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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3 <A Hard Day’s Night>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4.03 22:01조회 수 335추천수 6댓글 4

비틀즈 초기 디스코그래피(Rubber Soul 이전)를 따로 감상하면서도 심심한 마음이 들던 와중에 '그래, 이거지!'라는 나지막한 감탄사를 토해내게 된 작품은 <A Hard Day’s Night>가 처음이었다. 비틀즈의 방대한 정체성을 한 음반에 제대로 담기 위해서, 그들이 걸어온 길은 무언가 막혀서 답답했던 혈을 드디어 손쉽게 뚫어 주었으니, 그 감상 역시도 묘한 쾌감을 남긴 것이다. 첨언하건대, 비틀즈의 커버곡보다 자작곡에서 눈부셨던 이유를 <A Hard Day’s Night>가 증명한 것처럼 다가온다. 물론 1~2집에서 역시 자작곡이 존재하나, 미국 산의 R&B 및 로큰롤과 융화되며 비틀즈 본연의 맛이 줄어든 감상을 주기에 아쉬웠다. 결국에 리스너로서 비틀즈의 정체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던 앨범의 시초는 <A Hard Day’s Night>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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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앨범 <With the Beatles>와 다섯 번째 싱글 “I Want To Hold Your Hand”의 성공으로 비틀즈(The Beatles)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그리고 연이은 성공에 비롯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영화와 그 사운드트랙 앨범 <A Hard Day’s Night>의 제작에 착수했다. 당시의 관행으로도 팝 가수가 영화배우로 출연하는 것은 이미 효과를 톡톡히 본 경로였기 때문이다. 개다가 사운드트랙 앨범의 제작 과정에서 비틀즈는 처음으로 앨범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게 되었다. 본작의 시도가 비틀즈를 제대로 된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는 첫걸음이기도 하거니와, 그 첫걸음에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는 눈부신 음악적 성장을 보여준다.

<A Hard Day’s Night>를 어떤 식으로 감상해야 할까. 감독 리처드 레스터(Richard Lester)가 주도한 비틀즈 모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쯤? 혹은 비틀즈가 처음으로 자작곡을 전면에 내세운 정규적인 앨범?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물론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A Hard Day’s Night>의 근간에는 예술적 야망이 도사리고 있었으며, 그 야망만큼 예술적으로 나아가려 한 작품이기에 만족스럽다. 영화가 내어준 콘셉트는 페이크 다큐식임에도 익살스러운 비틀즈다운 면모를 그대로 포함하게 되었으며, 레논-메카트니의 정품 딱지가 붙은 자작곡들은 콘셉트에 호응하듯이 비틀즈의 매력을 한껏 뽐낼 뿐이다. 단순해 보이는 그들의 결착 지점에도 <A Hard Day’s Night>는 비틀즈 이전의 작품들보다 훌륭한 작품성을 뽐낸다. 나름의 영화가 담보한 프로덕션, 전문 매니지먼트, 당시의 아이돌쯤 되는 밴드 멤버가 모인 프로젝트는 어쩌면 현대의 팝과도 비슷하지 않나. 결국에 당시의 팝 아이돌에 입각한 밴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는, 대중에게 끝없이 각인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그리고 성공적이었으니, 영화로 드러난 코믹한 비틀즈의 일상은 대중친화적이며, 일상에 결부한 사운드트랙 또한 재밌을 수밖에 없다.

