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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상반기의 앨범들

TomBoy2024.07.13 21:34조회 수 1663추천수 27댓글 25

01 Vegyn -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Electronic, Downtempo.jpg

아티스트 Vegyn

앨범명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장르 Electronic, Downtempo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비건은 "(프랭크 오션의) Nights로만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대부분 그 사실조차 모르겠지만."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럼에도 비건은 저주에 빠진 원 히트 원더처럼 "이 사람이 Nights를 썼구나."라는 스쳐가는 깨달음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럼 어떤가요. 저는 제이미 스미스나 포 텟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차별화하는 요소가 어떤 믿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수집하는 DJ의 태도가 아니라 번민하는 작곡가의 마음가짐으로 음악에 접근한다는, 즉 비트, 멜로디, 질감에 방향성이 있어 우리의 감각 경험이 그에 따라 흘러간다는 믿음. 비건의 음악을 들을 때도 바로 그런 믿음을 느낍니다.

 

 

 

 

 
 

02 Adrianne Lenker - Bright Future Indie Folk.jpg

 

아티스트 Adrianne Lenker

앨범명 Bright Future

장르 Indie Folk

 

새 앨범은 그녀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펙트와 디스토션을 배제한 채 최소한의 편곡과 드럼 키트만으로 아름답고도 내밀한 음악을 들려준다. 오프닝 Real House는 모든 것이 크게만 느껴졌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곡이다. 깊고 울림 있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렌커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기억, 즉 7살 때 처음으로 봤던 영화, '진짜 집'으로의 이사, 병원에서 그녀를 달래줬던 엄마, 반려견의 죽음 등을 평온하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탈바꿈시킨다. 이 서정성 짙은 오프닝은 렌커의 작가적 역량을 엿볼 수 있는 곡으로서, 단순한 악상을 긴 호흡으로 확장시키는 테크닉과 가장 사적인 경험을 결합해 앨범의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Death with Dignity나 Real Death 같은 넘버들과 비견될 만하다.

 

 

 

 

 

03 Vampire Weekend - Only God Was Above Us Indie Rock.jpg

아티스트 Vampire Weekend

앨범명 Only God Was Above Us

장르 Indie Rock

 

이들은 쿨함과 거리가 있다고 간주되는 요소들을 힙스터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었고 그에 따르는 비판에도 대체로 초연했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는, 즉 아프로 팝과 바로크 팝 사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템포의 기타 리프, Finger Back을 떠오르게 하는 격정 넘치는 드럼 연주, Step에서 선보였던 아득하며 담담한 반추에서는 더 이상 모험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뱀파이어 위켄드의 유튜브 계정에서는 "이 곡은 M79과 White Sky를 합친 것 같아."라는 식의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반응을 오랜 팬의 추억담 정도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에즈라가 <Only God Was Above Us>를 구상하며 취했던 접근 방식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모방하고자 하는 대상이 폴 사이먼이나 잉글리시 비트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 어제의 뱀파이어 위켄드였을 뿐이다.

 

 

 

 

 

04 Beth Gibbons - Lives Outgrown Chamber Folk.jpg

아티스트 Beth Gibbons

앨범명 Lives Outgrown

장르 Chamber Folk

 

베스 기븐스가 도미노 레코드랑 계약한 게 10년 전 일인데 이제서야 앨범이 나왔군요. 사실 포티스헤드 작품 중에서 챙겨 듣는 것은 <Dummy>뿐이고 마지막 앨범 <Third>는 거의 듣지 않지만, 그 특유의 어둡고 황폐한 분위기만큼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신보 <Lives Outgrown>은 <Third> 직후에 발매됐다고 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분위기와 결이 흡사한 작품인 듯해요. 솔직히 앨범을 듣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분명 그녀는 주디 실, 닉 드레이크, 로린 힐처럼 한 줌의 디스코그래피로 서브컬처를 좌지우지하는 인물임에도 아득한 유령 같은 인상이 없습니다. 꼭 세인트빈센트나 줄리아 홀터처럼 언제나 현역 같은 느낌이 들어요.

 

 

 

 

 

05 Tapir! - The Pilgrim, Their God and the King of My Decrepit Mountain Indie Folk.jpg

아티스트 Tapir!

