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한국 힙합 최초의 디스전: 김진표 Vs. 유승준

title: [회원구입불가]watermelonsoju2026.08.07 18:29추천수 2댓글 1

제목 없음-2.png

 

2013년 8월 21일. 스윙스라는 이름을 가진 한 래퍼가 한반도에 폭탄을 투하한다. 폭탄의 이름은 "King Swings". 그는 빅 션(Big Sean)의 "Control" 비트 위에서 "뒤에서 왜 이렇게 못 따라오냐", "켄드릭 워썹", "나 기준 높이는 거야, 이거 경쟁이야, 리얼힙합"과 같은 말들을 시작으로 불타는 경쟁심을 담은 6분 30초 가량의 폭풍 랩을 선보인다. 이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다. 분명 씬의 기준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던 디스전은 폭로전으로 변질되며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그 여파로 한반도의 힙합 생태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위의 경우에서 보이듯, 디스전이라는 이벤트가 불러올 파급 효과는 그 누구도 미리 가늠할 수 없다. 좋은 점을 보자면 엄청난 인지도 상승과 함께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될 수도 있고, 나쁜 점을 보면 엄청난 치부가 드러나 씬에 영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터. 그렇다면 한국 힙합의 디스전은 처음부터 이랬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한국 힙합 디스전의 역사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한국 힙합에서 디스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나고 발전해 나갔는지, 디스가 한국 힙합 씬에 어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진표 Vs. 유승준

 

누군가는 한반도 최초의 디스전을 '정몽주 Vs. 이방원'이라고 주장한다. 잘 모르긴 해도 정몽주가 청부업자(?)에 의해 봉변을 당한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투팍(2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rotious B.I.G.)의 경우만큼 꽤나 뜨거웠던 비프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볼 수는 있겠다. 그렇다면 최초의 한국 힙합 디스전은 무엇일까? 여러 매체의 기사들과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이 두 인물 사이의 일을 지목한다. 바로 '싸가지가 바가지' 김진표, 그리고 '스티브 유' 유승준.

 

 

김진표의 선공

 

김진표와 유승준의 디스전은 1998년 11월 발매된 김진표 2집 [JP Style]의 수록곡 "진표 생각 2 - 랩퍼라면.. etc"에서 촉발된다.

 

 

002.png

현재 국내 음원 플랫폼을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는 [JP Style]

 

"너희 같은 놈들 땜에 '랩은 아무나 하는거래매?'
이런 말도 안 되는 말 땜에 진짜 래퍼 애매하게 같이 무시당해"

 

"혹시 그거 아냐? 여기는 미국 아냐.
얼어 죽을 East Side, West Side 외치지만 말고 제대로 좀 해봐"

 

"남이 써온 랩을 외워서 하는 경우 너는 성우"

 

"너흰 그냥 댄서, 괜히 애써 랩을 하려 하는 모습 이제 됐어"

 

김진표는 디스곡에서 유승준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https://youtu.be/KnM5H6Uqca4?list=OLAK5uy_lZGu0jSgqIjwPxMJzF6uLDT6Sf-mYVADw

 

그의 디스곡이 웨스트 코스트에 거주 중인 닥터 드레(Dr.Dre)를 저격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의 가사는 사실상 실명 거론 수준의 수위로 유승준을 겨냥하고 있었다. 1997년 당시 김진표는 한반도 최초의 오피셜한 전곡 랩 앨범으로 여겨지는 [열외]를 발매하며 음악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었기에, 아마 그는 직접 가사를 쓰고 뱉어야 한다는 '래퍼'로서의 에고가 굉장히 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에 직접 작사에 참여하지 않는 유승준이 고까웠을 수밖에. 또한 김진표는 추후 한 방송에서 "내가 생각하는 '웨스트 사이드'는 투팍, 서부에서 활동하는 닥터 드레 같은 래퍼들이었다. 그래서 "웨스트 사이드"를 외치는게 너무 싫었다" 라고 밝히며 유승준 디스의 이유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즉 김진표는 유승준을 '웨스트 코스트 호소인'으로 바라본 것. 결국 그는 이 한 마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척하지 마라".

 

 

유승준의 반격

 

LA에서 살다 온 유승준이 "척하지 마라"는 김진표의 일갈을 가만히 듣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무려 김진표의 디스곡이 발매된 지 2년 뒤인 2000년 11월, 유승준은 자신의 정규 5집 [고지탈환] 의 수록곡 "Throw Your Hands Up(너의 기준)"을 통해 맞디스를 시전한다.

