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HYPED REVIEW: 폴로다레드 - Polodared

UNHYPED:

‘UNHYPED’는 힙합엘이의 언더그라운드 큐레이션 인터뷰 시리즈로, 그간 자신만의 위치에서 힘껏 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없는 아티스트를 소개해왔다. 'UNHYPED REVIEW'에서는 그에 이어 함께 나눌 만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이미 어느 정도 주목받고 있어도 더 유심히 지켜보면 좋을 케이스까지 포함해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소개하고자 한다.

컴필레이션 앨범 [2000 대한민국]에 돕 보이즈(Dope Boyz)의 “T.D.C & Me”라는 노래가 있다. 취랩(당시 진돕)이 속한 이 팀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노래에서 60년간 미군 기지가 자리잡고 있어 외래 문화의 수용도가 빠르면서도 불건전한 경제 구조와 유흥이 발달했던 옛날 동두천의 참상*을 구슬프게 노래한다. 취랩이 동두천 토박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진정한 코리아 게토 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최근 <쇼미더머니 10>, <드랍더비트> 등으로 주목받은 폴로다레드(Polodared)가 간만에 동두천을 외치는 출신 래퍼로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 기지촌이 있던 보산동은 과거 ‘리틀 시카고’로 불릴 정도로 우범지대로 분류됐다.

하지만 폴로다레드가 “Going Up”, “비명”, 그리고 셀프 타이틀 EP에서 동두천에 대한 감상을 자세히 녹여내는 건 아니다. 스스로도 “맨날 이 새끼는 엄마 얘기”(“나우암백”)라고 할 만큼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았으면 담았지, 동네에 대한 워딩은 ‘DDC’ 단 하나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가 동두천이라는 특정한 지역에 애정을 표한다기보다는 화려한 도시도, 평온한 시골도 아닌 그 사이의 낙후된 게토 이미지를 래퍼로서의 배경으로 가져가려는 일환처럼 다가온다. 낮은 해상도로 불우와 가난의 서사를 거친 톤 안에 함축하기, 그 덕에 폴로다레드는 한 귀에 듣는 이를 사로잡아야 하는 루키로서 빠르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 단, 일장일단이라고 EP 단위의 [Polodared]에서는 그 특징이 강렬함보다는 약간의 단조로움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이번 EP에서 과연 “비명”과 “Going Up”, 그리고 여러 피처링 벌스에서 대체로 돋보였던 폴로다레드만의 소위 ‘야마’ 외의 다른 감상 요소가 있느냐고 하면 조금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인천 드릴러 NSW 윤(NSW Yoon), 폴로다레드에게 영향을 준 호미들의 루이(Louie)가 참여한 드릴 넘버 “버텨”는 대체로 드릴의 문법을 잘 따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릴 티제이(Lil Tjay), 폴로 지(Polo G), 릴 더크(Lil Durk) 등 소위 ‘요즘 뜨는 거리 놈들’ 특유의 피아노나 기타를 비장하거나 애달프게 깔아놓는 트랩 넘버들은 플로우 디자인, 딕션, 멜로디 구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같은 부류를 지향한다면) 그가 래퍼로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이는 반대로 말하면 목이 상하도록 내지르는 랩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연마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시사하기에 이번 EP는 향후 폴로다레드의 테크닉적인 업그레이드가 기대되는 출발점 정도라고 볼 수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6FH32LEc7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