앨범명 The Pilgrim, Their God and the King of My Decrepit Mountain

장르 Indie Folk, Indietronica

 

고대 야수, 난파선, 유령, 말하는 제비 등 각 액트는 스토리를 설명하는 간략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정확히 현실의 무엇과 대응하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풍부하고 신비로운 편곡이 동면에 들었던 모험심을 간지럽힙니다. 힘차게 맥동하는 드럼 머신과 핑거 피킹에서 포크트로니카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오프닝 On A Grassy Knoll에서부터 어쿠스틱 기타, 호른, 신시사이저, 그리고 필드 리코딩이 한데 어우러져 이 기묘한 여정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Mountain Song까지. 필그림의 순례 여행, 놓치지 마시길!

 

 

 

 

 

06 Bill Ryder-Jones - Iechyd Da Chamber Pop, Indie Folk.jpg

아티스트 Bill Ryder-Jones

앨범명 Iechyd Da

장르 Chamber Pop, Indie Folk

 

한두 살 먹어가니까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거나 들끓게 만드는 음악은 잘 안 듣게 되더라고요. 책이나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나이라는 것이 근력과 체력뿐만 아니라 감정 근육까지 앗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 <softscars>처럼 정말 섬세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 앞에서는 그런 거 없더라고요. 올 상반기에는 싱어송라이터 빌 라이더 존스의 신보 <Iechyd Da>가 그런 앨범입니다. 요새는 날이 너무 더워서 살짝 시큰둥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쌀쌀할 때에는 또 이만한 앨범이 없어요. 귀로 먹는 붕어빵, 늦가을까지 푹 쟁여놓으시길 바랍니다.

 

 

 

 

 

07 Squarepusher - Dostrotime Drill and Bass.jpg

아티스트 Squarepusher

앨범명 Dostrotime

장르 Drill and Bass

 

와이드 핏 청바지, 플란넬 셔츠, 프렌즈 크루, 탑건 매버릭, 허다한 컴백 및 재결합 투어, 재결합 기념 앨범, 15주년 25주년 기념 에디션 등등, 저는 워프 레코드의 전설 스퀘어푸셔의 16번째 정규 앨범 <Dostrotime> 또한 큰 맥락에서 복고 트렌드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이 트렌드는 패션 업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소비 심리를 부추기기 위해 대기업에 의해 세심하게 설계된 결과물일 테지만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닌 듯해요. 단종됐던ㅡ정확히는 단종된 줄도 몰랐던ㅡ쟈키쟈키를 마트 매대에서 재회했을 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저는 현대의 복고 트렌드가 추구하는 바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음악적 쟈키쟈키인 셈이죠.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먹태깡일 수도 있고요.

 

 

 

 

 

08 Charli XCX - BRAT Electropop.jpg

아티스트 Charli XCX

앨범명 brat

장르 Electropop, Dance Pop

 

결국 <brat>를 둘러싼 소동과 하이프는 샬럿이 자신을 세심하게 "브랜딩(혹은 리브랜딩)"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결실은 단 한순간의 선택과는 무관하다. 소피와 에이지 쿡과의 협업 이래 생긴 팝 음악에 대한 비전, 즉 진정한 팬들은 마케팅이 아니라 음악을 위해 움직인다는 믿음 아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자신의 모든 면을 재창조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팝스타에서 팝의 대안이자 미래가 됐고, 하이틴 드라마에 나올 법한 복장으로 스타게이트가 써준 노래를 부르다가 하이퍼 팝의 큰 바위 얼굴이 됐으며, 쿨하고 잠재력 있는 만년 예비 스타에서 벗어나 애새끼처럼 행동함으로써 취향에 죽고 사는 이들을 위한 아이돌이 됐다. 그 누구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09 Saigon Soul Revival - Mối lương duyên World, Soul.jpg

아티스트 Saigon Soul Revival

앨범명 Mối lương duyên

장르 Soul, World

 

"그 왁자지껄한 성조가 장애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탁월함의 증거다." 밴드캠프에서 칸토 팝이나 만다린 팝 같은 아시아 음악을 소개하며 썼던 표현입니다. 이게 진짜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 게, 상당수 아시아 음악은 스타일이나 완성도보다는 좀처럼 속뜻을 헤아릴 수 없는 풍부한 성조가 장애물이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호찌민의 토속 밴드 Saigon Soul Revival의 소포모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밴드캠프의 표현이 자연스레 체감됩니다. 앨범 제목부터 각 곡의 표제, 노랫말 등 언어를 통해 분간할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음에도 그 사실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요. 뽕끼 충만한 기타 라인과 브라스, 퍼커션, 스카 음악에 거침없는 응웬 안 민의 보컬이 걸쭉하게 녹아든 <Mối lương duyên>. 정말 강추합니다!

