

title: Mach-HommyJPEG2025.06.05 23:08조회 수 287추천수 6댓글 6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지를 몰랐으니까. 그걸 알면 진작에 잘 팔렸겠죠."

"그 즈음부터 굉장히, 불신감 같은게 생겼어요. 음악 업계에 대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느낌의 곡 밖에 만들지 않게 됐죠. 실망감이 점점 쌓이기 시작한 시기일지도."
"우리가 시도하는 것마다 안팔렸죠. 뒤에서는 스태프끼리 다투기도 하구요."

 

영화 : 피쉬만즈 中

 

Neo Yankees' Holiday

Neo_yankees_holiday_front.jpg
Release Date : 1993.7.21
Genre : Reggae, Neo-Psychedelia, Dub
Length : 52:05
Recording Members : Shinji Sato (vocals, sampling, lyrics, composition, art direction, design), Yuzuru Kashiwabara (bass, programming, rhythm guitar, manipulations), Kin-Ichi Motegi (drums, percussions, backing vocals, keyboards), Kensuke Ojima (guitars, chorus), Hakase (keyboards, chorus)
Producer : ZAK
Label : Media Remoras

 

인기있기 싫은 이유
1.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 TV에는 나가지 않는다.
2. 너무 바빠짐.
3. 들려주기 싫은 녀석들까지 모여버림.
4. TV 등에 의해 창작활동에 지장이 생김.
- 사토 신지 -

 

 앨범을 살펴보기 전에 Neo Yankees' Holiday를 작업하기 전의 시기로 잠깐 돌아가 보자. 전 앨범인 KING MASTER GEORGE 작업당시, 피쉬만즈는 90日間トテナムパブ이라는 드라마의 오프닝 곡을 작업하게 되었는데,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같은 시간대에 방영했던 드라마가 대박이 났었고, 드라마의 오프닝 노래 또한 대중적으로 히트했기 때문에 피쉬만즈는 이번에야말로 대박을 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100ミリちょっとの이라는 제목의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사토 신지의 취향과 타협하면서도 피쉬만즈 역사상 가장 캐치한 곡을 만들어냈지만, 결과는... 전혀 팔리지 않았고 이 실패 이후부터 사토 신지는 점점 잘 팔리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자기가 만들고 싶어 하는 곡 밖에 만들 수 없는 상태에 들어가고 있었다. 사실상 대중적 성공의 타의적 포기 후, 옛날에 라이브 할 때 눈여겨봤던 프로듀서인 ZAK과 작업한 앨범인 Neo Yankees' Holiday는 역설적으로, 실험적인 성향의 앨범이었던 전작, KING MASTER GEORGE와 달리 실험적인 성향이 많이 빠지고 듣기 편안한 팝 넘버의 곡이 많은 앨범이었다.


 돈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처음 만든 앨범이 전작보다 전체적으로 듣기 편한 사운드의 앨범이라는 건 여러모로 골 때리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친절하지만은 아닌 게, 전작처럼 앨범 내에서 시부야계/네오 싸이키델리아/팝 레게/덥/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를 하면서 좋게 말하면 다양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중구난방 하고 난잡한 구성은 여전하고, 전작보다 실험적인 성향의 곡들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곡들 사이에 존재하는 퀄리티의 편차는 존재해 아직은 완성도 부분에서 설익은 듯한 느낌이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맑은 날은 너를 불러낼거야

맑은 날은 너를 데리고 나갈거야
RUNNING MAN 中

슬플 때 떠오르는 건 언제나 너의 얼굴이었어

슬플 때 웃는 건 언제나 너 때문이었지
いかれたBABY 中

 

 첫 트랙인, RUNNING MAN은 산뜻한 느낌의 리듬으로 시작된다. 어딘가 장난스러운 듯한 '너'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다룬 가사가 이어지고, 그 후에 앨범은 いかれたBABY로 넘어간다. 전곡에서의 산뜻한 느낌을 이어가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천천히 퍼지는 곡에서 화자는 전 곡에서 장난스럽고 소소한 일상을 함께 보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너'에 대해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후 이어지는 트랙인 Smilin' Days, Summer Holiday에서는 딱히 가사가 전 트랙과 이어지지는 않지만, 앞선 트랙들에서 보여준 네오 싸이키델리아 풍의 사운드를 계속 가져가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또한, 이 트랙에서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관악기 솔로 파트도 돋보이는데, 피쉬만즈가 1집인 Chappie, Don't Cry에서 적극적인 관악기 사용을 보여줬던 부분이 생각나면서도 그 시절보다 발전된 음악성을 보여줘서 개인적으로는 인상 깊게 들을 수 있는 포인트이다.

