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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음울하고 잔혹하지만서도, 아름답고 황홀한 붕괴의 참상 (The Cure - Disintegration)

title: Kanye West (Korea LP)수저2024.06.22 19:53조회 수 536추천수 6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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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Disintegration

Artist : The Cure

Released on 1989. 05. 02.


뭐라고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다. 우선 내가 느낀 이 앨범을 어찌됐든간 표현해보자면 '음울하고 잔혹하지만서도, 아름답고 황홀한 붕괴의 참상'이었다. 앨범의 전체적인 주제는 더 큐어의 리더 '로버트 스미스'의 개인적인 우울과 불안, 개인적인 고뇌이고, 특히 곧 30대가 된다는 시간적인 압박에 대한 내용이 많다. 그가 말하기를 앨범의 모든 주제를 하나로 함축할 수 있는 단어는 '붕괴'이며 앨범의 제목이 되었다.


이 앨범의 편곡은 정말 들으면서 가끔씩은 놀랍기까지 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꽉 들어찬 베이스 라인, 그리고 그 위로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기타와 신디사이저의 멜로디가 연주되며 나타나는 전체적인 조화, 그 위에 얹어지는 로버트의 섹슈얼하고 퇴폐적인 보컬까지, 붕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답지 않나 싶다. 그러나 우중중하고 디스토피아를 연상 시키는 분위기와 구슬픈 가사는 다시 한번 나를 납득시킨다. 본인이 얼마 전에 이 앨범을 '72분짜리 저승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얼추 맞지만 저승보다는 폐가, 아니 그냥 '사람들에게 버려진 어딘가', '붕괴의 참상'을 겉부터 속까지 깊게 파고드는 것 같다. 말이 좀 뉘앙스가 다르게 해석될 우려가 있어서 덧붙여 보자면, 본인이 말한 저 표현들로 표현하려고 한 메시지는, 아무렇든 우울하고 쓸쓸한 앨범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환상적인 앨범을 시작하는 환각적인, 마치 하나의 흑마법같은 'Plainsong'과, 이 분위기를 답습하여 이어지는 'Pictures of You', 'Closedown'. 그리고 후반부의 'The Same Deep Water As You'와 이어지는 붕괴적인 ‘Disintegration'으로. 긴장되고 절정에 다다른 분위기를 푸는 'Homesick'. 앨범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Untitled'까지. 보라. 이 앨범은 72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도 유기성이 완벽하다.


동어반복 해보자면, 이 앨범의 곡들에서 나타나는 베이스 라인과 기타, 신디사이저 멜로디의 조화는 참으로 대단하다. 짜임새 있게 조밀조밀 잘 짜여진 베이스가 주는 해방감을 이로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기타, 신디 멜로디는 참으로 여러 감상을 준다. 어떤 곡에선 꾸는 건지, 갇혔는지도 모를 끝 없는 꿈같이 나른하고 몽롱하다면, 또 어떤 곡에선 씻을 수 없는 깊은 우울함을 선사하기도 하며, 어떤 곡에선 그저 멜로디만으로 기억, 추억을 맘대로 헤집어 놓으며, 마음 속의 무언가를 깨부술 정도의 파괴력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아무리 멜로디에 크게 신경을 안 쓴다 하더라도, 확실히 감탄이 나오는 멜로디다. 이런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멜랑꼴리해지고, 환상적이고, 아름다운데, 중독성까지 있으면 어쩌란거냐. 약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베이스 라인도 일상 생활 속에서 갑자기 생각나기 마련이다. 



오프닝 트랙 'Plainsong'이다. 마치 귀신의 집에 들어온 것 같이 불길한, 무척이나 현실감 없는 분위기의 인트로가 연주된다. 그러다 특유의 신비로운 신디사이저 멜로디가 깔리는데, 굉장히 육감적이고 황홀하다. 흑마법을 소리로 재현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꿈 속에 있는 것 같은 사운드 질감을 느끼다보면,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슈게이징스러운 보컬이 지나간다. 참 이 명반의 시작으로써, 완벽한 곡이 아닐까 싶다. 여담으로 멜로디를 들을때마다 '마법의 성'이 생각난다.



다음 트랙인 'Pictures Of You'도 전 트랙의 드림 팝스러운 분위기를 잇는다. 앨범이 전체적으로 다 그렇듯, 죽여주는 베이스라인 위로, 묘한 슬픔과 이완감을 느끼게 만드는 기타가 마치 파도 속 물결처럼, 곡 속에서 아주 아름답게 요동치고, 곡이 끝난 후에도 잔향은 본인 마음 속의 깊은 곳에서 아주 화려하게 들끓는다. 황홀하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올랐다. 특히 가사를 언급을 안 할수가 없었다. 로버트는 이 곡의 가사를 친구들에 관해 썼다고는 하나, 본인은 이 가사를 볼때마다, 보고 싶어도 다신 볼 수 없는 누군가가 생각난다. 그것이 그저 이별이든, 혹은 사별이든. 로버트가 그 사람의 사진을 보며 그 것이 진짜이고, 내가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전부라고 생각하듯, 나는 이 곡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울렁대는 기타 소리에 몸을 기대서는.




바로 다음 트랙 'Closedown'은 참으로 아름다운 곡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정말 멋진 베이스 라인과, 꿈결을 귀로 느끼는 듯한 신디사이저 멜로디의 조화는 언제나 어디서나 본인을 감탄하게 만든다. 상당히 뻔하고 좀 가벼운것 같은 표현이지만 진짜 약에 취해 비틀비틀 거리는 느낌의 곡이다.. 뭐 이렇게 곡을 잘 만들었을까.. 'Lovesong'에서는 여전히 음울하고 우중중한 분위기지만, 가사는 와이프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거의 애비로드 미친 망치 살인범같은 반전을 보여준다. 




