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타일러의 DTTG를 듣고 드는 생각들

lonnymiyawaki6시간 전조회 수 340추천수 6댓글 6

https://www.youtube.com/watch?v=pmlqEKklWqs

 

 

주로 힙합 얘기가 되긴 하겠지만 얼터너티브와 팝에 대한 이야기도 할 거고 여러모로 음종갤이 집 같으니까 여기에 적겠습니다.

 

우선 앨범 롤아웃을 거의 안 하고 이전 앨범으로부터 빠른 텀을 두고 발매한 점이라던지, 앨범 커버와 STOP PLAYING WITH ME에서 보여주는 구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상당히 켄드릭 라마의 GNX에서 자극을 받고 낸 앨범이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특히 GNX처럼 대부분의 곡이 뱅어가 되는 것을 염두에 두어지고 만든 것도 그렇고요. 어떤 부분에선 CMIYGL의 슬림화된 버전이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느끼기에 N.E.R.D의 영향이 가장 크게 느껴졌던 Cherry Bomb의 발전형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GNX처럼 만듦새가 좋은 앨범은 아니에요.

 

물론 GNX는 드레이크와의 장엄한(ㅋㅋ) 결투에서 승리를 자축하기 위한 앨범이라고 바라본다면 그냥저냥 넘어가줄 수 있는 정도고, DTTG도 무려 Flower Boy부터 Chromakopia까지 4연타석 홈런을 자축하기 위한 앨범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앨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 힙합 씬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걱정은 이게 단순히 자축을 위한 추억이 방울방울 캠프파이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미래를 그려낼 능력의 부재가 아닌가 싶은 의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IFGODKcsKA

 

 

저는 힙합의 위기가 명확해진 순간은 2020년대 초 그리젤다 레코즈의 약진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뉴욕 힙합이나 드럼리스 힙합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다른 무언가로 포장되긴 하지만 명백히 90-00년대 붐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음악이 장르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죠. 물론 저도 이 시기의 그리젤다 레코즈 노래나 앨범 중에 좋아하는 것들도 꽤 있습니다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어요. 하지만 그리젤다 레코즈의 약진은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 한 국제적 위기에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단순히 비트와 보컬 파일을 주고 받기만 하면 되는 장르의 특성에서 온 것이기도 하기에 상황이 나아진다면 서서히 본래 있어야 할 인디펜던트 씬, 길거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했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ecIH-4RbbOk

 

DTTG가 나오기 며칠 전에 발매된 클립스의 네번째 정규 앨범 Let God Sort Em Out도 GNX와 DTTG랑 궤를 같이 하는 앨범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단 무엇보다도 00년대의 슈퍼 그룹이었던 클립스의 재결합이라는 점부터 0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적 요소였고, 여러 인터뷰에서 푸샤티와 맬리스는 퍼렐과의 앨범 녹음 과정에서 노스탤지어를 배제하려고 노력했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했지만 제가 듣기엔 00년대 클립스의 기이하고 미니멀한 프로덕션과 10-20년대 푸샤티 앨범의 깔끔하고 날카로운 프로덕션 사이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올해 끝자락에 결산을 한다면 최고의 랩 앨범으로 무난하게 꼽히겠지만 어딘가 아쉬운 점이 확실한 앨범이었죠. DTTG, GNX, Let God Sort Em Out 셋 전부 00년대 y2k 노스탤지어에 갇혀버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DTTG, Let God Sort Em Out은 퍼렐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영향을 준 앨범이고 GNX의 프로덕션 대부분을 맡은 머스터드는 퍼렐의 뒤를 잇는 남부 힙합 음악의 적자였죠).

 

 

https://www.youtube.com/watch?v=SdwEIPD1bEw

https://www.youtube.com/watch?v=C-com9M91-4

https://www.youtube.com/watch?v=DWwrwbR_Acw

 

 

이와중에 2022년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이 해가 가장, 어떤 노스탤지어에 기대지 않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그려내보려는 시도가 돋보였던 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Mr. Morale...은 소리적인 측면에서 이전작들보다 힘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 앨범이 갖고 있는 강력한 정치성은 시간이 지날 수록(사회가 더 망가져갈 수록) 재평가될 여지가 있는 앨범이었고, 덴젤 커리의 Melt My Eyed See Your Future은 그해 가장 탁월한 얼터너티브 앨범이었죠. 빈스의 Ramona Park Broke My Heart는 서부 힙합 사운드를 새롭게 환기하는 수작이었고, Black Thought과 Danger Mouse의 Cheat Codes는 포스트 뉴욕 힙합이나, 90년대 붐뱁 리바이벌에 기대지 않는 붐뱁 사운드의 미래를 보여준 걸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커리어 로우부터의 탈출이라고 느껴졌던 Drake의 Honestly Nevermind도 Beyoncé의 Renaissance와 같이 디스코 리바이벌의 선두주자가 되어준 괜찮은 앨범이었고요. 이 해의 저는 아직 힙합에게 희망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P4cCpyScE

https://www.youtube.com/watch?v=IrEFKJnl1H8

https://youtu.be/vyqcKf0ilNY?si=jt4k3wStJIbYAr6a

 