 

 4번 트랙인 エブリデイ・エブリナイト에서는 네오 싸이키델리아에서 틀어버리면서 갑자기 레게풍의 음악이 튀어나와 버린다. 다만 전작인 KING MASTER GEORGE에서는 급격하게 분위기가 확확 바뀌던 것과는 다르게, 장르를 바꾸면서도 전 3개의 트랙에서 볼 수 있었던 톡톡 튀면서도 몽환적이었던 분위기를 신시사이저를 메인으로 내세우면서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분위기를 가져가는 데 성공한 부분은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트랙인 つかれない人에서는 디스코풍의 음악을 가져오면서 순식간에 템포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지점부터 슬슬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앨범 내에서의 통일성이 사라지면서 난잡함이 살짝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기쁨은 언제나 간직해두자

행복은 아무렇지 않게 얻을 수 있겠지

뒈지기 전에 슬그머니 사라지자

싫증나기 전에 돌아가자

Just Thing 中

 

 6번 트랙인 Just Thing에서 피쉬만즈는 극초기에 자주 보여줬던 Dub 성향의 곡을 다시 들고 왔다. 그 시절과 이 트랙에서 보이는 뚜렷한 차이점이라면 첫 번째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 시절보다 훨씬 음악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위에 언급한 이 곡의 가사에서 어딘가 냉소적인 느낌이 든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 곡이 더 이상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않겠다는 선언 이후에 작업된 곡이라 그런지 어딘가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선언하는 곡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꽤나 독특한 느낌이 드는 곡인지라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곡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앞서 나온 곡들과 느껴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방향에 서있는 곡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의 단점인 어딘가 난잡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을 보여주는 트랙이라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확실히 단점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에라도 가서

서핑 보드 옆구리에 끼고서

흔들흔들해져 버리고서

바다 한가운데까지 보드로 나가고서
太平洋 中

paradise paradise

난 이제부터 어디로 가는 걸까

paradise paradise

깨닫고 나선 돌아올 수 없어
パラダイス 中

 

 7번 트랙인 太平洋에서 앨범은 다시 네오 싸이키델리아 트랙으로 돌아간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바닷가 소리가 천천히 깔리면서 곡을 전개해 나가는데, 위에서 언급한 가사가 이런 분위기에 나오면서 곡 전체적으로 나른한 분위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앨범 제목인 Neo Yankees' Holiday와 매칭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점은 다음 트랙인 パラダイス에서도 휴양지에 있는 듯한 가사를 보여줌과 동시에, 꿈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의 가사 분위기로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다시 네오 싸이키델리아 트랙이 나오고, 그 뒤에 시부야계 트랙이 나오는 부분은 앞선 트랙과 분위기가 연결되지 않기도 하고, 이 트랙들을 제외하면 앨범 제목과 곡들이 전혀 매치되지 않는 부분은 결국 이 앨범의 한계점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太平洋 트랙은 앞서 인트로에 나온 3개의 네오 싸이키델리아 트랙에 비하면 완성도도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네가 없으면 걸을 수 없어

분명 혼자선 걸을 수 없어

네가 없으면 돌아갈 수 없어

분명 혼자선 돌아갈 수 없어
うまく歩けないよ 中

 