앨범 자체로는 어떤가. 레논-메카트니 명의로 전곡이 작곡되었기에 창의성이 백분 발휘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이제껏의 비틀즈는 본인들이 지닌 창작적 열기가 식은 적은 없으나, <A Hard Day’s Night>의 비틀즈는 그보다도 더욱 격양되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들이 자부하던 머지비트 로큰롤에 아낌없이 변주를 더하고, 다양한 악기 선율도 과감하게 넣어주니 쟁글 팝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장르의 효시가 된 작품도 이것이다. 그만큼 조지 해리슨이 들인 리켄배커 12현 일렉트로 기타의 쟁글거리는 사운드는 앨범 내에서 톡톡히 역할을 했다. 게다가 이전의 2트랙 테이프 머신과 작별하고 4트랙 테이프 머신을 새로 들이니, 편곡에 있어서도 자유롭고, 훨씬 다양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당장의 첫 트랙 "A Hard Day's Night"부터 이전과는 다른 변혁을 보여준다. 능청스러운 카우벨 소리, 쟁글거리는 리켄배커 기타 솔로가 이렇게 찰떡처럼 응겨붙을 수 있을까. 아니면, "If I Fell"에 등장하는 레논과 메카트니의 목소리를 겹겹이 쌓아둔 하모니가 이토록 인상적일 수 있을까. 때로는 단순하게, 어쿠스틱한 발라드 선율이 등장하는 "And I Love Her"는 또 어떻고. 게다가 내가 유난히도 사랑하는 곡 "Tell Me Why"는 앨범 내에서 비틀즈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집어 넣은 모양새다. 통통 튀는 리듬과 흥겨운 코러스, 레논의 독특한 팔세토 창법까지, 그들은 마법처럼 음악에 흥취를 넣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전작의 클리셰를 가뿐히 뒤집는 행동도 한다. 대표적으로 "Can't Buy Me Love". 나는 이 구간에서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전작에서 "Money (That's What I Want)"라고 외치던 청년들은 어디 가고, 폴 혼자 무대에 나와 '사랑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라며 클리셰를 뒤집는다. 고리타분한 어른들의 시선조차 뒤집어 버리는 팝 로큰롤 및 R&B 트랙이 흥행한 이유는 분명히 존재했다.

비틀즈의 진화는 이미 예견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래도 미국 로큰롤, R&B/Soul를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자신들의 음악으로 소화하는 데에 재능이 있었는데, 이제는 컨트리나 웨스턴 사운드도 새롭게 들이어 쓴다. 그 와중에도 레논-메카트니의 작곡은 탁월하게 줄기를 치며 뻗어가니 놀랍다. 예시로 등장하는 "I'll Cry Instead"의 컨트리 사운드는 로큰롤에 변주를 주는 형태로 등장하여, 죄책감으로 가득한 독특한 가사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혹은 "Any Time at All"처럼 프로토 포크 록(?)에 가까운 형태의 곡도 존재하니 어떤가. 심지어 마지막 곡 "I'll Be Back"에서 레논은 대놓고 컨트리스러운 향취를 물씬 풍기는 실험을 진행함에도, 꿋꿋이 이끌어가는 힘을 지니곤 결국에 앨범의 대미를 훌륭하게 장식했다.

작곡의 자부심 아래에 결집한 머지비트, 팝 록, 실험적인 면모, 익살스러운 풍경까지 모두 어떤가. 충분히 비틀즈스럽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시로도 영화는 성공적이었고, 지금에 봐도 우스꽝스러운 영화러 비틀즈의 모습을 파악하기는 쉬웠으니. 게다가 앨범 역시도 그에 부응하듯이 흥겹고 즐겁다. 어찌되었건 <A Hard Day's Night>는 당시 비틀즈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독적인 코러스, 독특한 기타, 재치있는 가사들까지 신선하게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데에 여념 없는 사람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 비틀즈는 이런 밴드였지'라는 감상도 초기 디스코그래피 중 본작이 처음이다. 그러니까, 비틀즈라는 한 시대의 밴드는 할 줄을 모르는 게 아니라, 역량 내에 하고 싶은 것을 백분 발휘했을 때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남기는 밴드이지 않았나. 시대를 바꾼 앨범의 제목이 지어진 배경도, 링고 스타의 우스꽝스러운 한 마디로 시작되었으니, 그마저도 비틀즈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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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4.3 23:05

    보통 rubber soul이 첫 명반이라고는 하지만

    이 앨범도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함

    그와 더불어 영화도 재밌고....ㅋㅋㅋ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4 08:22
    @MarshallMathers

    동감합니다. 이 앨범도 비틀즈의 명작이 아닐지…

  • 4.4 08:33

    "그래, 이거지!" 라는 감탄사와 참 잘 어울리는 앨범 같네요ㅋㅋㅋ

    진짜 순수하게 "캬~" 하면서 둠칫둠칫 즐길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요 지점만큼은 이후의 앨범들보다도 더 뛰어나지 않나 싶을 정도예요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4 09:57
    @Pushedash

    ㅋㅋㅋㅋ감사드립니다:)

    순수한 열기가 참 매력적인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 자체도 나쁘지 않고요. 우선은 신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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