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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일곱, <Funeral> 리뷰

title: Kendrick Lamar (4)자카 Hustler 3시간 전조회 수 61추천수 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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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2 / Slowcore / 오미일곱

 

    왑띠 사단의 슬로우코어Slowcore 아티스트인 오미일곱 (omilgop)은 대한민국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음악을 구사한다. 슬로우코어와 슈게이즈Shoegaze를 필두로 아티스트 본인을 비롯한 국내 성인들이 한 번쯤 느낄법한, 그러한 알쏭달쏭한 감정들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다소 찌질하게 (나쁜 의도는 아니다) 풀어내는데 — 이를 높은 장르 이해도가 뒷받침해 주어 그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흐느낄 수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전작 <a trail of fading>은 그 방점이었다. 철없는 성인이 되어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방황, 어느샌가 끊어져 버린 한때의 인연들, 반복되는 나날들과 계속해서 어렴풋이 연상되는 과거의 노스탤지어. <a trail of fading>에서 그는 본인의 주 무기인 독보적인 감정을 그 어느 때보다 호소력 짙게 풀어내었다.

    그렇기에, 오미일곱의 다음 앨범은 전작과 필수적으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1년이 지나 발매된 그의 새로운 LP 단위 작업물 <Funeral>은 과연 어떠할까. 본작은 제목에서부터 죽음과 이별이라는 명확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감정과 그 이후의 자취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hibicus"'미련이라도 남은 건지 / 뒤돌아 본 나날의 풍경들 / 그림자만이 등질 줄 알았지'라는 가사에서는 상실로 인해 변화된 자신, 그 과정 속에서 관찰되는 회의감이 드러난다. 이별을 겪더라도 소멸되지 않는 한 인간의 흔적들, 이는 분명히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흔적들은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해 준다.

    그러나 <Funeral>은 전작 <a trail of fading>에서 보여준 야망이 대부분 소멸되었다는 점에서 큰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전작에서 그는 적적한 사운드스케이프 역시 굉장히 근사하게 설계해 내며 훌륭한 완급 조절을 보여주었는데, <Funeral>은 그저 무난 무난하고 가볍기만 하다. 동시에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앨범이 늘어지는 현상이 본작에서는 "stillplant"를 비롯한 다수의 트랙들에서 무시할 수 없게 관찰된다는 점 역시 분명한 감점 요소이다. 과연 오미일곱이 본작을 제작할 당시 <a trail of fading>에 비견되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 염두에 두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 <Funeral>은 확실히 그 알맹이가 턱없이 부족한 작품이다.

    <Funeral>은 그래도 여전히, 오미일곱만의 감성과 역량이 어느 정도 발휘된 모습이지만 — <a trail of fading>에 비견되기에는 여전히 너무나도 부족하다. 앨범의 사운드는 평범하다 느껴질 수준까지 전락해버렸고, 본작이 전하려는 내러티브 역시 더욱더 피상적으로 변해 공감하기가 힘들어졌으며, 또 전작들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았던 늘어지는 현상들이 여러 차례 관측되며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앨범은 끝을 맞게 된다. "flashback"과 같은 트랙들에서는 오미일곱의 재능이 눈부시게 빛나는 듯하지만, 여전히 그의 음악이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평범하고 무미건조해졌다는 사실이 다소 의뭉스럽다. <Funeral>은 현재의 오미일곱에게 걸린 기대치에 부흥하지 못한 평범하디 평범한 작품이다. Strong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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