 9번 트랙인 うまく歩けないよ은 다시 네오 싸이키델리아 트랙이다. 첫 번째 트랙과 두 번째 트랙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연장선과도 같아 보이는 가사와 분위기, 그리고 太平洋보다는 완성도가 높은 트랙인지라 좋게 들을 수 있는 트랙인데 차라리 이 트랙을 3번에 넣고 여름의 휴일에 대해 얘기한 트랙인 Smilin' Days, Summer Holiday를 이 자리에 넣었으면 훨씬 서사적인 공통점을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앨범의 구성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어지는 트랙은 Dub 장르의 곡인 1, 2, 3, 4, 인데 앞서 언급한 Just Thing보다는 밝은 느낌의 곡이다. 하지만 그 밝은 느낌 안에 어딘가 슬픈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가사가 매력적인 곡인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토 신지의 작사를 굉장히 좋아해 괜찮게 들은 트랙이다. 또한 이 곡에서는 샘플링 기법의 사용이 돋보이는데 피쉬만즈가 3집 작업 당시부터 힙합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지라 이런 모습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트랙인 Walkin'은 다시 시부야계 트랙인데, 이 곡은 데뷔 이전부터 라이브에서 자주 불렀던, 굉장히 오랫동안 묵혀놨던 트랙이기도 하다. (91.08.21 부틀렉 라이브 앨범에 이 곡의 라이브가 실려있는 점에서 이 부분을 알 수 있다.) 곡 자체는 굉장히 초창기 만들어졌음에도 퀄리티가 좋은 편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전개되는 서사의 가사와 초창기 피쉬만즈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가 기분 좋게 결합되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다. Just Thing과 함께 앨범 내에서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곡. 이 뒤에는 또 다른 시부야계 트랙인 スー・パー가 나온다. 가사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앨범의 outro 느낌을 팍팍 풍기는 트랙이긴 한데 사실 퀄리티가 영 좋은 트랙은 아닌지라 마무리를 잘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いかれた Baby (Glittering Rewinder Mix)는 いかれたBaby의 리믹스 버전으로, 보너스 트랙 느낌인지라 굳이 다루지 않겠다.

 

 사실 위에 앨범의 비판을 꽤 많이 남겼지만, 개인적으로는 즐겨 듣는 앨범이다. 전작인 KING MASTER GEORGE와 같은 단점들을 공유하는 앨범이긴 하나, 저 앨범보다는 훨씬 가벼운 분위기기도 하고 이후 피쉬만즈가 Orange와 세타가야 3부작으로 나아가는데 이정표 역할을 해준 앨범이기도 해서 애정한다. 다만, 저런 점과는 별개로 단점이 확실한 앨범인지라 리뷰를 쓸 때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이런 분위기의 글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다만 아티스트 본인들은 이 앨범을 꽤 애정하기도 하니 한 번쯤은 들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상업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면서, 빛나기 시작하던 시기의 피쉬만즈가 담겨있는 앨범이니.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걸 할지, 결국 우리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걸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들이 있었죠."

"일본의 음악 씬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이 있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영화 : 피쉬만즈 中

 

Rest In Peace 사토 신지

항상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한번씩만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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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6.5 23: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참에 내일 들어야지

  • title: Mach-HommyJPEG글쓴이
    6.5 23:22
    @mikgazer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기대는 하지 마십쇼 퀄리티가 엄청 높은 앨범은 아니여서 ㅋㅋ

  • 6.5 23:40

    글 재밌어요! 피쉬만즈 들어야게따

  • title: Mach-HommyJPEG글쓴이
    6.5 23:41
    @민니

    감사합니다!

    슬슬 여름인지라 피쉬만즈가 땡기는 시기가 와서 평소보다도 훨씬 자주 듣는것 같네요

  • 6.6 00:37

    잘 읽었어요

    초기작들 다 들었는데 이 앨범만 기억이 안 나네요.. 내일 다시 들어봐야지

  • title: Mach-HommyJPEG글쓴이
    19시간 전
    @민트초코냠냠

    사실 보통 초기작중에 평가는 KING MASTER GEORGE 앨범이 제일 좋은지라 이 앨범은 들어도 크게 기억에 안남으실수 있긴 합니다 ㅋㅋ

    KING MASTER GEORGE 앨범도 언젠가 리뷰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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