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브라이언이 들어보래: 워렌 휴

신인은 물밀듯이 쏟아진다. 이제는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 당신은 어떻게 새로운 아티스트를 물색하나? 아무래도 검증된 아티스트의 인정을 받은 뮤지션들이 먼저 눈에 밟히지 않을까? ‘들어보래’는 힙합엘이의 해외 음악가 큐레이션 시리즈로 씬의 지지를 연료 삼아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가는 루키들을 조명한다. 어떤 아티스트를 들어야 할지 모를 땐 아티스트에게 물어보자.

"처음 들었을 때부터 멋지다고 느꼈어, 같은 인도네시아 출신이고."

 

2022년 3월, 리치 브라이언과 워렌 휴의 지니어스(GENIUS) 인터뷰 中

아홉 번째로 다뤄볼 아티스트는 워렌 휴(Warren Hue). 2002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태어난 그는 리치 브라이언(Rich Brian), 라멘걸(RAMENGVRL)의 계보를 잇는 자국의 랩스타다. 16살 때부터 사운드클라우드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한 워렌 휴는 2년 후, 첫 앨범 [ALIEN]을 발표한다. 물론, 바로 큰 반향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씩 실력을 갈고닦던 그의 꿈이 이뤄지기 시작한 때는 갓 성인이 된 직후였다. 당시 워렌 휴는 뉴욕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펜데믹이 발발했고, 온라인 수업에 학비를 지불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갭이어를 신청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운명처럼 좋은 소식이 도착한다. 마침 워렌 휴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던 88라이징(88rising)이 그에게 계약을 제안한 것. 그렇게 레이블의 빵빵한 지원 아래 커리어의 박차를 가한 워렌 휴는 아타라시 가코!(ATARASHII GAKKO!)와 함께한 "Freaks"를 기점으로 여러 장의 싱글과 정규 1집 [Boy of the Year] 발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워렌 휴의 음악적 방향성은 88라이징 소속 뮤지션들로 대표되는 선배 아티스트들과 비슷한 문법을 따른다. 아직 그가 독보적인 무언가를 갖고 있냐 묻는다면 형용하기 어려운 면도 존재하지만,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닌 게 수많은 아시아 뮤지션들이 갖고 있는 특성도 이와 같기 때문. 전통음악과 결합된 아프로비츠나 라틴팝에 비하여 아시아의 대중음악은 서구권 음악에 의존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대신 다양한 요소를 혼합하여 또 다른 것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시아 아티스트들의 또 다른 강점이다. 워렌 휴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에서 다양한 요소를 취사선택해서 본인의 음악에 투영하고 있다. '얼터너티브의 칵테일'이라고 표현될 만큼 하우스, 알앤비, 인더스트리얼 등 여러 장르가 묻어나는 또 한 명의 아시아 힙합 아티스트로 성장 중이란 것. 결과적으로 그의 "omomo punk"는 <NME>에서 선정한 '2022 최고의 아시아 노래' 부문에 선정됐고, 한국에서도 팬덤을 구축해 <딩고 프리스타일 킬링벌스(Dingo Freestyle Kiling Verse)>에 출연하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그와 대부분의 트랙을 함께하는 프로듀서 차슈(chasu)도 한국인이다.)

음악 시장에서 국경이 허물어지며 여러 국가의 아티스트들이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힙합의 변방으로만 여겨졌던 아시아는 이제 수많은 글로벌 아티스트를 배출할 수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상황에서 워렌 휴 같은 아티스트의 존재가 더욱 많아지길 희망해 본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힙합엘이가 추천하는 그의 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8p-dJ-p-RU

https://www.youtube.com/watch?v=B21rgpNnReM

https://www.youtube.com/watch?v=a1YCn6T7c8U

https://www.youtube.com/watch?v=uNo0UKUpMYs

https://www.youtube.com/watch?v=MyIaJEbsn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