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힙합의 앨범에 대한 평가는 '한국 정도면'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정도면'이라는 다소 방어 기제가 가득한 말로는 전혀 긍정적인 발전이 이루어 질 수가 없다. 반대로, 한국이라는 딱지를 떼고 보더라도, 음악적 성취의 면에서 긍정적인 사례들을 한번 살펴보자. 레비 브로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악기의 점층적 삽입으로 인한 긴장감 조성과, 훅 부분에 단순간에 악기를 제거시켜 해방감과 동시에 사유의 공간을 남겨두는 포스트락의 작법을 힙합에 차용하여, 청취자의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굉장한 몰입감을 이끌어낸 앨범이다. 단지 두 장르의 배합이 그럭저럭한 보여주기식 실험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두 장르의 상호공존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본작은 독창적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이라고 부를만 하다. EK 의 YAHO도 긍정적인 사례에 속한다. 해외의 하이퍼팝 조류의 유행에 편승하면서도 나름 독자적인 사운드를 구축하였는데, 트랜스 신스의 삽입과 고조, 제거와 변칙적인 박자와 다양한 질감의 드럼과 베이스 사운드를 구현하여 그 본래 의의인 '파티음악'에 맞게 청자를 충분히 몰입시킨다.
위에서 언급한 최근의 한국 힙합의 긍정적인 성취는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호평을 받지는 못하였는데, 대신 엄청난 주목과 동시에 호평을 받은 올해의 AOTY인 릿은 그러한 몰입감이 존재할까? 내 결론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이 앨범에도 악기의 삽입이나 제거가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악기의 삽입이 청자의 몰입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단지 붕떠버린 사운드처럼 느껴지게 된 원인에는, 아무래도 그러한 악기가 결국 구조의 해체나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결국 구조 속으로 수렴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앨범의 구조는 사실 뻔하다. 사운드적 구성으로는 피아노 반주 위로 드럼이 삽입되고, 그 위로 여러 악기가 추가되는 식의 구성이 앨범의 전반을 이루고 있으며, 곡 자체의 구성으로는 전형적인 훅과 벌스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음악적인 실험, 내지는 악기의 삽입은 그 의미를 종종 잃어버린 채 잠시동안 지속되다 다시 이러한 구조의 틀로 편입되고는 하는데, 그래서 마치 붕 떨어져버린 실험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사운드적 혁신성으로나, 실험성, 혹은 쾌감을 말미암아 이 앨범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훅과 벌스 구조의 안정적인 영위에 대한 당위성을 묻는다면, 결국엔 팝적이고 중독적인 비트의 반복을 통해서 일종의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 당위라고 생각하는데, 저스디스는 그 멜로디나 연주의 스윙이 특색없고 창의성 없으며, 그 구조가 반복적이지도 않아서 때때로 저 멀리로 날라가다가 갑자기 다시 구조속으로 편입되어버리는 이상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프리재즈인가? 그러나 프리재즈에 대한 변호를 하자면, 프리재즈도 종종 즉흥 연주를 펼치다가 훅에 해당되는 멜로디로의 갑작스런 전환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기본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악기들과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리듬감을 통해 그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장르라면, 저스디스의 앨범에는 마지막으로, 리듬감 조차 부재한다.
그렇다. 피아노의 즉흥적인 리듬을 저스디스의 랩이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것이 바로 왜 비트와 랩이 서로 조화되지 않으며 그냥 짜증나는 불쾌감만 연출하는 지에 대한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프리재즈는 화성학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할 뿐이지, 그 전체적인 악기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리듬감은 존재하지만, 저스디스의 음악에 이러한 리듬감이 부재하다면 그 의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결국 그렇기에 사람들이 가사 해석에 그 전념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 첨언) 다른 의견 가지고 계신 분들은 한번 말씀 나눠보시면 좋겠습니다. 제 의견이 맞다는 게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사운드가 뛰어나다고 느꼈는지 한번 말씀 나누면 건설적인 대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듬이 랩과 따로논다는 말이 가장 이 앨범에서 이해불가한 평임 ㅋㅋㅋㅋ느낀 게 너무 달라서 평행선을 걷는달까
리듬이 랩과 따로논다는 말이 가장 이 앨범에서 이해불가한 평임 ㅋㅋㅋㅋ느낀 게 너무 달라서 평행선을 걷는달까
리듬이 랩과 따로 논다기 보다는 피아노의 스윙과 저스디스의 랩이 저로 조화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 제가 그걸 가장 좋게 들어서..
조화되지 않는 것을 좋게 들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 혹시 물어봐도 될까요.
아뇨 너무 비트와 랩을 잘 쌓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에서 조화되지 않는다고 말하는지, 또 랩적으로 우겨넣는다고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그런 아슬아슬함과 밀림이 가장 매력적이었거든여
오히려 그 피아노 스윙이랑 랩이랑 엄청 잘어우러지지 않나요? 랩이나 가사가 고조될때마다 나오는 반음계로 올라가는 장치들, 벌스나 곡 후반부 갈수록 피아노 라인들이 무조성이 강해지고 더 복잡하게 나온다거나 하는 장치들이 엄청 재밌었는데
그 강해지는 무조성과 복잡성이 인터미션의 형태로 극에 다다른것도 엄청 흥미로웠고 그 라인들 하나하나가 Lost 의 길을 잃는다는 의미를 점점 담아가는거 같다고도 느껴지기도 해요 저한테는
글쎄요, 저는 피아노 음 자체가 만들어지는 리듬이 후반부에서 더 복잡해지는데, 그에 비해 저스디스의 랩은 그냥 자기 랩만 계속 이어나간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무조성이나 반음계로 긴장을 더하는 장치는 화성학의 영역 아닐까요
자기 랩만 계속 이어간다고 느끼신다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일단 화성학의 영역도 귀로 느끼는 사운드의 일부분 중 하나인데 따로 볼 이유는 없을거 같고... 꼭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리듬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저한테는 말씀하신 리듬에서 오는 부조화가 크게 와닿지는 않네요. 살짝 빗겨나갈때 오는 불안함과 그 불안함이 어느순간에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질때 느끼는 쾌감이 공존하는거 같거든요 이 앨범엔
음 우선 스윙에 집중해서 말씀을 드리기 위해 그런 구분을 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또 리듬의 호불호는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으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만 결국에 그러한 엇박과 정박이 동시에 공존하는 상황 자체를 부조화라고 칭한 것이며 긴장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니까 엇박과 정박간의 관계를 고려해보자면 그러한 긴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훅과 벌스라는 전형적인 구조와 그러한 엇박이 동시에 공존하기에 엇박에서 형성되는 긴장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보다는 구조 속으로 재편입되는 것 같아 찝찝한 감정만 느껴졌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뭐라고“
->여기서 박자 타는법이 특이한데 이걸 세우가 설명해줌
1:00:11 , 이 리듬을 타면 랩이 완전 새롭게 들림
앨범 초반인 2번 트랙에 배치한 이유도 앞으로 계속 여러번 나올 익숙하지 않는 리듬을 미리 적응하라고 보여준거 같음
여기서 못타면 국어책처럼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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