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가 들어보래: 플라워.파

신인은 물밀듯이 쏟아진다. 이제는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 당신은 어떻게 새로운 아티스트를 물색하나? 아무래도 검증된 아티스트의 인정을 받은 뮤지션들이 먼저 눈에 밟히지 않을까? ‘들어보래’는 힙합엘이의 해외 음악가 큐레이션 시리즈로 씬의 지지를 연료 삼아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가는 루키들을 조명한다. 어떤 아티스트를 들어야 할지 모를 땐 아티스트에게 물어보자.

"Awwww dude, 너무 좋아"

 

밀리의 인스타그램 댓글 중 中

열 번째로 다뤄볼 아티스트 플라워.파(Flower.far). 태국 핫야이 출생의 그녀는 자국의 떠오르는 알앤비 싱어송라이터다.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알앤비, 소울, 팝, 재즈를 들으며 자란 플라워.파는 뮤지션의 삶을 동경하는 소녀였다. 그리고 그 꿈은 태국의 명문 대학이자 음악 대학으로 유명한 마히돌 대학교(Mahidol University)로 이어진다. 대학 진학은 그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년기부터 좋은 음악을 들으며 쌓아온 정서적인 영역에 화성학과 기악, 작곡 등의 이론이 더해지며 플라워.파는 아티스트로서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구축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운명처럼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밀리(MILLI)가 속한 태국의 YUPP! 엔터테인먼트(YUPP! ENTERTAINMENT)에 연습생으로 합류하게 된 것. 그렇게 레이블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며 가능성을 키워간 플라워.파는 지난 22년 데뷔 싱글 "Like a fool"로 아티스트로서의 첫 커리어를 시작한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음악을 들으며 뮤지션을 지망하던 소녀의 꿈이 피어오른 순간이었다. 이후의 과정은 모두 긍정적이었다. 플라워.파는 최근 <A COLORS SHOW> 출연은 물론, NME에서 선정한 '2023년 떠오르는 신예 아티스트' 리스트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며 안정적인 초기 커리어를 구축하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는 바밍타이거, 1300, 아이브, 르세라핌, 이영지, 뉴진스, 엔믹스 등이 함께 선정되었다.)

플라워.파의 가장 큰 장점은 음색에 있다. 섬세한 음울을 담고 있는 목소리는 사브리나 클라우디오(Sabrina Claudio) 혹은 조이스 라이스(Joyce Wrice) 등을 연상케 한다. 가성과 진성을 적절하게 오가는 보컬 컨트롤이 돋보이는 "Walk Away"는 그녀의 매력을 단번에 경험할 수 있는 트랙이다. 곡의 후반부에 끝없이 이어지는 고음의 브릿지는 한국 대중음악의 작법과 묘한 유사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듣는 관점에 따라 아시아 알앤비 아티스트들의 단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일부 과잉된 보컬 어레인지도 플라워.파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극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프로덕션에 대한 높은 이해도도 빼놓을 수 없다. 싱어송라이터답게 그녀는 데뷔곡 "Like a fool"과 "Walk Away"에 모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수준급의 멜로디 라인을 구축했다. 아직 특별한 본인만의 개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곡이 담고 있는 무드와 서정적인 가사를 배가할 수 있는 코드 진행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을만하다. 

이렇듯 플라워.파는 데뷔 이후 몇몇 곡만으로 태국의 새로운 장르 스타가 될 자질을 보여줬다. 점차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음악 시장, 그중에서도 여러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꿈틀대고 있는 태국 음악씬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녀와 같은 신예들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것이다. 출중한 재능과 잠재력을 갖춘 플라워.파의 커리어가 활동명에 걸맞게 더 활짝 피기를 기대해 본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힙합엘이가 추천하는 그녀의 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lqH-pS_pI0

https://www.youtube.com/watch?v=NQvRq283xkQ

https://www.youtube.com/watch?v=LADMEy381KA

https://www.youtube.com/watch?v=tXOU8eivW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