노스탤지어가 나쁜 것이라고 단정 짓고 싶은 건 아닙니다. 팬데믹 초기만 해도 The Weeknd의 Blinding Lights나 Dua Lipa의 Future Nostalgia는 그들이 근간을 둔 80년대의 음악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황홀함이 있었고, PinkPantheress와 NJZ의 y2k 리바이벌 힙나고닉 팝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의 차용이었을 뿐 사운드적으로는 미래를 그려나가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어쩌면 힙합이라는 장르 또는 씬이 갖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DTTG를 들으면서 최종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제가 사랑했던 시절에 힙합이 보여주었던 마법은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2019년에 Freddie Gibbs & Madlib의 Bandana를 들을 때만 해도 미래는 화창해보였는데, 이젠 하루 뒤 마저 알 수 없는 것 같네요.

 

 

여러분은 2020년대가 절반 지나온 지금, 힙합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

 

신고
댓글 6
  • 6시간 전

    메인스트림 힙합은 답이 없는거같고 언더그라운드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직하게 순항중인듯

  • lonnymiyawaki글쓴이
    5시간 전
    @DannyB

    왜 반말하세요

  • 4시간 전
    @lonnymiyawaki

    예?

  • lonnymiyawaki글쓴이
    1 4시간 전
    @DannyB

    죄송해요 시비 걸어보고 싶엇음

  • 2 4시간 전
    @lonnymiyawaki

    정상수다

  • 4시간 전

    2022년에 대한 특별한 견해가 마음에 드네요. 제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해가 2022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마음속에 그때의 음악들은 유독 특별하게 남아있는 기분이었는데... 그 의뭉스러움을 어느 정도 명쾌하게 짚어주신 느낌입니다.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회원 징계 (2025.07.22) & 이용규칙13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1시간 전
[아이콘] Tyler, The Creator & Aphex Twin 등 아이콘 출시 / 8월 아이콘 설문55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1시간 전
화제의 글 인증/후기 오늘 도착한 명반 2장22 title: Thomas Bangalter (2)쓸쓸하구만 2025.07.22
화제의 글 음악 타일러의 DTTG를 듣고 드는 생각들6 lonnymiyawaki 6시간 전
화제의 글 음악 와 에펙콘27 title: Aphex Twin七草ナズナ 20시간 전
18555 일반 이 장르는 꼭 입문해라 하는 거 있나요?12 title: Chief KeefK드릭라마 27분 전
18554 음악 근데 진짜진짜 몰라서 그러는데5 title: Heartbreak외힙른이 1시간 전
18553 음악 오늘의 그리움 title: MF DOOM (2)부개도름 1시간 전
18552 음악 개인적으로 한국 인디씬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22 lonnymiyawaki 3시간 전
18551 음악 ? 뭐야 왜 팝이 1위지6 릴랩스베이비 3시간 전
18550 음악 The Boo Radleys, 슈게이저에서 브릿팝 스타로 tlbn 3시간 전
18549 음악 유행에 뒤쳐질순없지7 AbélMakkonenTesfaye 3시간 전
18548 일반 미친 포락충7 title: Thomas BangalterDannyB 3시간 전
18547 음악 RYM에도 없는 국내 신작 추천7 Satang 4시간 전
18546 음악 RIP title: Heartbreak외힙른이 5시간 전
18545 일반 롤러코스터는 뭘로 입문해야 되요?2 title: Playboi Carti (MUSIC)Yeisdumbasf 6시간 전
18544 일반 실제로 백룸에 떨어지면 엏게 할 거임12 title: MF DOOM (2)부개도름 6시간 전
18543 음악 사클에서 재밌는 음악 발견5 title: DON'T TAP THE GLASSENDLESS 6시간 전
18542 음악 욘욘 8/6 정규2 title: 박재범Alonso2000 6시간 전
음악 타일러의 DTTG를 듣고 드는 생각들6 lonnymiyawaki 6시간 전
18540 일반 내 취향 되게 의외네5 vilence 6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