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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리뷰] Tyler, the Creator - IGOR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크밍 Hustler 2024.10.07 00:09조회 수 2259추천수 19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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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yler, the Creator의 이전의 공격적이고 하드코어한 음악과 상반된 스타일의 <Flower Boy> 발매 후, Tyler는 씬의 주목을 받으며 이어질 음악적 발자취에 큰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Flower Boy> 발매 2년 후, Tyler는 <IGOR>를 발매한다. 본작에서 Tyler가 주제로 삼은 요소는 '사랑'이다. 사랑,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만남과 이별이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역설적으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흔한 감정이다. 그런만큼, 역사적으로 사랑을 다룬 문학, 예술작품은 수도 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수 많은 비교선상에 놓을 작품들이 있기에, 사랑을 주제로 다룰 경우 리스크가 크다. 본작에서 Tyler는 'IGOR'라는 자신의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고, 이 자아가 겪는 일련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거운 신스가 전반에 깔리며 시작하는 "IGOR'S THEME"은 본작의 시작을 신선하고 강렬하게 끊는다. 연이은 "EARFQUAKE"에서는 Tyler의 음악 스타일에서 동떨어진 네오 소울, 싱잉을 하면서 본작이 기존의 Tyler의 음악에서 새로운 시도를 선택했음을 시사하며 충격을 준다. 이에 더해 래퍼 Playboi Carti의 묘한 멈블랩이 Tyler의 실험적인 스타일을 해치지 않고,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더 큰 충격을 선사한다. 이어서 "I THINK", "RUNNING OUT OF TIME"에서는 사랑에 빠진 순간을 그려내며 사랑의 따스한 흐름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다가, 폭발하듯이 질투심을 분출하는 "NEW MAGIC WAND"로 이어진다. Tyler가 본작에서 네오 소울과 R&B의 요소를 다수 차용하였지만, 트랙에서 Tyler는 이전에 우리가 알던 기본기 충실한 래핑으로 파도치는 질투의 형상을 풀어내며 앨범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은 "A BOY IS A GUN*"에서는 적들에게 치명적이면서도,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총'이라는 소재를 사랑하는 남자와 대조함과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가 떠날 것이라는 여지를 준다. 

Kanye West와 함께한 "PUPPET"은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주겠다며 외치지만, 결국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고 Jerrod Carmichael의 '언젠가는 깨닫기 마련이야' 라는 말과 함께 곡이 끝나며 그와의 사랑의 끝났음을 내비친다. 이어 "WHAT'S GOOD?"에서는 Tyler의 랩이 귀에 박히면서, 분노인지 좌절인지 모를 감정을 쏟아내다가도 "GONE, GONE/THANK YOU"과 "I DON'T LOVE YOU ANYMORE"의 남자와의 끝을 받아들인 채로 덤덤한 척하려는 그의 노래가 상반되어 가엾다 못해 슬플 정도로 애달프게 들려온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 트랙은 사이키델릭 록 스타일을 차용한 듯한 "ARE WE STILL FREIENDS?"이다. 완전히 감정을 정리한 듯한 Tyler 였지만, 그래도 친구로는 지낼 수 없겠냐며 여지를 남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연을 겪어본 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이야기를 하며 청자의 공감을 산다. 잔잔하게 시작하며 분위기를 잇던 곡은, 마지막 20초에 다다랐을 때, Tyler의 감정이 듬뿍 담긴 샤우팅으로 끝나면서 청자의 감정을 극도로 몰입시킨다.

 

 솔직히 Tyler의 가창력은 형편 없는 수준이지만, 그런 Tyler의 가창력이 오히려 앨범에 몰입도를 가져다준 것과 걸핏하면 어울리지 않아 실패할 수 있는 힙합과 네오 소울, 알앤비를 접목시키며 두 장르의 좋은 점만 고루 챙기려한 시도가 본작이 명반으로 칭송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Tyler는 본작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었고, 힙합 팬들의 기대와 음악 평론가들의 기대, 모두 충족시키는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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