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가 들어보래: 섹시 레드

신인은 물밀듯이 쏟아진다. 이제는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 당신은 어떻게 새로운 아티스트를 물색하나? 아무래도 검증된 아티스트의 인정을 받은 뮤지션들이 먼저 눈에 밟히지 않을까? ‘들어보래’는 힙합엘이의 해외 음악가 큐레이션 시리즈로 씬의 지지를 연료 삼아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가는 루키들을 조명한다. 어떤 아티스트를 들어야 할지 모를 땐 아티스트에게 물어보자.

"방금 내게 걸맞는 아내를 만났어."

 

2023년 7월 19일, 드레이크가 인스타그램에 섹시 레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열세 번째로 다뤄볼 아티스트는 섹시 레드(Sexyy Red). 극한의 호불호와 각종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녀는 아이스 스파이스(Ice Spice)와 글로릴라(GloRilla)에 이어 전국구 단위의 주목을 받는 여성 래퍼다. 섹시 레드가 랩을 시작한 계기는 바람을 피운 남자 친구를 디스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단순했다. 그런데, 발라드 팝 트랙인 바네사 칼튼(Vanessa Carlton)의 "A Thousand Miles"을 샘플링한 주제에 총을 들고 빡센 가사를 적은 웃음 포인트 덕분이었을까? 첫 싱글이 소소한 관심을 끌며 섹시 레드는 본격적으로 래퍼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약 4~5년간 무명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한 장의 싱글로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린다. 지난 1월에 발표한 "Pound Town"이 기폭제였다. 해당 트랙이 퍼져나가며 섹시 레드는 다베이비(DaBaby), NLE 차파(NLE Choppa), 서머 워커(Summer Walker) 등 기성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니키 미나즈(Nicki Minaj)에게 "Pound Town 2"의 피처링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이후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부름으로 공연도 서게 된 그녀는 화룡점정으로 드레이크(Drake)와의 만남까지 이뤄내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다.

섹시 레드는 자신의 우상으로 구찌 메인(Gucci Mane), 쥬시 제이(Juicy J), 프로젝트 팻(Project Pat)을 꼽는다. 특히, 스스로를 '여자 구찌 메인'이라고 칭할 만큼 선배들에게서 받은 영향을 프로덕션에 충실히 담는다. 그러나 그녀를 대변하는 가장 큰 요소는 사운드가 아니라 가사다. 실제로 '내 X지는 핑크, X구녕은 갈색', '깝치지 마 X끼야, 와서 발가락이 빨아' 등의 표현은 "Pound Town"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라인이다. 더럽고 천박하다는 표현이 들 정도로 필터링이 없는 가사, 그리고 'Skee-yee', 'Yum' 등의 독특한 추임새가 어우러져 많은 이들을 홀린 모양새다. 여기에 틈만 나면 화제를 모으는 행보 역시 한몫을 했다. 무대에서 두 남성 댄서를 목줄에 묶어 끌고 다니고, 섭외된 고등학교 축제에서 갱 사인을 들며 "Pound Town"의 가사를 그대로 뱉는 장면은 아찔했다. (물론, 학생들은 모쉬핏으로 뜨겁게 화답했다) 두 사건 모두 상당한 비판을 받았지만, 섹시 레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음악 산업 관계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팬의 지지를 받는 배경에는 이처럼 솔직하고 거침없는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다.

빌보드(Billboard)는 그녀에게 '2023 최고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섹시 레드를 싫어하는 힙합 팬도 적지 않으나 올해 가장 떠오른 뉴페이스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신이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현실을 인지한다고 밝힌 그녀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 흥미롭지 않을까? 아래의 링크를 통해 힙합엘이가 추천하는 섹시 레드의 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gp7tDPbk0o

https://www.youtube.com/watch?v=Id5Mh2T7rWc

https://www.youtube.com/watch?v=hs9CDdbHP7s

https://www.youtube.com/watch?v=LtmxrfmxzTs

https://www.youtube.com/watch?v=S2sHaMnhIcs