 

 

 

 

 

10 Chief Keef - Almighty So 2 Hip-Hop.jpg

아티스트 Chief Keef

앨범명 Almighty So 2

장르 Hip-Hop, Chicago Drill

 

하필이면 칸예가 자기 앨범 제목을 808로 지어버리는 바람에 그를 대표하는 악기가 됐지만, 지난 10년간 808을 제일 잘 활용한 래퍼는 치프 키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 뮤지션을 어떤 장르의 아버지라고 칭하는 데는 많은 비약이 뒤따르지만, 드릴 음악의 친자 검사를 해보면 치프 키프의 DNA가 가장 많이 검출될 테고요. 그가 중망치로 내려찍는 듯한 드릴 베이스와 투박하게 떼어 낸 멜로디 샘플을 결합해 트랩의 한 분파를 설립한 것도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이 모든 유산에도 불구하고 치프 키프의 매력은 도저히 부끄러움을 모르고 보편적인 윤리관을 따르지 않는 IDGAF 정신인 듯하네요. "그의 음악이 오로지 쾌락만을 위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다양할 수 있어도, "그의 가사에 어떤 가치가 담겨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10년 전에 정해진 것 같습니다.

 

 

 

 

 

11 Raveena - Where the Butterflies Go in the Rain R&B.jpg

아티스트 Raveena

앨범명 Where the Butterflies Go in the Rain

장르 R&B

 

라빈 르네나 스노 엘레그라가 떠오르는 알앤비 앨범입니다. 시타르 연주가 흐르고 정말 뜬금없게 제이펙마피아 등장하고 14곡에 러닝타임이 50분 가까이 되는 데도 어수선한 느낌 없이 끝까지 세련되고 균형미가 넘치네요. 앨범을 평가할 때 유기성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1장의 앨범이라면 희미하게나마 점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싱어송라이터 라비나의 새 앨범 <Where the Butterflies Go in the Rain>은 모범답안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작품입니다. 군더더기가 없어요.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했던 알앤비 음악들처럼요.

 

 

 

 

 

12 Cindy Lee - Diamond Jubilee Psychedelic Rock.jpg.png

아티스트 Cindy Lee

앨범명 Diamond Jubilee

장르 Psychedelic Rock, Hypnagogic Pop

 

상반기 인디펜던트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12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청자를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말 그대로 절여버린달까요. 기획 자체가 여러모로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저는 장르 음악에서 이런 뚝심 있는 스케일의 작품이 꼭 필요하다 보는 입장입니다. 흔히 우리가 '사이키델릭'이라는 장르를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관련 앨범을 수십 장 추천할 수는 있어도 그 장르의 특성을 말로 풀이하는 건 어렵잖아요. 그것은 곧 공통된 감각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일 텐데, 그럴 때 이런 앨범들이 그 허기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울이 궁금하면 <Songs in the Key of Life>를 듣고, 퓨전 재즈가 궁금하면 <Bitches Brew>를 듣고, 포스트 록이 궁금하면 그 손가락을 찾는 것처럼요.

 

 

 

 

 

13 Quadeca - Scrapyard Emo Rap, Alternative Pop.jpg

아티스트 Quadeca

앨범명 Scrapyard

장르 Emo Rap, Alternative Pop

 

드레이크와 켄드릭이 비프를 펼치며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도파민을 살포하는 시대에 대체 어떻게 콰데카 같은 유튜버 래퍼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그가 유튜브에 게시한 뮤직비디오나 영상들을 보다 보면 참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먼저 이들은 수천만 원을 들여서 촬영 장소를 섭외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자기 동네 공원이나 인적 드문 곳에 가서 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니까요. 함께 똥폼을 잡아 줄 크루나 반쯤 발가벗은 채 트월킹을 쳐줄 모델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잡탕 같은 음악을 힙합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요? 근데 이런 광경이 썩 나쁘지 않네요. 현재 벤의 모습에서 <So Far Gone>과 <Section.80>를 발매하던 드리지와 케이닷을 봅니다. 힙합이 쇼츠와 릴스의 역할을 하던 그 시절이요.