 

https://youtu.be/gTy4-z9ZOBc

 

"I'm the westsider, gold diggers my n****s"

 

"난 어디가서 랩한다고 말도 안하지"

 

"난 랩 안해도 잘먹고 사네, yo J.P., yo"

 

"Quality를 높혀봐 stop copying japanese, catch me n****"

 

표기되지는 않았지만 바비 킴이 참여한 이 곡에서, 유승준은 무차별적인 N워드 공격과 함께(…) 김진표의 이니셜 'J.P.'를 언급하며 김진표의 스닉 디스(sneak diss)를 오피셜한 디스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유승준은 "자신을 래퍼라고 말한 적도 없고", "랩 안해도 잘먹고 산다"는 등의 가사를 통해 시대를 앞서나간 스웩을 뿜어대는데, 실제로 당시 그의 인기는 김진표가 범접하기에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이 인기의 차이 때문에, 유승준의 대응곡은 이 디스전을 '심각한 폭로전'이 아닌 '유승준의 일방적인 샤라웃 현장'으로 탈바꿈해 놓았다.

 

 

김진표의 재반격

 

유승준의 애증 섞인 샤라웃도 김진표를 막을 수는 없었다. 김진표는 유승준의 디스곡이 발매되기 무섭게 2000년 12월 조PD의 3집 [CHOPD.NET, BEST IN EAST]에 수록된 "3VIP"를 통해 재반격한다. 이 노래는 현재 유튜브에서 노래방 버젼 말고는 감상이 불가한 관계로, 김진표의 벌스 내용만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미국에선 죄수, 한국에선 가수"

 

"야자수 있는 L.A., 너가 하는 일은 세탁소에서 빨래"

 

"너는 빌어먹을 b****"

 

더불어, 김진표는 유승준의 곡을 듣고 지금은 접속할 수 없는 그의 개인 홈페이지 'JPHole'을 통하여 "앨범 들어줘서 고마운데, 랩 안 해도 먹고 살면 랩하지 마" 라는 식의 글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김진표는 끊임없이 유승준을 자극하며 디스전의 지속을 바랐던 것으로 보이지만...

 

 

종전

 

유승준이 맞대응 곡을 내지 않는 선택지를 고르면서 이 전쟁은 급격히 끝나게 된다. 유승준은 훗날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너무나 바빠서 김진표를 신경쓸 시간이 없었으며, 한 번 했던 이름 언급조차 샤라웃에 가까웠다며 당시의 심정을 밝힌 바 있다.

 

 

 

https://youtu.be/sdFoSGY5Nmc

 

 

'김진표 Vs. 유승준'이 힙합 씬에 미친 영향

 

'한국 힙합'이라는 것이 형체를 갖추기도 전에 벌어진 디스전이지만, 신기하게도 이 디스전은 2024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과 드레이크(Drake) 사이의 마찰과도 매우 닮아 있다. 김진표가 유승준에게 느꼈던 불만은 여전히 많은 래퍼가 느끼고 있는 불만이다. 김진표는 한국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유승준에게 '리얼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용감하게 들이받으며 다시 한번 자신을 한국 최초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유승준은 김진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맞대응을 했다는 점에서 힙합적인 태도를 지켰다. 유명 대중 가수였지만 힙합적이었던 그의 태도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그가 도끼나 저스디스와 같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일지 모른다.

 

당시 김진표의 선택은 MC들의 MC답게 디스전을 통해 인지도가 더 높은 인물을 노리고 체급을 올려 나가는 방식을 한반도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김진표 역시 이적과의 패닉 활동으로 인해 인지도가 결코 적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디스전 이전에도 여러 사회적 이슈에 관해 자주 불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자의든 타의든, 김진표의 디스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더 널리 퍼지게 하기 딱 좋은 장치였다. 이 방식은 지금 세대에서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마케팅 방식 중 하나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인지도 상승만을 노리고 남을 헐뜯는 래퍼들이 점점 더 많아짐으로 인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래퍼와 리스너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

 

디스전의 계기와 각 당사자의 문화적인 포지션, 그리고 진행 양상은 시대를 불문하고 비슷한 모양으로 반복된다. 김진표와 유승준의 디스전을 살펴봐도,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꾸준히 좋은 작업물로 증명하고, 사회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김진표다. 디스전의 수혜를 잠깐 입을 수는 있더라도 래퍼로서의 커리어는 그보다 훨씬 길다. 디스전 이후에 이어질 커리어에서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길은 결국 하나일 것이고, 그건 바로 잡음이 아닌 진정성과 예술성, 그리고 가능성이 담긴 작품들일 것이다.

 

 



 

CREDIT

Editor

watermelonsoju

 

 

신고
댓글 1
  • 8.10 21:48

    https://youtu.be/1sKqTkUIh9I

    웻싸이는 가사 들어간 버전으로 넣으셨어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