'Last Dance'에서는 특유의 불길한 베이스 라인 위로 깔리는 화려한 멜로디는 중세시대 샹들리에가 위에 달려있는 초호화 궁전에서의, 가면 무도회를 연상시킨다. 너무 주관적인가. 아무튼 고딕 록이라는 장르에 걸맞는 사운드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Fascination Street'의 정말 말로 못 다 표현할 베이스 라인은 그저 최고다. 곡의 전개도 돋보이는데 관능적인 멜로디 라인과, 드럼의 진행 등 주목할 만한 부분이 많은 곡이었다. 특히 로버트의 섹슈얼한 보컬이 돋보이는 트랙 중 하나였다.



아홉번째 트랙 'The Same Deep Water As You'에서는 좀 주관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한여름밤에 쏟아지는 폭우와 폭풍 속에서 절박하게 울부짖는 사랑'이었다. 본인이 표현한 감상을 말한 의도는, 본인이 느낀 여름밤 폭우 같은 분위기와 울부짖는 것 같이 들리는 기타의 멜로디를, 이 감상들을 그대로 누군가의 머리속에 넣고 싶었다. 아무튼 마치 환영이 보이는 듯한 끈적함과 찝찝함(좋은 의미?로)을 정말 극으로 몰아 붙였다. 곡의 길이가 무색하게도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이후 이 앨범의 클라이맥스이자, 타이틀 트랙, ‘Disintegration'은 무엇이라 표현힐 수가 없다. 그냥 완벽하다. 미친 베이스라인과 감정적인 멜로디,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멜랑꼴리하고 극적인 분위기는 이 곡을 잊을수 없게 만들었다. 이 곡만 지금까지 몇 십번을 들었는데도 이 감상이 유지된다. 이걸 보고 있는 당신에게도 본인만의 특별한 '듣기만 해도 감상에 젖는' 그런 멜로디가 있지 않는가. 본인은 이 곡의 멜로디가 그렇다. 이 곡 하나가 본인을 이 앨범의 세계 속에 영원히 붙잡아 놓는다. 로버트의 보컬과 가사도 빼놓을 순 없는데, 초반부의 보컬은 차분하다면, 후반부는 갑작스레 격정적이게 감정적이고 흥분된 톤으로 변화하며 청자에게 엄청난 강도의 소름돋음과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가사는 전형적인 한 가정이 붕괴되는 스토리로, 흔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평범해서 감정이 잘 전달된다. 제목에 써놓은 '아름답고 황홀한 붕괴의 참상'으로 곡을 표현할 수 있겠다.




후반 두 곡은 전 곡들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Disintegration'으로 앨범이 절정을 맞이한 뒤 흐르는 곡, 'Homesick'은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전 트랙이 워낙 피크였다보니 연주되는 피아노 반주가 청자에게 쉬어갈 틈을 주는 것 같았다. 여전히 감상적으로 들리는 멜로디는 뛰어난 감흥을 준다. 마지막 엔딩 트랙 ‘Untitled'에서는 무엇으로 낸지도 모르겠는 악기 소리로 시작해, 간결한 멜로디 라인을 구축해내며 여유롭고도 완벽하게 앨범을 마무리한다.


이 앨범은 1989년 발매되어, 어느 덧 지금 35주년, 하고도 한달 정도가 지났다. 앞서 말했듯이 이 앨범은 로버트의 개인적인 우울과 불안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이 작품이 이토록 대단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러한 감정들이 이 앨범에 담긴 정도가 아닌 스며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본인은 이 작품을 언제나 어디서나 들어도 깊이가 다른 음울함을 들이마시는 것 같다고 옛날부터 느껴왔다. 요즘같은 우울함/우울증이 거의 세계를 먹어버린 지금, 이 앨범의 진가가 더욱 더 드러나고만 있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본인은 이 작품을 고딕 록/포스트 펑크의 성배라고 명명해보겠다. 시대가 지나도 더욱 더 빛나기만 하는 앨범 [Disintegratio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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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적는 동안 이 긴 앨범을 두바퀴 하고도 반을 돌렸습니다.. 그러니 개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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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1 6.22 20:06

    처음 Plainsong과 Pictures of You를 이어 들었을 때 제 취향에 꽃히다 못해 파고들 정도로 감동받았어요

    아쉽게도 그 감정이 오래 가진 못해서 다시 들어도 그때 처럼 황홀감을 느끼진 않지만 덕분에 고딕 록을 실감할 수 있었네요

    저는 음울함보다도 아련함과 마음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title: Kanye West (Korea LP)수저글쓴이
    1 6.22 20:27
    @hoditeusli

    리뷰 잘 읽어주시니 덩달아 기분이 좋네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title: Kanye West (Korea LP)수저글쓴이
    1 6.22 20:28
    @hoditeusli
  • 1 6.22 20:20

    와 근데 곧 30대가 된다는 압박감이요..? faith 헤드온더도어 포르노그래피 키스미키스미 디스인테그레이션 이런걸 다 20대에 낸거임????

  • title: Kanye West (Korea LP)수저글쓴이
    1 6.22 20:30
    @오징스
  • 1 6.22 21:33

    듣고있는데 지리네요 곡이 전체적으로 긴데 전혀 못느끼겠음

  • title: Kanye West (Korea LP)수저글쓴이
    6.22 21:41
    @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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