 

 

 

 

 

14 Jessica Pratt - Here In the Pitch Indie Folk.jpg

아티스트 Jessica Pratt

앨범명 Here In the Pitch

장르 Indie Folk

 

상반기 단 1장의 앨범을 꼽아야 한다면 저는 제시카 프랫의 앨범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사실 듣자마자 너무 좋은 나머지 곧장 리뷰를 써 내려갔지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도 진정한 정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정말 아름답고 벅차올랐는데 대체 무엇이 아름다웠고 벅차올랐는지 설명할 수 없는 꿈같달까요. 저는 이게 바로 송라이팅이 가진 본질적인 힘이자 AI가 손쉽게 정복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AI가 Hey Jude에 버금가는 노래를 수백 곡씩 발표한다고 해서 Hey Jude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아는 맛이지만, 앞서 말했듯 감동은 설명할 수 없어야 하거든요. 나훈아 씨가 특유의 교성으로 정리해 주지 않았습니까.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15 NxWorries - Why Lawd Hip-Hop.jpg

아티스트 NxWorries

앨범명 Why Lawd?

장르 Hip-Hop

 

커먼 x 노아이디, 구루 x 프리모, 둠 x 매드립 등. 1mc와 1pd 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둘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프로듀서가 약간이나마 더 감이 좋거나 통제권을 쥐고 있어야 결말이 좋더라고요. 실크 소닉, 월드투어, 그래미 트로피 등 팩이야 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 중의 스타잖아요. 그런데 놀리지가 누구냐? 스톤 스로우의 그늘 아래 블루, 퀠 크리스, 마크 호미 같은 언더그라운드의 터줏대감들과 합을 맞추며 자기만의 로파이 사운드를 연마해온 이 시대의 매드립입니다. <To Pimp a Butterfly>에서도 유독 유별났던 드럼과 피치 업 보컬 그리고 샘플 찹이 NxWorries의 이름으로 돌아왔군요.

 

 

 

 

 

16 Joanna Wang - Hotel La Rut Art Pop, Progressive Pop.jpg

아티스트 Joanna Wang (王若琳)

앨범명 Hotel La Rut (破爛酒店)

장르 Art Pop, Progressive Pop

 

이 정도면 '발견'이라는 수식을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The Turning Wheel>, <Volcanic Bird>, <Hellfire> 등 2020년대의 키워드를 콜라주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런저런 장르를 먹음직스럽게 버무린 음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대만계 싱어송라이터 왕루오린의 새 앨범 <Hotel La Rut (破爛酒店)>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다 보니 참 흥미로운 구석이 많더라고요. 커리어 초기에는 Vincent를 커버하며 조니 미첼이나 노라 존스가 연상될 법한 재즈 팝을 하다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지금 같은 아트 팝, 프로그레시브 계열로 전직했더군요. 앨범이 참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합니다. 들리는 악기들은 밴드 세션인데 꼭 DJ 믹스를 듣는 기분이랄까요.

 

 

 

 

 

17 Mach-Hommy - #RICHAXXHAITIAN Hip-Hop.jpg

아티스트 Mach-Hommy

앨범명 #RICHAXXHAITIAN

장르 Hip-Hop, Jazz Rap

 

<#RICHAXXHAITIAN>은 마크 호미 아이티 4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재밌는 점은 이미 제목에 HAITI가 대문짝처럼 박혀 있고 앨범의 내러티브 또한 온갖 아이티 이야기로 점철돼 있지만, 앨범을 듣는 사람 대부분이 그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아이티 자결권을 위한 운율적 투쟁과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은둔형 괴짜 래퍼. 한 사람을 정의하는 두 속성이 평행선을 달리는 느낌이에요. 앨범 속에서 마크 호미가 조베넬 대통령 암살, 진도 7.2의 강진, 갈 곳 잃은 미국산 총기를 위한 암시장, 무기력증을 앓는 아이티의 국민성을 목놓아 외치고 있을 때, rate your music에서 아이티 이야기 하나 없이 앨범을 품평하는 광경은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최신작이 그의 최고작이라는 사실이 진정 멋들어지네요.

