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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Parkta195822시간 전조회 수 136추천수 3댓글 1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하여



현대사회에서 가치있는 삶은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예언자라고 불린 니체는 신은 죽었다 라는 말로 이 것을 예견했다. 이 말은 많은 오해와 달리 하나의 절대적 가치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예로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면 결국 신의 사랑으로 귀결된다. 단테는 신을 벗어난 자율적 의지를 추구한 이들을 지옥에 박았다.


하지만 마르틴 루터가 등장하며 무엇인가 변한다. 루터는 신과 신자의 만남에는 매개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루터의 의도와 별개로 개인의 힘을 높인다. 


그리고 데카르트는 존재의 근거를 본인의 생각에서 찾았고 칸트는 도덕의 근거를 본인에게서 찾았다. 서구사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의 힘을 강화해왔고 실존주의와 니체의 선언은 이를 천명한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정한다. 삶의 의미는 개인에게 달려있다 라는 뜻이다. 

 실제로 현대사회는 그런 경향이 있고 어느 시대보다 개인의 힘을 강조한다. 하지만 더 세세히 보면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신이 있다. 예컨데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와 법치주의의 국가의 질서를 신뢰한다. 숭배하지 않을 뿐이다. 왜냐하면 생존은 실존에 앞서 존재하기 때문이며 인간은 매 순간 삶의 가치를 찾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 자본은 실존의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신과 같이 모든 가치들을 통일시키는 하나의 태양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베케트의 강렬하고 함축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다. 죽어가는 나무에서 오지않는 구원을 기다리는 두 남자의 이미지나 땅에 파묻혀가는 여자의 모습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실존의 핵심을 포착한다.

 절대적 가치가 부재한 시대. 이성의 한계를 목도하고 과학기술의 공포를 경험하고

신의 사망을 목격한 세대에 부조리극이 나온 이유가 있다. 1,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노예제와 식민지 제국주의는 인간 이성 역시 한계가 여실히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우리가 믿을 가치는 무엇일까. 


'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도 살아남는 것은 가능하다.......죽을 것이 확실하더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에 온힘을 다해 지켜야 한다. 그 능력이란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에 나오는 글귀다. 

내가 이 구절에 전율한 이유는 이 글귀가 삶의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에서도 그들은 본인의 위엄을 지켰다. 결국 나에게 삶의 가치는 인간으로서의 위엄이다. 그 인간으로서의 위엄은 어디서 오는가. 


모비딕에서는 두 인물이 대비를 이룬다. 핍이라는 인물과 에이허브 선장이다. 이 둘의 차이는 금화를 대할 때에 극대화된다. 다들 금화를 볼 때 본인이 보고 싶은 가치를 본다. 하지만 핍은 그들이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가치만 본다 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소설을 다 읽으면 핍은 세상의 모든 가치를 다 수용해버리는 존재이고 에이허브는 세상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핍은 미쳐버리고 에이허브는 정말이지 초라하게 죽는다.


모비 딕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갈린다. 소설 앞에 인용된 많은 제사들은 때로는 과학적이고 때로는 신화적이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모비 딕은 정말 모호하고 다면적이게 묘사된다.

 나에게 이 흰 고래는 삶이다. 그렇다면 핍이 미친 이유는 베케트의 희곡에서의 인물들이 가지는 것과 같다. 모든 의미가 허용된다는 사실은 그 어떤 것도 유의미하지 않다는 뜻이다.

 에이허브는 삶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신을 믿는다. 문제는 그 신이,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이 때로는 아름답고 폭력적이고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삶을 하나로 압축시킬 절대적인 진리나 가치는 없다.


그렇다면 삶의 위엄과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Let be. 삶을 그리고 존재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해답이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햄릿 

 이 대화 속에서 햄릿은 또다른 답을 도출한다. 

it will be short, the interim is mine.

곧 오겠지, 하지만 그 사이 순간은 나의 것이야.

순간. 그렇다 우리는 삶 전체를 의미로 채울 수 없지만 의미있는, 생존이 아니라 삶으로 충만한 순간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순간은 덧없고 짧지 않은가? 맞다.

 하지만 인생은 순간의 반복이다. 들뢰즈는 그의 명저 차의와 반복에서도 알 수 있듯 반복의 설파자이다. 하지만 그의 반복은 곧 차이의 반복이기도 하다. 동일성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은 변신에 가깝다. 과거의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삶으로 충만한 순간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은 과거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는 새롭게 반복되어온 과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것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빛나는 모든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새롭게 변신하며 반복된다. 그 차이의 순간은 햄릿의 말대로 우리의 것이다.

 삶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순간은 빛난다.그리고 순간은 늘 새롭게 반복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간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은 각기 다르지만 사랑에 빠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으로서의 위엄도 거기 있다.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에서 소년은 수용소에서 행복을 이야기한다. 소년이 맞다고는 말 못 하더라도 아니라고도 못하겠다. 

 삶의 빛나는 순간들과 그 차이를 잡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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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21시간 전

    오 신과 신자 사이에 매개자가 필요치 않다는 말이 각 신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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