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식케이(Sik-K)와 하온(HAON)이 엄정화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댓글 창에는 이들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글이 즐비했다. 사실 이전부터 엄정화는 여러 힙합, 알앤비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장르 뮤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가요계의 거목이자 한국의 마돈나(Madonna)로 일컬어지는 만큼 그녀와 같은 대스타의 관심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크나큰 자양분이 되는 법.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엄정화와 장르 뮤지션들이 빚어낸 협업 트랙을 모아봤다.
식케이(Sik-K) / "On The Phone"
식케이와 엄정화의 인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셀러브리티를 대표하여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초대를 받은 둘은 오프화이트(Off White) 파리 패션위크에서 처음 만남을 가졌고, 이후 매거진 더블유 코리아(W Korea)의 화보를 함께 장식하며 친분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때의 접점은 3년 뒤에 발표된 식케이의 정규 3집 [Pop A Lot]으로 이어진다. 앨범의 제목처럼 팝 성향이 짙은 수록곡 "On The Phone"에서 엄정화는 4마디의 짧은 후렴에도 존재감을 잃지 않으며 감초 역할을 수행했다. 여담으로 최근 식케이와 하온은 행주(Hangzoo), 정재형, 허니제이(Honey J), 코요태(KOYOTE) 등과 함께 엄정화의 부산 단독 콘서트의 게스트로 등장하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OUfSqmHMVU
수민(SUMIN) / "옷장"
'네오 케이팝의 선두주자'라는 수식어처럼 수민은 메이저와 인디, 장르 음악과 케이팝을 가로지른다. 비와이(Bewhy), 딥플로우(Deepflow), 김아일(Qim Isle), 채(CHE)부터 방탄소년단(BTS), 보아(BoA), 레드벨벳(Red Velvet)에 이르는 협업 메이트가 이를 방증한다. 이러한 그녀가 가장 꿈꿨던 콜라보는 누구였을까? 2021년,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한 수민은 그 대상이 엄정화라고 밝혔다. 수민은 사석에서 느낀 엄정화의 '멋'이 계기가 되어 구두로 협업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는데, EP 앨범 [시치미]의 수록곡인 "옷장"이 그 결과물로 보인다. 해당 트랙에서 두 아티스트는 상반된 무드로 엄청난 케미를 선보이며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AEArqspp8
홍다빈 / "호피무늬"
다른 아티스트들이 엄정화를 자신의 곡에 게스트로 초청한 것과 달리 그녀의 곡에 초대를 받은 장르 뮤지션은 홍다빈이 유일하다. 화사(Hwasa)와 함께 피처링 게스트로 낙점된 "호피무늬"는 원래 엄정화가 환불원정대 활동을 위해 준비한 곡이었다. 방송에서는 이효리가 준비한 "DON'T TOUCH ME"가 최종 선택됐지만, 엄정화는 해당 트랙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솔로 컴백 싱글로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호피무늬"는 수지와의 협업 트랙인 "HOLIDAY"와 더불어 'DPR 라이브(DPR LIVE)'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유효하게 작용했다. 한편, "호피무늬"에는 화사와 홍다빈 뿐 아니라 개코(Gaeko), 패디(Padi), 챈슬러(Chancellor) 등도 참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AekHr7ci6A
베이빌론(Babylon) / "비가 와"
2010년대 한국 팝/알앤비의 신성이었던 베이빌론은 2020년대에 들어서자 농후한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발매된 정규 앨범 [EGO 90'S]는 90~00년대의 알앤비, 소울, 재즈, 뉴잭스윙 등 여러 장르를 망라한 그의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참여진도 이효리, 김범수, 휘성 등 그 시절 한국 대중가요를 대표했던 이들로 채워졌는데, 엄정화 역시 명단에서 빠지지 않았다. 1993년, 정규 1집 [Sorrowful Secret] 이래 꾸준히 디스코와 훵크의 DNA를 간직해 온 엄정화는 베이빌론과 함께한 "비가 와"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그뿐만 아니라 1998년에 발표된 대표곡 "초대"의 구절을 셀프 오마주 하며 향수를 배가시켰다.
https://www.youtube.com/watch?v=hHQghTNH42k
신세하(Xin Seha) / "1000", "나"
여러 협업들을 선술 했지만 가장 먼저 엄정화와 콜라보를 이룬 장르 뮤지션은 (00년대 YG 계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제외하면) 신세하였다. 네이버 나우(Naver NOW)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는 '제가 음악을 플레잉하고 있던 장소에 들린 엄정화 누나가 노래를 너무 잘 듣고 있다고 말해줬다'라며 첫 만남을 회고했다. 이후, 정규 2집 [1000]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피처링을 요청했다는 신세하. 그렇게 그는 여덟 곡의 트랙 중 두 곡을 함께 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어낸다. 이렇게 탄생한 "1000"과 "나"는 앨범의 대주제에 걸맞게 확고한 태도로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 가는 두 아티스트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 곡들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lLpJGpCqHE
Editor
Destin
정화누님 목소리 진짜 너무 좋다 어떤 곡에도 찰떡같이 잘 붙네
배반의 장미때 꼬맹이인 내 이상형이었음
지금도 너무 멋있음 힙합임
무려 97년 지누션 말해줘 피쳐링이 엄정화였으니..
조금 다른 방향이긴 하지만, Ending Credit 작사가에 행주가 올라 있지요. 여러 모로 힙합과 연이 닿아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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