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내가 지난 몇 달 간 들었던 Emo 앨범들의 리뷰를 한 데 엮은 것이다.
본 글의 정보에는 믿을 만한 출처가 존재하지 않는다.
Emo (Emotional hardcore)는 말 그대로 하드코어 펑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울하고 격정적인 록 음악으로 국밥집 이모, 이모부, 고모 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썸네일은 본문과 크게 연관이 없으나
필자가 이 글을 2편까지 쓰는 동안 외톨이 더 록 2기 소식이 눈꼽 만큼도 보이지 않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1. The Get Up Kids-Four Minute mile
Genre: Midwest emo, Emo-pop
녹음 당시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던 Rob Pope는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녹음실을 오래 쓸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Pope가 수업에 지각하기를 원치 않았기에
The Get Up kids는 2.5일 만에 모든 곡들을 녹음하고 믹싱하는 강행군을 진행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을 듣고 멤버들은 감탄했다. 이 상태로 발매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녹음 상태가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Four Minute mile에는 하드코어와 팝스러운 멜로디를 절묘하게 조율하는 밴드의 장점이 잘 드러나 있고
무엇보다 듣다 보면 그 결점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엉망진창이고 흠집투성이지만 그렇기에 곧 청춘인 것이다.
이 2집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The Get Up Kids는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렇게 Four Minute mile은 밴드가 철없던 시절의 추억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열기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뜨겁다.
2. Far Apart-Hazel (1997)
Genre: Emo, Post-hardcore
Far apart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다.
스웨덴 출신이고, 그들의 유일한 작업물은 이 3곡짜리 짧은 Ep이다.
겨우 찾은 한 인터뷰에 따르면 본래 투어를 마친 후에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정규 앨범이 실제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Hazel에 모든 힘을 쏟아붇은 Far Apart는 이후 어떤 음반도 발표하지 않은 채 거짓말처럼 1999년에 조용히 해체했다.
짧고 굵었던 커리어 만큼, 그들의 음악은-특히 타이틀곡인 Hazel은-한 번에 귀를 잡아채는 강렬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 단명했던 밴드가 몇 년 후에 Emo 팬들에게 재발견되어 한순간에 클래식의 반열에 올라오게 될 줄은
당시 그 누구도, 아마 밴드 멤버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여담이지만 본래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와 있던 Hazel은 정식 버전이 아닌 일종의 해적판으로
한참 동안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다가 작년에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영영 스포티파이를 통해 Far apart를 들을 수 없게 되나 했지만
올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정식 리마스터반이 발매되며 그럴 걱정은 없어졌다.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3. Mineral-EndSerenading (1998)
Genre: Midwest emo
전작인 The Power of Failing의 거칠고 터프한 느낌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차분하고 담백한 오프닝 트랙을 듣고 다소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의심을 거두고 천천히 발을 담가 보면
곧 잔잔한 표면에 아래에 요동치는 물결, 끝없는 깊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다소 오글거리지만 이전 리뷰에도 말했듯이
이 정도 오글거림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Mineral의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밴드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 곡마다 마치 마지막으로 부르는 것처럼
처절하고 열정적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Endserenading은 녹음 중에 밴드가 해체했기에
더 그런 느낌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보컬과 베이스가 The Gloria Record라는 새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데
사실상 제 2의 Mineral이라고 봐도 무방하므로 밴드의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볼 것을 권장한다.
4. Christe front drive-Anthalogy (1999)
Genre: Midwest emo, Post-hardcore
가사를 이해하지 않고도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가는 리스너들 사이에서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그래도 Christie Front Drive는 비교적 공평하다.
악기 소리에 묻히는 보컬, 부정확한 발음, 인터넷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가사집
토종 한국인 김힙붕이든 덴버 태생의 제임스 씨든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Anthalogy에서 가사를 해석하려 드는 것은 사치이다.
그들의 기타 리프에는 이미 멜랑콜리부터 달콤씁슬함, 역동성까지
90년대 Emo의 모든 클리셰들이 이미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음악이 진부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Christie front drive는 그런 클리셰를 정립한 밴드들 중 하나로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 비록 그때나 지금이나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Jimmy Eat World와 같은 메이저 밴드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며 Emo의 역사에 사라지지 않는 족적을 남긴 밴드이다.
