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Book”, 혹은 “Innervisions” 같이 비교적 짧은 길이의 담백하면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스티비 원더의 앨범을 듣다 보면, ‘어쩌면 이것들이 스티비 원더의 최고작이 아닐까’하는 오판을 내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임이 명백하다. “Songs in the Key of Life”은 경탄과 함께 무력감마저 선사하니.
“Contusion”, “I Wish” 같은 뛰어난 리듬감과 압도적인 연주력이 돋보이는 곡을 마주할 때,
“Sir Duke”, “Isn’t She Lovely” 같은 동서고금을 초월한, 남녀노소를 막론한 대표곡을 마주할 때,
“Summer Soft” 같은 대중성과 음악성에 감성까지 챙기는 달콤한 곡을 마주할 때,
“Joy Inside My Tear” 같은 감미로운 발라드 곡을 마주할 때,
“Black Man”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곡을 마주할 때,
“Ebony Eyes” 같은 조금 유치해도 캐치한 작곡 능력이 돋보이는 곡을 마주할 때,
이렇게 105분간 차례로 팔색조의 곡들을 마주하다 보면 경외심이 든다.
“Talking Book”, 혹은 “Innervisions”이 “Songs in the Key of Life”에게 느꼈을 무력감은 마치, EPL 18/19시즌 30승 7무 1패 승점 97점이란 기록적인 성적을 달성하고도 승점 98점의 맨시티에 밀려 준우승의 고배를 마신 리버풀이 느꼈을 만한 무력감임.
재즈, 가스펠, 알앤비, 소울, 훵크, 로큰롤 등을 높은 수준으로 녹여내며 기존의 블랙뮤직 씬에 헌사를 보내면서도 신디사이저를 활용하여 선구자적인 면모까지 뽐내는 건 일종의 자연재해 같은 거임.
블랙뮤직을 넘어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반을 작사, 작곡에 심지어는 많은 수의 악기까지 연주하며 제작한 당시 20대 중반 청년이 이룩한 음악적 성취는 대자연의 힘 같은 거임.
마치 공작새가 날개를 펼치듯, 뽐낼 수 있는 매력을 모조리, 남김 없이 뽐내며 사랑을 외치는 한 맹인의 모습 앞에선 모두들 그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거임.
저의 최애곡은 “Summer Soft”입니다. 계절의 변화를 이별에 빗대서 표현한 곡인데, 환절기에 들으면 감성이 도랐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사는 사람이 푸르던 여름이 가고 가지가 앙상해질 때의 감수성을 어떻게 포착하고 또 세심하게 표현했는지 모르겠습다. 더해서 피아노 연주가 정말로 심금을 울립니다.
도대체 외않들음???
명반을 대표하는 명반이라고 생각해요. 이 앨범 싫어하는사람 본적 없음
맞아요 정말로 다들 좋아하죠.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합니다. ㅋㄷㅋㄷ
글 훔쳐가고 싶네요 저도 쓰려고 했는데
스티비 원더는 진짜 신이야...!!!
ㅎㅎ 님의 언어로 표현한 글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티비옹은 신이다란 결론은 같겠군요.
하지만 저는 토킹북이 최고작이라는 오판을 저지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자주 범하는 오판입니다. 언젠간 필히 돌아오십시오.
ㄹㅇ 인간의 영역이 아님 신 그잡채
정말 좋은 앨범인데 길이 때문인지 생각만큼 손이 안 갑니다
ㅠ 근데 틀린 말씀은 아닌게, 저는 100분 넘어가는 앨범 중 좋아하는건 이거 뿐입니다. 짧았으면 더 자주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팔색조의 대작이기에 지금의 위상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서 써본 글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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