 

 

 

 

 

19 Lupe Fiasco - Samurai Hip-Hop.jpg

아티스트 Lupe Fiasco

앨범명 Samurai

장르 Hip-Hop

 

15년 전 루페 피아스코는 참으로 각별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밀레니얼의 힙합 암흑기를 종식시켜줄 (제이지의 표현대로) 신선한 바람이자, 드레이크나 제이 콜 같은 신성들이 아직 갖추지 못했던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게 바로 당시 루페였고요. 그러나 레이블과의 갈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던 차기작 <Lasers>가 공개되며 수난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그 후 루페의 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실망하기도 했지만 온전히 빠져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신보 <Samurai>를 듣고 있자니, 참 감회가 남다릅니다. 한때 그 누구도 일깨워 주지 못했던 감흥을 전해 준 루페와 사운드트랙. 평생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두 친구를 우연히 만나 술잔을 나누며 진하게 회포를 푼 감정이랄까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요.

 

 

 

 

 

---

 

조금 늦었네요.

유튜브 좀 보고, 시도 한 편 읽고, 간식도 먹고.

글 한 편 쓰는데 도중에 뭐 이리 하고 싶은 게 많은지.

글을 쓰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러다가 평생 탈고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삶의 많은 면이 제 생각보다 더

체력과 관련돼 있는 듯합니다. ㅠㅠ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물론,

이 여름이 지나가고 난 뒤에...

 

신고
댓글 25
  • 7.13 21:49

    저도 Here In The Pitch 자주 찾게 되더라구요..

  • TomBoy글쓴이
    7.14 08:02
    @자카

    첫 3트랙이 진짜 미친 것 같아요. 연주, 가사, 분위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 7.13 21:49
  • TomBoy글쓴이
    7.14 08:13
    @JW256

    😘

  • 7.13 21:57

    푸셔옹 앨범 너무 재밌게 들었네요 Wendoran은 후기 스퀘어푸셔의 대표곡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 TomBoy글쓴이
    7.14 08:08
    @kued

    Wendoran도 그렇고 Stromcor 중간중간 기타 소리가 흘러 나올 때 정말 좋더라고요

  • 7.14 11:29
    @TomBoy

    푸셔옹 베이스는 전설이죠... 간만에 이런 트랙에서 잡아주시니 푸셔 팬으로서 감격을 금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ㅋㅋㅋ

  • 7.13 22:23

    항상 놓친 앨범들 덕분에 찾아듣게 되네요

    개인적으론 세인트 빈센트 신보도 자주 듣게 되는것 같습니다

  • TomBoy글쓴이
    7.14 08:09
    @Timelapse

    감사합니다! 애니 앨범도 정말 좋았어요

  • 7.13 22:33

    TomBoy는 선개추 후정독이야~

  • TomBoy글쓴이
    7.14 08:09
    @Jablo

    감사합니다! :)

  • 7.13 22:42

    스크랩과 개추를 한꺼번에

  • TomBoy글쓴이
    7.14 08:10
    @수저

    감사합니다! 저도 콕토 리뷰 잘 읽었습니다

  • 7.13 22:51

    아 뱀위 좋았는데ㅠ...

  • TomBoy글쓴이
    7.14 08:10
    @모든장르뉴비

    최고였죠 ㅎㅎ

  • 감사히 받아먹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어적으로도 쓰시는 것도 참 좋네요..

  • TomBoy글쓴이
    7.14 08:11
    @칼물고기트럼본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애 좀 먹었어요 ㅎㅎ

  • 7.13 23:43

    톰보이! 톰보이! 톰보이!

  • TomBoy글쓴이
    1 7.14 08:12
    @포스트말롱

    감사합니다!! :)

  • 7.14 02:25

    너무 잘 읽었습니다 !!

  • TomBoy글쓴이
    7.14 08:12
    @강로일

    감사합니다!

  • 7.14 03:23

    항상 감사합니다

  • TomBoy글쓴이
    7.14 08:12
    @4tto

    저야말로 감사하죠! :p

  • 7.14 14:34

    Megumi Acorda의 Unexpectedly를 들으면서

    TomBoy님의 리뷰를 읽고 있었는데

    음악이 따뜻해서인지 글도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Here In the Pitch.. 첫감상은 그저 그래서 묵혀두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들어봐야겠습니다

  • 7.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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