적어도 멜로디를 통해서 미드웨스트 이모를 규정하고자 한다면, 그 정답은 Anthalogy에 있다.
5. My Chemical Romance-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
Genre: Emo-pop, Post-hardcore
'진정한 스타는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한다'
그렇다면 Emo 씬 최고의 스타는 역시 My Chemical Romance(줄여서 MCR)일 것이다.
대중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Emo 밴드인 동시에 Emo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밴드라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MCR은 내 학창 시절을 책임져준 밴드 중 하나기에, 그리 나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MCR을 다른 이모-팝펑크 밴드들과 차별화해주는 것은 드라마틱함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다소 과하고 어색하게 느껴지고도 하지만 고등학생 때만 해도 바로 그런 부분에 반해 버렸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MCR이 Fake Emo라고 할지언정 그들의 음악성까지 모두 Fake로 치부되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에는 Helena, The ghost of you를 비롯한 준수한 트랙들이 많고
거기에 Emo, 팝펑크, 얼터너티브 록 등 어떤 수식어를 붙일지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문제이다.
보통은 3집 The Black Parade가 최고작으로 여겨지지만
하드코어스러움, 다시 말해 Emo 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가 더 많은 건 2집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가 아닐까 싶다.
6. Tigers Jaw-Tigers Jaw (2008)
Genre: Emo, Indie rock
Jimmy eat worlds, My chemical romance, Fall out boy 등이 연달아 메이저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동안 꺾일 줄 몰랐던 Emo의 인기는, 2000년대 후반부터 갑자기 시들시들해지게 된다.
과도한 상업화로 대중들은 물론 장르 팬들에게도 외면을 받게 된 Emo, 이런 위기를 타개하고자
2000년대 말부터 펜실베니아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Emo 부활 운동을 Emo revival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밴드 중 하나가 Tigers jaw이다.
거창한 소개말에 비하면 Tigers jaw의 셀프 타이틀은 다소 평범하다. 허나 원래 아는 맛이 가장 무서운 법.
Emo revival을 이끌었던 다른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적인 전성기였던 90년대 Emo를 동경했지만.
동시에 상업적인 전성기였던 00년대 이모-팝펑크의 에너지와 캐치함 역시 빼놓지 않았다.
거기에 인디 록 특유의 경쾌함이 더해지면서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음반이 탄생했다.
무엇보다 커버에 있는 피자가 매우 맛있어 보인다.
7. Crash Of Rhinos-Distal (2010)
Genre: Midwest emo
원래 Midwest emo는 말 그대로 미국 중서부의 Emo 밴드들에게만 쓰이는 말이었지만
나중에는 워싱턴의 Sunny day real estate, 텍사스의 Mineral 등이 포함되면서
이제는 밴드의 출신과는 관계없이 사용되는 말이 되어버렸다.
Crash Of Rhinos는 심지어 영국, 잉글랜드에서 결성된 밴드로
그들이 살면서 한번이라도 중서부 땅을 밟아봤을지 의심이 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90년대의 Midwest emo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로 서정적이면서 강렬한 음반은 미국 중서부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Distal은 청자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점이 슈게이즈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물론 방향성은 다르지만
그들도 그저 죽어라 자기 발만 내려다보면서 연주에 몰두하고, 더 깊숙이 파고 내려가기만 할 뿐이다.
이런 밴드의 페이스를 쫓아가는 것은 오로지 청자의 몫이다. 때로는 지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40분의 완주를 마치고 난다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마치며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준 사람들에게는 모두 감사를 표한다.
사실 필자도 Emo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너그럽게 잘 봐 주었으면 좋겠다.
3편은 언젠가 나오겠지만 아마 조만간은 아닐 듯하다.
그럼 이만 총총.
이모도 입문해야하는데 먹을게 너무많다
정보추
이모, 포스트-하드코어 특유의 투박함과 파워풀함이 너무 좋습니다. 이전에 Penfold의 I’ll Take You Everywhere을 추천해주셨는데 이제 제 인생곡이 됐어요. 위의 음악들도 들어보겠습니다 감사감사
Mineral 좋아하면 penfold를 싫어할 수가 없죠 ㅎㅎ
사랑해요 이모님
MCR이 진짜 빠와 까 양극단으로 심한듯요 ㅋㅋ
개인적으론 과소평가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rym같은데 평점 보면 꽤나 높고... 신기한 밴드에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